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진복이 두 명의 호위를 데리고 장군부로 향했다. 어제 이방은 부로 돌아와서 고열이 나 고생을 했다. 그리고 늦은 저녁에 부의를 불러 약을 처방 받았다.그 덕에 오늘은 어제 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방은 은 52냥의 청구서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저 송석석이 자신을 놀리려는 수작 인 줄 알고만 있었다.‘은 52냥, 그 적은 돈을 어떻게 받으러 오겠어?’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진복과 그의 일행이 도착했다는 말이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이방은 보고를 받자마자 몸 둘 바를 몰랐다. 곧이어 몸이 다시 또 뜨거워 지는 느낌이 들었다.전북망은 오늘 근무를 하지 않았기에 저택에 있었다. 그는 이방이 국공부에 가서 소동을 피웠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밖으로 나간 줄도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툭하면 다투는 바람에 전북망은 거의 서재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로 돌아 온 것도 새로 맞이할 부인을 위해 연기 한 것 뿐이다. 곧이어 국공부의 사람들이 청구서를 들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모친을 피해 사람을 시켜 진복을 서재로 들였다. 진복은 청구서를 그에게 건넸다. [장군부 귀첩인 이방이 국공부의 꽃병을 깨 돈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그 다음 날 돈을 내겠노라 약조한다.]안에는 손 도장도 찍혀 있다.전북망은 청구서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무슨 말이냐? 이방이 언제 국공부로 간 거야? 꽃병을 깨트렸다는 것도 무슨 말이더냐?”진복은 차가운 얼굴을 하며 답했다.“장군님의 귀첩 분께서 며칠 전 국공부로 와서 저희 아가씨를 찾으셨습니다. 소동을 피우시면서 물건을 부수었고 그 중에 꽃병이 포함 되었습니다. 꽃병의 가격은 은 52냥 입니다. 몇 없는 귀한 물건이기에 갚겠다는 약조를 했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는 바람에 소인이 찾아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국공부에 가서 소동을 피웠다고?”전북망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방이 그런 미친 여인 인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아가씨는 거절 의
하지만 국공부의 사람들이 돈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이 노부인의 귀에 들어왔다. 노부인은 바로 전북망을 불러 상황 설명을 시켰다. 전북망은 숨기고 싶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기 때문에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상황 설명을 듣고 노부인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대체 어디서 그런 여인을 데리고 온 거야? 대체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첩으로 들이고 싶었던 거냐고. 부내에서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국공부 까지 찾아가는 게 이해가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어딜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국공부를 건드려, 그 전에 거울 좀 보고 정신 차리라고 하지 그랬어. 결국 우리 체면도 구기는 거야.”노부인은 욕을 하면서 가슴팍을 움켜 쥐었다. “잘못됐어, 한참 잘못됐어. 분명히 송석석을 찾아갔을 거야. 가서 왕가의 혼인을 막아 달라고 부탁했겠지.”전북망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방이 아무 이유없이 송석석을 찾아 가 소란을 피울리가 없었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 처럼 왕가와의 혼인 문제 때문인 건가.’하지만 생각하면 할 수록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 그 혼인은 강요 당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그는 일 때문에 집안의 일은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게다가 이방과 다투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게다가 성릉관의 일을 알고 나서 자신이 이방에 대한 마음이 식었다는 것을 단숨에 알아 차렸다.이방이 무서워졌다.하지만 큰 형수님은 소심한 성격 탓에 집안을 제대로 관리 하지 못했다. 모친의 병을 간호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승상부인이 알려주기 전에는 혼인을 생각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승상부인이 중매가 되어 주었고 당연히 승상의 허락을 이미 받은 상태였다. 즉, 승상의 눈에 들어 왔다는 뜻이다. 그 후로 평서백부의 신씨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씨 아가씨는 방시원의 아내다. 방시원이 전쟁에서 죽고 나서 방씨 집안이 그녀를 다시 친가로 보낸 것이다.이미 한번 갔다 왔다는 말에 그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하
