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를 맞이하는 두 행렬이 정면으로 마주했다. 전북망은 사여묵을 바라보았고, 사여묵도 전북망을 보았다. 두 눈이 마주치자 사여묵은 감사한 마음만 남았다.송석석을 놓아주어서 감사했지만, 송석석을 괴롭힌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전북망의 눈은 복잡했고, 그 또한 한때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송석석을 신부로 맞아들였다. 그때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다.그러나 하늘의 뜻에 농락당했고, 송석석은 북명왕비가 되었고 그 또한 장가를 갔지만 마음은 항상 공허했다. 그는 사여묵의 복잡한 눈동자를 마주했고, 그 눈동자에는 시기와 질투, 원망, 불쾌함, 애잔함이 담겨 있었다.이 순간, 그는 자신과 송석석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정말 깨달은 듯했고, 이제 그들 사이는 정말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이 뚜렷한 생각이 그를 스쳐 지나가자, 사여묵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제가 원하지 않은 버려진 부인과 결혼한 것을 축하드립니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쩌면 북명왕의 분노에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여묵은 그저 그를 보고 웃으며 말의 고삐를 잡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자네의 눈이 멀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네.”전북망은 어안이 벙벙했고, 북명왕이 의기양양하게 대열을 이끌고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슨 뜻이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송석석과 혼인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 자리에서 멀리 벗어난 후, 사여묵의 미소가 사라졌다. 망할 전북망 같으니라고.장대성이 앞장서서 말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말을 듣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손을 쓸까요?”“내일!”사여묵이 말했고, 오늘은 기쁜 날이니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부님이 계신 것이었고, 그는 혼인 첫날밤 사부의 곤봉에 맞고 싶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사여묵이 말을 덧붙였다. “뭇
황실로 들어가자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가 서로 축하한다는 말이 섞였다.그리고 듣기 싫은 장공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아하니, 가의 군주도 온 모양이군. 결혼식이 걱정되는군.’곧이어 심청화가 등장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신부가 아닌 그에게로 향했다. 이때, 시만자가 몰래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누군지 맞춰봐.”“유치해!”송석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몽동이구나.”“몽동이겠어?”시만자가 풉, 이라며 웃었다. “몽동이는 지금 저 옆에 있을 거야, 혼수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겠어.”송석석도 풉, 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향을 피운 다는 말이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향을 피워? 혼인식을 치르기도 전에 벌써 사여묵이랑 끝났다는 거야?’생각을 바꾸어 우습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이때, 혜 태비가 등장한다는 말이 들렸다. 자신의 부모에게 절을 하려고 준비하는 모양이다.곧이어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혜 태비가 자리에 앉은 모양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의자를 가져오라고 부탁했다.임양문이 자신의 사부에게 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임양운은 송석석의 사부가 아닌가, 새신부라면 친가에서 부모를 뵙고 나서야 이곳에 올 수 있다. 어떻게 신랑 측의 식장에서 다른 사람의 절을 받을 수 있는가, 규칙에 어긋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곧이어 큰 소리가 멀리 울렸다.“천지군친사를 모시는 것은 천경지의. 저는 사여묵의 사부입니다, 제자에게 한번 절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만종문의 사람은 신부 측이 절을 해야 하는 풍습이 있다. 무소위의 도리는 맞추었다, 사부가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어떠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무소위가 의견을 내놓았다.“선배가 서있는데 후배가 앉아 있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정녕 진성에는 이러한 규칙이 있단 말인가.”그의 말 한마디에 곧이어 임영운 앞으로 의자가 생겼다. 이리하여
