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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지금은 자전거가 아니라 스쿠터이고 페달을 밟고 있는 남자는 임재욱이며 뒷좌석에 앉아 있는 유시아다.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떠올렸던 그때 그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화면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산이 있기 때문이다.

제법 신이 난 모습인 임재욱은 틈새 유시아에게 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다만 바람 소리가 너무 강하고 양쪽에 차가 수없이 지나가서 유시아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소리 높여 다시 물어보았는데.

“뭐라고 그랬어요?”

임재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실은 조금 전에 유시아에게 기쁘냐고 물었었는데, 정작 물음을 던지고 나서 자신이 하찮아 보였다.

그래서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어느 한 식당 앞에 멈춰 섰다.

저녁을 먹고 나서 근처 백화점으로 향해 임태훈의 선물을 고르려고.

미대생이라 보는 안목이 자기보다 낫다고 판단하면서 일부러 유시아를 데리고 가려는 것이었다.

집사한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임태훈은 요즘 어메랄드에 빠져 있다고 한다.

임재욱은 유시아를 데리고 쥬얼리 가게로 들어가 어메랄드 장식품과 공예품을 보기 시작했다.

진열대 앞에 선 유시아는 어메랄드 배추와 어메랄드 말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서 비교하려고 했는데 점차 넋이 나가버렸다. 5년 전 그날이 떠오르면서.

그때 그녀는 임재욱의 여자 친구로 댁으로 방문을 했었다.

임태훈에게 선물로 드렸던 금실 녹나무 지팡이가 있었는데 해외에 있는 친구를 통해 특별히 공수해 온 것이었다.

극히 보기 드문 귀중한 물건으로 임태훈 역시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었다.

임태훈은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어른으로서 유시아와 자주 연락도 했었다.

아랫사람한테 지시까지 내려 유시아에게 임씨 가문 고택을 소개해 주었고 임청아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거듭 당부도 했었다.

5년이 흐르고 다시 임재욱의 여자 친구로서 임태훈 앞에 서게 될 것인데, 그 역시 내심 감탄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칠순 잔치에 유시아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임태훈이 얼마나 언짢아하고 노여워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할 것인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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