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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5화

한현진이 끝내 찾지 못했던 여권은 어느 날 대청소를 하던 중 도우미 아주머니가 침대 시트 아래에서 발견했다. 그날 이후 강한서는 두 번 다시 한현진에게 여권을 맡기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혼 후 한현진은 자주 사용하는 신분증 같은 증명서는 전부 챙겼지만 유독 여권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탓에 깜빡 잊고 아름드리에 두고 나왔었다.

강한서가 건네는 여권을 받아 든 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강한서 씨는 지금 저와 결혼한 사이도 아니잖아요. 굳이 갈 필요 없어요.”

그 말에 강한서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 어렸을 때부터 민준이와 함께 자랐어요. 전에 제가 사고 났을 때도 민준이도 최선을 다해 절 찾았잖아요. 민준이에게 사고가 난 지금, 제가 어떻게 가만히 지켜만 보겠어요.”

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강한서의 두 눈에서 뭔가를 뭐라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강한서의 눈빛은 늘 그렇듯, 전과 다를 바 없이 덤덤할 뿐이었다.

송병천이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아, 출국 심사해야 해.”

그제야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려 송병천에게 대답했다.

가족이 해외에서 사고를 당한 데다 송병천은 공항의 VVIP이기도 했다. 대사관 측에서 상황 설명까지 해 준 덕에 세 사람은 빠르게 출국 심사를 마치고 라운지에서 비행기가 이륙하기를 기다렸다.

잔뜩 긴장한 송병천은 말할 기력도 없는 것 같았다. 물론 한현진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오늘 밤 강한서의 이상한 행동에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었다.

“오늘부터 연휴잖아요. 회사 일은 마무리했어요? 강한서 씨가 없어도 괜찮은 거예요?”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녀는 강단한이 아직 회사에서 조용히 숨죽인 채 강한서를 끌어내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지금 이 타이밍에 강한서가 회사를 비우는 건 그리 이성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강한서가 시선을 내린 채 대답했다.

“회사엔 민 실장이 있어요. 지금 중요한 건 민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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