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염문 후에는 진성에 위치한 약왕당이었고, 각종 귀중한 약재와 백년삼, 설연 등을 보내왔다. 약왕당의 보고 후에는 동해파였으며, 동일하게 희귀한 보배를 보내왔고, 그중 동주가 가장 귀한 것에 속했다. 그들은 마치 적염문을 압살하려는 듯했고, 동주 외에도 각종 보석으로 가득 찬 상자가 무려 세 개가 있었다.왕청여는 들으면 들을수록 온몸이 떨려왔고, 송석석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온몸을 떨며 예단을 거의 듣지 못하고 문파의 이름만 들릴 뿐이었다. 많은 문파들이 그녀와 전혀 접촉이 없는 곳이었는데, 어떻게 예물을 보내올 수 있단 말이지? 사부가 그들에게 알려준 것이 틀림없다. 마침내 예닐곱 문파를 더 들은 후, 송석석은 다섯 사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만종문 문주께서 따님을 시집보내시니, 혼수 108 짐과 수도 내 상점 열 채, 매산 아랫집 두 채와 황금 만 냥을 바치겠나이다.”그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고, 인근 10개의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다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만종문에서 딸을 시집보낸다고? 송석석이 만종문의 제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냥 제자는 아니지 않은가? 이 혼수의 무게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격을 안겨주었다. 왕청여는 묘의각의 낭자에게 화장을 부탁했는데, 그녀의 흰 피부에 주근깨가 몇 개 있었기 때문에 화장은 조금 두꺼웠지만, 연지도 발라주니 화장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다만 여러 거리를 뒤흔드는 외침을 들었을 때, 화장을 한 그녀의 낯빛이 심하게 어두워졌다. 뭐라고? 만종문에게 혼수 108짐과 수도 내 상점 열 채, 매산 아랫집 두 채와 황금 만 냥을 보내다니? 이럴 리가 없다, 황금 만 냥이면 무게가 얼마나 되는데, 게다가 그렇게 많은 혼수라니, 이는 가짜임에 틀림없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게 얼마나 천 탈의 금이냐고요? 어떻게 들어 올리나요? 가짜임이 틀림없다.“유월, 빨리 나가서 살펴보거라.”그녀가 소리쳤다. 국공부에서 송석석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미친 듯이 눈물을 흘렸다. 아, 사부님은
혼수가 이미 나왔기 때문에, 반 시진도 채 지나지 않아 혼인이 성사될 것이다. 사여묵은 이전에 신부를 맞이하겠다고 했으니, 그녀가 울어서 망가진 화장을 또다시 묘의각의 낭자에게 부탁해야 했다. 하지만, 송석석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사부님과 첫째 사형의 어깨를 두드렸고, 둘째 사저는 도무지 칠 수가 없어서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둘째 사저, 저는 사부님과 사형, 사저들이 안 오는 줄 알고 너무 괴로웠습니다,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그러자 둘째 사저 평무종은 웃으며 그녀의 눈물을 서툴게 닦아주었다. 사매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고, 얼마나 많은 짐을 짊어졌던가. 평무종은 가슴이 미어지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자, 이제 울지 말자. 오늘은 가장 기쁘고, 가장 예뻐야 하는 날인데 이렇게 울어서 되겠어?”평무종은 몸매가 늘씬하고 용모가 수려했으며, 언뜻 보기에는 대갓집 규수처럼 보였다. 그녀의 경공은 매우 뛰어났고, 은폐와 위장술은 더할 나위 없이 대단한 것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녀는 현재 무림 제일의 정탐원이며, 만종문의 둘째 사저일 뿐만 아니라 운익각의 각주이기도 했다. 다만 그녀는 운익각을 부각주에게 맡겼고, 그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에 익숙했다. 오늘 온 사람도 운익각 사람이었고, 그녀가 단독으로 운익각 이름으로 혼수를 보낸 것이다. 묘의각의 낭자도 큰판을 본 셈이며, 갑자기 무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왔고, 게다가 보통 강호의 사나이들처럼 옷차림도 평범하지 않고 화려하게 입었기에 처음 본다면 호족 대가인 줄 알았을 것이다. 소진은 송석석의 화장을 고쳐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여전히 울고 있는 것을 보고는 옆에 서서 그녀가 이야기를 다 끝내고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송석석은 눈물을 닦아내고, 사숙이 첫째 사형의 곁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또 한바탕 억울한 듯 말을 꺼냈다. “사숙, 저는 우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겁니다.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벌하시면 안 됩니다.”
