세희는 가볍게 기침을 하며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오빠, 사실 나도 어젯밤에 일부러 김해인을 자극시켰어. 그러니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그녀는 희민이 원장님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대처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만약 내가 일부라 김해인을 자극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도 나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이는 지금 이런 일에 직면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세희야, 넌 자신 때문에 그 사람이 이렇게 됐으니, 김해인을 봐주고 싶은 거지?”희민이 물었다.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럼 넌 그 남자 때문에 상처를 입은 여자아이들을 생각해 본 적 있어?”희민이 되물었다.“이런 사람은 그야말로 짐승보다도 못해.”“나는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단 말이야...”“적을 너그럽게 봐준다면, 자신이 더욱 잔인하게 당할 거야.” 희민은 무슨 생각이 떠오른 것 같았다.“나와 세준이 이 때문에 몇 번이나 당했는지 알아?”세희는 호기심에 그를 바라보았다.희민은 생수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너 썬비어 우림을 들어본 적 있어?”세희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몰라.”“이 우림은 네가 상상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어. 나와 세준은 5년 전에 그곳에 보내졌고, 당시 우리와 함께 들어간 사람은 대부분 우리와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이었어. 나와 세준까지 더하면 총 20명이었지만, 살아서 나온 사람은 5명밖에 없었지. 나머지 15명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세희는 침을 삼켰다. “다 죽은 거야?”“맞아.”희민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 상대방의 음식을 쟁탈하다 죽었고, 마음이 너무 약해서, 또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서 죽었어.”“마음이 약한 것과 남을 믿는 건 또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위험할수록 더욱 단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희민은 가볍게 웃었다.“아니, 위험할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팔아먹을 거야. 알 수 없는 위험에 부
세희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왜 그동안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건데...”희민은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네가 이번 일로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끔찍한 일을 먼저 언급하지 않았을 거야. 이제 아직도 내가 마음이 모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세희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오빠의 뜻을 알겠어. 한 번에 적을 제압하지 않으면, 후환이 끝이 없을 거야.”희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지를 꺼내 세희에게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세희를 품에 안으며 그녀를 위로했다.“자, 세희야, 이제 울지 마. 다 지나간 일이니까.”세희는 희민을 꼭 껴안았다.“오빠, 세준 오빠랑 앞으로 이렇게 위험한 일 하지 않으면 안 돼? 난 너희들을 잃고 싶지 않거든.”“응.” 희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줄곧 네 곁에 있어줄 거야.”“응...”점심을 다 먹은 세희는 마음이 유난히 무거웠다.그녀는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그동안 세희는 엄마 아빠를 따라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것도 많이 놀면서 자랐지만, 희민과 세준은 오히려 밖에서 온갖 고생을 겪었다.오직 대가를 치러야만 아이가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았다.오후, 희민은 세희를 교실로 데려다주었는데, 몇 분 후, 문 앞에 우빈이 나타났다.세희는 눈을 들어 유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며 그녀의 곁에 천천히 앉았다.세희는 우빈을 흘겨보며 보았다.“여긴 뭐 하러 왔어?”“김해인에 관한 일 말이야, 네 오빠가 도와준 거지?”“부담 가질 필요 없어.” 세희는 손에 쥔 펜을 가지고 놀며 말했다. “김해인이 날 그렇게 대했으니, 우리 오빠들도 날 위해 화풀이를 한 것일 뿐이야.”“네가 네 오빠들에게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들도 이 사실을 몰랐을 거야. 그리고 네가 부탁을 하러 간 이유는 바로 내가 퇴학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지.”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너 때문에 이런 일을 했다고 확신하는 거
