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틀 만에 평서백부 노부인이 내일 셋째 아가씨를 데리고 찾아온다는 청을 올렸다.양 마마가 아뢰며 말했다."아니면 만나지 마십시오. 그들이 무슨 꿍꿍이로 오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장군부의 상황을 알아보러 왔다면 진작 왔어야 했습니다. 혼사도 정해졌고 혼례복도 준비하고 있는데 이제야 찾아오다니요."송석석도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물었다."만나려 청한 글에는 뭐라 쓰여져 있느냐?"양 마마가 답했다."꼬마 도련님이 돌아온 것을 축하하려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핑계일 뿐이지요. 도련님께서 돌아온 지 그렇게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찾아오다니. 전에는 무엇을 했답니까?"송석석은 생각하다 답했다."가서 말을 전하 거라. 서우가 치료를 하고 있으니, 손님을 만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부상이 나으면 내가 직접 데리고 찾아갈 것이라 전하거라."양 마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나갔다.송석석은 그들 모녀를 만날 상황이 아니다. 그 모녀는 틀림없이 장군부의 일로 찾아왔을 텐데 장군부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해도 상황에 맞지 않으니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말을 전한 뒤 이틀이 지나고, 하늘에는 올겨울 첫눈이 내렸다.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마당에 얇게 눈꽃을 피울 뿐이었다.송석석은 서우를 데리고 매화원으로 향했다. 매화는 갓 피어났고, 연홍색의 꽃잎에 서리가 내려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서우의 얼굴이 빨갛게 얼었지만 기분이 좋은지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는 손을 목구멍에 얹고 송석석을 향해 힘겹게 말하려 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소리를 내지 못해 작은 볼이 더욱 빨개졌다.송석석은 쪼그리고 앉아 부드럽게 말했다."괜찮다. 천천히 하거라, 급하지 않아."서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에 실망이 담겨 있었다. 이전에 그는 ‘윽윽’ 거리는 소리라도 낼 수 있었지만 요 며칠 그 소리마저 내지 못하니 초조해 보였다.그러나 실망에 가득 찬 표정은 곧 미소로 바뀌었다. 서우는 차가운 작은 손으로 고모의 뺨을 어루만지며 힘껏 웃었고, 힘
사여묵도 저녁에 서우를 보러 왔다. 그의 위로는 홍작과 작은고모의 위로보다 더 유용했다.게다가 그의 위로는 짧디짧은 한마디뿐이었다."사나이는 참는 법을 알아야 한다."그의 말을 듣고 서우는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았고 착실히 말을 들으며 치료를 받았다.사여묵은 그와 함께 반시진 동안 서예를 연습을 했다. 서우의 서예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고 손가락의 움직임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져 보는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서우는 아주 수다쟁이였다. 사여묵이 그의 곁에 있을 때, 그는 종이에 많은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모두 중요하지 않은 말로 순 잡담이었다.그럼에도 사여묵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우가 묻는 대로 대답했다.송석석은 그들과 잠시 같이 있다가 하인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하라고 했다. 오늘 저녁에는 사여묵더러 집에서 식사하도록 남으라 했다.사여묵은 가끔 국공부에서 식사를 하고있다. 양 마마는 이제 그의 음식 취향도 모두 꿰뚫고 있다.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먹을 수는 있고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지만, 매번 완강하게 아가씨와 함께 매운 것을 먹었다.식성도 좋아서 한 끼에 여섯 그릇을 먹을 수 있고 무슨 요리든 꺼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사여묵은 편식하지 않았다.그의 식사량이 많은 것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처음 국공부에서 식사할 때 밥 한 그릇을 드시라고 해도 사양한 그였다.두 번째로 남아 식사를 할때, 그는 반 그릇을 더 먹었다.세 번째에는 갈비찜의 양념이 맛있다며 세 그릇을 먹었다.그렇게 지금 밥 여섯 그릇을 먹을 정도가 되었는데, 국공부 전체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체 밥 여섯 그릇이 그의 한계가 맞는지, 아니면 밥 여섯 그릇에 배가 겨우 반만 부른 것이 아닌지? 언제쯤 밥 일곱 그릇이나 여덟 그릇을 먹을 것인지 말이다.장대성이 그와 함께 왔을 때 사여묵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시진 동안 무예를 연마하고 게다가 낮에 공무를 돌보느라 바빠 한가할 새가 없다고 했다.모두 그제야 그의 식사량이 왜 이렇게 많은
