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가 그녀에게 보낸 사진은 네이버의 검색창을 캡처한 것이었다. 강한서가 검색한 내용은 [Outercourse의 조작법]이었다. 검색어도 이미 충분히 터무니가 없는데, 더 어이없는 것은 검색창 아래에 나온 검색 결과였다. 글을 작성한 사람이나, 그걸 믿는 사람이나. 전부 대단한 것 같았다. 강한서가 또 문자를 보냈다. 「문자 서술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는 게 더 직관적일 같아서 찾아보려고. 찾으면 공유해 줄까?」유현진: ...유현진은 강한서가 어떤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문자를 타자하는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뻔했다. 유현진은 강한서에게 야동 사이트를 보냈다. 「여기 다 있어.」유현진이 무엇을 보냈는지 궁금해 링크를 클릭한 강한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국내, 일본, 유럽, 미국...‘다양하게 보네!’그는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얼마나 본 거야?」유현진이 태연하게 답장을 보냈다. 「수도 없이 많이 봤지.」사실 보기는 무슨. 이런 야동 사이트는 동영상으로 시선을 끈 뒤 링크를 클릭해 들어온 사람들을 속여 인터넷 도박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검색하려고 해도 광고가 계속 나와 사람을 귀찮게 만들었다. 유현진이 강한서에게 보낸 것은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이트들을 하나하나 신고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불법 야동 사이트를 열심히 신고했지만 관리가 엄한 당시에만 잠깐 효과가 있었고 평소에는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트로 강한서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다 강한서도 확실히 유현진이 보낸 사이트에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런 사이트 중에 바이러스가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아무 링크나 클릭했다가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강한서는 유현진에게 파일을 보내며 말했다. 「이거 설치하면 아무 링크나 클릭해도 자동으로 바이러스를 없애 줄 거야.」유현진: …‘지금
한성우가 버럭 언성을 높였다. 「내가 한성우랑 죽마고우긴 해도, 나 걔랑은 다른 사람이야.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하지만—」강한서가 머뭇거렸다. 「내가 감시 잘해주면 추가 점수 있어?」유현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답장했다. 「지금 나랑 협상하자는 거야?」「내가 감히 어떻게 너랑 협상해.」강한서는 속성 과외라도 받은 사람처럼 말솜씨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난 당연히 뭐든 네 말에 따르지. 그냥 물어본 거야.」유현진이 웃음을 참으며 답장했다. 「아무튼, 뭐든 바로바로 알려줘. 보면서 점수 줄게. 50점에 200점 사이로.」한성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명 받들게.」옆집 902호. 한성우는 연속 재채기를 해댔다. 그는 코를 어루만졌다. ‘도둑이 내 욕을 하나?’유현진과 카톡을 끝낸 강한서는 바로 유현진이 보낸 야동 사이트를 신학에게 보냈다. 「해킹해!」신학: ???‘IT업계의 거물급 인물에게 야동 사이트나 해킹하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심문이 끝난 강민서는 바로 체포되었다. 한열의 변호사는 내일 아침이 되어야 도착한다고 했다. 그 말인즉 그전까지 강민서는 계속 수감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잠시 지구대 유치장에 수감 당했다. 한 방에 다섯 명씩 수감되었는데 대부분은 거리를 떠돌던 비행소년들이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노출이 많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입만 열면 욕설을 내뱉는 그들과 잠시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강민서는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때문에 유치장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경찰은 몇 번 호통을 치더니 더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서는 포기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에게는 신미정과 강단해 그리고 정인월도 있었다. 그들은 절대 그녀를 이곳에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집 딸인지 어필하다가 또 자신을 가둔 경찰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끊임없이 떠들었다.