우빈을 향해 감정을 발산한 다음, 세희는 교실을 뛰쳐나갔다.우빈은 세희를 쫓아가서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마침 수업 시간이 되었다.그러나 교실 구석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은 그들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을 눈여겨보고 있었다.우빈이 떠난 동시, 그도 따라서 교실을 나섰다.일주일 후, 세희는 개인 공항에 가서 수지를 마중했다.헬리콥터 문이 열리자, 곱슬머리를 한 수지가 세희 앞에 나타났다.수지는 몸매가 늘씬하고, 기질이 아주 뛰어났으며 피부까지 눈처럼 하얬다. 멀리서 보면 그야말로 절세 미인이 다름없었다.세희가 활발한 타입이라면, 수지는 대범하고 우아한 아가씨였다.수지를 보자, 세희는 기뻐하며 손을 흔들었다.“수지야!!”수지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세희를 본 후, 방긋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세희는 두 팔을 벌려 수지를 꽉 껴안았다. 그녀는 얼굴로 수지의 가슴을 비비며 숨을 들이마셨다.“음, 여전히 우유의 향기가 나는군.”수지는 얼굴이 살며시 붉어졌고, 사방을 어색하게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세희야, 너 또 이런다...”세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수지야, 너 설마 강세준 그 자식을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그럼 너무 섭섭해!”수지의 미소는 약간 굳어졌고, 그녀는 세희를 살짝 밀어내더니 수줍음에 고개를 숙였다.“세준도 돌아온 거야?”세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수지를 야유했다.“다른 도시에서도 줄곧 이쪽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구나.”수지는 세희를 귀엽게 노려보았다.“세희야, 넌 매번 세준이 가지고 날 놀리더라!”“재밌잖아.” 세희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가자, 기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두 사람은 개인 공항에서 나온 다음, 차에 올라탔다.수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나 이따가 먼저 김제대학교에 가서 서류를 등록해야 하는데, 나와 같이 갈 거야?”“물론이지, 나 오늘 네 곁에만 있어줄 거야.”세희는 말하면서 또다시 수지의 팔을 껴안았다. 수지는 눈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수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도 우빈이 왜 14년 전에 자신과 연락을 끊었는지에 대해 무척 궁금했다. 다만 체면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동시에, 세희는 우빈이 자신을 무시한 진짜 이유를 알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줄곧 사람을 보내 사실을 조사하지 않았다.세희는 남의 엉덩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연락 끊기면 끊겼지 뭐, 내가 애원하면서 매달릴 것 같아?’수지와 함께 등록을 마친 후, 세희는 그녀를 데리고 강의동에 가서 구경을 했다.오늘은 일요일이라 강의동에 학생이 별로 없었다. 두 사람은 교실에 도착한 후, 자리에 앉아 쉬었다.우빈의 화제를 더 이상 이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이번엔 세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수지야, 너 정말 세준을 좋아할 거야?”수지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물어보는 건데?”“희민 오빠도 엄청 좋으니까! 부드럽지, 다정하지, 친절하지, 툭하면 욱하는 강세준보다 훨씬 낫잖아!” 세희는 희민을 어필했다.“희민의 성격이 나와 많이 닮은 것 같지 않아?”수지가 말했다.“성격이 비슷한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앞으로 평생 서로를 존중하면서 선을 긋고 지낼 거야. 다투진 않겠지만, 아주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겠지. 난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아.”세희는 어이가 없었다.“너 정말 어디 아픈 것 같아.”“그래?” 수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나도 그저 세준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을 뿐인데.”세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네가 세준 오빠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그 과정은 정말 아주 험난할 거야.”“왜?”“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차피 세준 오빠는 쉽게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 아니거든. 특히 외국에서 돌아온 후에 말이야.”수지는 어리둥절했다.“두 사람 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세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희민이 그녀에게 알려준 일을 수지에게 말했다.수지는 멍해져서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저녁 무렵,