황제는 그녀를 위해 복수를 하려 전북망더러 혼인한 지 일 년 만에 화리한 여인과 혼사를 치르라 했다.마침 그녀도 전북망과 혼인한 지 일 년 만에 화리했다.다만 셋째 아가씨는 이 혼사를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황제가 지정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그녀가 그날 찾아오려 한 것도 아마 전북망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일 것이다.황제의 행동에 송석석은 자신이 셋째 아가씨에게 누를 끼쳤다고 생각했다.이것은 그녀를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적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보아하니, 셋째 아가씨를 만나야 했다. 서로 마음속의 응어리를 없애고, 국공부에 적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했다.자신을 위해서라면 상관없지만, 앞으로 국공부는 서우가 장악해야 한다. 이 일로 왕가의 원망을 사서는 안 되었다.사여묵은 그녀가 눈살을 찌푸린 것을 보고 말했다."평서백 노부인이 만나려 청을 전한 것은 전북망과의 화리에 관해 묻고 싶었을 것이오. 외부에서 떠들썩하게 소문이 자자하지만, 다들 사리에 밝은 사람들이니 소문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소. 당사자인 자네한테 물어봐야 사실을 알 수 있소."국공부에 무슨 일이 있는지 그는 모두 알고 있다. 매번 올 때마다 그는 먼저 진복을 찾아 안부를 묻고, 진복도 그에게 상황을 전했다.엄연히 그를 상전으로 대하고 있다.진복은 아가씨께서 영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집안에 사람이 적고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지금 너무 많은 사람을 국공부로 들일 필요가 없다. 게다가 사 온 하인들을 마음 놓고 쓸 수도 없으니, 많은 일들은 사여묵에게 알려야 한다. 사여묵이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처리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사여묵이 자주 오려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그는 송석석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곧 돌아가려 했다. 많은 사건들이 그의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갓 대리사에 일을 하고 있어, 매일 번거로운 문서를 보느라 눈이 아플 지경이다.게다가 그는 율법을 마음속에 기억해 둬야 한다.
노부인은 청색 구름무늬 솜저고리를 입고 손에 찻잔을 들고 있었다. 나이는 오십 남짓한 모습으로 머리가 좀 희끗희끗하고 머리를 단정히 올려 위엄있어 보였다.셋째 아가씨는 옷차림이 매우 수수했다. 흰색 여우 가죽옷 아래에는 살구색 저고리 치마를 입었고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예쁘게 생겼다. 그러나 안색은 다소 생기가 없어, 살구색 치마가 아니었다면 그녀의 어머니보다도 더 성숙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겼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들을 자리에 앉게 한 뒤 설명했다."지난날 노부인께서 만나려 청했지만 서우가 치료를 받고 있어, 제가 손님을 맞이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실례가 될까 봐 거절했고 지금은 서우도 아주 좋아져서 이렇게 두 분을 댁으로 모시고 싶었습니다. 서우를 신경 써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그날 그들은 어린 도련님 서우를 보려 방문하겠다고 했으니, 송석석도 물론 그 말에 맞춰 답해야 한다.노부인이 물었다."도련님은 지금 괜찮으십니까?""예. 아주 좋아졌습니다. 노부인께서 신경을 써주시니, 서우의 복입니다."송석석이 답했다.노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국공부에 없는 것이 없다고 알고 있지만, 최근 백 년 인삼 한 뿌리를 얻어 도련님께 보신용으로 드리려 갖고 왔습니다."그녀가 말을 하자, 시녀는 정교한 상자를 들고 와 송석석에게 예를 올렸다."아가씨 마음에 들기를 바랍니다."송석석이 말했다."어찌 이런 것을 받는단 말입니까? 서우를 보러오신 것만으로도 소녀는 이미 감격해 마지않는데, 어떻게 이렇게 진귀한 약재까지 받겠습니까?""아가씨, 평서백부의 작은 성의라고 생각하고 받으시지요."노부인은 한숨을 쉬었지만,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있었다."평소 서로 왕래가 드물었지만, 우리도 국공 어르신을 존경했습니다. 지금 도련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받지 않으면 우리 평서백부를 얕본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송석석도 인사치레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마움을 전한 뒤 양 마마에게 인삼을 받으라고 했다.노부인은 몇 마디 인사
