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의가 금방 도착했다. 그는 검사를 통해 부하의 노력을 먼저 인정하고, 송서우의 회복 능력을 인정했다.그는 송서우의 코를 살짝 건드렸다.“자식, 그거 참 잘 버텼네. 이 할애비는 적어도 1년 반은 걸릴 줄 알았어.”송석석이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그때는 독피를 뱉어야만 말할 수 있다고 말씀 하셨지 않습니까?”“그렇다고 단정 짓지는 않았어. 지금 보아하니, 몸 안에 독소가 거의 빠진 것 같네. 다만 2년 이라는 시간 동안 말을 한 적이 없기도 하고 계속 침을 맞은 탓에 통증이 있는 건 당연해. 곧 천천히 나아질 거야.”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참으로 변덕 스러운 신의라 모두가 생각했다. 쓸모 없는 일에 계속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곧이어 송석석이 단 신의 앞으로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조아렸다.“응당 서우가 인사를 드리는 게 맞지만 몸이 불편하여 제가 대신 인사 드리 옵니다.”단신의는 그녀의 인사를 받고는 답했다.“이제 그만 일어나시게. 그리고 약 값은 무릎 값으로 퉁치겠네.”매번 약값을 달라며 닦달하는 부하 때문에 그도 진절머리가 난 모양이다. 옆에 있던 송석석이 서둘러 거절 의사를 표하려 했지만 단신의가 눈치를 챘다.“이제 내 말도 듣지 않을 생각 인 것이냐.”“어찌 소인이 감히!”말을 끝내고 곧이어 웃음을 지어 보였다.“말씀 따르겠습니다, 대신 그 값은 은혜로 풀겠습니다.”“이제 그만 일어나지, 말만 더 많아 지겠어.”단신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곧이어 처방전으로 고개를 돌렸다.“처방전이 바뀌어도 약은 계속 먹어야 해.”옆에 있던 진복은 생각했다, 이번에 처방전을 받게 되면 약왕당에 또 다시 약을 받으로 올 수 없게 되지 않은 가.게다가 매번 약값도 받지 않고 있지 않아 그의 마음은 불편함으로 가득 찼다.단신의는 처방전을 그에게 넘겨 주면서도 그의 마음을 단번에 알아 차릴 수 있었다.“약은 약왕당에서 받아야 하네. 국공부의 분위기가 안 좋기도 하고, 저번
송석석은 늦은 밤이 되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보주가 그녀에게 보고를 하러 왔다. 이방이 부외에서 만나자는 요청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말려도 나가지도 않고 소리만 점점 커져갔다.그 탓에 보주는 어쩔 수 없이 송석석을 깨울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침상에서 일어나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이방이 진짜 왔구나.’생각을 정리하면서 귀를 기울이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방의 소리였다. 동시에 문을 세게 내려치는 소리도 들렸다. 만약 상황이 계속 지속 된다면 결국 서우에게 까지 영향이 갈 수 있었다.아무리 많이 회복 되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난폭한 소리를 무서워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곧이어 송석석은 도화창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국공부 주위에는 모두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다. 이방이 소란을 피운다고 해서 국공부의 가주인 그녀가 직접 나서게 되면 체면이 구겨 지기 마련이다.그녀는 생각을 바꾸어 이방의 말을 들어 보기로 했다. 곧이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외원에 있는 방에서 기다리라고 해줘. 옷만 갈아입고 나갈게.” 보주는 이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방의 요구를 맞춰 주지 않는 이상 소란은 계속 되리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국공부 안에는 이방을 확실하게 내보낼 하인도 없었다. 만약 이방에게 맞기라도 한다면 창피함이 극에 달할 것이다.“예, 소인이 나가서 들어 오라고 하겠습니다.”보주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곧이어 명주를 불러 송석석의 환복을 도우라고 전했다.“아침부터 이게 무슨 재수 없는 일인지.”한편, 송석석은 항상 입던 옷을 입고 얇은 겉옷을 밖에 걸쳤다. ‘추운 게 보아하니 다시 또 눈이 오겠군. 이것도 나쁘지 않지, 서우와 함께 눈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날은 여전히 어두웠고, 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하지만 남강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남강의 바람은 뼈를 으스리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녀는 외원의 방 안에 있는 이방을 발견
이방은 그녀의 말을 듣자 미친 것 처럼 웃음을 터뜨렸다.“애석하게도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장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하지만 송석석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둘째, 그 날 찾아 오셔서 저에게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 합니다. 그 여인을 땅 끝까지 비난해도 제가 당신을 질투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장군을 무시할 뿐이지요. 장군께서는 같은 여인인 저를 전혀 불쌍하게 본 적이 없습니다.”이방은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그렇습니까? 그때 장군의 무술이 상당했는데,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으셨습니까.”“우스웠습니다.”송석석의 동공이 검게 변했다.“제 눈에 이방 장군은 그저 광대에 불과했지요. 게다가 그저 말로만 저를 흉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리고 진정 약속을 어긴 사람은 다름 아닌 전북망 입니다.”“제 꼴이 우스웠다고 하셨습니까?”