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정부 따위한테 사과할 생각은 없다!”소 노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정유준이 이런 식으로 자기를 찾아와 막말하는 것을 보고 미쳤다고 생각했다.정유준은 천천히 일어서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실눈을 뜨고 소 노인을 응시했다.“그렇다면 저도 옛정을 생각하지 않겠습니다.”“정유준! 네놈이 이 김제에서 네멋대로 날뛸 수 있다고 생각해?”소 노인의 분노에 찬 고함에도 정유준은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아직 상황 파악을 잘 못하시는 것을 보니 어르신께서도 이젠 나이가 드셨나 봅니다. 만약 소씨 집안에 소예준이 없었다면 이 집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말을 마친 남자는 몸을 돌려 떠났고, 소 노인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어 부들부들 떨며 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한참 그러고 있다가 비로소 정신을 차린 소 노인은 휴대폰을 꺼내 정 노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사흘 동안 소씨 그룹은 연달아 MK 그룹의 공격을 받았다.주가 폭락은 말할 것도 없고, 중요한 계약 두 건마저 MK에 빼앗겼다.뻔히 알면서도 손을 쓸 생각이 없어 보이는 손예준을 보고 소 노인은 화병에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정 노인이 이 사실을 알고 여러 차례 정유준을 찾았지만, 매번 전화를 끊어버리고 만나주지도 않았다.빠르게 이 일은 강하영 귀에도 들어가게 됐고, 정유준의 행동에 강하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소씨 집안은 비록 김제에서 뿌리가 깊었지만, 이번 여러차례의 타격에 소씨 집안도 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예준이 이를 알고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인터넷에는 많은 찌라시가 돌고 있었고, 외부에서는 소씨 집안과 정씨 집안이 철저하게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지금 다들 흥분해서 소씨 집안이 과연 어떻게 이 국면을 만회할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MK 그룹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정씨 집안과 소씨 집안의 약혼까지 들추어내기도 했다.더 많은 사람은 정유준이 정
문자를 확인한 양다인은 몸이 굳어졌다. 성형을 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만약 자기가 지금 소씨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임해진이 알게 되면, 자신을 협박할 게 분명했다.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소예준이 지금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긴다는 사실이다.그런데 만약 임해진과 몰래 만나게 되면 조만간 들통날 게 틀림없다.양다인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머릿속에 좋은 수가 떠올랐다.바로 강하영과 임해진, 두 사람을 한꺼번에 처리할 좋은 방법이었다.“해진 씨, 돌아온 거 축하해. 마침 해줄 얘기도 있었는데.”“만나서 얘기하자, 정말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조급해하지 마, 나 지금 소씨 집에 있거든.”임해진이 깜짝 놀란 이모티콘을 보내왔다.“김제에서 3대 집안 중 하나인 소씨 집안 말하는 거야?”“맞아, 그러니까 우리가 만나는 것도 조심해야 해. 모레 내가 장소를 보내주면 그쪽으로 와.”“그래, 소식 기다릴게.”휴대폰을 내려놓은 양다인의 눈에는 음산한 빛이 감돌았다.‘이번에는 아무도 나한테 협박할 생각하지 마! 정유준과 소씨 집안도 다 내가 차지할 테니까!’저녁 7시 30분, 병원정 노인이 소 노인의 병문안을 갔다.병실에 도착하자 소 노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이보게 정씨, 자네 정말 훌륭한 아들을 뒀더군! 당시 자네 정씨 집안이 금방 김제에 왔을 때 누가 자네 집안을 도와줬는지 잊지 마!”체면을 중요시하던 정 노인은 소 노인의 질책에 안색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이 일은 우리 두 집안의 문제가 아니라네!”정 노인이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우리 소씨 집안과 상관이 없다고? 그럼 어디 말해보게, 우리 소씨 집안의 손실은 대체 어떻게 책임질 건가?”“이 일의 발단은 바로 그 정부 때문이야!”소 노인의 고함에 정 노인도 질 수 없다는 듯 맞받아쳤다.“그래서 자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생각인가?”소 노인의 물음에 정 노인은
그녀가 직접 선물을 들고 문에 들어섰고, 집사의 안내하에 정 노인을 만나게 됐다.양다인은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늘 아저씨 초대를 받고 이렇게 찾아 뵙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혔다.정 노인은 그런 양다인을 훑어보며 웃음기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앉아.”양다인은 선물을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건네고 소파에 앉았다.“오늘 너를 부른 것은 네가 강하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서 불렀다.”그 말에 양다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이런 때 정유준의 약혼녀로서 넓은 도량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아저씨, 강하영 씨도 3년 동안 유준 씨를 따라다니면서 공도 많이 세웠고, 고생도 많았다고 생각해요.”“강하영이 지금 유준이 곁에 붙어있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더냐?”“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건 단지 유준 씨 일이니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정 노인이 양다인을 떠보는 식으로 묻자, 양다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마음이 참 넓은 아이로구나, 네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렵지도 않아?”“만약 빼앗기게 되면 그건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해요.”양다인은 이해심 많은 역할을 제대로 구현했지만, 그녀의 대답에 정 노인의 눈가엔 경멸의 빛이 스쳤다.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자는 역시 자기 며느리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 정부와 비교할 수 없었다.정 노인은 미소를 거두고 양다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보아하니 너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구나.”그 말에 양다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부인하기 시작했다.“그런 뜻이 아닙니다, 유준 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그놈이 난처한 건, 네가 그놈한테 굽실거리며 많은 여지를 줬기 때문이다. 제거할 사람은 진작에 제거하고 네가 내조를 잘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생겼을 것 같아?”정 노인의 꾸짖음에 양다인은 조금 놀라고 말았다.“아저씨, 아저씨 뜻은…….