말을 마친 그녀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화리를 한 것도 잘한 일입니다. 지금 북명왕 전하에게 시집갈 수 있으니, 장군부 부인보다는 왕비가 낫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은 그녀의 얄궂은 말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담담히 답했다."인연이 어찌 사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저도 화리할 때 북명왕에게 시집갈 줄은 몰랐습니다.""청아, 어찌 이렇게 말하는 것이냐?"노부인은 굳은 표정으로 꾸짖었다."결례를 범했습니다. 늘 직설적으로 얘기를 하는 성격이라, 개의치 않기를 바랍니다."왕청여는 웃음을 멈추고 다시 물었다."전북망의 인품에 대해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화리를 한 사이니, 분명 그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송석석은 그녀의 말이 우스웠다."아가씨께서 이미 그렇게 얘기하셨으니, 더 물어서 무엇합니까?"노부인은 매섭게 왕청여를 노려본 후 죄책감이 담겨 있는 말투로 송석석에게 말했다."몇 년 동안 혼자 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이렇게 분수를 모릅니다. 저희도 도련님을 보러 온 것 외에 전북망이 어떤 사람인지 들으려 했습니다. 적어도 아가씨께서 그를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정녕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저를 찾아오지 말아야 했습니다. 아가씨 말처럼 분명 그를 인내할 수 없어서 화리했으니, 어찌 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겠습니까?"모녀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송석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말했다."하지만, 그것은 모두 개인적인 원한입니다. 그리고 화리한 순간부터 낯선 이와도 같으니, 모든 원한도 사라졌습니다. 저도 전북망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혼인을 올린 날 밤 바로 출정했고, 그가 돌아온 후 바로 평처를 들이려 해 화리했습니다. 화리를 하기 전까지 저희는 낯선 사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노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보니 확실히 낯설다고 할 수 있네요."송석석이 말했다."진정으로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남강의 전장입니다."왕청여는 존경의 마음이 솟아나 방금의 태도를
평서백 노부인과 아가씨를 보내고 송석석은 본청에 한참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잠깐 넋을 놓았다.‘이 혼사에 대해 전북망은 어떤 태도일까? 이방뿐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방이 그렇게 도도하게 그녀 앞에서 센 척을 하더니, 이렇게 빨리 새로운 본처가 생길 줄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과연 이방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이 그날 거만하게 사람을 깔본 것이 가소롭다고 생각할까?’왕청여는 비록 성격이 어느 정도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평서백부의 아가씨로 집안 안주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그리고 전 노부인도 이 며느리를 아주 좋아할 것이다. 비록 두 번째 혼사지만 혼수가 적지 않을 것이고 친정도 유능하다. 이 이유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노부인은 친정의 실력이 좋은 며느리를 좋아한다.이방은 여인과 싸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다툴지 말지 모를 일이다.그녀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무시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 것인가?송석석은 궁금했지만 정말 사람을 보내 알아보지 않을 것이다.다만 송석석이 알아보지 않아도 전가에서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전가의 둘째 노부인이다.둘째 노부인은 서우가 돌아왔을 때 한 번 왔었다. 그때는 전가의 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도 그렇게 즐거운 날에 나쁜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둘째 노부인은 송석석의 혼수를 보태주려고 왔다. 보낸 것들은 많지도 귀하지도 않았지만, 그녀의 성의였다.그녀는 서우에게 신발과 양말까지 맞추어 옷을 만들어 주었다.그리고 송석석에게 이불을 만들어 주었다. 이불 위의 자수는 그녀가 스스로 수놓은 것이다. 활짝 핀 꽃들을 수놓아 백년해로를 뜻했다.송석석에게 평상복 한 벌과 침복 한 벌에 꽃을 수놓은 꽃신을 만들어 주었다.선물한 금기는 한 쌍의 용과 봉황이 새겨진 금팔찌이다. 이것은 밖에서 파는 일반적인 무늬이다. 그러나 묵직한 무게로 보아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둘째 노부인은 노부인의 억압으로 줄곧 잘 지내지 못했기에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았다. 이 한 쌍의 용과 봉황이 새