이때, 진복이 눈물을 닦으며 다가와 말했다. “아가씨, 꽃가마가 곧 도착하니 서둘러 화장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송석석은 사부님과 사형들을 만나 몇 마디밖에 나누지 못하고 바로 떠나려 하니, 섭섭한 마음에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한 시진만 더 늦출 수는 없느냐?”“안 됩니다 아가씨, 반드시 길시에 의식을 치러야 합니다.”그러자 평무종은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가거라, 가서 화장을 잘 고치고. 이렇게 기쁜 날에 울고불고하는 것이 말이 되니? 우리는 널 시집보내러 온 거고, 곧 너와 같이 갈 거야. 북명 황실에 우리의 자리도 있을 거고 혼인 잔치에도 참석할 거다.”송석석은 눈을 깜빡였고, 눈물 때문에 앞이 흐릿한 채로 말했다. “그 말은 왕께서 여러분이 온 걸 알고 계셨다는 건가요?”“그래, 하지만 왕께서는 네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셔.”그렇다면 왕이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송석석은 마음을 가다듬고 일어나 자신을 축복하러 온 문파 장문들과 제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려 했다. “됐다, 가서 화장을 고치거라.”임양운이 손을 흔들며 말하자, 송석석은 돌아서며 속으로 사부는 정말 예의 하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화장을 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누군가 다급하게 와서 보고했다. “신부를 맞이하는 북명왕의 행렬이 도착했습니다. 왕께서 친히 맞이하러 오셨습니다!”사숙 무소위는 이런 호들갑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말했다. “뭐지? 장가를 가서 직접 신부를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더냐? 그런데 왜 이런 호들갑을 떠는 것이지? 그가 감히 오지 않으면, 내가 그의 귀를 잘라 버리겠다!”사숙의 날카로운 눈동자를 본 문지기는 순식간에 황당한 얼굴로 물러났다. 왕청여는 현재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전북망이 직접 와서 아내를 맞는 것이고, 친왕인 사여묵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여묵이 신부를 맞이하는 행렬을 데리고 일찍 왔다는 소식을 듣자, 그 자리에
송석석은 무의식적으로 사부의 손을 잡았지만, 다른 손 하나가 다가왔다.그 손바닥은 넓고 길었으며, 굳은살이 가득했고 손톱은 가지런히 다듬어져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바닥에서 조금 위로 가면, 용무늬가 수놓아진 예복이 있다는 것이다. 친왕의 예복은 용무늬를 사용해도 되고, 조복도 가능하지만 오조구룡 무늬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사여묵, 그녀의 남편이었다.잠깐의 침묵 후 그녀는 손바닥을 뻗었고, 그는 손을 잡아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먼저는 손바닥을 모아 그녀의 손을 잡았고, 몇 번이고 손을 돌려 위치를 잡은 후 마침내 그녀의 열 손가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송석석은 가슴이 북처럼 뛰었고, 그 소리에 고막까지 떨려왔다. 그녀가 가슴이 뛰지 않았다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상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심지어 현기증까지 느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여묵은 그녀의 손을 잡고 꽃가마로 향해 걸어갔고,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규칙에 맞지 않다고 말하는 듯했다.신부의 시중을 드는 자가 등에 업고 꽃가마로 가는 것이 규칙에 맞았지만, 그런 규칙은 개나 줘버리고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란히 걸을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그는 그녀보다 훨씬 크지만, 누가 상관이나 하겠는가?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솜을 밟는 듯했고, 이 광경은 꿈보다 더 환상적이었다. 그는 예전에 슬프고 절망적이었지만, 하늘이 그를 이렇게 구원해 주며 그에게 이런 복을 내려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부는 그를 노려보았고, 그것은 그가 규칙을 따르지도 않고, 문안드리지도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누가 그를 통제할 수 있겠는가? 그는 벌을 마땅히 받을 수 있었고, 몇 번의 채찍질도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의 눈에는 오직 그의 아내이자, 왕비인 송석석만 보였다. 그 자리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눈에는 자신의 낭자만 들어왔다. 그는 기절할까 두려워 호흡을 가다듬었고, 한 걸음 한 걸음 꽃가마를
