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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천하다’라는 말이 이방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송석석의 배를 발로 찼다.

하지만 송석석은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이방의 종아리를 내려쳤다. 곧이어 뼈가 부러질 듯한 고통에 이방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송석석은 그녀의 멱살을 다시 잡고 의자가 있는 곳으로 끌었다. 그리고 살기 서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감히 저희 집에서 저에게 손찌검을 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오늘 오신 목적이 무엇 입니까?”

이방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곧이어 면사포가 바닥에 떨어지고 못생겨진 반쪽 얼굴이 드러났다.

송석석이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자 이방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 때문입니다. 오늘 찾아 온 이유는 당신에게 죄를 묻기 위함입니다. 그때 당신은 병사를 데리고 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구하러 오는 전북망의 길도 막았었지요. 송 장군, 당신은 저를 미워하는 게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수란키가 저를 공격 한 것이지요. 이래도 인정 안하시는 겁니까?”

이방이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 때문입니다.당신이 저희 부부 사이를 다 망쳐 놨습니다. 전북망은 저를 건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만약 그때 말리지만 않았어도 제가 이런 결과를 맞이 했을리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수란키랑 이미 말을 맞추고 같이 짠 계획이 분명합니다, 얼른 전북망에게 사실대로 말하세요!”

“송 장군, 당신은 장군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부하들이 수란키의 포로가 되어도, 어떠한 짓을 당해도 도와주지 않는 자가 어떻게 장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래도 찬양 받는 송가 집안이 얼마나 역겨운지 아십니까?”

송석석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손은 여전히 이방의 멱살을 잡고 있었고 곧이어 고개를 돌려 보주에게 말했다.

“가서 서우를 살펴, 절대로 나오게 하지 말고.”

보주도 이방을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송석석의 말에 답했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자목원으로 달려갔다.

한편, 이방은 송석석의 동공을 보고 겁을 먹었다.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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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이방의 다리를 차서 무릎을 꿇렸다.“어떻게 죽은 지 알고 싶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의 몸에서18개의 칼 자국이 있더군요, 왜 18개 인지는 이방 장군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아닙니다!”이방의 얼굴이 창백 해졌다. 침을 꼴깍 삼키고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곧이어 서경 황실의 병사가 자신을 잡으려고 하여 18개의 칼 자국을 낸 기억이 떠올랐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서경의 사람이 한 짓 입니다. 서경의 정탐꾼들이 죽인 겁니다! 저랑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그리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송석석이 그녀의 어깨를 계속 짓누르고 있었던 탓에 움직이지도 못했다.“제 작은 조카도 놓치지 않으셨지요. 몸이 약해 약을 먹으면서 지낸 작은 아이의 몸에 18개의 칼집을 남기셨습니다. 결국 피부가 너덜너덜해져서 피가 바닥에 흥건했습니다. 진북후부에 피비린내가 안나는 곳이 없었습니다. 이게 모두 당신이 한 짓 입니다. 이방 장군, 당신이라면 제가 어떻게 당신이 밉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송석석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찢겨 나갈 것 같았다. 이방은 몸에 힘이 풀리고 여전히 묘비는 제대로 쳐다 보지 못했다. 몸이 갑작스럽게 차가워지고 호흡이 점점 어려워졌다.마치 송석석에게 목이 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공포가 밀려와 그녀의 관자놀이를 눌려왔다. 이방은 계속 중얼거렸다.“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네 가족을 죽인 건 서경의 정탐꾼들이라고, 나랑은 전혀...”“아무런 연관이 없어. 그래, 난 잘못한 게 없어.”침을 꼴깍 삼키고 기어서 나가려고 하자 송석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 다섯 번째 새언니도 아이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기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번 칼로 매도질을 당했습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아이에게 향했고요. 그 자리는 피로 흥건했고, 결국 아이의 바로 앞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이방은 깜짝 놀라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때의 장면이 뇌리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87화