“송 장군처럼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고귀하고, 겸손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겁이 많고 야비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와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은 것도 명성을 지키기 위해 한 짓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심지어 장군부가 송 장군의 편을 들어줄 줄 알았겠지요. 애석한 건 송 장군 입니다.”이어서 턱을 들자 얼굴의 검은 사포도 같이 흔들렸다.“그때는 절망 혹은 화가 나셨겠지요?”송석석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러한 집안에 남는 것이야말로 절망스러운 일입니다.”“위장에 재능이 있으신가 봅니다.”이방은 옆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꽃병들을 쓸었다. “양심에 손을 올려 물어 보시지요. 저를 단 한 순간도 질투한 적이 없으신 겁니까?”곧이어 바닥으로 유리가 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꽃병 안에 든 매화의 꽃잎도 물과 함께 같이 떨어져 창백하게 변했다.송석석은 깨진 꽃병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답했다.“보주야, 진복에게 이 꽃 병이 얼만지 물어 봐다오. 그리고 나중에 이씨 집안에 갚으라고 전해.”보주는 큰 소리로 답했다.“소인이 가격을 알고 있습
이어서 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엎어진 물을 밟은 채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허리를 숙여 귀에 속삭였다.“수란키의 복수를 다 보시고도 정신을 못 차리셨습니까? 당신이 이 세상 유일한 여장군 같으십니까? 이방 장군,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북망은 그저 새로운 것에 취해 혼인을 약조 했을 뿐, 만약 정말 사랑했다면 첩이 아니라 본처로 맞이 했겠지요.”이방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건 장군께서 저에게 기회를 준 겁니다.”송석석이 이방의 멱살을 잡고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이어서 한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저를 보시지요, 제가 그 사람의 체면을 생각 한 적이 있습니까? 기회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당신은 얻은 게 무엇이 있습니까. 여기 오셔서 그저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고, 저를 모함하려고 오신 거 아닙니까?”그녀는 이방의 턱을 세게 잡았다. 곧이어 밀려오는 고통에 이방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죽이는 건 간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를 철저히 무시하고, 제 힘들었던 혼인 생활도 무시하신 거 보면 언젠간 꼭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되실 거라고 장담하지요.”이방은 몸부림 쳤다.“이거 놓으시죠.”하지만 송석석은 놓지 않았다. 자신의 시선에 맞게 턱을 치켜 올렸다.“저를 참으로 만만하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빠르게 이혼을 하여 만만하게 보시는 것인지 아니면 전북망이 위대한 지아비감인 마냥 저에게 자랑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또 평서백부는 못 찾아가고 할 수 있는 거로는 저를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것 뿐이지요. 그거 아십니까? 평서백부의 노부인과 아씨도 저에게 예의를 차립니다.”“송 장군, 당신..”이방은 그녀의 눈빛에서 차가움을 느꼈다.‘정말로 단 한번도 전북망이 생각 나지 않았던 것인가?’하지만 생각도 잠시, 분명 전북망이 그립지만 북명왕을 만나 감정을 숨겼을 뿐이라 여겼다.“성릉관의 일과 송가 집안의 멸망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이방의 기세가 전보다 훨씬 작
‘천하다’라는 말이 이방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송석석의 배를 발로 찼다. 하지만 송석석은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이방의 종아리를 내려쳤다. 곧이어 뼈가 부러질 듯한 고통에 이방의 비명소리가 들렸다.송석석은 그녀의 멱살을 다시 잡고 의자가 있는 곳으로 끌었다. 그리고 살기 서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감히 저희 집에서 저에게 손찌검을 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오늘 오신 목적이 무엇 입니까?”이방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곧이어 면사포가 바닥에 떨어지고 못생겨진 반쪽 얼굴이 드러났다.송석석이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자 이방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당신 때문입니다. 오늘 찾아 온 이유는 당신에게 죄를 묻기 위함입니다. 그때 당신은 병사를 데리고 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구하러 오는 전북망의 길도 막았었지요. 송 장군, 당신은 저를 미워하는 게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수란키가 저를 공격 한 것이지요. 이래도 인정 안하시는 겁니까?”이방이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 때문입니다.당신이 저희 부부 사이를 다 망쳐 놨습니다. 전북망은 저를 건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그때 말리지만 않았어도 제가 이런 결과를 맞이 했을리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수란키랑 이미 말을 맞추고 같이 짠 계획이 분명합니다, 얼른 전북망에게 사실대로 말하세요!”“송 장군, 당신은 장군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부하들이 수란키의 포로가 되어도, 어떠한 짓을 당해도 도와주지 않는 자가 어떻게 장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이래도 찬양 받는 송가 집안이 얼마나 역겨운지 아십니까?”송석석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손은 여전히 이방의 멱살을 잡고 있었고 곧이어 고개를 돌려 보주에게 말했다.“가서 서우를 살펴, 절대로 나오게 하지 말고.” 보주도 이방을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송석석의 말에 답했다.“네, 지금 가겠습니다.”그리고 서둘러 자목원으로 달려갔다. 한편, 이방은 송석석의 동공을 보고 겁을 먹었다. 머리