신부를 맞이하는 두 행렬이 정면으로 마주했다. 전북망은 사여묵을 바라보았고, 사여묵도 전북망을 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자 사여묵은 감사한 마음만 남았다.송석석을 놓아주어서 감사했지만, 송석석을 괴롭힌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전북망의 눈은 복잡했고, 그 또한 한때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송석석을 신부로 맞아들였다. 그때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그러나 하늘의 뜻에 농락당했고, 송석석은 북명왕비가 되었고 그 또한 장가를 갔지만 마음은 항상 공허했다. 그는 사여묵의 복잡한 눈동자를 마주했고, 그 눈동자에는 시기와 질투, 원망, 불쾌함, 애잔함이 담겨 있었다.이 순간, 그는 자신과 송석석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정말 깨달은 듯했고, 이제 그들 사이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이 뚜렷한 생각이 그를 스쳐 지나가자, 사여묵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제가 원하지 않은 버려진 부인과 결혼한 것을 축하드립니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쩌면 북명왕의 분노에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여묵은 그저 그를 보고 웃으며 말의 고삐를 잡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자네의 눈이 멀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네.”전북망은 어안이 벙벙했고, 북명왕이 의기양양하게 대열을 이끌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슨 뜻이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송석석과 혼인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 자리에서 멀리 벗어난 후, 사여묵의 미소가 사라졌다. 망할 전북망 같으니라고.장대성이 앞장서서 말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말을 듣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손을 쓸까요?”“내일!”사여묵이 말했고, 오늘은 기쁜 날이니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부님이 계신 것이었고, 그는 혼인 첫날밤 사부의 곤봉에 맞고 싶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사여묵이 말을 덧붙였다. “뭇
황실로 들어가자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서로 축하한다는 말이 섞였다.그리고 듣기 싫은 장공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가의 군주도 온 모양이군. 결혼식이 걱정되는군.’곧이어 심청화가 등장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신부가 아닌 그에게로 향했다. 이때, 시만자가 몰래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누군지 맞춰봐.”“유치해!”송석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몽동이구나.”“몽동이겠어?”시만자가 풉, 이라며 웃었다. “몽동이는 지금 저 옆에 있을 거야, 혼수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겠어.”송석석도 풉, 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향을 피운 다는 말이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향을 피워? 혼인식을 치르기도 전에 벌써 사여묵이랑 끝났다는 거야?’생각을 바꾸어 우습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이때, 혜 태비가 등장한다는 말이 들렸다. 자신의 부모에게 절을 하려고 준비하는 모양이다.곧이어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혜 태비가 자리에 앉은 모양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의자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임양문이 자신의 사부에게 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임양운은 송석석의 사부가 아닌가, 새신부라면 친가에서 부모를 뵙고 나서야 이곳에 올 수 있다. 어떻게 신랑 측의 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절을 받을 수 있는가, 규칙에 어긋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곧이어 큰 소리가 멀리 울렸다.“천지군친사를 모시는 것은 천경지의. 저는 사여묵의 사부입니다, 제자에게 한번 절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만종문의 사람은 신부 측이 절을 해야 하는 풍습이 있다. 무소위의 도리는 맞추었다, 사부가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어떠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무소위가 의견을 내놓았다.“선배가 서있는데 후배가 앉아 있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정녕 진성에는 이러한 규칙이 있단 말인가.”그의 말 한마디에 곧이어 임영운 앞으로 의자가 생겼다. 이리하여
