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6화

송연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임지영을 바라봤다.

“미안해, 지영아. 네가 먼저 해. 난 참으면 돼.”

송연아는 입술을 깨문 채 눈물이 줄줄 흘렀지만 눈빛은 고현의 몸에 내려앉았다.

임지영은 입을 꾹 다문 채 앞으로 걸어갔는데 뒤에서 큰 손이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붉은색 반지는 핏빛을 내며 위험하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었다.

고현이 쌀쌀하게 말했다.

“연아가 먼저 해.”

임지영은 고개를 돌려 고현을 노려봤다. 이때 송연아도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현 씨, 고마워요. 저, 저는 지금 움직일 수 없으니 도와줄 수 있어요?”

고현은 송연아를 안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힐 무렵 송연아는 임지영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

‘영원히, 영원히 송연아가 우선이야.’

임지영은 검사안내서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고 돌아섰다.

그녀의 손은 이미 나았지만 여전히 붕대를 감고 있는 건 심유나와 송연아를 현혹하기 위해서고 검사는 고현을 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젠 모든 것이 필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필요 없다.

임지영이 병원을 나섰다. 어젯밤 폭우로 공기가 맑아졌는데 그녀는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

환생한 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임지영은 매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힘들었다.

임지영은 권세도 돈도 없었고 류하와 고성민도 고씨 가문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가 어떻게 권력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과 싸울 수 있을까?

정처 없이 걷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확인해보니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룸메이트였다.

수신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세 명의 숨소리가 들려왔는데 머뭇거리며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그제야 이윤지가 입을 열었다.

“저기... 지영아, 우리 모두 인턴 회사를 찾았어. 앞으로 숙소에서 떠나야 할 것 같으니 같이 밥이라도 먹고 싶은데... 저기, 너... 바쁘면 안 와도 돼.”

“너 말할 줄도 몰라? 이건 오지 말라는 뜻으로 들리잖아?”

전영미의 목소리였다.

“지영아, 그게 아니라 난 네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