희민은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우리도 밥을 먹어야 하니까.”말하면서 희민은 세희와 수지에게 메뉴를 건넸다.“수지야, 뭘 먹고 싶은지 한 번 봐.”수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까, 너희들 시키는 대로 먹으면 돼.”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세희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주문할게.”“좋아.”주문을 마친 후, 종업원은 음식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세희는 새우를 가장 좋아했기에, 희민은 줄곧 그녀를 위해 새우살을 깐 다음, 그녀의 그릇에 넣었다.세희는 먹으면서 수지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두 사람이 한창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세희의 시선은 갑자기 창문 밖에 떨어졌다. 바깥의 사람들을 보자, 그녀의 웃음도 점차 굳어졌다.수지는 세희의 이상함을 잘못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 밖을 바라보았다.한 여자가 잘생긴 남자와 함께 걷고 있었는데, 여자는 웃고 떠들며 심지어 손에 든 음식을 남자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다만, 남자는 먹지 않았다.세희는 입안에 음식이 꽉 찼지만, 밖에 있는 두 사람 때문에 씹어야 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수지는 세희와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제야 그 남자가 바로 우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이미 눈을 뗀 세희를 바라보더니 걱정스럽게 불렀다.“세희야...”“괜찮아!” 세희는 오물오물 씹으며 대답했다.“밥이나 먹자!”두 사람의 대화에, 희민은 고개를 들어 세희를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울분으로 가득한 것을 보고,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너 왜 그래?”“보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을 봤을 뿐이야.” 세희는 입안의 새우살을 삼켰다.“정말 재수 없어!”희민과 수지는 시선을 교환했고, 수지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표시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희는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희민은 그제야 수지에게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세희 방금 진우빈을 본 거야?”수지는 솔직하게 말했다.“응, 진우빈의 곁에 다른 여자
세준이 대답했다.“그 여자가 이곳에서 잠깐 지낸다면, 난 염수지를 손님으로 여기고 예의를 지킬 수 있어. 그러나 난 너희들처럼 염수지를 그렇게 다정하게 대할 수 없어. 더군다나, 넌 나에게 왜 염수지를 좋아하지 않는지를 물어볼 필요조차 없어.”“그럼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데??”“난 염수지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없으니, 좋고 싫음이 어딨겠어?”세준이 되물었다.세희는 멈칫하더니,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수지는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차인 건가?!’‘나와 수지는 정말 남자 하나 잘 골랐구나!!’세희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세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세준은 세희의 생각을 알아차리더니, 말투가 엄숙해졌다.“강세희, 내가 경고하는데, 네 생각을 나에게 강요하지 마. 난 염수지를 좋아하지 않고, 그 여자와 함께 하지도 않을 거야. 날 귀찮게 하는 사람은 너 하나뿐이면 돼. 지금 난 이미 충분히 바쁘니까, 다른 사람과 연애할 시간 없어.”“그러다 정말 ‘벌’ 받을지도 모른다니깐?” 세희는 계속 설득했다.그러나 세준은 그저 냉담하게 웃을 뿐이었다.“그런 일은 영원히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야.”그는 수지를 좋아하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더욱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이 말을 남긴 다음, 세준은 손을 들어 세희의 이마를 짚으며 그녀를 밀어냈다. 그리고 주방을 나서자마자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더니, 거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세희는 그 자리에 서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수지는 대체 왜 이렇게 차가운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네.’‘우리 희민 오빠가 얼마나 좋아!! 강세준 저 자식은 수지와 함께 할 자격조차 없어!’세희는 주방에서 나와 거실로 돌아갔다.세희를 보자, 수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웃으며 물었다.“세희야, 네 둘째 오빠가 돌아온 거야?”세희는 수지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응, 세준 오빠가 돌아왔어. 그런데 돌아오자마자 바로 서재에 들어갔