붉은 보자기를 슬쩍 들자 혼주비가 보자기를 걷어 냈다.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두 사람은 순간 숨이 멎었다. 사여묵의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처음 보는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복숭아나무에서 사는 복숭아 요정을 연상케 했다. 한편, 송석석은 반짝거리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전보다 훨씬 더 준수해 보였다. 게다가 사모관대에 그려져 있는 용 그림이 그의 지위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귀족의 기운에는 어떠한 차가움도 느껴져지지 않았다.오로지 눈빛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건장한 몸에서 느껴지는 존귀함 뿐이다.두 사람은 서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 누구도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무언가를 동시에 느낀 모양이다.이때, 혼주비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대군, 대군부인. 밖에서 부인들과 소녀들이 그다음 순서를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송석석은 잠시 멈칫했다.‘합경주부터 마셔야 하지 않은가?’그녀의 궁금증이 해결되기도 전에 무리의 사람들이 방으로 순식간에 들어왔다. 이때, 송석석이 큰 감동을 받았다. 시만자, 모신신, 만두 그리고 목에 붉은 비단 실을 한 몽동이가 재빠르게 송석석의 앞으로 줄을 섰던 것이다.이리하여 다른 친척들과 소녀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뒤에서 축하를 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외모에 깜짝 놀라 낮게 소리 지르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송석석이 서둘러 상황 정리에 나섰다.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두 잔이라도 더 마시고 가십시오. 유모, 주머니에 금 몇 개 넣어서 사람들한테 전해줘.”양 마마의 손에는 큰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금이 가득 채워진 작은 주머니들이다.황실의 혼인식에 금을 나눠 주는 일은 사치도 아니다. 하지만 혼수가 너무 많아 별채뿐만 아니라 회랑까지 가득 찬 모습에 혜 태비가 깜짝
자신의 사부에 대한 뒷담화는 거침이 없었다.이어서 송석석이 손을 흔들어 시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시자만이 입을 열었다. “내려 온 지는 이틀이나 지났어. 하지만 진성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신 건 네 사부야.들어오기 전에는 진성 밖에 있는 시골 객실에서 지냈는데, 어쩜 그 작은 시골에도 도둑이 그렇게 많니?그래도 혼수는 하나도 안 도둑맞았어.”이틀 전, 대사형이 떠나면서 사부와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하지만 네 사부는 매일 선배를 데리고 진성으로 들어갔어.아침에 들어갔다가 해가 지면 다시 시골로 내려오긴 했지만 말이야.어디서 들은 소식 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진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혼수가 준비된 걸 다 보고 나서야 서둘러서 들어온 거야.”시자만이 계속 해서 흉을 보았다.“이렇게 피곤한 적은 처음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어. 모든 과정을 지켜 본 거 잖아.”옆에 있던 모신신도 흥분하며 말했다. “와, 진짜 엄청 시끌벅적 하더라. 우리 경화파 사형들 발성이 어찌나 또랑또랑 하던 지, 진성 전체에 다 들렸을 거야.”송석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웃었다.“그럼 당연하지.”시자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시골이 얼마나 추웠는 지 알아? 손 좀 녹이려고 태운 연탄 냄새 때문에 눈이 다 아팠다니까.내가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이지만 너 때문에 참는 거야.”그녀는 자신을 까다롭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다. 모신신이 말했다.“다른 건 괜찮은 데, 먹는 게 좀 부실했어.”사실 특출난 요리를 자랑하는 파들이 있다. 그들이 한 음식들은 색과 향이 모두 완벽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모신신이 소속한 경화파는 요리에 대한 명성이 자자하다. 한편, 송석석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수장들이랑 후배들이 그 작은 객실에서 지냈다는 게 마음이 좋지 않네. 내가 큰 은혜를 졌어.”시자만이 답했다.“그렇다고 네가 갚을 필요는 없어. 네 사부가 갚는 다고 그러셨어. 만약 명단대로
최씨와 딸 왕지아는 마당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당에는 나무와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지만 그리 무성하게 자라지 못했으며 특히 올해 겨울엔 더더욱 일찍 시들었다.“지아야, 너 왜 고모부… 방시원 장군님 편을 든 거야?”최씨는 손수건으로 왕지아의 상처 주위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물었으며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알고 싶었다.평서백부에 이런저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아이들에게 얘기해주지 않았으며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밖에 떠도는 유언비어가 너무 많았기에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왕지아는 벌겋게 부은 얼굴을 살짝 들었다. 분명 맑고 순진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지만 나이와 맞지 않는 성숙한 눈빛이 보였다.“엄마, 예전에 고모부가 고모와 함께 우리 집안에 처음 왔을 때 나에게 뭘 선물했는지 기억하세요?”왕지아의 말에 최씨가 기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엄마 기억으론 장군을 보필하는 마마가 너와 현이에게 금덩이 하나와 금열쇠 하나씩 선물했던 것 같은데?”