    이방은 남강 전쟁에서 일어난 여러 일들을 다시 떠올렸다. 사실 여러 일들이 일었지만 항상 믿지 않고, 여러 변명을 하는 게 그녀의 습관이었다. 제일 큰 이유는 북명왕이 송석석을 도와주려 하는 것에 질투를 느낀 것이다. 서둘러 그녀의 공로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하지만 송석석은 세세하게 분석하여 이방이 변명하게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아니야, 그게 아니야.”송석석의 뒤로 연화등이 켜져있는 지라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이방 장군은 그래도 살아는 있지 않습니까, 만족 하세요.”송석석의 말이 이어졌다.“하지만 제 가족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 당신 때문이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안 미워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랜 시간 참고 견뎌왔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도 제 발로 찾아 오시다니요. 성릉관에서 세운 공만 보면 저는 당신을 존경했을 겁니다.”그녀가 서서히 다가가자 이방의 몸에 그림자가 졌다.“하지만 진상은 어떻습니까? 제 가족을 모두 죽여서 공을 세웠다는 점이 참으로 추악스럽습니다. 무슨 낯짝으로 제 앞에서 위세를 떨치며, 무슨 낯짝으로 저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너그러우신 분이 왜 저의 혼수를 하나씩 신경 쓰시는 겁니까? 탐욕스러운 모습이 천하기 그지 없으며 지금의 얼굴보다 몇 배는 더 괴상스럽습니다.”이방은 두 손을 바닥에 두고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그만... 그만...”송석석은 다시 허리를 숙여 입꼬리에 비웃음을 담은 채를 그녀를 향해 말했다.“겨우 이만한 것도 못 참는 분이 무슨 용기가 생겨서 저를 찾아 오신 겁니까? 전북망에게 부탁을 해달라고요? 이방 장군,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보아하니 두 사람이 말한 사랑도 그저 불장난에 불과하군요. 다 돌려 받는 거라고 생각하십시오.”이방의 입술이 떨렸다. 반항을 하고 싶어도 앞서 전북망과 싸웠던 이유가 모두 혼인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송석석의 동공이 다시 검게 물들었다.“이방 장군, 똑똑히 기억 하십시오. 제 가족은 모두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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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뒤, 진복이 두 명의 호위를 데리고 장군부로 향했다. 어제 이방은 부로 돌아와서 고열이 나 고생을 했다. 그리고 늦은 저녁에 부의를 불러 약을 처방 받았다.그 덕에 오늘은 어제 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방은 은 52냥의 청구서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저 송석석이 자신을 놀리려는 수작 인 줄 알고만 있었다.‘은 52냥, 그 적은 돈을 어떻게 받으러 오겠어?’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진복과 그의 일행이 도착했다는 말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이방은 보고를 받자마자 몸 둘 바를 몰랐다. 곧이어 몸이 다시 또 뜨거워 지는 느낌이 들었다.전북망은 오늘 근무를 하지 않았기에 저택에 있었다. 그는 이방이 국공부에 가서 소동을 피웠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밖으로 나간 줄도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툭하면 다투는 바람에 전북망은 거의 서재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로 돌아 온 것도 새로 맞이할 부인을 위해 연기 한 것 뿐이다. 곧이어 국공부의 사람들이 청구서를 들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모친을 피해 사람을 시켜 진복을 서재로 들였다. 진복은 청구서를 그에게 건넸다. [장군부 귀첩인 이방이 국공부의 꽃병을 깨 돈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그 다음 날 돈을 내겠노라 약조한다.]안에는 손 도장도 찍혀 있다.전북망은 청구서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무슨 말이냐? 이방이 언제 국공부로 간 거야? 꽃병을 깨트렸다는 것도 무슨 말이더냐?”진복은 차가운 얼굴을 하며 답했다.“장군님의 귀첩 분께서 며칠 전 국공부로 와서 저희 아가씨를 찾으셨습니다. 소동을 피우시면서 물건을 부수었고 그 중에 꽃병이 포함 되었습니다. 꽃병의 가격은 은 52냥 입니다. 몇 없는 귀한 물건이기에 갚겠다는 약조를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바람에 소인이 찾아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국공부에 가서 소동을 피웠다고?”전북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방이 그런 미친 여인 인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아가씨는 거절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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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국공부의 사람들이 돈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이 노부인의 귀에 들어왔다. 노부인은 바로 전북망을 불러 상황 설명을 시켰다. 전북망은 숨기고 싶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기 때문에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상황 설명을 듣고 노부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대체 어디서 그런 여인을 데리고 온 거야?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첩으로 들이고 싶었던 거냐고. 부내에서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국공부 까지 찾아가는 게 이해가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어딜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국공부를 건드려, 그 전에 거울 좀 보고 정신 차리라고 하지 그랬어. 결국 우리 체면도 구기는 거야.”노부인은 욕을 하면서 가슴팍을 움켜 쥐었다. “잘못됐어, 한참 잘못됐어. 분명히 송석석을 찾아갔을 거야. 가서 왕가의 혼인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겠지.”전북망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방이 아무 이유없이 송석석을 찾아 가 소란을 피울리가 없었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 처럼 왕가와의 혼인 문제 때문인 건가.’하지만 생각하면 할 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 그 혼인은 강요 당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그는 일 때문에 집안의 일은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게다가 이방과 다투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게다가 성릉관의 일을 알고 나서 자신이 이방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는 것을 단숨에 알아 차렸다.이방이 무서워졌다.하지만 큰 형수님은 소심한 성격 탓에 집안을 제대로 관리 하지 못했다. 모친의 병을 간호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승상부인이 알려주기 전에는 혼인을 생각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승상부인이 중매가 되어 주었고 당연히 승상의 허락을 이미 받은 상태였다. 즉, 승상의 눈에 들어 왔다는 뜻이다. 그 후로 평서백부의 신씨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씨 아가씨는 방시원의 아내다. 방시원이 전쟁에서 죽고 나서 방씨 집안이 그녀를 다시 친가로 보낸 것이다.이미 한번 갔다 왔다는 말에 그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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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여묵은 평서백 부인이 도와 조사한 결과를 먼저 그에게 알려주고 확신을 내렸다."배후에 숨은 사람이 임가를 통해 이방에게 연락한 것은 확정할 수 있소. 상대는 시녀를 시켜 그녀에게 알리고 자네 어머니의 빈소에 가게 했소. 그러면 임 부인도 빈소로 가서 그녀와 따로 얘기할 기회가 있는 것이오. 임 부인과 말을 마치자마자 그들 부부는 죽임을 당했소."전북망은 깜짝 놀랐다."정말입니까?""그러면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사온의 역모를 조사할 때, 대리사에서 임가도 조사하고 있었소. 하지만 역모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줄곧 건드리지 않았소. 임 부인에게 이방을 찾으라 시킨 배후가 사온의 배후기도 하고 역모의 진정한 주모자요."사여묵이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이방은 이 사건에 연루되어서 서경으로 끌려갔소. 자네는 이방의 남편이오. 역모 사건이 조사되면 장군부가 어떤 벌을 받을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오."전북망은 입술을 살짝 떨었다. 그는 과거 황제의 곁에서 일한 적 있기에 황제가 역모 사건을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크게 화를 내신 것도 알고 있었다. 역모는 황제의 역린이다. 누구든지 역린을 건드린 자는 아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전북망. 자네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소. 공을 세워야 죄를 면할 수 있소."공을 세우고 죄를 묻고 면한다는 이 말들이 전북망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갑자기 호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막혀왔다.그때의 결정으로 인해 집안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무엇을 시키려는 것입니까? 얼마든지 분부하십시오."사여묵은 그를 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임 부인에게서 서경인이 누구인지 들은 적 있는지 이방에게 물으시오. 어떻게 물을지 무슨 방법을 써서 답을 얻어낼지는 자네의 능력에 달렸소."전북망은 침묵을 지키다 답했다."예!"집안사람의 목숨이 달린 이상 전북망은 반드시 갈 것이다. 답을 얻어낼지 말지는 둘째 치고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5화

