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사여령이 눈물을 글썽이며 사여묵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연왕은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못 들었느냐? 우리한테 나가라고 하지 않았느냐!”사여령은 눈물을 흘리며 사여묵과 송석석에게 예를 취하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나머지 사람들도 콧방귀를 뀌며 밖으로 나가고 측실 김씨는 여전히 우아함을 유지한 채 예를 올렸다.“태비마마, 안녕히 계십시오. 소첩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김 측비는 나가기 전 시만자에게 묘한 눈빛을 주었다. 시만자는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혜태비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조금 전까지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예의 바르고 착실한 아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이처럼 양심을 상실한 인간들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연왕비가 죽었다는 소식에 사여령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슬픈 내색 하나 비추지 않았다.그리고 옥영과 옥경 현주는 친모가 청목암에서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혜태비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출궁하여 아들과 며느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갈 생각이었고 당연히 자식들이니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만약 자식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면?사여묵은 혜태비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혜태비는 다급히 일어나 송석석을 거들며 연왕 일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고는 다가가서 며느리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그런 인간들 때문에 화낼 거 없다. 연왕비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고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를 거야.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송석석은 시어머니의 위로를 받고 갑갑했던 속이 그나마 풀렸다.“가서 좀 씻고 준비되면 입궁하자구나.”혜태비는 어린애 달래듯이 송석석을 달래다가 멀뚱멀뚱 서 있는 아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넌 왜 가만히 서 있는 게야? 어서 같이 들어가지 않고. 석석이 손 차가운 것 좀 봐. 부군인 네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어?”사여묵은 처음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다.어릴 때도 꾸중은 많이 들었지만 그가 무
목욕을 마친 뒤, 송석석은 화려한 예복으로 갈아입었다.그리고 분을 얇게 발라 창백한 안색을 가렸다.황가의 연회이고 종친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기에 지켜야 할 예법도 많았다.그녀는 거울 앞에서 길게 심호흡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애썼다.‘이 슬픔 역시 지나갈 거야. 적응해야 해.’그녀는 그렇게 속으로 되뇌었다.거울 속에는 화려한 비녀에 빛나는 목걸이까지 착용한 아름다운 여인이 앉아 있었다.사부님이 혼수로 준비해 주신 장신구들이었다. 값비싼 동주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상자째 보내오신 분이었다.귀걸이 역시 같은 계열인 동주 귀걸이로 착용해서 귀티가 풍겼다.눈가의 미인점은 오늘따라 더 선혈처럼 빨갛게 돋보였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깔아 분노로 폭발할 것 같은 살기를 감추었다.사여묵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자.”예복을 갖추어 입은 사여묵은 훤칠한 키에 준수한 용모를 남김없이 자랑하고 있었다. 송석석은 그를 향해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예, 어머님을 오래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되지요.”혜태비는 평소에 비해 단촐하게 단장했다. 연한 색상의 옥비녀에 붉은 산호 목걸이를 착영하려다가 돌아간 연왕비가 떠올라 목걸이를 내려놓고 평소에 늘 하고 다니던 옥팔찌도 뺐다.한녕은 사랑스럽게 단장한 서우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연붉은 치맛자락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용모에 빛을 더했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서우의 손을 잡은 채 다가와서 차례로 혜태비와 사여묵, 송석석에게 인사를 올렸다.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서우의 얼굴에 비친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며 송석석은 위안을 삼았다.“부상이 나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 다니렴.”태비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며칠 함께 지내다 보니 혜태비는 예의 바르고 온순한 서우에게 호감을 느꼈다.“예, 태비마마.”서우는 그제야 뛰던 것을 멈추고 공손히 말했다. 사실 이제 뛰는 것 정도는 거뜬했지만 태비마마의 말씀을 거스를 필요는 없었다.고모가 출가할
