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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이방은 더 이상 송석석의 눈을 똑바로 주시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다 못해 칼날 같았기 때문이다.

송석석의 말은 듣기 싫지만 정작 틀린 말은 없었다. 자신은 그저 공을 세우는 것에 눈이 멀었던 것 뿐이다.

성릉관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공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적장의 목을 베지 않았는 가, 그 이후로 더 이상 병사의 딸이 아니라 이방 장군이 되었다.

안하무인하여 상대를 업신 여기는 게 일쑤였지만 마음 한 켠에는 남을 향한 자격지심이 차고 넘쳤다.

이방이 초반에 세운 공로로는 전북망의 본처 자리에 앉을 수 없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전북망을 좋아 하기도 하고 공을 세우지 않았다면 장군부에 발도 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안 싸움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전북망을 유혹하기 위한 거짓말 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그녀를 믿어버렸다. 어느 순간, 그녀를 향한 눈빛이 존경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전북망에게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 이후에는 그녀의 바람대로 장군부에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한편 본처인 송석석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집안 좋고, 예의가 바르지만 약하기 그지 없어 재미와는 거리가 먼 여인이기 때문이었다.

고작 혼수를 많이 가져 온 것 뿐이고, 만약 자신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본처인 그녀를 누를 수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송석석의 진짜 모습은 고양이가 아닌 숨어있는 호랑이라는 것을.

이방이 여러 생각을 하던 중에 진복이 청구서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곧이어 인주를 건네 주고는 차갑게 말했다.

“손 찍으시요.”

그녀는 은 52개 냥의 청구서를 받고는 송석석을 노려 보았다. 곧이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마음 한 구석이 떨려왔다.

그리고 서둘러 손을 인주에 찍고 나서 자리를 떴다.

진복은 청구서를 받고나서 복도에 있는 여인을 향해 눈을 돌렸다. 살의 가득한 눈빛은 사라지고, 슬픔만이 가득했다.

곧이어 그가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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