    2월 말이라 날씨는 예전보다 많이 따뜻해졌긴 했지만 문 앞에 앉아 바람을 맞고 있으니 여전히 조금 추웠다.문밖을 지키는 시위들은 회동관의 문 앞 오두막을 사용하였는데, 그 안에 숯 난로가 있어 차를 끓일 수 있었다. 송석석은 시만자의 옷차림이 두껍지 않은 것을 보고 그녀를 데리고 오두막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오늘 난 이곳에서 지낼 테니 나와 함께 있을 필요 없다."송석석이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시만자가 찻잔을 호호 불며 말했다."괜찮다. 마침 홍현도 쉬고 있으니 직접 보고 있으면서 너와 함께 있겠다."홍현은 몰래 서경인의 출입과 그들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했다. 장공주와 신하들은 회동관을 자주 나서지 않았지만 일행에 워낙 사람이 많고, 전북망과 평서백부 노부인이 조사한 일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정말 그들과 몰래 연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연락할 수도 있었다."참. 나올 때 염선생한테서 들었다."시만자가 송석석을 힐끗 보며 말했다. "내일 장군께서 형부에 가서 전북망을 보러 가신다더구나."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네.""그럼 만날 필요가 있느냐? 알고 있는 건 이미 모두 말하지 않았느냐?""이방이 도망친 경로를 말하지 않았다.""그게 그리 중요한 것이냐? 이방은 분명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도망친 경로는 연왕과 상관없이 스스로 계획한 것이니, 특별히 이것만 물을 필요는 없다."송석석은 손끝으로 그녀의 이마를 한 번 톡 치고 웃으며 말했다."사제는 단지 핑계를 대고 그가 이방을 찾아 묻게 하려는 것 뿐이다. 혹시 무엇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느냐? 어쨌든 누구인지 알아야 평 사저에게 손을 쓰라 전할 수 있다. 워낙 은밀히 숨어 있어 담판의 막바지에 문제라도 생기면 늦지 않았느냐?"시만자가 이해한 듯 답했다."그렇구나. 3일 동안 담판하면서 아직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으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형부.전북망은 북명왕이 직접 그를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형부 감랑중이 찾아온 것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4화