붉은 보자기를 슬쩍 들자 혼주비가 보자기를 걷어 냈다.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두 사람은 순간 숨이 멎었다. 사여묵의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처음 보는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복숭아나무에서 사는 복숭아 요정을 연상케 했다. 한편, 송석석은 반짝거리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전보다 훨씬 더 준수해 보였다. 게다가 사모관대에 그려져 있는 용 그림이 그의 지위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귀족의 기운에는 어떠한 차가움도 느껴져지지 않았다.오로지 눈빛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건장한 몸에서 느껴지는 존귀함 뿐이다.두 사람은 서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하지만 그 누구도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무언가를 동시에 느낀 모양이다.이때, 혼주비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대군, 대군부인. 밖에서 부인들과 소녀들이 그다음 순서를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송석석은 잠시 멈칫했다.‘합경주부터 마셔야 하지 않은가?’그녀의 궁금증이 해결되기도 전에 무리의 사람들이 방으로 순식간에 들어왔다. 이때, 송석석이 큰 감동을 받았다. 시만자, 모신신, 만두 그리고 목에 붉은 비단 실을 한 몽동이가 재빠르게 송석석의 앞으로 줄을 섰던 것이다.이리하여 다른 친척들과 소녀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뒤에서 축하를 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외모에 깜짝 놀라 낮게 소리 지르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송석석이 서둘러 상황 정리에 나섰다.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두 잔이라도 더 마시고 가십시오. 유모, 주머니에 금 몇 개 넣어서 사람들한테 전해줘.”양 마마의 손에는 큰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다. 그 안에는 다름 아닌 금이 가득 채워진 작은 주머니들이다.황실의 혼인식에 금을 나눠 주는 일은 사치도 아니다. 하지만 혼수가 너무 많아 별채뿐만 아니라 회랑까지 가득 찬 모습에 혜 태비가 깜짝
자신의 사부에 대한 뒷담화는 거침이 없었다.이어서 송석석이 손을 흔들어 시녀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시자만이 입을 열었다. “내려 온 지는 이틀이나 지났어. 하지만 진성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신 건 네 사부야.들어오기 전에는 진성 밖에 있는 시골 객실에서 지냈는데, 어쩜 그 작은 시골에도 도둑이 그렇게 많니?그래도 혼수는 하나도 안 도둑맞았어.”이틀 전, 대사형이 떠나면서 사부와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하지만 네 사부는 매일 선배를 데리고 진성으로 들어갔어.아침에 들어갔다가 해가 지면 다시 시골로 내려오긴 했지만 말이야.어디서 들은 소식 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진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혼수가 준비된 걸 다 보고 나서야 서둘러서 들어온 거야.”시자만이 계속 해서 흉을 보았다.“이렇게 피곤한 적은 처음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어. 모든 과정을 지켜 본 거 잖아.”옆에 있던 모신신도 흥분하며 말했다. “와, 진짜 엄청 시끌벅적 하더라. 우리 경화파 사형들 발성이 어찌나 또랑또랑 하던 지, 진성 전체에 다 들렸을 거야.”송석석이 눈썹을 찌푸리며 웃었다.“그럼 당연하지.”시자만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시골이 얼마나 추웠는 지 알아? 손 좀 녹이려고 태운 연탄 냄새 때문에 눈이 다 아팠다니까.내가 이렇게 까다로운 사람이지만 너 때문에 참는 거야.”그녀는 자신을 까다롭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투덜거린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다. 모신신이 말했다.“다른 건 괜찮은 데, 먹는 게 좀 부실했어.”사실 특출난 요리를 자랑하는 파들이 있다. 그들이 한 음식들은 색과 향이 모두 완벽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모신신이 소속한 경화파는 요리에 대한 명성이 자자하다. 한편, 송석석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수장들이랑 후배들이 그 작은 객실에서 지냈다는 게 마음이 좋지 않네. 내가 큰 은혜를 졌어.”시자만이 답했다.“그렇다고 네가 갚을 필요는 없어. 네 사부가 갚는 다고 그러셨어. 만약 명단대로