강민서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도 손을 들어 뺨을 때리려는데, 그녀가 손을 올리기도 전에 나머지 두 사람에 의해 손이 잡히고 말았다. 하연우가 손을 들어 또 강민서의 뺨을 두 번 내리쳤다. 강민서가 특별히 신경 쓴 헤어가 순식간에 산발이 되었다. 그녀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당직 경찰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유치장의 문을 열지 않고 철창 앞에 서서 안을 들여볼 뿐이었다.“뭐 하는 짓이야?”하연우 일행이 강민서의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장난 좀 쳤어요.”경찰이 철창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조용히들 합시다.”몇 명이 힘을 합해 강민서가 하고 있던 액세서리를 빼앗았다. 액세서리를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강민서를 모욕해 화풀이하기에는 충분했다. “오늘 너한테 예절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줘야겠어!”하연우가 강민서의 드레스를 찢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었다. “그래, 난 몸 팔았어. 하지만 내 딸은 너보다도 철이 들었어.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어떻게 하는 게 예의 바른 건지 안다고. 개처럼 아무나 물어뜯지 않아! 넌 기생년 딸보다도 못해. 유치장에 갇힌 넌 뭐 얼마나 대단한데?”하연우는 강민서의 뽀얀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강민서는 전해지는 고통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몰려오는 공포감에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하지만 입이 틀어막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고귀하신 출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결국 우리처럼 버러지 인생이랑 같이 갇혀 있는 신세잖아? 그래서 넌 뭐가 그렇게 고귀하신데?”하연우는 강민서의 제일 야들한 곳만 골라 꼬집고 있었다. 두려움과 고통이 함께 밀려와 강민서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 피부의 이곳저곳이 파랗게 멍이 들고 나서야 하연우는 강민서를 놓아주라고 눈짓했다. 그녀는 손등으로 강민서의 얼굴을 툭 치며 말했다. “상대방이 좋게 얘기할 때 잘 들어. 여기 네 그 더러운 성격 받아 줄 사람 없으니까.”침을 찍 내뱉은 하연우가 몸
전화를 끊은 안창수는 한열의 전화번호를 유현진에게 전송했다. 카톡을 확인하니 한열의 프로필 사진은 티베탄 마스티프였다. ‘이 자식은 남들이 자기를 부르는 별명을 알고 이걸 프로필 사진으로 한 거야?’유현진은 카톡으로 한열에게 자기의 신분을 밝히며 친구 추가를 보냈다. 한참을 기다려도 한열이 친구 추가를 수락하지 않자 잠시 생각하던 유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상대방은 대스타였다. 아마 그녀가 누구인지 기억도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에 유현진은 휴대폰을 한쪽에 놓아두었다. 같은 시각, 침대에 엎드려 있던 한열은 카톡 알람 소리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새로 들어온 친구 추가를 발견한 그는 “휙”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의 매니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 웬 지랄이야?”한열은 웃통을 벗고 침대 위에 꿇어앉아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 “여신님이 나한테 친구 추가를 보냈어!”매니저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 ‘저렇게 없어 보이는 꼴이라니. 저 꼴이 어딜 봐서 요즘 제일 핫한 아이돌이야? 모자란 놈 같아!’침대에서 내려온 한열은 슬리퍼도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 다녔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친구 추가하면 뭐라고 말해야 해요?”“넌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연봉은 2억에,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 데다 여태 모태 솔로라고 어필해 봐.”한열이 입술을 씰룩이며 욕을 내뱉었다. “병신.”매니저가 콧방귀를 뀌었다. “네 여신님에게 잘 보이고 싶지 않아?”한열의 귀가 빨개졌다. “같이 촬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다른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매니저가 말했다.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맞아. 너, 네 여신님 전남편이 누군지 알아?”한열은 순간 어제저녁 자신의 혈 자리를 눌러주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누군데요?”“한성 그룹의 후계자, 강한서.”매니저는 자신이 알아 온 소식을 한열에게 들려주었다. “어제저녁부터 강씨 가문에서 계속
