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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이어서 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엎어진 물을 밟은 채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귀에 속삭였다.

“수란키의 복수를 다 보시고도 정신을 못 차리셨습니까? 당신이 이 세상 유일한 여장군 같으십니까? 이방 장군,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북망은 그저 새로운 것에 취해 혼인을 약조 했을 뿐, 만약 정말 사랑했다면 첩이 아니라 본처로 맞이 했겠지요.”

이방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건 장군께서 저에게 기회를 준 겁니다.”

송석석이 이방의 멱살을 잡고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이어서 한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저를 보시지요, 제가 그 사람의 체면을 생각 한 적이 있습니까? 기회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당신은 얻은 게 무엇이 있습니까. 여기 오셔서 그저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고, 저를 모함하려고 오신 거 아닙니까?”

그녀는 이방의 턱을 세게 잡았다. 곧이어 밀려오는 고통에 이방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죽이는 건 간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를 철저히 무시하고, 제 힘들었던 혼인 생활도 무시하신 거 보면 언젠간 꼭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되실 거라고 장담하지요.”

이방은 몸부림 쳤다.

“이거 놓으시죠.”

하지만 송석석은 놓지 않았다. 자신의 시선에 맞게 턱을 치켜 올렸다.

“저를 참으로 만만하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빠르게 이혼을 하여 만만하게 보시는 것인지 아니면 전북망이 위대한 지아비감인 마냥 저에게 자랑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또 평서백부는 못 찾아가고 할 수 있는 거로는 저를 찾아와 난동을 피우는 것 뿐이지요. 그거 아십니까? 평서백부의 노부인과 아씨도 저에게 예의를 차립니다.”

“송 장군, 당신..”

이방은 그녀의 눈빛에서 차가움을 느꼈다.

‘정말로 단 한번도 전북망이 생각 나지 않았던 것인가?’

하지만 생각도 잠시, 분명 전북망이 그립지만 북명왕을 만나 감정을 숨겼을 뿐이라 여겼다.

“성릉관의 일과 송가 집안의 멸망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이방의 기세가 전보다 훨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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