양 마마는 둘째 노부인이 좋아하는 제비집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둘째 노부인 먹을 복 있으십니다. 제비집을 한참 달이지 않다 오늘 마침 달였는데, 이렇게 오셨잖습니까."양 마마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은 매일 끓여서 서우에게 약과 함께 먹이며 목을 치료하고 있다.제비집은 공가에서 조금 보내왔고 북명왕부의 노 집사도 보내왔다. 게다가 진복도 사와 집에 많았다.둘째 노부인은 양 마마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난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니, 맛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왔다. 요즘 기침을 하고 있는데, 제비집 한 그릇을 얻어 마셔서 오늘 저녁에는 기침하지 않을 것 같구나."송석석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아직도 기침하고 계십니까? 지난번에 서우를 보러 오셨을 때도 기침하는 것을 들었습니다.""종일 집안이 우중충하고 시끄러우니, 나을 리가 있겠느냐?"둘째 노부인은 숟가락으로 도자기 그릇 속의 제비집을 가볍게 휘저으며 수심에 찬 얼굴에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북망이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온다 해도 이방과 말다툼을 하며 손찌검하니… 북망이도 참 참을성이 좋더구나. 때려도 참고 욕을 해도 참고, 이방이 종일 난리를 피워도 참고 있다. 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이방을 따를 수밖에 더 있겠냐?""그리고."둘째 노부인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송석석을 바라보았다."만약 이방이 찾아온다면, 절대 만나지 말거라.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저를 찾아올 리가 있겠습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왜 그럴 리가 없겠느냐? 두 사람이 말다툼할 때 이방이 너를 찾으러 가겠다고 했었다.""저를 왜 찾는 것입니까?"송석석은 충격에 휩싸였다."저는 이미 그들과 관계가 없습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겠느냐? 도저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더구나."둘째 부인은 기침을 두 번 하더니 이내 제비집부터 마시고 내려놓았다."두 사람이 저리 싸우니 온 집안이 편히 지내지 못하고 있다. 전북망을 끌고 너를 찾아 분명
둘째 노부인이 떠날 때, 송석석은 양 마마를 시켜 그녀에게 제비집을 챙겨주라 전했다.둘째 노부인은 기침 병이 있어 날이 추워지면 발작을 일으킨다. 이전에도 송석석은 그녀에게 많이 보냈었다.둘째 노부인이 싫다고 거절하자 송석석은 둘째 노부인이 했던 말로 그녀를 설득했다."받지 않으시면 저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럼, 둘째 노부인의 물건도 받을 수 없습니다."송석석을 말을 마치고 양 마마에게 금팔찌를 돌려주라 했다."아이고, 가져가마."둘째 노부인은 얼른 제비집을 손에 들었다."자꾸 너한테서 물건만 얻어가니, 이 나이에 염치도 없구나.""제가 가장 힘들 때 제 곁에 있어 주셨습니다. 다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송석석은 그녀의 팔짱을 끼고 배웅했다.애초에 송가가 멸문을 당할 때 노부인도 비록 위로를 해줬지만 그저 말뿐이었다. 그러나 둘째 노부인은 성심성의껏 그녀의 곁에 함께 있었다.그녀가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안신약을 끓여주었었다. 단신의가 처방한 안식약 중 태반이 그녀가 직접 끓인 것이다.둘째 노부인은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녀는 얼른 코를 닦고 고개를 돌렸다."나도 너를 자식처럼 생각했다. 만약 이 늙은이가 싫지 않다면 앞으로 이모라고 부르거라."이제는 둘째 숙모라고 불러도 상황에 맞지 않았다."공교롭게도 저에게는 마침 이모가 없었습니다."송석석이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둘째 숙모가 아닌 둘째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참 좋구나."둘째 노부인은 미소를 지었다. 이 웃음 속에는 마음이 아린 감정도 섞여 있었다.둘째 노부인을 배웅하고 송석석은 돌아가 양 마마를 도와 선물을 들고 혼수를 쟁여둔 창고로 옮겼다.옷은 접어서 상자에 넣어두고 나중에 상자들을 전부 왕부로 옮길 것이다.그리고 서우의 옷은 품에 들고 나중에 서우에게 보내려 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바느질을 쓰다듬었다. 둘째 노부인의 정성이 느껴질만큼 바느질은 촘촘하고 정교했고 조금의 흠도 없었다.