혜태비에게 계속 위로의 말을 듣는 것도 죄송스러운 일이었다.그녀는 서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다. 기분이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연회에 가면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어.”그녀는 일부러 가벼운 우스개로 분위기를 띄웠다.혜태비와 한녕마저 그녀의 거짓말에 속은 듯했다.매년 있는 궁중 연회이지만 그 규모가 상당하니 매번 설레고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곳곳에 채색등이 걸려 있고 복도에는 유리등으로 대낮처럼 궁궐을 밝혔다.연왕은 일가족들과 함께 태후와 황제 내외를 알현했다. 황태후는 선황의 동생인 연왕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그가 첩을 총애하고 정실을 홀대했다는 소문이 이미 경성까지 퍼진 탓이었다.연왕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들 그녀가 병세가 깊어 못 온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단 신의가 친히 보살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연왕과 김 측비에게만 맡겼더라면 아마 진작에 명을 달리했을 것이다.황태후는 넌지시 연왕비의 안부를 물었다.당연한 인사말이고 황태후도 이들이 진실을 말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왕의 태도가 이상했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송석석이 연왕비의 죽음을 까발리기 전이었다면 예전처럼 그냥 병이 깊어 외출이 힘들다는 핑계를 댔겠지만 북명 왕부 사람들이 다 알게 된 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궁중 연회에서 송석석이 갑자기 이 일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겠지만 이 일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그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며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마마,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왕비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사옵니다.”순간 태후가 들고 있던 찻잔을 놓치며 바닥에 떨어졌다.“뭐라?”황제와 황후도 당황한 얼굴로 연왕에게 시선을 보냈다.게다가 왕비가 사망했는데 바로 돌아가지 않고 일가족을 데리고 경성에 머무르는 연왕의 행동도 이상했다. 궁중 연회보다는 당연히 왕비의 장례가 먼저가 되어야 하지 않은가!“그럼 어서 연주로 돌아
선황 문제는 의귀비를 총애했기에 그녀의 자식인 장공주도 무척 총애했다. 영비는 장공주를 맡아서 돌보게 되면서 수많은 하사를 받았다.지금은 영태비가 되어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다른 태비들에 비하면 존재감이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선황이 세상을 떠나고 같이 순장하거나 절에 보내진 다른 비빈들보다는 나았다.품계로 따지면 윗순위에 속했지만 후궁은 품계만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 아니었다.선황은 연왕에게 영지를 내려 멀리 보내고 영태비는 궁에 남겼다. 그것은 연왕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현재까지 연왕은 무능하고 미색을 좋아하는 별 볼일 없는 친왕이었다.그래서 황제는 은혜를 베풀어 영태비를 연왕부에 보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다.하지만 연왕비의 부고 소식을 듣자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어차피 궐에는 장공주도 있고 장공주도 영태비의 자식이니 그리 급하게 서두를 건 없었다.연왕은 일가족과 함께 대전을 나와 영태비를 뵈러 장수궁으로 갔다. 마침 장공주도 그곳에 있었다.이미 백발이 된 영태비는 아들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달려 나왔다.그들이 큰절을 올린 뒤, 영태비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안부를 물었다.연왕은 장공주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구나.”사실 남매라고는 하지만 연왕과 장공주는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나 날짜도 이틀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장공주가 말했다.“3년 만인가요, 오라버니?”“그래. 지난번에 왔을 때는 왕비의 친척인 송가 여식의 혼사 때문이었지.”연왕은 송석석을 떠올리자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송석석 얘기가 나오자 장공주도 불쾌한 표정으로 망토를 여미고는 밖으로 나갔다.연왕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송가의 여식이 마음에 안 들어?”장공주가 싸늘하게 말했다.“마음에 안 들기만 하겠어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거슬리는 계집이에요.”연왕이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아이는 송회안의 여식이야.”송회안 얘기가 나오자 장공주의 두 눈이 증오로 가득 물들었다. 가