오늘의 황실은 유난히도 떠들썩했다.조정의 모든 백무무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품 이상의 관료들 중 오지 않은 사람은 평서백부의 혼례 잔치를 갔다. 혹은 전북망의 혼례 잔치에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주연은 송석석이라는 새로운 왕비가 아니다.바로 임양운이 데리고 온 무림인들이다. 임양운의 등장 하나 만으로도 사람들 입에 오르기 바빴기 때문이다. 임양운은 영향력 있는 가문의 사람이다. 그는 오래전에 권력층에서 나와 종립파를 만들었다. 무림계에는 맹주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지만 임양운의 현재 위치가 그러하다, 전해진다.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무술 실력이 월등하게 올라갔다.또한 부유한 집안이었기에 산이나 밭은 셀 수 없이 많았다.어쩌면 겨우 매산 하나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매산은 흔한 산이 아니다. 산 밑에 위치한 밭과 여러 상점이 모두 그의 명의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그가 데려온 무림인들의 태도는 예의 바르고,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무림인들이 난폭하다는 인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그다음으로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그들이 추가한 혼수였다.한 덩이 황금들이 여러 상자에 가득 담겨 있어 저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금을 항상 보았던 사람들이라 순도는 단숨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희귀한 보물을 본 사람은 적다. 동주의 크기는 몇 년 동안 자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다.게다가 그들이 가져온 혼수의 양을 통해 북명왕비의 위치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이후로 북명왕이 수많은 후궁을 들인다고 해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혜 태비도 깜짝 놀란 눈치다.혼수를 둘러 보면서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동시에 마음 속으로는 부처님을 부르기 바빴다. ‘내가 다 좋아하는 물건이야.’곧이어 북명왕이 신부를 데리고 축배를 할 순서가 되었다.빠르게 사람들의 대화 주제가 송석석으로 바뀌었다.북명왕이 여인의 외모에 홀라당 반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빛이 났다,
결혼식의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었다.임양운도 만종문의 후배들과 함께 축배를 올렸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심청하는 물론 다른 관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축배를 올려야 한다.임양운은 혼인을 주최한 안만수에게 먼저 술을 따랐다.그는 술을 들이켜고 안만수는 살짝 맛만 본 덕에 체면이 한껏 세워졌다.한편, 송석석은 만종문 사람들의 행동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오늘의 주인공은 북명왕이 맞다.하지만 이 자리는 영원히 송석석을 위한 자리라고 낙인 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명문가에게는 없는 규칙이지만 무술인들을 향해 비난을 하는 사람은 없다.게다가 임양운은 권력층 집안 출신이 아닌가.심청하까지 같은 소속이기 때문에 체면을 감히 구길 수 없었다.한편, 장공주와 가의 군주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잠시 표정을 바꾸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곧이어 장공주가 기회를 틈타 혜 태비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혜 태비, 본궁은 태비의 훗날이 걱정됩니다. 저렇게 기가 센 며느리를 들이셨으니 말입니다.자칫 말이라도 잘못하시면 같이 차도 못 마시게 되실 겁니다.이후에는 항상 조심 하셔야 하겠습니다.”혜 태비는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오늘의 북명황실은 모두에게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송석석의 혼수와 넓은 인맥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그녀는 오늘의 복이 자신이 아니라 북명활실의 것임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장공주의 시비 한 번에 마음이 더 복잡 해졌다.어쩌면 훗날에 며느리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이 며느리였을 적에는 불효는 감히 생각한 적도 없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당시 시절대로 엄격할 수는 없다. 그저 송석석이 뒤에서 자신을 해 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혜 태비는 자신의 상황을 어느 정도 깨달은 표정이다.그녀는 모두의 총애를 받으면서 살아왔었다. 후궁에서는 다른 공주에게 보호를 받은 탓에 고생을 한 적이 없다.만약 송석석이 교묘한 술책을 부린다면 크게 당할
