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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9화

“꽃도 민 실장님이 고르신 거지?”

한현진이 꽃을 만지며 물었다.

“역시 민 실장님 안목이 좋아. 싱그러운 것 좀 봐.”

강한서가 그만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꽃은 제가 산 거예요.”

한현진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꽃은 왜 샀어?”

“전—”

강한서가 한현진의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꽃 파는 여자아이가 불쌍해 보이길래 전부 사 왔어요.”

‘개자식, 한번 답답해 보라지.’

한현진이 콧방귀 뀌었다.

“어쩐지 시들시들하더라니, 땡처리하는 걸 사 온 거네.”

그녀의 말에 강한서는 어리둥절해졌다.

‘민 실장이 사 온 줄 알았을 땐 싱그럽다고 하더니, 내가 사 온 거라니까 시들시들하다고?’

강한서는 꽃다발을 노려보며 화가 난 듯 꽃망울 하나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곤 차에 탈 때까지 한현진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강한서의 모습에 한현진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땐 겨우겨우 참았지만 아무도 없이 단 둘뿐이자 그는 온 얼굴로 기분을 드러냈다.

‘이런 같잖은 연기력으로 무슨 기억 잃은 척을 해.’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곳은 한성대학병원이었다. 이곳에서 검진과 진료를 받는 사람은 대부분 퇴직한 공무원이거나 연예계의 배우들이었다. 개인 정보 보호와 기밀성이 좋은 병원이었다.

한현진의 주치의는 한준우의 선배였고 전에 이미 진료를 보인 적이 있던 터라 한현진의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강한서는 검진 내내 한현진 옆에 붙어있었다. 검진 결과를 받을 때마다 그는 한참을 들여다보며 확인하곤 했다.

그 모습에 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의사도 아니고, 보면 알아?”

강한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아직도 아침 일 때문에 화가 난 듯했다.

한현진이 입을 삐죽이며 마음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쪼잔하긴.’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던 의사가 갑자기 놀란 기색을 보이더니 곧 미간을 찌푸리고 모니터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표정이 조금 굳어져 있었다.

한현진의 심장도 같이 덜컹 내려앉았다. 매번 검사를 진행할 때마다 의사의 갑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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