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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작가: 유리
그래서 지금 진현은 사과를 하고 만회해 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진현은 자책하고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또 아니면 자신의 너그러움으로 인해 친구가 이혼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 같았다.

차우미가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나랑 상준 씨가 이혼을 하게 된 데에 주혜민 씨의 원인도 있지만 다른 원인도 있어요. 주혜민 씨 한 사람 때문이라면 그렇게 쉽게 이 혼인을 끝내지 않았을 거예요. 저도 많은 생각을 하고 이혼을 결정한 거예요. 상준 씨가 이혼을 하는데 승낙을 한데에는 반드시 이해득실을 따지고 결정한 걸 거예요. 일은 진현 씨하고는 상관이 없으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한 건 다 나랑 상준 씨가 한 거니 무슨 결과를 가지고 오든 다 우리 두 사람이 책임질 거고 다른 사람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예요.”

만일 모든 일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면 자신은 무엇이 되는 건가?

성인으로써 자신의 한 선택에 대해 그의 달라는 결과를 책임져야 하고 그 결과가 좋든 말든 다 받아들여야 한다.

이 모든 선택을 한 데는 누군가가 청과 칼을 갖고 협박을 한 것이 아니라 자원적으로 한 선택이니 결과가 어떻든 간에 누군가를 탓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건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차우미는 주혜민을 탓하지 않고 진현도 탓하지 않는다. 나상준은 더더욱 탓하지 않는다. 그저 나상준하고는 운명이 아닐 뿐이다.

그저 이렇게 간단하다.

진현이 눈빛은 삽시에 아주 진지해졌다.

진현이 차우미를 바라보는 모습은 아주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

차우미의 눈에는 질책도 없었고 원망도 달갑지 않지도 분노도 없었고 그저 방금 말했다시피 두 사람이 이혼한 것은 완전히 두 사람이 선택이고 차우미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도 않고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차우미는 자신이 한 선택에 모든 결과를 받아들였다.

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우미의 이런 모습에 놀랐으나 또 예상한 바였던 것 같다.

차우미는 원래부터 감성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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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702화

    차우미의 심장은 순간 멈춘 듯했고 그녀는 진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나상준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차우미는 많은 농담들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여가현으로부터 농담을 들었고, 여가현은 강서흔에게서 농담을 들었다. 강서흔은 매번 여가현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그녀를 달래기 위해 많은 농담을 모아 여가현에게 들려주면 여가현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여가현은 매번 강서흔의 농담에 웃게 되어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고 돌아온 후 강서흔의 농담을 그녀에게 전해주곤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차우미는 많은 농담을 듣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많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현이 하는 얘기에는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맞아, 잘못 들었겠지. 나상준이 어떻게 그녀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만약 좋아한다면 그 삼 년 간의 청심과욕은 뭐란 말인가? 그는 그녀를 한 번도 만지지 않았고 남자가 여자에게 가지는 욕망조차 전혀 없었다. 어떻게 이걸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가? 차우미는 사실과 근거를 믿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신기한 일이 없지 않다는 것도 믿는다. 하지만 나상준 같은 사람이 그녀를 좋아한다고는 진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꿈에서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진현은 차우미의 얼굴에 생긴 변화를 똑똑히 보았다. 특히 지금의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린 그녀의 표정은 불신으로 변해 있었다. 어떻게 해도 믿을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나상준이 그녀에게 어떠한 일을 저지른 것처럼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순간, 차우미의 모습을 본 진현은 드디어 전에 상준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 정말로 그의 도움이 필요했음을 깨달았다. 혜민 때문이 아니었고 그의 방관으로 인해 상준과 차우미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려던 게 아니었다