전북망은 어쩔 수 없이 이방을 찾아 가기로 했다. 더 이상 다투기 싫었고, 대화로 풀어 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방 안으로 들어오자 보이는 것은 이방이 이불을 덮고 귀비탑에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여전히 검은 색 면사포를 뒤집어 썼다.그녀는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난 뒤로 여러 색깔의 면사포를 만들었다. 또한 외출을 할 때 면사포나 모자를 쓰지 않으면 절대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투계를 떠올릴 만큼 금방이라도 자신과 싸우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몸이 좋지 않은 탓에 전북망을 보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녀의 옆에 있던 하인이 입을 열었다.“장군님, 오셨습니까. 부인께서 이틀 동안 아프셔서 소인이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그는 부의를 불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지금은 괜찮은 가?”이방은 몸을 돌려 버렸다. 싸우고 싶지 않은 마음은 통한 모양이다.전북망은 의자에 앉아 한참을 있다가 입을 열었다.“국공부가 돈을 달라고 찾아 왔었소.”이방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하인이 말해 주었기 때문에 알고 있던 사실이다.“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ㅋ 제가 국공부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지적하시고 싶으신 거지요?”전북망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국공부에 왜 간거요?”검은 색 면사포 밑으로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또 다른 목적이 있겠습니까. 시몬에서 날 왜 구하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장군과 저의 사이가 멀어져서 또 다른 부인을 들이게 된다고 말한 것 뿐입니다.”그는 다급해졌다.“그때 내가 다 말해주지 않았소.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산을 넘어서 자네를 구할 수 있었겠소? 서경의 병사들이 모두 산 위에서 기회를 보고 있었고, 그때 올라간 거는 그냥 죽으러 가는 길 밖에 되지 않소.”“아직도 그분께 마음이 있으신가 봅니다.”전북망의 안색이 나빠졌다.“그게 무슨 말이오?”“애석하게도.”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불을 끌어와서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한 쪽만 미련이 남았습니다. 그 분께
전북망은 저택에서 나왔다. 순간 국공부로 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가서 송석석에게 입을 맞추어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지도 알고 싶었다. 송석석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전쟁에서 송석석의 단호한 태도에도, 당시 아내였던 송석석을 내쫓았어도 알고 싶었다.그는 송석석이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자신을 잊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화가 난 것이고, 혼인 초의 약속을 어겨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움이 있다면 아직 바꿀 만한 기회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덕에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미 끝난 사이고, 송석석을 찾아가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에게 작은 감정이 남았다고 해도 곧 북명왕의 아내가 된다. 그리고 자신은 왕가의 아가씨와 혼인하여 더 이상 만날 일은 없었다. 전북망은 천천히 서재로 돌아갔다. 그는 서재 의자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송석석을 부인으로 맞이한 그 날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았다. 빨간 면포를 들어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았던 그 시간을 떠올리자 아직도 가슴이 두근 거렸다.하지만 그 여인은 결국 다른 사내와 손을 잡게 된다.이때, 전소환이 세게 문을 두드렸다.“오라버니, 오라버니!”그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무슨 일이냐?”“오라버니, 마음에 드는 비녀가 있어서 사고 싶습니다. 은 좀 주시렵니까?” 전북망은 코웃음을 쳤다.“우리 집에 은이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 혼인 할 때 써야 한다.”전소환은 발을 동동 굴렀다.“이미 한번 갔다 온 여인에게 왜 은을 줘야 하는 겁니까, 가마 타고 들어 오시면 되지 않습니까? 요 며칠 뒤에 가의 군주가 상화연을 연다고 합니다. 저도 초대를 받았지만 하고 갈 장신구가 하나도 없습니다.”전북망이 문을 열었다.“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이제 곧 네 새언니 되실 분이야. 그리고 가의 군주 같은 사람들이랑 놀면 결국 네 체면까지 구겨질 거야.”전소환은 코웃음을 쳤다.“새언니요