강한서는 한다면 해내는 성격이었다. 그는 아무도 강민서를 유치장에서 꺼낼 수 없도록 명령했다. 신미정은 밤새 여기저기 사정을 해보았다. 찾을 만한 사람은 전부 찾았지만 아무도 강민서를 꺼내지 못했다. 꺼내는 것은 물론, 경찰 측에서는 면회도 거절했다. 신미정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날이 밝기도 전에 정인월에게 부탁하러 본가로 향했다. 정인월은 어젯밤 이미 강민서의 일을 알게 되었다. 신미정이 정인월을 찾아갈 것을 예견한 강한서가 강단해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본가로 향했다. 강한서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실대로 정인월에게 알려주었다. 그중에는 강민서가 그동안 한 짓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한서의 얘기를 들은 정인월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게 된 정인월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한 번 당해보는 것도 배움이 되고 나쁘지는 않겠지. 그때 민서를 네 엄마에게 맡긴 것을 후회하는 중이란다.”정인월은 신미정이 본가로 찾아와 소란을 피울까 봐 어젯밤 미리 성수시에 있는 펜션으로 향했다. 그러니 신미정은 당연히 허탕을 쳤다. 그녀는 정인월을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진씨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신미정은 그제야 이번엔 정인월이 진심으로 강민서의 일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새하얘진 얼굴로 본가를 나왔다. 돌아가는 길, 서해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미정 언니, 어떻게 됐어요? 민서 나왔어요?”신미정의 눈에는 실핏줄이 가득했다. 그녀는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이요. 한서가 미쳤어요. 제가 민서를 절대 빼낼 수 없게 만들었어요.”서해금이 말했다. “한서가 화가 많이 났나 보네요.”신미정이 갑자기 말을 이었다. “해금 씨, 혹시 민서를 꺼내줄 만한 사람 있어요?”서해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니, 제가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라, 강씨 가문 사람의 태도가 그렇게 확실한데,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끼어들겠어요?”신미정이 입술을 짓이겼다.
송병천이 입술을 짓이겼다. “외삼촌이랑 외할머니 뵈러 고담시로 돌아갔어.”그의 말에 서해금을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온 지도 오래됐으니 가봐야죠. 두 분 몸은, 건강하시대요?”“건강하신 것 같아.”송병천이 대충 얼버무렸다. 그는 핑곗거리를 찾아 이내 자리를 피했다. 서해금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허리에 둘려 있는 벨트를 가볍게 매만졌다. 유현진은 하루 종일 대본을 읽고, 인기 드라마를 몇 회째 보고 있었다. 저녁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 차미주는 이어폰을 꽂고 대본 수정 중이라 유현진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해어담의 직원이 서 있었다. 두 명의 직원이 물건을 바리바리 들고 문이 열리자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주문하신 해어담 배달 서비스가 도착했습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잠시 멍해진 유현진이 말했다. “배달시킨 적 없는데요.”직원이 적혀있는 주소를 확인했다. “클라우드 아파트 7동 901호, 차미주 님, 전화번호 010-XXX, 맞나요?”“미주?”유현진이 말했다. “잠시만요.”그녀는 다시 집으로 들어와 차미주의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을 빼고 차미주에게 물었다. “너 해어담 배달시켰어?”차미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직원분께서 네가 시켰다고 하시던데. 주소도 전화번호도 전부 네 거야.”차미주의 두 눈이 반짝였다. “이렇게 좋은 일도 있어? 빨리 들어오시라고 해!”유현진: ...차미주가 입구로 뛰어가 직원을 반겼다. 손발이 빠른 두 직원이 재빨리 움직여 10분 만에 세팅을 마쳤다. 차미주가 튀김을 다 먹고 나서야 직원에게 물었다. “이거, 이미 계산된 건가요?”“네, 계산하셨어요.”직원이 차미주에게 계산서를 건넸다. “확인해 보세요.”계산서를 힐끗 훑은 차미주는 너무 놀라 눈알이 영수증 위에 튀어나올 것 같았다. ‘세상에, 40만 원? 비싼 것만 시킨 건가?’유현진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시킨 거야?”
