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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1화

굳은 얼굴의 한현진의 머릿속에는 이성과 욕심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강한서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

말을 마친 그녀는 심장 근처를 부여잡고 생각했다.

‘한현진, 정말 못났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마주한 강아지처럼 반짝이는 강한서의 눈을 마주하자 또 생각했다.

‘좀 못나도 뭐 어때. 강한서가 더 못나 보이는데.’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전 민 실장에게 전화할게요.”

목소리를 가다듬은 한현진이 말했다.

“나도 오빠한테 전화할게.”

한현진은 휴대폰을 들고 한쪽으로 걸어가 송민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오빠, 바빠요?”

송민준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친구랑 술 마시고 있어. 왜?”

룸에서 나온 듯 전화 너머의 시끄럽던 소리가 순간 사그라들었다.

“별일은 아니고...”

한현진이 떠보듯 말을 꺼냈다.

“오빠, 오빠 도장 오빠한테 있어요?”

송민준은 한현진의 물음에 대답 대신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내 도장은 왜?”

“아니, 지난번 부동산 명의 변경했었잖아요.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하려고요.”

한현진은 송민준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혼인신고 할 때 증인의 도장이 필요한 것 때문이라고 얘기하면 그는 제일 먼저 도장을 숨길 것이 분명했다.

지금 송민준과 송병천에게 강한서는 아직도 기억을 잃은, 관찰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송민준이 말했다.

“내 도장은 아버지가 숨기셨어. 네가 강한서에게 속아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나에게 증인을 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내 도장을 가져가셨어.”

“...”

뭐든 대충 흘려보내던 아버지가 이런 일에선 전에 없던 명석함을 보였다.

“아빠도 참. 내가 그런 멍청한 일을 하겠어요?”

한현진이 나지막이 불평했다.

송민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오히려 아버지가 선견지명이 있으셨다고 생각해.”

“...”

“친구가 불러서 먼저 끊을게.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은 나중에 내가 사람 시켜서 마무리할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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