    사여묵은 따뜻한 음식을 먹은 후 오늘 담판한 일에 대해 말했다.그의 곁에 앉아 있는 송석석은 그의 힘을 빌리려는 듯했다. 바로 옆에 붙어 앉아있으니, 적어도 뱉은 말이 사숙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염선생이 물었다."폐하께서 그들의 조건을 알고 계십니까? 폐하의 뜻은 어떻습니까?""이덕회가 궁에 들어가 말씀을 드리고 홍려사에 돌아왔을 때 폐하의 뜻을 전했습니다. 변선은 절대 물러설 수 없고 다른 것은 참작하여 조건을 주는 것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다른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폐하의 뜻입니다."무소위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변선을 양보하지 않으면,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서경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이방이 서명한 협의가 무효라 인정하면, 변선은 이전대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변선의 전쟁을 해왔고 상국 상황이 복잡할 때 침입한 것이라 참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사여묵이 말했다."오늘 밤 홍려사에서 상의한 것이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서경에서 이방의 협의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저희도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변선으로 물러나면 백성들이 욕설을 퍼부을 것입니다. 심지어 이방을 영웅으로 치켜세울 수도 있다는데, 어찌 죄가 많은 사람이 영웅이 된다는 말입니까?""정말 힘든 문제로구나."무소위는 두 가지 문제 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왔다. 사여묵이 말했다."선조 때 정한 변선의 지도와 서경과의 협정을 정리했습니다. 서경을 설득하여 그때의 협정으로 이방의 협의를 대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침범했을 때, 저희는 동의하지 않아 새로운 변선 협의도 없었습니다.""쉽지 않을 것입니다."송석석이 말했다.무소위가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이구나.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쉬웠다면 폐하께서 어찌 그를 불러 협의하라 했겠느냐? 이렇게 되면 공을 그저 넘기는 꼴이 아니더냐?"송석석은 짧게 한마디 했을 뿐인데 무소위에게 혼나버려 입도 다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3화