차미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네가 시킨 거야?”한성우가 헛기침했다. “그, 뭐냐. 네가 해준 밥 얻어먹기만 했잖아. 보상하는 거야.”차미주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강한서만 아니었으면 이미 한성우를 쥐어팼을 것이다!한성우는 와인을 가지고 들어오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번엔 82년산 라피야. 이 정도면 성의 있지 않아?”그의 말에 차미주가 솔깃해했다. 그녀는 한성우의 손에 들린 술병을 힐끗 쳐다보니 확실히 촬영팀에서 봤었던 술병과 같은 포장이었다. 차미주가 의심하듯 물었다. “설마 가짜 술병으로 날 속이는 건 아니지?”한성우가 말했다. “만약 이게 가짜 술이면, 내가 술병을 삼킬게.”차미주의 얼굴에 그제야 환해졌다. 그녀는 한성우 손에 있던 술병을 가져왔다. “라피를 봐서, 허락할게.”그녀는 술병을 안고 주방으로 향했다. 한성우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그녀를 따라들어갔다. 유현진과 강한서는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다. “내려가서 좀 걷자.”유현진이 잘 세팅되어 있는 음식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 아직 밥 안 먹었어.”미소 짓는 강한서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웠다. “나가서 맛있는 거 사줄게.”강한서에게 강민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아내고 싶었던 유현진이 그의 제안을 동의했다. 집을 나서며 유현진은 지갑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챙겼다. 클라우드 아파트 근처에는 야시장이 있었다. 6시 이후에는 길거리 음식과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유난히 더운 하루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간에도 바닥은 여전히 열기로 가득해 땀이 흘렀다. 유현진은 반바지와 가벼운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더위가 느껴졌다. 더위에 공기마다 답답하게 느껴졌다. 날씨 정보에는 오늘 점심에 소나기가 있다고 했었지만 하루가 다 가도록 비는 내리지 않았다. 콧등의 땀방울은 집을 나설 때부터 떨어지지 않았다. 유현진이 힐끗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는 그녀와 같은 계절을 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신혼이 아니라, 이혼이요.’그래도 그는 “네”라고 대답했다. 남자가 말했다. “아내분 아름다우시네요. 우리 와이프보다는 조금 못하지만.”강한서: ...“아내분이...”“그쪽 아내분 왼쪽에 있어요. 꽃무늬 원피스 입은.”강한서가 고개를 돌려 유현진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침묵했다. ‘복스럽게... 생겼네.’그 여자는 남자와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통통하고 둥근 얼굴형에 팔뚝은 유현진의 배는 되어 보였다. 남자가 말했다. “애 낳기 전에는 엄청 말랐었어요. 아이를 낳고나서 살이 쪘죠. 사실 뚱뚱한 것도 아니에요. 제 눈엔 예쁘기만 하거든요. 아이 없으시죠?”강한서가 말했다. “저희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요.”남자가 놀라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안 낳는 것도 괜찮죠. 죽을 고비를 넘긴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우리 와이프는 임신했을 때 너무 잘 먹어서 애가 많이 컸거든요. 분만실에서 하루 꼬박 있었는데, 정말 심장 두근대서 혼났어요.”남자의 말을 들은 강한서는 순간 멍해졌고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이 더 확고해졌다.“강한서!”유현진이 고개를 돌려 그를 불렀다. 강한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유현진에게로 다가갔다. 유현진은 검은색 망사 티셔츠를 들고 눈대중으로 사이즈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눈을 반짝거렸다. “이건 무조건 시원할 거야.”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건 춤출 때나 입는 무대의상이잖아?’“반바지도 있어.”유현진이 두 손으로 반바지를 펼쳐 보여주었다. 반바지를 확인한 강한서가 침묵했다. 바지와 망사 티셔츠는 한 세트였다. 시키니한 사각팬츠였고 망사였다.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지의 앞부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유현진도 바지를 펼쳐보고 나서야 앞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노출이 많은 옷인가 했더니, 플레이용 복장이었다!그것도 바짓가랑이 부분이 없는!‘대체 누가 디자인한 거야?’주위에 구경하러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