이틀 동안 돌아본 후, 수란키가 송석석에게 말했다. "귀국에 단신의라는 신의가 계십니다. 그분이 만든 단설환의 한 가지 재료인 설연화가 귀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고 알고있습니다. 남강에 있기는 하지만, 설산 정상에 자생하고 있어 채집하기 매우 어려우며,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설연화가 그리 희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산지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요. 그가 사용하는 설연화는 모두 서경 약장수에게 몰래 사서 쓰는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그 가격으로 단설환을 팔면, 한 알을 팔아서 한 알을 잃는 셈입니다."송석석은 단설환이 부족한 이유가 일부 약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백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재가 부족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서경과 상국은 그동안 무역을 하지 않았고, 특히 약재는 더 조심스럽게 다뤄졌기 때문에 그가 서경 사람에게 약재를 산 것을 비밀로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수란키와 원신제는 한 마음으로 이렇게 세세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며, 두 나라 간에 상호 교역을 이루려는 계획이 이미 있었을 것이다. 안풍친왕을 불러들인 것도 이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단설환은 생명 구제용 약이라, 만약 약재만 부족하지 않다면 평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실로 민생에 큰 이익이 된다. 송석석은 그들이 지나쳤던 약재 시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왜 약재 시장에서는 설연화를 본 적이 없죠?" 수란키가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우리 서경에서 설연화가 많이 자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희귀한 재료입니다.고산지대를 올라가야만 채집할 수 있기에 위험하기도 하지요. 게다가 약효가 뛰어나지 않습니까. 심장을 강하게 하고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법이 없습니다. 송대감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것을 상국으로 가져가서 단신의께 검증받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친 후 시 사람을 시켜 설연화 한 바구니를 가
그가 앉은 자리는 북당이 이번 협상에서 취한 입장을 대표했다.그는 중립의 위치에 있었다. 송석석은 다시 한 번 국가가 강성한 것이 정말 좋다며 감탄했다. 협상의 처음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양쪽 모두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였고, 양쪽의 역관들이 그것을 전달하며, 모두 역사적 문제를 강조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양보를 한다면 계속해서 양보하게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첫 번째 협상에서는 아무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데 그쳤다. 다음 날, 바로 두 번째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 초반에는 전날처럼 양쪽에서 강조하는 말들이 오갔다.그러다가 잠시 후, 안풍친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렇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 문제는 이미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고, 이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국경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본왕은 두 나라가 서로 친선을 맺고, 서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모두 두 나라가 더 이상 분쟁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안풍친왕은 한 장의 목록을 꺼냈다. 그 목록에는 양국의 상품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곡물, 가축, 비단, 직물, 수공예품, 찻잎, 모피, 도자기, 종이, 벼루, 각자의 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약초, 향료, 청염, 철광, 옥석 광물 등이 있었다. 양쪽은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처음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이익 앞에서, 어떤 일들은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이 되지 않으면 잠시 미룰 수도 있었다. 수년간의 전쟁은 두 국가의 국고를 이미 소진시켰기에 양쪽 모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북당의 발전 경험에 따르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뒤처진 생각이며,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중시하는 것이 살길이었다. 상업세 또한 매우 높았다. 안풍친왕의 이 목록 덕분에 두 나라는 국경