뺨 한대에 전소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볼에 손을 대고 한참이 지나서야 눈물이 흘러 나왔다.“왜 때리시는 겁니까? 송석석 같은 그 천한 여인 때문에 저를 때리시는 겁니까? 지금 바로 모친께 알릴것 입니다.”그녀는 얼굴을 부여잡고 바로 자리를 떴다. 전북망은 주먹으로 서재의 문을 쳤다.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다.‘송석석이 깨끗하지 않다고? 아니, 송석석은 깨끗해.’이유는 그가 송석석을 건드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에서야 마음을 깨달았지만 단 한번도 송석석을 안은 적이 없었다.‘만약 잠자리를 가졌다면 달랐을 까… 그렇다면 이방을 첩으로 받아 들였어도 이렇게 쉽게 화리 하지는 않지 않았을 텐데.’ 잠시 뒤, 노부인이 그를 불렀다.전북망이 입을 열기도 전에 노부인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내 생각 하기에 소환의 생각이 옳구나, 난 지지 하겠어.장공주가 혜 태비에게 추천만 해준다면 북명왕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냐.”전소환은 옆에서 전북망을 째려 보기 바빴다. 노부인의 말을 듣고 전북망은 고개를 흔들었다.“북명왕이 어떻게 소환을 마음에 들어 하시겠습니까.”노부인은 어렴풋이 상황을 파악했다.“왜 그렇게 소극적인 것이냐, 북명왕은 버림 받은 아내도 마음에 들어 하시는 데, 우리 장군부의 딸을 무슨 이유로 싫어 하시겠냐 말이다. 네 여동생은 어미가 애지중지 키웠다. 집 안에서만 성질을 살짝 부리지만 밖에서는 칭찬이 자자해, 게다가 혜 태비의 선택만 받게 되면 북명왕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더냐.”전북망은 여동생과 비슷한 모친의 고집에 더 이상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북명왕부를 들어 가는 것이 마냥 좋거나 혹은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결국 가의 군주에게 한 번 당해봐야 제정신을 차릴 것이다. 자신의 일 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더 이상 다른 일은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섣달 초하루, 혜 태비가 한녕 공주를 데리고 북명왕부에 도착했다. 궁에서 부터 자신을 따르던 하인들을 모두 왕부로 데려 온 덕에 조용했던 왕부가
송석석도 혜 태비의 행사에 참여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송서우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부모 형제들이 살아 생전 썼던 군사 방어 지도와 전술 훈련도 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송석석의 부모 형제들은 성릉관, 남강 모두 진수한 적이 있었다. 과거에 그들은 익숙하게 군사 방어 지도를 여러 장 그려 보곤 했다.아무 일도 없을 때는 사람을 시켜 주위를 검사하라고 시키고, 관외내의 작은 시설 모두 정확하게 지도에 담아냈다.글씨가 너무 날리고, 어지럽긴 하지만 송석석은 그들의 지도를 토대로 새롭게 그릴 생각이다. 하지만 양이 많아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만 한다. 그녀는 부모 형제들이 그린 지도를 보면서 2-3개월은 걸릴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대사형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눈은 예리하기 그지 없어서 한번 본 모습은 뇌리에 남아 바로 지도에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은 보는 것만 해도 눈이 아파서 2-3일을 해도 완성을 할 수 없었다. 사여묵은 송서우가 말을 할 수 있고 나서 딱 한번 찾아 왔었다. 보아하니, 대리사는 어려운 직위가 아닐 수 없거나, 그와 맞지 않아 천천히 배워야 하는 단계 일 수도 있었다.저번에 찾아왔을 때, 상법을 계속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다. 체벌, 추방, 감옥 등의 법에 대한 내용이었다.송석석은 혼이 빠진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억지로 상법을 외우는 것 보다 병사들과 함께 기술을 늘리면 더 좋았을 것이리 생각했다.안타까운 마음에 그에게 외우지 말고 책에서 찾으면 되지 않냐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대리사의 주부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사여묵은 진정성 있게 말했다.“대리사가 되어 법도 모른다고 하면 그건 독직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지요.”송석석이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황제께서 장군님을 싫어 하시나 봅니다.왜 하필 대리사 직위를 원하시는 걸까요, 사건을 조