송석석은 이방의 다리를 차서 무릎을 꿇렸다.“어떻게 죽은 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의 몸에서18개의 칼 자국이 있더군요, 왜 18개 인지는 이방 장군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아닙니다!”이방의 얼굴이 창백 해졌다. 침을 꼴깍 삼키고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곧이어 서경 황실의 병사가 자신을 잡으려고 하여 18개의 칼 자국을 낸 기억이 떠올랐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서경의 사람이 한 짓 입니다. 서경의 정탐꾼들이 죽인 겁니다! 저랑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그리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송석석이 그녀의 어깨를 계속 짓누르고 있었던 탓에 움직이지도 못했다.“제 작은 조카도 놓치지 않으셨지요. 몸이 약해 약을 먹으면서 지낸 작은 아이의 몸에 18개의 칼집을 남기셨습니다. 결국 피부가 너덜너덜해져서 피가 바닥에 흥건했습니다. 진북후부에 피비린내가 안나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게 모두 당신이 한 짓 입니다. 이방 장군, 당신이라면 제가 어떻게 당신이 밉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송석석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찢겨 나갈 것 같았다. 이방은 몸에 힘이 풀리고 여전히 묘비는 제대로 쳐다 보지 못했다. 몸이 갑작스럽게 차가워지고 호흡이 점점 어려워졌다.마치 송석석에게 목이 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공포가 밀려와 그녀의 관자놀이를 눌려왔다. 이방은 계속 중얼거렸다.“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네 가족을 죽인 건 서경의 정탐꾼들이라고, 나랑은 전혀...”“아무런 연관이 없어. 그래, 난 잘못한 게 없어.”침을 꼴깍 삼키고 기어서 나가려고 하자 송석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 다섯 번째 새언니도 아이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기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번 칼로 매도질을 당했습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이에게 향했고요. 그 자리는 피로 흥건했고, 결국 아이의 바로 앞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이방은 깜짝 놀라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때의 장면이 뇌리를
이방은 남강 전쟁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을 다시 떠올렸다. 사실 여러 일들이 일었지만 항상 믿지 않고, 여러 변명을 하는 게 그녀의 습관이었다. 제일 큰 이유는 북명왕이 송석석을 도와주려 하는 것에 질투를 느낀 것이다. 서둘러 그녀의 공로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하지만 송석석은 세세하게 분석하여 이방이 변명하게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송석석의 뒤로 연화등이 켜져있는 지라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이방 장군은 그래도 살아는 있지 않습니까, 만족 하세요.”송석석의 말이 이어졌다.“하지만 제 가족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 당신 때문이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안 미워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랜 시간 참고 견뎌왔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도 제 발로 찾아 오시다니요. 성릉관에서 세운 공만 보면 저는 당신을 존경했을 겁니다.”그녀가 서서히 다가가자 이방의 몸에 그림자가 졌다.“하지만 진상은 어떻습니까? 제 가족을 모두 죽여서 공을 세웠다는 점이 참으로 추악스럽습니다. 무슨 낯짝으로 제 앞에서 위세를 떨치며, 무슨 낯짝으로 저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너그러우신 분이 왜 저의 혼수를 하나씩 신경 쓰시는 겁니까? 탐욕스러운 모습이 천하기 그지 없으며 지금의 얼굴보다 몇 배는 더 괴상스럽습니다.”이방은 두 손을 바닥에 두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그만... 그만...”송석석은 다시 허리를 숙여 입꼬리에 비웃음을 담은 채를 그녀를 향해 말했다.“겨우 이만한 것도 못 참는 분이 무슨 용기가 생겨서 저를 찾아 오신 겁니까? 전북망에게 부탁을 해달라고요? 이방 장군,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보아하니 두 사람이 말한 사랑도 그저 불장난에 불과하군요. 다 돌려 받는 거라고 생각하십시오.”이방의 입술이 떨렸다. 반항을 하고 싶어도 앞서 전북망과 싸웠던 이유가 모두 혼인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송석석의 동공이 다시 검게 물들었다.“이방 장군, 똑똑히 기억 하십시오. 제 가족은 모두 당