연왕도 몹시 화가 났다."그년이 언제 죽든 상관없다. 만약 죽었다고 해도 한참 후에 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송석석이 이 모든 것을 망쳐버려서 태후와 황제께서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 나는 어떻게 진성에서 머리를 쳐들고 다닐 수 있겠냔 말이다!"장공주도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그를 달랠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건드리지 말고 참으시지요. 그들이 막 공을 세우고 돌아온 상태라 조정과 민간에서 명망이 높으니 예봉은 피하고 조용하게 군사를 모아야 하옵니다. 그리고 시씨 가문과의 혼사는 서두르세요. 시만자는 남강 전장에 나선 적 있는 자이니, 만약 그녀를 얻는다면 군사를 모으는 일이 한결 쉬워질 것입니다. 게다가 시씨 가문이란 배경에 적염문까지 돕는다면 언젠가 반드시 대성을 거두게 될 겁니다."그러자 연왕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시철진은 무성의해 보였다. 시만자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자인데 그런 그녀를 첩으로 삼아 내 곁에 두겠다는 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그 어리석은 여인이 청목암에서 있었던 일도 알고 있을 터이니, 그녀 또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시만자를 얻지 못한다면, 시씨 가문의 다른 딸을 얻으세요. 그들도 그 도망간 고모가 남긴 치욕을 씻어내고자 할 것입니다. 무기와 갑옷에 목표를 두세요. 게다가 시씨 가문은 북쪽 초원에 말 사육장도 소유하고 있사옵니다."거사를 치루려면 군과 말은 필수였다."지금은 비록 방탕하게 지내고 있지만 황제의 눈에 띄지 않고 있으니 시씨 가문의 여인을 얻더라도, 재물만을 탐하는 무능한 번왕이라고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주색재기중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인상을 심어야 하옵니다. 저는 먼저 사여묵을 의심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왕씨 가문은 지금 북명군을 장악하고 있으니..."장공주는 잠시 멈칫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황제께서 왕씨 가문을 중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전북망을 키우려는 것 같으니, 전북망의 부인 쪽으로 손을
잠시후 진성에 있는 황족 친척들도 차례대로 궁에 도착했다. 회왕과 회왕비 그리고 장공주들도 부마와 자녀들을 데리고 왔기에 궁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그다음으로는 이미 시집간 장공주, 민지와 미우가 들어섰다. 그들은 모두 황제의 자매로, 민지 공주는 태후의 여식이고 황제의 누나였다. 미우 공주는 제귀태비의 딸로 황제의 여동생이었다.민지 공주는 어사대부의 차남 허낙천에게 시집갔다. 허낙천은 이름 그대로 낙천적인 인물로 예부에서 한직을 맡고 있었다. 허씨 가문은 목 승상 부인의 친정집으로 시와 예를 이어오는 가문이다. 강직하고 고집이 있었던 허창진은 황제와도 맞서 싸울 정도의 대단한 인물이었다. 공주에게는 공주 저택이 있었지만,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는 허씨 가문에 가서 안부를 전해야 했다. 이는 며느리로서의 응당한 예의라며 허창진은 공주가 황족의 신분을 내세워 특별 대우를 받으려 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그러나 민지 공주는 부마와 금실이 좋았고 게다가 태후의 가르침 덕에 조금의 거만함도 없어 허씨 가문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미우 공주는 병부상서 이덕회의 조카 이유에게 시집갔다. 이유는 한직에 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공주를 도와 토지와 가게를 관리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상업에 능한 인물이었다.송석석은 주위를 둘러보며 란이를 찾고 있었지만, 란이는 보이지 않았다.란이는 군주였지만 출가 후에는 시댁에서 설을 보내야 했다. 그 남편이란 작자는 고리타분한 성격의 소유자로 란이가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송석석은 그 사람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태후의 목소리가 들렸다."영안군주의 얼굴을 본지도 꽤 된 것 같구나."그러자 회왕비가 웃으며 대답했다.“란이가 곧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한창 태교 중이옵니다.""정말인가? 너무 잘 되었다." 태후는 몹시 기뻐했다."나도 어의를 보내 맥을 짚어보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식을 올리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길래