  • 봄날   제703화

    그녀는 정말로 찾을 수가 없었다. 삼 년, 삼백 일도 넘는 낮과 밤. 만약 나상준이 진짜 그녀를 좋아한다면 이 삼백 일도 넘는 무감정한 낮과 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사람이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겠는가?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차우미의 표정과 감정, 그리고 그녀의 분위기 변화는 그에게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나상준이 지금 차우미 앞에서 분명하게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라도 차우미는 믿지 않을 것이고 그저 터무니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는 차우미와 나상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더 말하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질까 걱정되었다.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고 차우미는 더 이상 진현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고 이마를 찌푸리며 눈앞에 접시를 바라보았다. 접시 위에는 아직 먹지 않은 음식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나상준이 그녀에게 집어 준 음식이었다. 회성의 일로 인연이 닿으면서 그는 전에 하지 않았던 일들을 했다.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자신 때문에 발목 부상당한 그녀를 계속 돌봐주었으며 심지어 안아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감정적인 문제를 물어보았다. 주혜민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본 그는 자신이 계속 소문에 휘말린 것을 알게 되자 매우 화가 났다. 심지어 그는 그녀에게 팔찌를 사주며 늦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들은 예전의 나상준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진현이 말대로 나상준은 변했다. 그녀에게 매우 낯선 사람으로 변했다. 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의 이러한 변화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지 않았다. 진현이 뭔가 오해한 것일 것이다. 그래, 오해다. 그녀는 나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진현이 그 상대가 자신이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마치 어둠 속 한줄기의

  • 봄날   제704화

    그 계단 근처의 자리에서 나상준이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현의 말에 따라 그녀의 얼굴과 눈에는 다양한 감정이 나타났고 이는 그녀가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녀가 혼란, 불신, 망설임, 그리고 갈등의 감정이 점차 평온, 이성적, 진지한 상태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손에 든 핸드폰을 살짝 움직였다. 눈에는 아무런 놀라움도 실망도 없었다. 마치 그녀가 이렇게 반응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 변화도 없었다. 예전과 똑같이 현재도 그대로였다. 다만...그녀의 눈을 바라본 그는 눈 속에 담긴 확고함과 절대적인 의지를 느꼈다. 그의 눈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그녀와 그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는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우미가 말한 후에는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고 진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마치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그는 그녀를 설득할 수 없었고 그녀도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분위기는 급격히 조용해졌고 너무 조용해서 불편할 정도였다. 차우미의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하며 접시의 음식을 다 먹었다. 진현은 차우미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고 나상준을 위해 무엇이든 더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안정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진현은 그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나상준은 다가와 차우미의 옆자리에 앉아 젓가락을 집어 들고 식사를 계속했다. 차우미나 진현을 쳐다보지 않았고 두 사람이 방금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모든 것이 평상시와 같았다. 오히려 차우미가 갑자기 옆에서 나는 소리와 나상준이 앉는 것을 보고 식사를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식사를 계속했다. 나상준의 맞은 편에

  • 봄날   제705화

    이런 상황은 좋지 않은 징조지만 동시에 하나의 문제를 설명한다. 차우미와 상준 사이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고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냥 몇 마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준은 진작에 알았을 것이다. 이 순간, 진현의 마음은 약간 요동쳤고 그는 시선을 돌려 머리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차우미의 성격을 상준이 자신보다 더 잘 알 것이며 오늘 밤 자신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상준이 똑똑히 알고 있었던 만큼 차우미의 반응도 상준은 미리 예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진현의 눈에 갑자기 미소가 번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 차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차우미의 성격이 급하지 않다는 건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감정적으로도 느린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일들은 모두 설명하더라도 그녀가 바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말하느냐 말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만약 그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차우미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어떤 일들이 명확하지 않고 불분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조치를 취해야 할 때 그것이 다시 오해를 일으키거나 오해를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가 말을 했다면 차우미는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상준이 이후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제약받지 않을 것이다. 느린 성격의 사람이라면 한 번에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그녀가 천천히 한 걸음씩,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 결국 그녀가 완전히 받아들이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진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게 바로 상준이다. 언제나 결단력 있고 계산적이며 전략적이다. 그는 절대 의미 없는 일을 하지 않고 시간 낭비는 더더욱 하지 않는다. 진현은 진심으로 상준이가 차우미에게 어떻게 대하고 혜민에게는 어떻게 대하는지 혜민이가 봤으면 했다. 사랑과 사랑하지 않음은 그토록 분명하다. 이 순간, 진현의 눈에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고 그의 시선이 복잡해졌다.