세준은 시선을 거두며,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음날, 희민은 세희와 수지를 데리고 함께 학교에 갔다.가는 길에서 희민이 물었다.“수지야, 주강 아저씨는 왜 이번에 공항에 널 마중하러 가시지 않은 거야?”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기 때문에, 수지는 정신을 딴 데에 팔고 있었다. 세희가 그녀의 팔을 흔들어서야 수지는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세희를 보았다.“희민 오빠가 묻잖아. 왜 주강 아저씨가 공항에 안 가셨냐고.”수지가 대답했다.“우리 아빠 지금 김제에 안 계셔. 출장 가셨거든.”이 대답을 듣고, 희민은 눈을 들어 백미러를 통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수지를 보았다. 그는 계속 물었다.“어젯밤에 잘 자지 못한 거야?”수지는 담담하게 웃었다.“낯선 환경에 와서 그런지, 잠을 좀 설쳤어. 오늘은 많이 좋아질 거야.”“필요한 것이 있으면 우리에게 말해. 우리가 준비해 줄게.”“아니야.” 수지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챙겨야 할 것은 나도 다 챙겨왔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학교에 도착했다.희민은 수지와 함께 세희를 교실까지 데려다주었다.세희는 들어간 후, 희민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빠, 수지도 교실로 데려다줘.]희민은 메시지에 답장했다.[응, 알겠어.]핸드폰을 접고, 옆에 있던 수지가 입을 열었다.“희민아, 진우빈이 어느 교실에 있는지 알아?”“4층에 있어. 지금 찾아가려고?”“응. 난 1교시에 수업이 없어서 급하게 갈 필요가 없거든.”“그래, 그럼 찾아가 봐. 난 먼저 교실로 갈게. 일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해.”수지는 웃으며 말했다.“응.”희민이 떠난 후, 수지는 4층을 향해 걸어갔다. 우빈이 있는 교실에 도착하자, 그녀는 안을 들여다보았다.우빈을 발견한 다음, 수지는 자신과 가까운 학생에게 말했다.“안녕, 진우빈 좀 불러 줄래?”남학생은 수지를 보자마자, 눈에서 빛이 났다. 그는 얼른 일어서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불러 줄게!”말이 끝나자, 그는
수지는 우빈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정도로 이성적일 줄은 정말 몰랐는데.’그러나 이렇게 찾아온 이상, 수지도 나름 준비를 했다.“존중? 그럼 세희를 이토록 존중하는 사람이 왜 14년 전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세희와 연락을 끊은 거지?”“나도 나만의 이유와 고충이 있었어. 만약 세희가 이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난 세희를 찾아가서 진지하게 설명할 거야.”우빈은 여전히 수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거부했다.거리감을 느낀 수지는 미리 준비를 했어도, 이 순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잠시 후, 수지가 말했다.“만약 세희가 진우빈 씨의 설명을 들을 마음이 있었다면, 오늘 내가 이렇게 찾아올 필요가 없잖아? 마찬가지로, 너에게 만약 설명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세희도 지금처럼 널 피하고 다니니 않았겠지.”“세희가 평생 날 무시하고, 내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난 다른 사람에게 우리 사이의 일을 말하지 않을 거야.”수지는 웃으며 말했다.“세희를 무척 존중하고 있는 것 같군. 세희는 정말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세희를 위한 마음, 나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나도 딱히 할말이 없어서. 먼저 갈게.”말을 마치자, 우빈은 떠나려 했고, 수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세희가 14년 동안 줄곧 진우빈 씨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 알아?”우빈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세희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렇지 않으면 나도 계속 기회를 찾아 세희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겠지. 만약 정말 내 대답을 듣고 싶다면, 나 대신 세희에게 이 말을 전해줘. 나에게 설명할 기회를 좀 주라고.”우빈이 가는 것을 지켜보며, 수지는 핸드폰을 꺼내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우빈이 한 말을 모두 세희에게 전달했다.세희는 문자를 보며 핸드폰을 응시했다.그녀에게 아무런 답장이 없는 것을 보고, 수지는 계속 문자를 보냈다.[세희야, 넌 어떻게 생각해?]세희는 천천히 타자를 했다.[나도 내 생각을 잘 모르겠어. 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