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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민경하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

강한서가 잊으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어젯밤 술에 취한 강한서가 차에서 한 말일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어제 강한서는 말을 살짝 직설적으로 하긴 했었다.

민경하는 헛기침을 하면서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부부 사이에 흔히 있는 일이잖아요. 저도 다 알아요.”

“...”

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알긴 뭘 알아!'

자신이 바지를 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두 사람이 목격했다고 하니 강한서는 정말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어두워진 얼굴로 이를 갈며 물었다.

“어제 하라고 한 회의 기록 정리는 했어요?”

민경하가 답했다.

“점심 12시 전에 올려드리겠습니다.”

강한서는 이때다 싶어 바로 그를 흘겨보며 차갑게 말했다.

“전에는 그날 바로 올리지 않았어요? 이젠 나이가 드셨나 봐요? 아니면 업무 능력이 떨어진 건가? 노력 안 하면 곧 민 실장 후배한테 밀리겠네요. 노력 좀 하세요. 제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되잖아요.”

“...”

민경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젯밤에 나한테 고아원에 함께 가자고 해서 늦게 올린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그곳만 가지 않았다면 내가 오늘까지 미뤄두진 않았을 거야!'

강한서의 기억력으로 절대 그 일을 잊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그가 일부러 그를 자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제 그건 그냥 사모님 앞에서 함께 밤을 보내자고 애교를 부린 게 아닌가? 전에 사모님이 외출하셨을 때도 술에 취해 사모님을 찾아대는 모습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잖아. 고작 그 일로 지금 이러는 거야?'

민경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침착한 어투로 말했다.

“대표님, 사실 어젯밤 그 일은 정말 별거 아니에요. 사모님께서도 신경 쓰지 않으실걸요? 게다가 두 사람은 부부 사이이니 전 정말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을 들은 강한서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10시에 올리세요!”

“...”

민경하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이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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