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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7화

‘남자는 전부 그런 말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다른 남자는 어쩌면 좋아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강한서는 절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할 때면 강한서는 말했다.

“혀가 문에 끼이기라도 한 거야?”

그는 좋아하는 사람의 애교 섞인 말투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애교는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요즘 기억 잃은 척하느라 고생 좀 하셨겠네.’

민경하가 말했다.

“대표님 지금 회의 중이라 전화 받기 어려우니 말씀하시면 제가 전달해 드릴게요.”

“회의는 언제쯤 끝나요?”

“글쎄요. 회의 내용에 따라 시간이 다르겠지만, 짧게는 30분, 길면 3, 4시간 정도—”

이런 쓸데없는 말이나 들으려 전화한 것이 아니었기에 송가람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 올라가서 기다릴게요. 민 실장님, 내려와서 안내 좀 해주시겠어요?”

“...”

민경하가 고개를 들어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잔뜩 일그러진 강한서의 얼굴이 민경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능력하기는.”

민경하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공장에 가셨다고 얘기할걸.’

전화를 끊은 민경하가 휴대폰을 강한서에게 돌려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강한서가 민경하를 사무실 밖으로 걷어차 버렸다.

바리바리 물건을 들고 온 송가람은 민경하를 보자마자 그에게 물건을 들어달라고 했다.

같은 인간이었지만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현진은 수도 없이 회사에 왔었지만 단 한 번도 직원에게 짐을 들게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송가람은 마치 그것이 당연한 듯 행동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자 송가람은 민경하에게 며칠 동안 강한서의 행적을 묻기 시작했다.

민경하는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출근, 헬스 그리고 가족을 만났다는 것이 전부였다. 송가람은 원하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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