    사여묵은 대사형을 한 번 힐끔 보고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사부님, 어찌하여 또 대사형께 벌을 내리신 것입니까? 사건사고가 많아 그의 도움이 필요하온데, 사부님께서 내린 벌을 받느라 저를 도울 시간이 없사옵니다.” 그제서야 무소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 친히 면해 주리다.” 그러자 밖에 있던 심청화과 평무종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듯 눈을 반짝였다.평무종은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스승님께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회왕의 금은패물을 모조리 바꿔치기하였는데, 그 상자들 속에는 온통 돌멩이로 가득 차 있었사옵니다.” “그들도 눈치챘느냐?” “그들이 작은 숲에서 쉬는 동안 저희가 모두 기절시켰으니 아마 깨어난 뒤에야 확인했을 것입니다.” “사람을 붙였느냐?” 평무종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지금 왜 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당연히 사람을 시켜 면밀히 감시하게 했다. 그녀도 이제 노해졌기에 운익각에 그녀의 공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심청화가 아직 항아리 벌을 받고 있는 광경에 반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미 사람을 배치하였사오니 염려 마시옵소서.” 사여묵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송석석과 시만자가 급히 달려와 담판 상황을 물었다.그 모습에 무소위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껏 바삐 돌아쳤을 것이니 밥 한 톨 입에 대지도 못했을 것이다. 뜨신 밥이 있지 않더냐? 얼른 대령하게 하여라.” 심기가 불편해진 사숙의 얼굴과 마주하자 송석석은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무소위가 사여묵에게 말했다.“네가 오냐오냐하니 저리도 너를 막 대하는 것 아니더냐!.” 그러자 사여묵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미 조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석석이도 담판 때문에 긴장하고 있으니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사여묵의 말에 심청화와 평무종도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소위는 너무나 무던한 제자의 모습에 그저 한숨만 조용히 내쉴 뿐이었다. ‘그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네가 변호할 일도 없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2화

    최 씨를 배웅한 뒤, 송석석과 시만자는 의사당으로 돌아왔다.전에는 대체로 서재에서 일을 의논하였지만, 사숙이 온 뒤로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만 의사당으로 향했다.사숙은 하루 종일 의사당에 머물었고, 사여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이면 담판은 이미 끝났고 내일의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것이다.송석석은 이날 조사한 일들을 사숙에게 보고했고 사숙은 모두가 예상한 결론을 내렸다."사람을 죽여 증거를 인멸하거라." 그러자 심청화가 물었다."사숙, 혹 처음부터 이방이 서경과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면요? 누군가가 이미 오래전에 서경과 내통하여 소대장군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듣고 있던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허나, 회왕은 이미 도망친 터라 수란석이 그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심청화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회왕과 수란석이 아니라면? 회왕과 수란석은 너를 겨냥한 것이나, 연왕은 수년을 준비하였으니,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혹여 이 속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소대장군일지도 모르느니라." 사형의 면밀한 분석에 송석석은 그러한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왕은 참으로 노련하고 계략에 능하였다.또한, 이방이 일찍부터 도망칠 경로를 계획한 듯했다. 아마 오래전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가 사람을 배치하여 계속 그녀를 감시하였으니, 그녀 또한 이를 알고 있을 게 틀림 없었다. 더군다나, 장군부를 떠나면 다시 암살당할까 쉬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장군부에서 기회를 엿보며 버텨왔고, 그렇게 결국 형부에 체포된 것이다.이방은 아마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소대장군을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기회이기에 형부에서 전북망의 진술도 받으면서 그녀는 부득불 말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래야만 전북망은 끌어들이지 않을 수 있다.그녀 말대로 소대장군이 죄가 있다면 행동대장인 전북망의 죄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기에 하여 즉시 말을 바꿔 자신이 일시적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1화

    영인은 하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조사하는지는 잘 알지 못했기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최 씨가 노부인의 제사 전날 고향 사람과 차를 마신 일에 대해 물어보고 나서야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날 함께 차를 마신 것은 림씨 가문에서 시녀로 있는 저의 동생이옵니다. 잠깐 고향으로 돌아간다하여 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사옵고, 함께 선물을 고르자고 권하였사..."너무 많은 말을 했던 탓에 피곤했던 최 씨는 단번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날 이방에게 전하라는 말은 없었더냐?" 잠시 생각하던 영인이 답했다. "…있었사옵니다. 림 낭자께서도 노부인의 제사에 갈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이방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라고는 하지 않았느냐?" "한약재 한 꾸러미를 전해주라 하였사옵니다." "그 한약재가 무엇이었느냐?" "생지황이었사옵니다." "거기에 쪽지는 끼워져 있지 않았더냐?" 그러자 영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거기까진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가 말을 전하기 바쁘게 이 부인께서 물러가라 고 하셨습니다." 말끝을 흐리던 그녀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을 이었다."아, 뭔가 틀림없이 있었던 것 같사옵니다! 소인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바닥에 잿더미가 조금 있었는데, 뭔가를 태운 것 같았사옵니다." 최 씨는 혹시나 빼먹은 것은 없는지 다시 물었고 그 말에 한참을 생각하던 영인은 더는 없다고 말하자 영인에게 떠날 채비를 하라고 명했다.벌써 여러 번 편전에 왔던 왕청여는 최 씨가 하인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마침 영인을 데려간다는 말에 대뜸 물었다."형님,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저에게 자세하게 말씀하시지 않은 것입니까? 형님 때문이 집안은 난장판이고 하인들이 죄다 숨어서 게으름만 피우고 있습니다. 차 한 잔 내오라 해도 없고, 이 시간이 되도록 저녁 식사조차 차리지 않고 있사옵니다." 최 씨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0화