송석석은 흥분 한 채 그의 팔을 잡고 질문하기 바빴다.“대사형, 어디서 오셨습니까? 매산에서 혼자 오신 겁니까? 스승님이나 사형들은 어디에 계십니까?”심청화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때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총애가 잔뜩 담겨져 있다.“매산 말고 성릉관에서 돌아왔어, 그리고 네 사형도 며칠 뒤에 도착 할 거야. 아마 사국에서 올 거야, 듣자하니 사국에서 여러 기밀들을 입수 한 모양이야.”“사형도 오십니까? 너무 기쁩니다.”송석석의 얼굴에 활짝 웃음 꽃이 피었다.곧이어 진복이 가져온 외투를 송석석에게 덮어 주려 했지만 정청에서 신나게 떠드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문 앞에서 서서 전설로 내려오는 ‘심청화’ 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감동에 겨워 당장이라도 문방사보를 가져와 그에게 친필을 부탁하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문의 보물이 된다.안타깝게도 송석석도 흥분하기 바빠 그를 보지 못했다. “다른 분들도 대사형이 이곳에 왔다는 걸 아십니까? 진성의 높은 직위들도 대사형을 존경 하고 있습니다. 황제도 그러합니다. 만약 진성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국공부의 문을 부서서 들어 올 지도 모릅니다.”“들어올 때 도움을 받기는 했는데 경호들은 아마 나를 몰라 봤을 거야.”그는 송석석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눈빛에는 송석석에 대한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집안에 생긴 일을 스승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스승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진다고 하여 방문도 하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심청화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에 잔뜩 섞인 애교와 앙탈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이 나라에 나를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그럼 네가 이 사실을 퍼뜨려 줘. 국공부로 오면 만날 수 있다고 전해. 마침 성릉관에서 그림을 많이 그려왔어.”송석석은 잠시 멈칫했다. 심청화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접대다.그리하여 그림도 팔지 않고, 누군가를 초청하여 자신의 그림을 평가해달라는
송석석은 혜 태비가 자신을 초대 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다. 언제 부터 초청이 시작 되었는 지도 모른다.그런 그녀가 사형을 보고 물었다.“언제 진성에 오신 겁니까? 우연은 아니겠지요?”심청화가 웃었다.“온 지 꽤 됐어. 진성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생각을 비우고 있었어, 오자마자 네 조잘 거리는 목소리는 듣기 싫었거든.”“네? 진성에 오고서 바로 저를 찾지 않으셨다니요? 너무 하십니다!”“잘못하면 울겠네, 울겠어.”심청화는 자리에 앉아 천천히 차를 들이켰다, 차를 반쯤 마시고 고개를 들자 송석석의 눈시울이 붉어진 걸 발견했다.그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네 이야기를 아무것도 안 하니까 내가 이렇게 찾아 온 것이 아니더냐. 잘 지내는 지, 못 지내는 지 정도는 알아야 우리도 마음이 편하지.”“사형, 저는 괜찮습니다.”송석석은 그의 옆에 앉아 전부터 그랬듯이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더한 애교는 하지 못했다.“서우를 되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곧 북명왕과 혼인을 치룹니다. 제게 아주 잘해 주십니다.”“그 자가 어떻게 감히 너를 천대 하겠나.”대사형은 역시 품위가 달랐다.“그 자는 매년에 딱 한달 정도만 가서 수련을 하기 때문에 사숙이 쉽게 들어 오게 하지 않았지. 아마 본 적이 없을 거야.”“저는 몰랐습니다. 역시 대화가 잘 통해야 하나 봅니다.”송석석이 눈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사여묵을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났다.“왜? 이제서야 사형인 척 행동하려는 것이냐. 경고 하지만 사숙은 이 후배를 제일 중요시하게 보고 있어. 괴롭히면 큰일 나, 그리고 만종문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 바로 그 자야. 너는 선천적인 재능이 있지만 게으르고, 상대방은 선천적인 재능과 함께 성실하기도 하지. 해마다 딱 한달만 단련한다고 해도 네보다 훨씬 잘해.”송석석은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그 사람이 강하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질투보다는 영광 스럽기 까지 합니다.”“낯짝 두꺼운 건 변함이 없네.”심청화가 그녀를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