왕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똑 부러진 목소리로 말했다.“국태 부인의 산하지를 저에게 선물해 주셨어요. 그때 당시 고모부가 저에게 해준 말이 있었거든요. 지금 세상에 태어난 여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기 어렵다고 했어요. 다른 지역으로 시집을 가지 않는 이상, 집 밖으로 나간다는 건 쉽지 않지만 넓은 바깥 세상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못한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라고 했어요. 우리 상국의 아름다운 풍경들도 보고 바깥 하늘이 얼마나 푸르고 높은지도 보아야 시야가 넓어지고 쓸데없는 일에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고 하셨죠.”최씨는 딸의 말에 흠칫 놀랐다. 그때 당시 방시원을 처음 봤을 때 최씨도 돈만 밝히는 사람이어서, 상대방이 무슨 선물을 들고 왔는지부터 따지기 바빴다.“고모부는 고모와 혼인을 하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 집안에 찾아와서 따지거나 고모를 힘들게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엄마, 고모
제자예는 넷째 부인의 손을 뿌리치곤 최씨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절대 사과 안 할 거예요! 저를 뭐 어떡하실 건데요? 그렇게 억울하면 저도 한 대 치세요!”최씨를 향해 얼굴을 들이민 제자예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물을 글썽이며 세상 서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최씨는 그런 제자예를 보며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차갑게 피식 웃었다.“그렇다면 지금 당장 제 제사한테 찾아가서 물어봐야겠네. 따님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버릇이 없는 건지, 참.”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말했다.“훈장님, 그때 제 증인이 되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제 제사를 만난다면 전 당연히 솔직하게 얘기드릴 겁니다.”송석석의 대답에 제씨 넷째 부인은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이 일이 어르신에게 알려지면 넷째 부인은 크게 혼이 날 것이다.절대 어르신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넷째 부인은 이를 악문 채 제자예에게 말했다.“얼른 왕지아에게 사과해.”제자예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엄마, 전 사과할 수 없어요. 쟤들이 날 괴롭혔고 날 서원에서 쫓아내려고 했어요.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쟤들이에요.”넷째 부인은 최씨와 송석석을 힐끗 흘겨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엄숙하게 말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야.”제자예는 자신이 며칠동안 서러운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머니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더욱 서럽고 슬펐다.“싫어요. 절대 사과 못 해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 전 절대 굴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하던 제자예는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이내 송석석에게 잡혀 다시 최씨 곁으로 돌아왔다. 송석석이 최씨를 보며 말했다.“이번 일이 저희 아군 서원에서 벌어졌으니 서원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자예 학생이 왕지아 학생의 얼굴에 상처를 냈으니 관아로 보내는 건 어떠세요? 관아의 처리에 따라 저희 아군 서원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송석석의 말에 최씨
제씨 넷째 부인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일을 이렇게까지 크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사과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퇴학은 너무 과한 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끼리 말다툼하다가 벌어진 작은 소동인데 퇴학 처리까지 하면 아군 여학에서 괜한 문제를 만든다고 소문이 나지 않겠습니까? 부인께서도 아군 여학을 위해 고려하셔야죠. 제 딸이 퇴학을 당하고 나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면 아군 여학 명성에 오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조금 전에 최씨를 협박했던 넷째 부인은 이제 대놓고 아군 여학까지 협박했지만 듣고 있던 송석석은 그저 어이없다는 듯이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사람을 때리고도 퇴학을 당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군 여학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거죠. 저희가 넷째 부인을 이곳으로 모신 건 다들 차분하게 이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겁니다. 사과할 건 하고 처벌을 받을 건 받아야죠. 