이방은 더 이상 송석석의 눈을 똑바로 주시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다 못해 칼날 같았기 때문이다.송석석의 말은 듣기 싫지만 정작 틀린 말은 없었다. 자신은 그저 공을 세우는 것에 눈이 멀었던 것 뿐이다.성릉관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적장의 목을 베지 않았는 가, 그 이후로 더 이상 병사의 딸이 아니라 이방 장군이 되었다.안하무인하여 상대를 업신 여기는 게 일쑤였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남을 향한 자격지심이 차고 넘쳤다.이방이 초반에 세운 공로로는 전북망의 본처 자리에 앉을 수 없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전북망을 좋아 하기도 하고 공을 세우지 않았다면 장군부에 발도 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녀는 집안 싸움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사실 전북망을 유혹하기 위한 거짓말 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그녀를 믿어버렸다. 어느 순간, 그녀를 향한 눈빛이 존경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전북망에게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 이후에는 그녀의 바람대로 장군부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한편 본처인 송석석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집안 좋고, 예의가 바르지만 약하기 그지 없어 재미와는 거리가 먼 여인이기 때문이었다.고작 혼수를 많이 가져 온 것 뿐이고, 만약 자신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본처인 그녀를 누를 수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있었다.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송석석의 진짜 모습은 고양이가 아닌 숨어있는 호랑이라는 것을.이방이 여러 생각을 하던 중에 진복이 청구서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곧이어 인주를 건네 주고는 차갑게 말했다.“손 찍으시요.”그녀는 은 52개 냥의 청구서를 받고는 송석석을 노려 보았다. 곧이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마음 한 구석이 떨려왔다. 그리고 서둘러 손을 인주에 찍고 나서 자리를 떴다. 진복은 청구서를 받고나서 복도에 있는 여인을 향해 눈을 돌렸다. 살의 가득한 눈빛은 사라지고, 슬픔만이 가득했다.곧이어 그가 다가와
전북망은 무의식 중에 문 앞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하려고 한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 걱정이 많아 무슨 일을 하든 들키는 것이 제일 걱정되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전북망의 움츠린 모습에 이방의 경계는 조금 더 줄었다. 전북망은 맑은 물처럼 속이 훤히 보여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그날 말한 일을 돌아가서 심사숙고해 봤지만, 승산이 적다고 느꼈소. 게다가 서경 사람들이 어떻게 소 대장군을 데리고 가는지, 무슨 방법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소. 북명왕부에서 손을 쓸지 우리가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오."그는 낮은 소리로 이방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어쨌든 부부 사이에 이렇게 그녀를 속이고 그녀에게서 단서를 얻으려는 것은 그녀를 팔아먹는 것이다. 그는 비록 마음이 괴로웠지만 장군부를 연루시키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이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될 것입니다. 무엇을 걱정하시는 것입니까? 나가서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말을 참 쉽게 하오. 홀로 어찌 구한다는 말이오? 사람을 더 찾아 돈을 더 써야 할 것 아니오? 하지만 성사될지 모르는 일에 어찌 돈을 쓴다는 말이오?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지 마시오. 지금 장군부가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소?"집안 처지를 말하고 나니, 전북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찾다니요? 무슨 사람을 찾습니까? 이 일에 어찌 함부로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사람을 찾는 것은 위험이 너무 컸기에 이방은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구할 때 기회를 틈타 움직이면 되지 않습니까? 장군의 무공도 충분하니 말입니다."전북망이 말했다."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시오. 이 일은 내가 나서서 구할 수 없소. 그저 밖에서 도울 수 있을 뿐이오. 자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 있지만 장군부와 목숨을 버릴 순 없소."이방은 갑자기 안색을 바꾸었다."어찌 그리 모질고 매정하신 것입니까?""장군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목숨은 보잘것없는 것입니까?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
2월 말이라 날씨는 예전보다 많이 따뜻해졌긴 했지만 문 앞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으니 여전히 조금 추웠다.문밖을 지키는 시위들은 회동관의 문 앞 오두막을 사용하였는데, 그 안에 숯 난로가 있어 차를 끓일 수 있었다. 송석석은 시만자의 옷차림이 두껍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데리고 오두막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오늘 난 이곳에서 지낼 테니 나와 함께 있을 필요 없다."송석석이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시만자가 찻잔을 호호 불며 말했다."괜찮다. 마침 홍현도 쉬고 있으니 직접 보고 있으면서 너와 함께 있겠다."홍현은 몰래 서경인의 출입과 그들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했다. 