  • 봄날   제706화

    차우미와 나상준은 정해진 장소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 아이들 용품과 선물을 구경했다. 두 개의 가게에서 그들은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모든 것을 골랐고 호텔로 돌아갔을 때는 거의 열 시였다. 시간은 늦어졌지만 이 일이 해결되었으니 차우미의 마음속에 늘 걸려 있던 것도 드디어 내려간 셈이다. 차우미는 처음의 계획을 잊지 않았고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며 말했다. “선물도 다 샀고 회성에서의 일도 끝났어. 상준 씨가 시간 가능할 때 청주로 돌아가자.”처음에는 차우미 혼자 청주로 가려고 했지만 나상준이 준 옥팔찌와 나예은이 나상준에게 전화한 걸 보면 나상준이 나예은에게 그녀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나상준은 그들과 함께 청주로 돌아가자고 요구한 것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일 하나뿐이며 다른 일은 없다. 회성에서의 일을 끝내고 예은에게 약속한 일을 잘 마무리하면 더 이상 다른 걱정거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함께 청주로 돌아가서 이 일을 잘 마무리하면 예은이 다시는 그에게 전화하지 않을 것이고 그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상준은 차우미의 옆에 섰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앞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떤 감정의 흔들림도 없었다. 옆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는 입을 열어 말했다. “내일 밤.”내일 밤? 차우미는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이미 시간을 정해 놓았다는 점에서 놀랐다. 그는 이 일을 이미 계획해 둔 것 같다. 그가 이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고 빨리 해결하려 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깨달은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그 후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차우미는 눈앞에 떠 있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내일 아침부터 짐을 싸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밖으로 나가서 특산품을 사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차우미는 짐을 정리하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과 돌아가는 대

  • 봄날   제707화

    차우미는 자신이 아마도 잘못 느낀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아니면 오늘 밤 진현의 말 때문에 나상준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런 이상한 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차우미는 룸으로 돌아갔다.차우미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야 한다는 말이 나상준한테는 차우미의 티켓을 예약해주면 된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나상준은 차우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돈을 주면 되니 괜찮다.옷값, 비행기 티켓값, 그리고 옥팔찌까지 함께 집에 가져다주면 된다.하지만 지금 몸에 갖고 있는 현금이 얼마 되지 않아 내일 은행에 한번 갔다 와야 된다.이렇게 생각하며 차우미는 룸에 도착해 씻은 후 등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잤다.한결같은 취침 시간이었고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하지만 전에는 아주 빨리 잠에 들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밤은 빨리 잠에 들 수 없었다.주위가 어둡고 적막하니 차우미의 머릿속에는 레스토랑에서의 화면이 떠올랐고 진현이 말한 말이 생각이 났다.나상준에 관한 것, 주혜민에 관한 것, 그리고 진현에 관한 것.전에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이 차우미의 머릿속에 맴돌아 조금도 졸리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 말짱해 났다.마지막에 차우미는 실면 했다.그렇다, 아주 드물게 실면 했다.차우미는 반사신경이 길어 어떤 일들은 그 당시에 생각했던 것과 그 후에 생각한 것은 차이가 있었다.아주 많은 정보량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차우미가 한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말을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가고 이렇게 조용할 때 생각은 아주 또렷해지고 그때 일이 다시 기억이 나면서 한 가지 일을 컨트롤을 할 수 없게 생각을 하게 되고 이해를 하려고 하게 된다.그때 병원에서 임상희와 주혜민의 계략에 넘어가 차우미와 주혜민이 함께 넘어졌을 때 나상준이 나타나 주혜민을 안았다. 이 일이 나상준과 주혜민이 관계를 확립 하기 전인지는 모르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주혜민을 안고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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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7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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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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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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