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소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밑장을 다 들켰으니 진 것과 다름없네요.”

말을 마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 들었다.

“그럼, 오늘 밤 유시아 씨는 내 것이에요. 그 돈은 모두에게 밥 한 끼 산 거로 칠게요.”

이 말을 한 뒤 소현우는 돌아서서 떠났다.

임재욱은 멋지게 걸어가는 소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참았던 말을 뱉어냈다.

“소 대표님, 하룻밤 즐기고 잊지 말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내 앞에 데려와요.”

소현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오늘 밤이 지나 봐야 알겠죠.”

그 말을 끝으로 소현우는 문을 열고 나갔다.

룸안에는 주 대표가 아직도 미인을 놓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아까까지 그들과 카드 게임을 하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이미 여자들에게 가서 즐기고 있었다. 혼자 테이블에 앉아 깊은 고민에 빠진 임재욱의 모습은 룸안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소씨 집안은 정운시에서 수년 동안 활동해 왔으며 밑바닥부터 성장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항상 겸손한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소현우의 경력들이 전설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미디어 카메라로 포착하기 가장 어려운 부자였다.

평소 주목 받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 한 여자를 위해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임재욱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 카드 게임으로 인해 임재욱은 소현우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적의를 느끼게 되었다.

프레지던트룸 안,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소현우는 침실의 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여자의 피부는 눈꽃처럼 하얗고 귀밑까지 오는 단발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이미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다. 입고 있던 튜브톱 드레스는 경호원들과의 치열한 몸싸움으로 인해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녀의 순진하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남자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녀의 주위로 풍겨 나오는 묘한 분위기에 소현우는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 여자는 유병철의 딸이다...

소현우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는 바로 그녀를 안고 이불 안에 눕혀 준 뒤, 침대 위에 남은 베개를 들고 침실을 나와 거실 소파 위에 올려놓고 혼자 누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5시 30분, 소현우는 제시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것은 그가 수년간 비즈니스를 하면서 생긴 습관이었고 절대로 바뀌지 않았다.

날은 이미 밝았고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장을 발견했다.

「고맙습니다. 소 대표님.」

단정하고 귀여운 글씨체가 딱 봐도 소녀가 직접 쓴 것이었다.

소현우는 몸을 일으켜 침실로 갔다. 예상대로 비어있었다.

유시아는 한밤중에 깨어나서 소현우에게 메모만 남기고 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돈이 없어 택시도 타지 못하고 그녀는 어둠 속에서 새벽에 날이 밝을 때까지 4시간이나 걸었다. 너무 힘들어서 현기증이 나고 다리가 아파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동네 주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아침 장사를 하는 가게들은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향긋한 음식 냄새가 멀리까지 펴져 갔다. 가게 문 앞에서 단팥빵을 팔고 있던 사장님은 유시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예쁘장한 여자가 도발적인 클럽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으니,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시아는 그 시선에 얼굴이 빨개져서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유병철이 살아 있을 때 사둔, 30평이 조금 넘는 2침실 주택이었고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기에 도어락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유시아는 옆집의 문을 두드려 보조배터리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