    송석석은 곧바로 평서백부로 가서 최씨를 찾아 상황을 전달했다. 최씨는 단호히 한 마디만 했다."소 대장군과 관련된 일이니 지체할 수 없군요. 당장 나서겠습니다."전북망이 형부로 끌려간 이후 왕청여는 줄곧 불안에 떨었다. 친정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돌아가 보기도 했지만 최씨는 그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이건 두 나라의 중대한 문제입니다. 당신 같은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나서는 겁니까?"그렇다고 최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전북망의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전북망이 형부에 갇혀 있지만 특별 대우를 받고 있으며 고생하거나 고문당하지는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최씨는 왕청여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왕청여는 눈물을 머금으며 하소연했다."겨우 현철위 지휘사가 되었는데 이제 이방 일 때문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목씨 부인이 이런 혼사를 추천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께서도 허락하지 않으셨겠지요!”최씨는 그 말을 듣고 꾸짖었다."일이 생길 때마다 원망만 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질 생각을 좀 하십시오!"형수의 꾸짖음에 왕청여는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녀는 결국 장군부로 돌아갔지만 안채의 일을 모두 시아버지 전기에게 맡기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일로 장군부 안에서 왕청여에 대한 뒷말이 돌기도 했다.최씨는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왕청여에게 말했다."모든 하인들의 노비문서를 가져오게 하세요."왕청여가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단호히 답했다."전북망을 구할 방법을 찾으려는 겁니다."왕청여는 자세히 물어보려 했지만 최씨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을 잘랐다."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시키는 대로 당장 실행하세요."결국 왕청여는 노비문서를 찾아와 그녀에게 건넨 후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최씨는 노비문서를 확인한 뒤 집안 관리인을 불러 하인들의 신원을 물었다. 특히나 이방을 보좌했던 하인들을 주목했다.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후 최씨는 다시 문지기를 불러다 물었다.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59화

    서경 사신들이 홍려사를 떠나 회동관으로 돌아간 뒤에도 상국 측 협상 담당자들은 홍려사에 남아 다음 협상에 대해 계속 논의했다.목 승상 역시 논의에 참여했다. "곡물을 배상해야 한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많은 양은 안 됩니다. 그들은 지난해 흉작으로 군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우리가 삼십만 석의 곡물을 배상한다는 건 그들의 군량을 채워주는 꼴입니다. 따라서 곡물 배상을 한사코 물고 늘어지다 하더라도 삼만 석을 넘겨서는 안됩니다."목 승상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덧붙였다."또한 황제께서는 국경선 문제에서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치셨습니다."이 두 가지를 말한 후 그는 자리를 떴다. 북명왕의 협상 진행 방식에 대해 목 승상은 꽤 안심하는 듯했다.한편, 형부에서는 전북망이 이택을 만나겠다는 요청을 했다.어젯밤 이방과 대화를 나눈 뒤, 전북망은 이방이 서경이 소 대장군을 데려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 점이 몹시 불안했다. 하지만 돌아가서 아무리 고민해도 이방이 어떤 방법으로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게 할 수 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엔 이택과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이택이 직접 전북망을 찾아와 서둘러 그에게 질문했다."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도 말했습니까?"전북망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말하지 않았습니다. 물어봐도 답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도망칠 경로를 계획해 둔 걸 보면 서경 사신들을 설득해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이택은 아직 협상 결과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소 대장군이 협상에서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은 분명했다. 만약 상국 측이 협상 중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서경 측이 소 대장군을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그렇다면 협상이 끝난 뒤에는 과연 서경이 어떤 수단으로 상국의 손에서 소 대장군을 데려갈 수 있다는 것인가?그런데 이방은 어떻게 서경 사신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걸까?"그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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