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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경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섣달그믐달이 다 되었다.

설날은 일 년 중에 백성들이 제일 기뻐하고 기대되는 명절이다. 집집마다 다과와 다양한 음식들을 준비해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런 화목한 날에 연왕비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죽음은 연왕부에서조차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연왕 일가가 경성에 도착하여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편, 송석석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연왕 일가가 방문하여 혜 태비가 접대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시만자는 말채찍을 마차꾼에게 건네면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꽉 쥐고는 지금이라도 연왕에게 주먹을 내려치고 싶었다.

사여묵은 옆에서 미간을 찌푸리고는 혼잣말을 했다.

“외출할 때 진성에 도착하지 않은 걸 생각해 보면 아마도 방금 진성에 도착했다는 건데… 태후에게 문안을 드리지 않고 바로 북명황실을 찾는다니, 내가 연왕을 너무 얕잡아 봤군.”

송석석도 미간을 찌푸렸다.

“북명황실에 먼저 문안을 드린 것은 황제에게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상국에는 북명왕만 있고 황제는 없다는 뜻이 담겨 있지요.”

사여묵은 송석석의 슬픔을 알고 있었다. 동시에 그 일가의 사람들은 보기 싫은 마음이 클 것이라 생각했다.

“그대는 일단 매화원에서 쉬는 게 나을 듯하오. 상황은 내가 잘 살펴보겠소.”

하지만 송석석의 눈빛에 살의가 서렸다.

“아니요. 제가 직접 말씀드릴 겁니다. 연말에 부고 하나 전해 드리면 무척이나 좋아하실 겁니다.”

사여묵은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걱정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러지 마시오. 그냥 차라리 우는 게 어떻겠소.”

연왕비가 죽고 나서 송석석은 눈물을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었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연왕과 장공주의 관계를 알려 주었을 때도 침착을 유지했다.

사여묵의 말에 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

‘울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지 않은가.’

울면 이미 상처 난 마음에 다시 살점을 도려내는 것과 같았다. 눈물을 흘린다 하여 가족을 잃은 아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

송석석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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