옆에 있던 가의 군주가 웃어 보였다.“모친, 이러시면 안됩니다.만약 송석석이 태비를 탓하면 어찌합니까.태비는 못하십니다.”두 모녀는 혜 태비를 손에 가지고 놀았다.‘단순함’ 은 자극을 제일 참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곧바로 혜 태비의 대답이 들려왔다.“그저 동주 몇 알 아닙니까. 정녕 그것 때문에 화를 내겠습니까.”그녀는 여전히 송석석의 배경을 무서워하고 있다.하지만 체면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곧바로 혜 태비는 고 씨 유모를 데리고 편청으로 향했다.편쳥 주위로 혼수를 지키는 사람은 고작 세명에 불과했다.게다가 자리에는 대부분 부유층의 사람들이다.술만 마시기 바쁠 뿐, 도둑질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혼수 옆으로는 염선생이 정해 둔 호위들이 서있다. 호위들은 혜 태비를 보고 인사를 건네었다.혜 태비는 손을 뒤로하고 방 안 혼수를 둘러보았다.하지만 발 들일 틈도 없이 가득 차있는 바람에 움직 일 수가 없었다.동주는 사각에 위치하여 있었다.매 진주마다 반짝 빛이 났다.동주의 광택은 일반 진주와 비교가 안될 정도다. “저 사각의 동주들을 다 합치면 200근이 되지 않겠나.나는 단 한 번도 이러한 동주를 본 적이 없어.”혜 태비는 다시 보아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씨 유모는 장공주의 속셈을 눈치채고 그녀를 말렸다.“태비 마마.마마 같으신 분이 이러한 짓을 하시면 안 되옵니다.며느리의 혼수를 가져갔다는 사실이 퍼지면 마마의 명성에도 좋지 않습니다.”혜 태비는 고 씨 유모를 멍청하게 바라보았다.“당연하지.내가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씨 유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그녀는 태비가 그들의 말에 속았을 까봐 근심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유모가 하거라.내가 널 데리고 온 목적이 무엇이겠냐.”고 씨 유모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뭐가 무서운 것이냐. 진짜 큰일이 생기면 내가 유모를 챙겨 주면 되지 않은가.”그녀는 뒤를 돌아 잠시 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은 왕야의 기쁜 날이다.무슨 일이든 뒤로 미루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하지만 염구진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혜 태비는 왜 도둑질을 했을까.왜 며느리의 혼수를 가져다 남에게 주었을까.’어떻게 단순한 태비에게서 똑똑한 왕야가 나왔는지 놀라울 정도다.한편, 송석석은 술을 딱 한 잔 마시고 사여묵과 함께 신방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사람들이 신랑을 쉽게 놔 줄리가 없었다.결국 그녀를 데려다 주고 다시 방에서 나왔다.송석석은 신방으로 가는 길 내내 잡았던 손을 떠올렸다.아직도 손에는 따뜻한 온도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제야 떨림은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사여묵의 따뜻한 눈빛에 빠져들곤 했다.곧이어 양 마마가 방으로 들어왔다.보주와 다른 하녀들에게 밥을 먹으라고 불렀다.결혼 피로연에는 하인들도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하원에서만 식사가 가능했다.하녀들은 줄곧 송석석만 따라다니느라 배가 고픈 건 사실이다.하지만 그들은 송석석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마마님, 이 한 상은 아씨부터 먼저 드시라고 해도 됩니까?”양 마마가 답했다.“이미 사람을 불러 면을 만들라고 시켰네. 아가씨께서는 면으로 조금 배를 채우시고, 왕야께서 손님 대접을 끝내면 같이 식사를 올리겠습니다.왕야께서도 지금까지 술만 드시고 식사는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송석석이 고개를 들었다.“그래도 왕야에게 뭐라도 좀 먹여야 하는 게 아닌가.”양 마마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가씨, 언제부터 왕야를 챙기셨습니까?”순간, 송석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짓궂은 장난하지 말게나.빈속에 술만 먹으면 당연히 몸에 무리 가지 않겠나.”곧이어 양 마마가 하인들을 잠시 내보내고 방 문을 닫았다.‘이제 아가씨에게 알려 주어야 할 때가 됐구나.’원래라면 하루 밤 지나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왕야에게 마음이 가는 모습을 보자 감출 필요가 없어졌다.양 마마가 의자를 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