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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순간 연왕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혼서가 남아 있었어?’

그는 속으로 심부름을 보냈던 하인들을 저주했다.

‘멍청한 놈들, 이런 것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하다니.’

사여령은 떨리는 손으로 이혼서를 받아서 펼쳤다. 그 위에는 부친의 친필 필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주먹을 꽉 쥔 채로 연왕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거지요?”

연왕은 불쾌한 기색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아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김 측비가 다급히 분위기를 무마하려 나섰다.

“이게 어떻게 네 아버지가 쓴 거겠어? 분명 누군가가 네 아버지의 필적을 모방하여 우리 집안을 이간질하려는 거야. 네 아버지가 네 어머니를 내칠 리 없잖느냐.”

그녀는 대놓고 송석석을 비난하지 못하니 시만자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혼서 네가 가져온 거지? 우리 연왕부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가짜 이혼서를 들고 가서 왕비를 자극한 게야? 왕비께서 돌아가신 것도 다 네 잘못이다!”

시만자가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우리 집에 와서 날 며느리로 들이고 싶다고 했군요? 난 연왕 전하와 안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전하의 필체를 어떻게 모방합니까? 모방했다고 하더라도 매일 전하의 옆에 있는 측비께서 하셨겠죠. 설마 왕비를 죽이려고 전하의 필체를 모방한 이혼서를 청목암에 보냈나요?”

연왕과 김 측비의 시선이 일제히 시만자에게 닿았다.

연왕은 그녀가 시만자라는 말에 눈을 반짝 빛냈다.

반면 김 측비의 표정은 어두웠다.

송석석은 대공자인 사여령을 제외하고 전혀 슬픈 표정이 없는 연왕부 일가족을 둘러보았다.

어쩌면 이들에게 연왕비는 청목암으로 떠날 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여령의 눈물이 진심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적어도 그는 눈물이라도 흘렸다.

송석석은 이모의 처지가 가엽고 한탄스러웠다. 그리고 부군을 잘못 만난 여인의 처지가 참으로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두 현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생모가 죽었는데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네요.”

옥경 현주는 급기야 가련한 표정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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