남자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강하영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유준 씨가 언제 곁에 누운 거야? 전혀 몰랐는데.’강하영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눈을 내리깔았다.“악몽을 꿨어.”그 말에 정유준이 일어나 앉더니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꿈은 반대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강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을 돌렸다.“언제 들어왔어?”“새벽 3시쯤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 깨우지 않았어.”정유준은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다소 피곤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강하영이 물었다.“소씨 집안과는…….”“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몸조리에나 신경 써.”정유준은 입고 있던 가운을 정리하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강하영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정유준 씨, 예전에 양다인한테 한 얘기 진심이야?”정유준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어떤 얘기?”“정부한테 당신 아이를 갖게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말이야.”강하영이 시선을 맞추며 얘기하지 정유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강하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이불을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당신 아이를 가졌다면 어떻게 할 거야?”정유준이 입술을 달싹이며 입을 열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눈살을 찌푸리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에 시선을 옮긴 순간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갑자기 정유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강하영이 시선을 휴대폰으로 돌려 확인하려던 순간, 정유준이 휴대폰을 가져갔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정유준의 표정이 바로 진지하게 변하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도 대답했다.“그래, 지금 갈게.”강하영이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남자는 곧장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하영의 마음이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쉽다는 듯 고개를 숙여 배를 어루만졌다.“이번에도 말을 제대로
강하영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양다인이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양다인이 일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궁금한 건 왜 굳이 자기한테 알려주려 하는지 의심이 갔다.서암동의 파롤로 카페는 번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양다인이 아무리 간이 부었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손을 쓰진 못할 것이다.저녁.강하영이 일을 처리하고 나니 저녁 11시 30이 되었다.한참 기다렸지만 정유준은 돌아오지 않자, 임씨 아주머니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이자 강하영은 문을 두드렸다.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강하영을 발견하고는 얼른 방으로 맞이했다.“왜 아직도 안 잤어요?”아주머니는 강하영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니, 강하영이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저 내일 잠깐 다녀올 곳이 있어요.”그녀의 말에 아주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밖으로 나간다고요? 두 집안이 두렵지 않으세요?”“두려워요. 정유준 씨가 돌아오면 얘기해주려 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니 오늘은 집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네요.”“오늘 사장님이 나가실 때 보니까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였어요.”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강하영은 정유준이 어디로 갔는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유독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내일 양다인이 그녀에게 해줄 얘기였다.아주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강하영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 녹음 펜을 찾아 충전하고 나서야 씻고 누웠다.다음날.알람 소리에 잠이 깬 강하영이 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다가왔다.“하영 씨, 사장님이 확실히 어젯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어요.”강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제가 늦게 연락해 볼게요.”아주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강하영도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집을 나선 뒤 콜택시를 불러 카페로 향했다.2층으로 올라가자 양다인 혼자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