장공주와 신하들은 회동관을 자주 나서지 않았지만 일행에 워낙 사람이 많고, 전북망과 평서백부 노부인이 조사한 일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정말 그들과 몰래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연락할 수도 있었다."참. 나올 때 염선생한테서 들었다."시만자가 송석석을 힐끗 보며 말했다. "내일 장군께서 형부에 가서 전북망을 보러 가신다더구나."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네.""그럼 만날 필요가 있느냐? 알고 있는 건 이미 모두 말하지 않았느냐?""이방이 도망친 경로를 말하지 않았다.""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냐? 이방은 분명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도망친 경로는 연왕과 상관없이 스스로 계획한 것이니, 특별히 이것만 물을 필요는 없다."송석석은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한 번 톡 치고 웃으며 말했다."사제는 단지 핑계를 대고 그가 이방을 찾아 묻게 하려는 것 뿐이다. 혹시 무엇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느냐? 어쨌든 누구인지 알아야 평 사저에게 손을 쓰라 전할 수 있다. 워낙 은밀히 숨어 있어 담판의 막바지에 문제라도 생기면 늦지 않았느냐?"시만자가 이해한 듯 답했다."그렇구나. 3일 동안 담판하면서 아직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형부.전북망은 북명왕이 직접 그를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형부 감랑중이 찾아온 것을
사여묵은 따뜻한 음식을 먹은 후 오늘 담판한 일에 대해 말했다.그의 곁에 앉아 있는 송석석은 그의 힘을 빌리려는 듯했다. 바로 옆에 붙어 앉아있으니, 적어도 뱉은 말이 사숙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염선생이 물었다."폐하께서 그들의 조건을 알고 계십니까? 폐하의 뜻은 어떻습니까?""이덕회가 궁에 들어가 말씀을 드리고 홍려사에 돌아왔을 때 폐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변선은 절대 물러설 수 없고 다른 것은 참작하여 조건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다른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폐하의 뜻입니다."무소위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변선을 양보하지 않으면,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서경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무효라 인정하면, 변선은 이전대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변선의 전쟁을 해왔고 상국 상황이 복잡할 때 침입한 것이라 참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사여묵이 말했다."오늘 밤 홍려사에서 상의한 것이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서경에서 이방의 협의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저희도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변선으로 물러나면 백성들이 욕설을 퍼부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방을 영웅으로 치켜세울 수도 있다는데, 어찌 죄가 많은 사람이 영웅이 된다는 말입니까?""정말 힘든 문제로구나."무소위는 두 가지 문제 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왔다. 사여묵이 말했다."선조 때 정한 변선의 지도와 서경과의 협정을 정리했습니다. 서경을 설득하여 그때의 협정으로 이방의 협의를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침범했을 때, 저희는 동의하지 않아 새로운 변선 협의도 없었습니다.""쉽지 않을 것입니다."송석석이 말했다.무소위가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이구나.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쉬웠다면 폐하께서 어찌 그를 불러 협의하라 했겠느냐? 이렇게 되면 공을 그저 넘기는 꼴이 아니더냐?"송석석은 짧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무소위에게 혼나버려 입도 다물고
사여묵은 대사형을 한 번 힐끔 보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사부님, 어찌하여 또 대사형께 벌을 내리신 것입니까? 사건사고가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하온데, 사부님께서 내린 벌을 받느라 저를 도울 시간이 없사옵니다.” 그제서야 무소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 친히 면해 주리다.” 그러자 밖에 있던 심청화과 평무종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듯 눈을 반짝였다.평무종은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스승님께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회왕의 금은패물을 모조리 바꿔치기하였는데, 그 상자들 속에는 온통 돌멩이로 가득 차 있었사옵니다.” “그들도 눈치챘느냐?” “그들이 작은 숲에서 쉬는 동안 저희가 모두 기절시켰으니 아마 깨어난 뒤에야 확인했을 것입니다.” “사람을 붙였느냐?” 평무종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지금 왜 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당연히 사람을 시켜 면밀히 감시하게 했다. 그녀도 이제 노해졌기에 운익각에 그녀의 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심청화가 아직 항아리 벌을 받고 있는 광경에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미 사람을 배치하였사오니 염려 마시옵소서.” 사여묵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송석석과 시만자가 급히 달려와 담판 상황을 물었다.