하지만 송석석은 서경의 종친과 관리들이 북당이 협상에 개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람이 역력했다.놀란 마음이 지나고 나자, 그들은 기쁨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들은 북당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서경을 위한 든든한 지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송석석은 이 장면을 보며 오히려 안심을 했다. 정말 그렇다면 원신제가 미리 그들에게 이를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협상에 참여하는 관리들에게는 알렸어야 하는데, 그녀가 왜 말을 하지 않았는지이제야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서로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길 원했지만, 궁정의 문무 백관들 중 그녀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신복하는 북당 안풍친왕을 초대한 것이었다.이렇게 보니, 어제 원신제가 그녀와 시만자를 궁으로 부른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처음에 말했던 그런 것들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여성의 과거 시험을 예로 든 것은, 그녀의 많은 결정들이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여기까지 분석을 마친 송석석은 점점 더 낙관적이게 되었다.궁중 연회가 끝난 후, 북당 사람들은 대접을 받으며 떠났다. 그들은 그 한 끼를 제외하고는 의견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으며, 단지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었다.그들이 떠난 후, 상국의 사절단도 일어나 인사를 하며 물러났다. 모두가 돌아가서 협상 준비를 해야 했다. 수란키가 제공한 일정을 따르면, 이틀 후부터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황궁 별관에 돌아가자, 이덕회는 모두를 모아 앉히고 논의했다.사실상 또 다른 진부한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양보를 해야 한다면, 모두가 지도 위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황제가 이미 양보의 한계를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양보를 하게 되면 돌아가기도 어렵고, 역사적인 죄인이 될 수도 있었다.그래서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며, 그저 지도만 바라보며 각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자리에서는 모두 입맛이 그다지 좋지 않기 마련인지라, 많은 음식들이 한 입 먹고 나면 다시 치워지곤 한다.하지만 북당의 사람들은 정말 음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요리가 나와도 모두 다 먹어버렸으며, 가득 채운 술잔도 순식간에 비웠다. 그들을 시중드는 궁인들도 꽤 힘들었을 것이었다.시만자는 그들이 춘만루에서 먹었던 그 한 끼를 떠올렸다. 그때도 남은 음식이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이 비워졌었다.그녀는 송석석에게 무언가 말을 건네고 싶었다. 하지만 식사 소리 외에는 아무 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에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그러나 그들은 눈짓만으로도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시만자는 북당 사람들이 이곳에 등장한 것이 협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했고, 송석석도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중재자로 온 것인지, 아니면 서경을 돕기 위해 온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만약 중재자라면 협상 또한 오래 걸리지 않고 조약을 체결할 수 있을 테니 더 좋을 것이었다.하지만 만약 서경을 돕기 위해 온 것이라면 협상은 공방전이 될 것이 분명했다. 북당이 그들의 방패가 된다면 상국이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틀림 없으니 말이다.이덕회와 홍려사경 등 상국의 사절단들은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챈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의 그 기쁨을 잃은 대신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눈앞의 음식도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듯했지만, 모두가 식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먹었다.이 궁중 연회는 그들이 참석했던 연회 중 가장 이상한 연회였을 것이다. 마치 폭풍이 다가오는 듯한 무서운 고요함이 느껴졌다.궁중에서 준비한 요리는 총 32가지였다. 그러나 각 요리의 양은 매우 적었으며, 궁인들은 음식을 하나씩 들고 들어와서는 다시 하나씩 치워갔다.누군가 술잔을 들고 싶어했지만, 역시 원신제와 마찬가지로 한 번 쓱 훑어본 후, 술잔을 비우고 다시 내려놓고는 식사를 계속했다.마침내 32가지 요리가 모두 올라갔
다음날, 궁중 연회는 신시에 시작되었고, 여전히 수란키가 직접 그들을 맞아 궁으로 안내해주었다.예상했던 대로 즉위식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이번 연회의 주요 목적은 국경선의 협상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궁에 들어간 후에도 다른 나라의 사절단을 보지 못했다.궁 안은 황실의 측근과 문무 백관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들은 상국의 사절단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친근한 분위기도 없었다.이런 자리에서는 역관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대화의 주제가 그리 넓지 않아, 서로 간단한 인사 정도만 나눌 뿐이었다.다른 나라의 사절단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입석할 때 원신제가 상국의 사절단에게 말했다."오늘 북당에서 귀빈들이 오십니다. 곧 도착할 것인데, 여러분이 그들과 바로 친해질 것이라 믿습니다."이덕회는 즉시 흥분하며 말했다. "북당의 귀빈이라 하셨습니까? 어떤 분이 오시는지요?"그가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왕이장이 가져온 임양운의 육안총과 포차는 모두 북당에서 개량된 것이었고, 임양운 선생이 북당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상국의 병부상서로서 그는 정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북당은 상국이 항상 배우고자 했던 본보기였다. 