‘정 어르신이라고?’귓가에 들리던 양다인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강하영은 자신의 셋방 침실에 있었다.공기 중에 짙게 풍기는 피비린내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침대에서 내려오려는데 손에 딱딱한 것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니 피에 물든 비수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강하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바로 비수를 내던졌고, 이와 동시에 자신의 몸에 대량의 혈흔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그녀는 온몸을 떨며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을 향해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그러자 바닥에 두 눈을 부릅뜬 채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발견하고는 순간 다리가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이어 총을 든 형사들이 방안으로 뛰어들었고, 형사를 보는 순간 강하영은 깨달았다.이 모든 건 바로 양다인이 짠 판이었다.형사들은 이내 강하영을 제압해 경찰서로 데려갔다.같은 시각, 난원.임씨 아주머니는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다급히 물었다.“허 비서님, 혹시 사장님과 함께 계십니까?”“대표님은 아직 바쁘시니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요.”허시원은 전화를 끊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정유준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임씨 아주머니 전화입니다.”“조용히 해!”정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허시원 쪽을 쳐다보며 고함을 치자 허시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말이 끝나자마자 소 노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정유준은 침대에서 조용히 잠든 여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 뒤 방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정유준! 네놈이 키우던 여자가 내 손녀를 죽일 뻔했어!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줄 알아!”소 노인은 전화기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자기 할말만
정유준은 턱이 뻐근해질 정도로 고개를 젖히고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강하영이 한 짓이라고 생각해?”“대표님, 강하영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지금으로선…….”허시원은 말을 하다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지금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경찰서로 가자.”정유준은 그 말을 남기고 몸을 일으켰다.경찰서.강하영은 몇 시간 동안 쉴 틈도 없이 심문을 받았는데, 형사가 던진 질문에는 하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강하영도 자신이 도대체 어떻게 카페에서 유림 아파트까지 와서 임해진을 죽이고, 양다인까지 찔렀는지 알고 싶었다.그저 정신을 잃기 전에 양다인이 그녀에게 했던 말만 기억날 뿐이었다.양다인이 주범이라는 것을 알아도 증거가 없었다. 모든 증거와 물증이 그녀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으니 지금은 그저 정유준이 자신을 구해주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 유치장 문이 열리며 여경이 입구에 서서 말했다.“강하영 씨, 나오세요.”강하영의 머릿속에 정유준의 모습이 떠오르며 바로 여경을 따라 나서자, 여경은 그녀를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문을 여는 순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강하영이 방에 들어서자 문이 닫혔고, 이어 그를 맞이한 것은 남자의 차가운 시선이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강하영은 그의 앞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한 짓이 아니야.”강하영의 피곤한 기색과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몸을 보며 정유준의 심장 한 구석이 옥죄어오기 시작했다.하지만 강하영이 임신했다는 사실에 마음 속의 연민은 분노로 완전히 뒤덮이고 말았다.“그걸 어떻게 믿어?”남자의 화난 어조에 강하영은 주먹을 꽉 쥔 채 미간을 찌푸렸다.“증거는 없지만, 어제 양다인이 먼저 연락이 와서 카페로 나를 불러낸 거야. 내 신분에 대해 얘기해 준다면서…….”강하영은 어제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유준에게 들려줬다.“이렇게 된 거야.”“그래서 복수하고 싶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아, 그런데 앞으로 나를 배신한 결과가 어떨지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남자는 차갑게 일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강하영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눈을 감았고, 흐르는 눈물이 뺨을 적셨다.처음부터 그랬듯 그는 그녀를 믿지 못했다.……보름 뒤.정유준이 청해온 변호사의 변호하에 법정에서 판결을 내렸다.임해진은 몇 차례 살인미수 전과가 있었고, 강하영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과잉방위에 의한 과실치사로 인한 살인으로 판명 받고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감옥으로 보내진 어느 날 오후.양다인이 강하영을 찾아왔다.두 사람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는데, 양다인은 강하영의 망가진 몰골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꼴이 말이 아니네.”강하영은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응시했다.“양다인, 그들이 한밤중에 너한테 찾아가 목숨이라도 앗아갈까 봐 겁나지 않아?”양다인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그럼 어쩔 거야? 네가 감옥에 있는 모습만 봐도 나는 기분이 좋거든! 오늘은 그날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서 찾아온 거야. 사실은 네가 바로 소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손녀야. 나는 그저 너와 소예준의 머리카락으로 DNA 감정을 했을 뿐이지. 좋은 팔자로 태어났지만 아쉽게도 나를 만난게 잘못이지 뭐.”강하영은 멍하니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강하영이 이성을 잃은 것을 보고, 양다인은 더욱 크게 웃기 시작했다.“흥분하지 마,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네가 왜 갑자기 기억을 잃었을까? 왜 하필이면 정유준을 구해줬던 일을 잊었을까? 다행히도 나는 네가 그때 정유준을 구한 장면을 기억해 뒀는데, 덕분에 이렇게 나한테 기회가 왔지 뭐야.”미친 듯이 웃다가 점차 일그러지는 양다인의 얼굴을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양다인의 말이 그녀의 심장을 찔렀고, 그 고통에 온몸의 전율이 멈추지 않았다.그녀가 바로 정유준을 구해준 사람이었다!양다인은 그저 수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