그 모습에 무소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껏 바삐 돌아쳤을 것이니 밥 한 톨 입에 대지도 못했을 것이다. 뜨신 밥이 있지 않더냐? 얼른 대령하게 하여라.” 심기가 불편해진 사숙의 얼굴과 마주하자 송석석은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무소위가 사여묵에게 말했다.“네가 오냐오냐하니 저리도 너를 막 대하는 것 아니더냐!.” 그러자 사여묵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미 조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석석이도 담판 때문에 긴장하고 있으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사여묵의 말에 심청화와 평무종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소위는 너무나 무던한 제자의 모습에 그저 한숨만 조용히 내쉴 뿐이었다. ‘그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네가 변호할 일도 없을
최 씨를 배웅한 뒤, 송석석과 시만자는 의사당으로 돌아왔다.전에는 대체로 서재에서 일을 의논하였지만, 사숙이 온 뒤로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만 의사당으로 향했다.사숙은 하루 종일 의사당에 머물었고, 사여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담판은 이미 끝났고 내일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날 조사한 일들을 사숙에게 보고했고 사숙은 모두가 예상한 결론을 내렸다."사람을 죽여 증거를 인멸하거라." 그러자 심청화가 물었다."사숙, 혹 처음부터 이방이 서경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면요? 누군가가 이미 오래전에 서경과 내통하여 소대장군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듣고 있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허나, 회왕은 이미 도망친 터라 수란석이 그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심청화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회왕과 수란석이 아니라면? 회왕과 수란석은 너를 겨냥한 것이나, 연왕은 수년을 준비하였으니,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혹여 이 속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소대장군일지도 모르느니라." 사형의 면밀한 분석에 송석석은 그러한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왕은 참으로 노련하고 계략에 능하였다.또한, 이방이 일찍부터 도망칠 경로를 계획한 듯했다. 아마 오래전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가 사람을 배치하여 계속 그녀를 감시하였으니, 그녀 또한 이를 알고 있을 게 틀림 없었다. 더군다나, 장군부를 떠나면 다시 암살당할까 쉬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장군부에서 기회를 엿보며 버텨왔고, 그렇게 결국 형부에 체포된 것이다.이방은 아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소대장군을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기회이기에 형부에서 전북망의 진술도 받으면서 그녀는 부득불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래야만 전북망은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다.그녀 말대로 소대장군이 죄가 있다면 행동대장인 전북망의 죄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기에 하여 즉시 말을 바꿔 자신이 일시적인
영인은 하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조사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최 씨가 노부인의 제사 전날 고향 사람과 차를 마신 일에 대해 물어보고 나서야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날 함께 차를 마신 것은 림씨 가문에서 시녀로 있는 저의 동생이옵니다. 잠깐 고향으로 돌아간다하여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사옵고, 함께 선물을 고르자고 권하였사..."너무 많은 말을 했던 탓에 피곤했던 최 씨는 단번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날 이방에게 전하라는 말은 없었더냐?" 잠시 생각하던 영인이 답했다. "…있었사옵니다. 림 낭자께서도 노부인의 제사에 갈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이방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라고는 하지 않았느냐?" "한약재 한 꾸러미를 전해주라 하였사옵니다." "그 한약재가 무엇이었느냐?" "생지황이었사옵니다." "거기에 쪽지는 끼워져 있지 않았더냐?" 그러자 영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기까진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가 말을 전하기 바쁘게 이 부인께서 물러가라 고 하셨습니다." 말끝을 흐리던 그녀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아, 뭔가 틀림없이 있었던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바닥에 잿더미가 조금 있었는데, 뭔가를 태운 것 같았사옵니다." 최 씨는 혹시나 빼먹은 것은 없는지 다시 물었고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영인은 더는 없다고 말하자 영인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고 명했다.벌써 여러 번 편전에 왔던 왕청여는 최 씨가 하인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마침 영인을 데려간다는 말에 대뜸 물었다."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에게 자세하게 말씀하시지 않은 것입니까? 형님 때문이 집안은 난장판이고 하인들이 죄다 숨어서 게으름만 피우고 있습니다. 차 한 잔 내오라 해도 없고, 이 시간이 되도록 저녁 식사조차 차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최 씨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내