당사자들끼리 직접 만나서 확실하게 얘기를 털어놓아야 두 가문에서 아이들 때문에 앙금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퇴학은 불가피합니다. 부인께서 자퇴를 거절하신다면 제가 나서서 제자예 학생을 퇴학 처리할 것입니다.”넷째 부인은 송석석과 대놓고 싸울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돌려 다른 선생님들에게 물었다.“다들 스승인데, 학생의 이런 작은 잘못조차 포용해주지 못 하시는 거예요?”안여옥의 태도도 강경했다.“전 제자예 학생을 아군 여학에서 강제로 퇴학 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태 부인과 훈장님꼐서 제자예의 마지막 체면을 지켜준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퇴를 권하시는 거고요.”국태 부인도 말을 덧붙였다. “스스로 자퇴하세요. 더 얘기해봤자 서로 감정만 상할 겁니다.”제씨 넷째 부인은 안여옥을 날카롭게 흘겨보았다.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안여옥이 제일 먼저 퇴학 얘기를 꺼냈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 의견에 동의했을 뿐이다.안씨 가문과 방씨 가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당사자들만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
최씨도 시녀 금숙을 데리고 왔다. 자신의 딸이 맞았다는 말에 제일 먼저 그녀의 상태부터 살폈는데 얼굴이 퉁퉁 부은 데다가 어딘가에 긁힌 흔적도 남아 있었다.국태 부인이 딸에게 약을 발라줬다는 말을 전해 들은 최씨는 딸의 마음을 위로해준 뒤 바로 서아원으로 돌아가 국태 부인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두 부인이 앉자마자 송석석이 나서서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내 사람을 시켜 제자예와 왕지아 그리고 증인이 되어줄 학생 몇 명까지 불러왔다.제씨 넷째 부인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멍청한 딸이 이 일을 서원에서 얘기한 것도 화가 나는데 왕지아가 심지어 방시원이 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왕지아의 말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씨 넷째 부인의 딸의 명예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하지만 어찌됐든 제자예가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이고 이는 말다툼과 성질이 다르기에 일단 최씨에게 고개를 숙여 대충 사과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철없는 여자애들끼리 다툼이 조금 있었던 것일 뿐이지만 그래도 제 딸이 손찌검을 한 건 잘못된 행동이니 최씨 부인께서 제 딸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최씨는 제자예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허리를 쫙 편 채 꼿꼿하게 서있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고고하고 당당해 보였다.그러자 최씨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따님은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었지요. 따님이 손찌검을 했으니 직접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 사과를 받고 나서 이해할지 말지는 제가 결정할 일이죠.”넷째 부인은 다시 최씨를 위 아래로 훑었다. 결국 평서백부는 제씨 가문의 체면을 고려해줘야 하고 송석석도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사적으로 합의를 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넷째 부인이 이미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전혀 넷째 부인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있다.넷째 부인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장이 난처해졌고 심지어 학원 학생들까지 있는데 이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면 이 일을 부모님에게
엄중히 처리한다는 말에 향회옥 일행은 두려워져, 제자예와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억울한 제자예는 왕지아가 방시원을 도운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게 왜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재네 고모가 추악한 일을 저질렀는데 방시원의 편을 들었어요. 부끄럽지도 않나 봐요.”그 말에 뺨을 맞았을 때도 울지 않던 왕지아가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옆에 있는 여학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물론 송석석까지 불렀다. 함께 싸움에 가담했던 학생들은 자신도 처벌을 받을까 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방금 기세 높게 싸우던 학생들도 잠자코 옆에 있었다.자초지종을 이해한 안여옥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제자예가 여러 번이나 소란을 피웠고, 심지어 오늘은 학생을 때렸어요. 글 공부하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서원의 풍기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쫓아낼 것을 제안합니다.”