잔치가 시작되기 전, 여인들은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황제 또한 숙부와 형제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민지 공주가 송석석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 "네가 사여묵과 혼인할 때 내가 병으로 앓고 있어서 축하 자리에 가지 못하였다. 예물은 보냈지만 이 자리에서 언니가 사과를 해야겠다."누군가를 종래로 업신여기지 않는 그녀였기에 스스로를 장녀라 부르며 사과하는 모습에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어찌 언니께서 사과를 하십니까? 예물을 보내 주신 것만으로 제가 감사해야지요. 이제 몸은 다 나으셨는지요?""아직 기침은 남아 있고 고열로 며칠을 고생했었다. 너와 사여묵이 혼인할 때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였다." 민지 공주가 기침을 하자 시녀가 급히 귤차를 대령했다. 그렇게 몇 모금 마시고 나서야 기침이 잦아들긴 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몸 조심하셔야 합니다." 송석석이 걱정스레 말했다."알겠네!" 민지 공주가 고개를 연신 끄떡였다."네가 마음 써 주니 기쁘구나."그때 혼인 잔치에 참석했던 미우 공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불쑥 끼어들었다."그날 사여묵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를겁니다. 신부가 혹시라도 놀랄까 신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지요. 그 모습에 석석이는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습니다."그러자 민지 공주는 눈을 흘기며 타박했다. "부마가 너에게 잘해 주지 않터냐? 네 눈썹을 그려 주느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는 소문이 이미 진성에 퍼졌단다."그러자 미우 공주가 얼굴이 붉어지며 발끈했다."언니!"송석석이 자랑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차를 들었다.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참으로 좋았기에 불편한 일들은 애써 무시하려 했다. 새해를 맞이하여 궁에서 조금이라도 근심 어린 표정을 보이는 것은 금기였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는 데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여인들은 란이의 남편 량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자부심 가득한 탐화랑이 첩을 둘이나 들였는데, 그중 한 명은 인화루의
혜태비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회왕비를 향해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회왕비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내심 몹시 억울해하고 있었다. 말없이 송석석을 바라보는 그녀는 송석석이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송석석은 그저 냉랭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회왕비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조용히 분노를 품었다. 친이모임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니 어머니께 미안하지도 않은가?모두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장공주가 돌아왔다. 각자가 예를 갖춘 후, 모두 다시 자리에 앉았다.송석석도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갈등도 없었던 것처럼 그녀에게 예를 표했다. 장공주는 그녀보다 더 능숙하게 감정을 감췄다. 그녀는 일부러 송석석에게 관심어린 따뜻한 눈빛까지 보냈다.태후가 영태비의 상태를 묻자, 장공주가 답했다. "건강은 조금 나아지셨으나, 오늘 밤은 함께 송년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상태가 더 나빠질까 염려하셨습니다.""그래, 내가 의사를 불러 더 신경 쓰도록 하겠다.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감사드리옵니다, 황후마마." 그때쯤 잔치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 궁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후를 모시고 군화전으로 향했다.황제와 황후는 사람들 앞에서는 화목하고 다정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비록 모든 이들이 황제가 현재 가장 총애하는 이가 수민임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밤만큼은 수민도 황제와 황후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하여 황제의 시선이 북명왕 부부를 향한 것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들과 반면 북명왕 부부는 너무나 다정했다.둘은 함께 앉아 있었는데 궁인이 음식을 가져올 때마다 북명왕이 왕비에게 음식을 덜어주고, 왕비가 싫어하는 음식은 다시 자신의 그릇에 담았다.그들을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이 매우 복잡해 보였지만 황제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그 광겨을 바라보고 있는 수민은 황제가 한때 송석석을 후궁으로 들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