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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0화

‘안 넘어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현진이 막 몸을 일으켜 사과하려는데 귓가에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컴컴한데 날 유혹하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순간 으스스 소름이 돋은 한현진이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명석은 등받이 기대앉아 입꼬리를 씩 올린 채 여유로운 눈빛으로 한현진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가씨, 다른 사람 시야 다 가리셨네요.”

뒷좌석의 관객도 입을 열었다.

“서 있지 말고 얼른 앉아요. 영화 시작했잖아요.”

한현진이 굳은 얼굴로 좌석을 확인했다.

‘젠장, 지지리 운도 없지.’

정명석의 옆자리였다.

은서가 한현진의 손을 잡아당기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안 앉냐는 눈빛이었다.

심호흡을 내쉰 한현진이 은서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은서를 가운데 앉히며 정명석과 떨어졌다.

타이틀이 지나가고 본영화도 이미 시작되었다. 한현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자기를 쳐다보는 정명석의 뜨거운 눈빛이 느껴졌다.

한현진은 내색하지 않고 모자를 더 푹 눌러썼다.

옆에서 풉하는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한현진은 모른 척 영화에 집중했다.

‘정명석 이 자식은 귀신처럼 따라붙네. 제일 좋은 전 애인은 죽은 것처럼 지내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얜 왜 이렇게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거야?’

특히 강한서가 행방불명됐을 때, 정명석은 가짜 연애로 강한서를 나타나게 하라는 제안을 했었다.

사심이 없지 않고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 한현진의 생각이었다.

“살의”는 개봉 후 지금까지 9일 사이 총 400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설 연휴 기간 개봉한 영화 중 누적 관객수 5위를 차지했고 1위는 오늘까지 이미 1500만 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해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다행히도 연휴가 끝난 후로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영화의 관객수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살의”는 오히려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영화 편성률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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