제자예는 원래부터 여학에 오기 싫었다.하지만 본인이 오기 싫은 것과 쫓겨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게다가 황후가 그녀를 서원에 보냈고 해야 할 일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쫓겨날 수 없었다.마음이 초조해지자 그녀는 먼저 제안한 안여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날 왜 쫓아내는지 알아요. 당신이 방시원과 혼인하려 했는데 그 자식이 당신을 좋아하지 않고 날 좋아하기 때문이죠. 나를 질투하고 얄미워서 쫓아내려는 거죠?”그 말에 태국부인이 얼굴을 찌푸렸다.“제씨 가문에서 이렇게 자식을 교육했느냐? 입만 벌리면 욕이고 손을 들었다 하면 사람을 때리다니, 헛소리를 지껄이지 말고 네 잘못을 뉘우쳐라. 나도 저 여학을 쫓아내는 것에 동의한다.”그러다가 갑자기 마음이 약해져서 말을 덧붙였다. “네 발로 나가. 혹 소문이라도 나면 네 혼삿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저도 이 뜻에 동의합니다!”규율 담당인 무씨 아가씨도 그녀들이 글공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소란을 피우러 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넷째 부인이 재빨리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조용히 하거라. 감히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다니, 혹시나 네 백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반드시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제씨 가문은 워낙 엄격해서 자손들은 말과 행동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제자예는 머리를 흔들며 어머니의 손을 뿌리쳤다.“백부도 언행이 바르지 않는데 감히 우리를 혼내다니요? 전 두렵지 않습니다!”“됐다. 그만 닥치거라.”넷째 부인이 꾸짖었다.“정말 어린애가 따로 없구나! 밖에서 네 백부의 일에 꼬투리 잡느라 우리는 숨기기도 바쁘다. 아무리 그래도 백부는 이부상서이고 그 사위는 당대 황제이니 수많은 자들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단 말이다.”계속 씩씩거리던 제자예는 그제서야 입을 삐죽 내밀며 더는 망언을 퍼붓지 않았다.“어쨌든 저는 방시원이 마음에 안 들어요. 얼마나 무능하면 아내가 나가서 사람을 훔치는 추태를 저질렀는데도 한마디 하지 않을까요?”“그건 황후마마의 뜻이다. 마마의 말씀을 들어.”넷째 부인은 딸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향삼랑과 방기원의 차이를 자세히 분석해 주었다.어려서부터 제씨 황후를 숭배한 제자예였지만 이 일만은 동의하지 않았다.게다가 황후가 그날 공공연히 이 일을 언급한 것이 매우 의심스러웠다.“혹 방시원이 황후마마를 찾아가서 얘기했어요? 방씨 가문에서 감히 우리 가문과 혼사를 맺으려 하다니, 먼저 지들 신분부터 따져야 하지 않나요? 저는 군인들이 너무 싫어요. 특히 몸에서 나는 땀냄새 참을 수가 없어요.”넷째 부인은 딸이 고집이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혼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태후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나중에 얘기해도 늦지 않았다.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제자예는 아군여학에 돌아가 향회옥 일행에게 화풀이를 했다.방시원이 자기와 혼인을 하고 싶어 한다는 둥, 파렴치 하다는 둥 아무튼 그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까지 퍼부었다.향회옥은 이 일을 웃음거리로 삼아 다른 학생
송석석이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자, 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안여옥은 송석석이 들어오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직도 안 가고 뭣하느냐! 매를 늘릴까 아니면 여학에서 쫓아내 버릴까? 글 공부하기 싫으면 자리를 차지하지 말고 떠나거라. 여기에 오고 싶어하는 학생은 얼마든지 있으니.”송석석의 언성에 향회옥과 주창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두 사람은 재빨리 제자예의 옷자락을 잡으며 얼른 가자는 눈짓을 보냈다.본래 계척으로 20대를 치는데 지금은 30대로 늘어나고, 더 이상 가지 않으면 40대, 50대까지 늘릴 것이다.기세 높은 제자예는 가문에서도 귀하게 자란 몸이라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그녀는 가까스로 독기 어린 눈빛을 거두고 송석석이 40대를 치겠다고 말하기 전에 두 사람을 데리고 물러섰다.입구를 나선 제자예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황후가 분부하지 않았다면 이런 거지 같은 곳에 있지도 않았다.여인은 글만 알면 될 뿐, 많은 학식을 배워도 소용없지 않은가!차라리 가문과 하인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앞으로 시집가도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이때 안여옥이 일어서서 인사를 올렸다.“왕비, 오셨소.”손석석은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학생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 않소?”“몇 명 뿐이니 괜찮소.”안여옥도 미소를 짓더니 송석석이 앉을 수 있게 책상 위의 교안을 정리했다.“다만, 말썽을 피우면 몰라도 누군가는 여학이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오.”그녀는 의아했다.“왕비는 누구라도 생각하시오?”송석석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어서 대답 대신 그녀를 위로했다.“여학들이 큰일을 벌이는 걸 원치 않은 자들은 많소. 힘들게 추측하느니 우리의 본분만 잘 지키면 그만이오.”“맞는 말씀이시오.”안여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본래 저들의 일을 처리하려고 왕비를 청했는데 이제 잘못을 인정했으니 헛걸음을 하게 되었소.”“가끔은 나도 와서 살펴봐야 하지