송석석은 곧바로 평서백부로 가서 최씨를 찾아 상황을 전달했다. 최씨는 단호히 한 마디만 했다."소 대장군과 관련된 일이니 지체할 수 없군요. 당장 나서겠습니다."전북망이 형부로 끌려간 이후 왕청여는 줄곧 불안에 떨었다.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돌아가 보기도 했지만 최씨는 그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이건 두 나라의 중대한 문제입니다. 당신 같은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겁니까?"그렇다고 최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전북망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전북망이 형부에 갇혀 있지만 특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고생하거나 고문당하지는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최씨는 왕청여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왕청여는 눈물을 머금으며 하소연했다."겨우 현철위 지휘사가 되었는데 이제 이방 일 때문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목씨 부인이 이런 혼사를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셨겠지요!”최씨는 그 말을 듣고 꾸짖었다."일이 생길 때마다 원망만 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질 생각을 좀 하십시오!"형수의 꾸짖음에 왕청여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녀는 결국 장군부로 돌아갔지만 안채의 일을 모두 시아버지 전기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일로 장군부 안에서 왕청여에 대한 뒷말이 돌기도 했다.최씨는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왕청여에게 말했다."모든 하인들의 노비문서를 가져오게 하세요."왕청여가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단호히 답했다."전북망을 구할 방법을 찾으려는 겁니다."왕청여는 자세히 물어보려 했지만 최씨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을 잘랐다."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시키는 대로 당장 실행하세요."결국 왕청여는 노비문서를 찾아와 그녀에게 건넨 후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최씨는 노비문서를 확인한 뒤 집안 관리인을 불러 하인들의 신원을 물었다. 특히나 이방을 보좌했던 하인들을 주목했다.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후 최씨는 다시 문지기를 불러다 물었다.그
서경 사신들이 홍려사를 떠나 회동관으로 돌아간 뒤에도 상국 측 협상 담당자들은 홍려사에 남아 다음 협상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목 승상 역시 논의에 참여했다. "곡물을 배상해야 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많은 양은 안 됩니다. 그들은 지난해 흉작으로 군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리가 삼십만 석의 곡물을 배상한다는 건 그들의 군량을 채워주는 꼴입니다. 따라서 곡물 배상을 한사코 물고 늘어지다 하더라도 삼만 석을 넘겨서는 안됩니다."목 승상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덧붙였다."또한 황제께서는 국경선 문제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셨습니다."이 두 가지를 말한 후 그는 자리를 떴다. 북명왕의 협상 진행 방식에 대해 목 승상은 꽤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형부에서는 전북망이 이택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했다.어젯밤 이방과 대화를 나눈 뒤, 전북망은 이방이 서경이 소 대장군을 데려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 점이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아무리 고민해도 이방이 어떤 방법으로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게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이택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이택이 직접 전북망을 찾아와 서둘러 그에게 질문했다."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도 말했습니까?"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말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봐도 답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도망칠 경로를 계획해 둔 걸 보면 서경 사신들을 설득해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이택은 아직 협상 결과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소 대장군이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은 분명했다. 만약 상국 측이 협상 중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협상이 끝난 뒤에는 과연 서경이 어떤 수단으로 상국의 손에서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인가?그런데 이방은 어떻게 서경 사신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걸까?"그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