그들의 첨단 무기와 치국책은 상국보다 훨씬 진보적이었다.물론 국가의 상황이 다르기에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을 테지만, 대화를 깊이 나누면 분명히 얻을 것이 있을 것이었다.원신제는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도착하면 알게 될 것입니다."연회는 지루하고 피곤했지만, 북당의 귀빈이 온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진다.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때, 한 외침이 들렸다.“북당 안풍친왕과 왕비께서 도착하셨습니다!"이덕회는 놀라서 입을 막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송석석도 사부로부터 안풍친왕의 호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사부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생각치도 못하게 오늘 그를 만날 수 있으니 그녀도 말할 수 없이 기뻤다.반면, 만두와 몽동이 그들은 비교적 담담했
원신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씁쓸한 게 한 가지 더 있네. 지금까지 짐은 장공주의 신분으로 여인에게도 과거 시험을 볼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높이 외쳤지. 하지만 황제가 된 지금, 어쩔 수 없이 각 세력들의 이익을 고려해줘야 하고 그자들이 짐에 대한 적대심과 경계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네. 짐은 이제 고려한 일이 더 많아졌어. 가끔은 속에 천불이 나서 반대파 세력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싶기도 하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송석석이 대꾸했다.“사실 한 나라의 황제나 대신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결국 최종 목적은 같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도 그렇듯 다들 나라의 안정과 백성들의 평안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나라에 영원히 전란이 일어나지 않고 창성해야 폐하께서 원하시는 개혁을 진행하셨을 때 반대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 현재 가장 중요한 건 폐하의 자리부터 굳건히 지키시는 겁니다.”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원신제는 송석석의 말뜻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현재까지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고 각 세력들의 제지도 심하기에 이 국면을 해결하는 것도 충분히 힘든 일이다.황제의 자리도 흔들리고 있는 지금, 원신제가 개혁까지 고집하려는 건 더욱 위험한 일이었기에, 미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만자 또한 송석석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사실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에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 강경하게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가장 현명하지 못한 하책입니다. 한 사람의 성격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천 년이나 넘게 지속된 규정을 바꾸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폐하께서 관념의 씨앗을 심으시면 언젠가 누군가가 폐하께서 남긴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시만자는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저와 석석도 매산에서 무술을 공부할 때 그랬습니다. 다들 저희를 비웃고 하찮게 여겼지만 저희는 결국 실력으로 그자들을 한 명씩 쓰러트렸습니다.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실력이
서경의 황궁은 금빛으로 반짝였으며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어둠이 깃든 고요한 밤에는 기 장엄함이 더욱 돋보였다.첫 번째 궁문을 들어서고 나서도 마차는 궁 안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궁 안 곳곳에는 커다란 나무들 위에는 등불이 잔뜩 걸려 있어 대낮처럼 밝았으며, 누군가가 몰래 나무 위에 숨어있는다고 해도 너무 밝아서 바로 들킬 정도였다.수란키는 앞장서서 걷다가 한 궁전 밖에 도착했는데, 궁녀 두 명이 다가와 수란키와 서경 언어로 몇 마디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수란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 대감님, 만자 낭자, 폐하께서 두 분에게 궁전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두 궁녀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휘황찬란한 궁전 내부에는 커다란 조각 기둥이 양측에 세워져 있었으며 그 모습은 압박감이 넘쳤다.원신제는 용상에 앉아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반겼지만 얼굴에는 피로함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인사를 올렸고 원신제는 그들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그리고는 송석석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짐은 송 대감이 사절단과 함께 이곳으로 온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네.”송석석은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셨다는 소식을 듣고 소인도 너무 기뻤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걸 감축드립니다.”송석석은 원신제를 힐끔 쳐다보았다. 원신제에게서 냉옥 장공주의 모습이 보였고 예전과 크게 변한 건 없었으며 여전히 피로해 보이고 여전히 진중하고 엄숙했다.냉옥 장공주에게 있어서 황제의 역할이든 실권을 손에 쥔 장공주 역할이든 똑같이 신경 쓸 일이 많을 것이다.“원하는 바를 이루느라 많이 힘들었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 일처리는 훨씬 쉬워졌네.”원신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조금 뒤, 궁녀들이 서경 특색이 돋보이는 다과들을 내왔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조금 전에 저녁 식사를 했기에 배가 고프지
