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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이때 사여령이 눈물을 글썽이며 사여묵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연왕은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못 들었느냐? 우리한테 나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사여령은 눈물을 흘리며 사여묵과 송석석에게 예를 취하고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사람들도 콧방귀를 뀌며 밖으로 나가고 측실 김씨는 여전히 우아함을 유지한 채 예를 올렸다.

“태비마마, 안녕히 계십시오. 소첩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김 측비는 나가기 전 시만자에게 묘한 눈빛을 주었다. 시만자는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

혜태비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예의 바르고 착실한 아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이처럼 양심을 상실한 인간들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연왕비가 죽었다는 소식에 사여령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슬픈 내색 하나 비추지 않았다.

그리고 옥영과 옥경 현주는 친모가 청목암에서 고독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혜태비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출궁하여 아들과 며느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갈 생각이었고 당연히 자식들이니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자식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면?

사여묵은 혜태비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혜태비는 다급히 일어나 송석석을 거들며 연왕 일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고는 다가가서 며느리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화낼 거 없다. 연왕비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고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를 거야.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송석석은 시어머니의 위로를 받고 갑갑했던 속이 그나마 풀렸다.

“가서 좀 씻고 준비되면 입궁하자구나.”

혜태비는 어린애 달래듯이 송석석을 달래다가 멀뚱멀뚱 서 있는 아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넌 왜 가만히 서 있는 게야? 어서 같이 들어가지 않고. 석석이 손 차가운 것 좀 봐. 부군인 네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어?”

사여묵은 처음 보는 어머니의 모습에 순간 당황했다.

어릴 때도 꾸중은 많이 들었지만 그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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