송석석와 시만자는 궁을 나선 후, 시만자는 공방으로, 송석석는 여학으로 각자 향했다.이미 전에 제자예에게 더는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국태부인은 송석석를 보자마자 그녀가 제자예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을 알고 말했다.“그 아이는 학문에 뜻이 없는 듯하니, 차라리 퇴학을 권하는 게 어떻소? 스스로 떠난다면 보기 흉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곧 혼사를 준비해야 할 아가씨지 않소.”국태부인은 제자예의 집안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며 말한 것이다. 만약 아군여학에서 쫓겨난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국태부인은 여자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깊었다. 혼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말했다.“국태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국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오. 그 아이와 벗들이 수업마다 소란을 피우며, 특히 여옥 선생 앞에서 더욱 심했소.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고, 여옥 선생도 꽤 곤란해하고 있소. 선생도 나이가 젊으니,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나 보오.”송석석이 잠시 생각했다. 여옥 선생은 문제를 처리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에, 여학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은 그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송석석는 먼저 여옥을 찾으려 했지만, 마침 제자예가 그녀의 두 친구와 향회옥과 주창우와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놀랍게도, 그들은 사과하러 왔다.제자예가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뉘우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철이 없어서 여옥 선생께 폐를 끼쳤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선생이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황후는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잔을 내던지며 말했다.“정말 눈엣가시구나! 항상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만 한다.”그러자 궁녀 란주가 옆에서 말했다.“마마. 북명왕비는 태후의 명으로 여학을 설립하고 아군여학을 도맡은 이후로, 경중의 부인들 사이에서 칭찬받고 있습니다. 지금쯤 경성의 반이 되는 명문가 부인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제황후는 순간 지난 동짓날이 떠올랐다. 그날 명부들은 하나같이 송석석을 극찬하였다. 심지어는 북명왕 부부의 금실을 감탄하거나,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치켜세우며 여인의 모범이라 말했다.‘송석석이 여인의 모범이라면, 나는 황후로서 뭐란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태후께서 한때 이방을 여인의 모범이라 하셨는데, 이제 그 명성을 송석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불쾌하지도 않은 것이냐?”궁녀가 말했다.“마마, 그녀는 지금 돋보이게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극에 달하면 화를 입을 테니, 언젠가 그 관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태후께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그녀와 대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태후께서 그녀를 지키는 이유는, 그저 송석석 어머니와의 사소한 옛정 때문 아니겠느냐? 여학은 태후가 하자고 하신 일이지만, 폐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다. 그저 효도를 위해 마지못해 허락한 것뿐이지. 여학을 도맡아서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송석석이 글이나 알고 있느냐? 정말 우습지 않은가? 태후는 여학을 중시하신다. 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도 태후께서 그녀를 계속 지킬지 두고 보자.”란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자예 아가씨를 여학에 들여보내 선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태후를 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폐하께서도 마마를 도와주시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