서경 수도에 도착했을 땐 8월 13일이었기에, 송석석 일행이 떠난 지 한 달은 족히 넘은 상황이었다. 점심이 되자,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어졌다.진왕은 마차 안에 몸을 웅크려 누운 채 입성에 진입했다. 하지만 마지막 자객들은 머릿수도 많고 기세도 등등해, 서경 지대에 들어서고 나서도 송석석 일행은 총 일곱 번이나 습격을 당했다. 현갑군은 대부분 부상을 당했고 시만자마저 어깨가 칼에 찔렸지만 다행히 신경까지 다치지는 않았다.진왕이 이렇게까지 크게 논란 건, 자객에게 습격을 당할 당시, 그는 변소 안에 있었다.일을 마치고 변소를 나선 순간, 갑자기 나타난 자객이 검으로 진왕의 가슴을 베었고 그 검을 진왕의 가슴에 꽂으려던 순간, 송석석이 제때에 나타나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한 발 빠르게 자객의 가슴에 꽂았다.하지만, 이내 자객의 머리채를 뒤로 확 잡아당긴 덕분에 진왕은 무사할 수 있었다.그는 가슴팍이 조금 베인 게 전부였지만 큰 중상을 입은 것 마냥 밤새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수도에 도착하자 수란키가 관원들을 데리고 성문 앞에 서서 진왕을 반겼다. 수란키는 이제 서경의 승상이 되었다.한눈에 송석석을 알아본 수란키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송 장군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여전히 기품이 넘치시네요.”송석석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인사를 하며 상대방을 힐끗 살폈다. 솔직히 조금 전에 수란키를 알아보지 못했다.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백발인 데다가 수염도 허옇게 변해 버렸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쳤고 남강 전장에서 봤을 때보다 되레 활기가 넘쳐 보이기까지 했다.남강 전장에서 봤던 수란키는 온몸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위엄이 넘치고 엄숙한 그는 삶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저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다.“승상께서 이렇게 직접 마중까지 나오시고.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송석석이 웃으면서 말하자 수란키가 호탕하게 웃었다.“너
한편, 크게 놀란 진왕은 태의를 불러 심신을 안정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송석석이 찾아갔을 때, 진왕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덜덜 떨리는 입술로 송석석에게 자객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송석석이 진왕에게 자객이 도망쳤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그는 조금 안정을 찾은 듯했다.사실 진왕을 보필하는 사람들이 자객이 도망쳤다고 진작 얘기했지만 진왕은 믿지 않았다. 이제 송석석에게서 듣고 나니 그제야 안심이 된 것이다.송석석은 진왕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당부한 뒤 방을 나섰다.이와 동시에, 이덕회는 나머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병부 상서인 이덕회는 지금까지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전부 겪어 보기도 했고 또한 왕비와 현갑군을 믿었기에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한편, 매산 출신 몇 명은 한데 모여 전에 성릉관에서 만났던 검은 복장 차림의 무리들을 의심하고 있었다.어쩌면 그자들이 바로 자객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이다.이 의심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바로 시만자였다. 그는 그 무리들이 갑자기 사라진 게 너무 수상했고 비밀 경로를 통해 계획적으로 도망친 거라고 확신했다.더군다나 조금 전 자객들도 전부 검은색 옷차림이었기에, 비록 머릿수가 조금 차이 나긴 했지만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일부 사람들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성릉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했던 건 아마 우리한테 손을 쓰려고 그랬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성릉관에서 우리를 죽이면 쉽게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포기한 거야.”시만자는 분석할수록 자신의 의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물었다.“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아?”송석석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자들은 아니야.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금 전 자객들은 그자들보다 무술 실력이 확연히 떨어져. 그자들은 성릉관에서도 자유롭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어. 그렇게 보면 네 의심이 성립되지 않다는 거지. 그자들은 성릉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