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고다정은 여준재와 함께 별장에 돌아왔고 카주로 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아빠, 엄마. 우리도 갈래요.”두 아이가 기대 섞인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지만, 고다정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안돼, 너희 학교도 가야 하잖아. 그리고 우리는 해외로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엄청 중요한 일 보러 가는거거든. 그래서 너희들과 같이 갈 수 없어.”사실 그녀는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걸 원치 않았다. 게다가 손 씨네 가문 일이 제대로 해결된 것도 아니고, 해외라는 환경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사고도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었다.하지만 그녀의 거절을 들은 하준이와 하윤이는 삐진 듯 입술을 삐죽거리며 여준재를 바라봤다.“아빠~”하윤이는 여준재더러 자기들 대신 고다정에게 말 좀 해달라고 애교를 부렸다.너무도 쉽게 아이들 속셈을 눈치챈 고다정은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아빠 불러도 소용없어. 아빠도 엄마 편이야. 내가 안 된다고 했으니까, 이건 누가 뭐래도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친 뒤 그녀는 경고 섞인 눈빛으로 여준재도 한번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여준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엄마 말이 맞아. 아빠도 엄마 말은 들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너희들도 엄마 말 들어, 알겠지?”“휴, 아빠 점점 멋없어. 예전에는 엄청 강하고 멋졌었는데. ”두 아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며 여준재는 어이가 없는 듯 웃어 보였다.‘이 귀여운 것들. 본인들 생각대로 안 되니까 이제는 나를 자극까지 하네.’“날 자극해도 소용없어. 아빠는 엄마의 말에 절대 반박하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너희들도 얌전히 집에 있어. 그리고 엄마 대신 할머니도 잘 보살피고, 알겠지? 엄마 아빠가 갔다 온 뒤에 우리 같이 나가서 놀자. 그때는 가고 싶은데 다 가도 돼.”여준재는 다시금 아이들을 거절한 뒤 그들에게 당근을 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그의 당근에 두 아이는 순순히 넘어갔다.이때 그 모습을 지
이튿날 오후, 고다정과 여준재는 카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그 시각, 유라 또한 가장 일찍 그 소식에 대해 듣게 되었다.“주인님, 두 분 가셨습니다. 카주로 가는 비행기 따로 배정해 드릴까요?”도우미는 유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유라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그 말에 찬성하지 않고 차갑게 답했다.“아니. 괜히 갔다가 준재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너무 티 나잖아. 그러면 준재도 나에게 경고를 날릴 거야. 그냥 아랫사람들더러 그 둘의 상황에 대해 지켜보라고 하면 돼.”“네.”도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한편, 고다정과 여준재는 이 모든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둘은 전용기에 타서 20시간의 비행을 거친 뒤에야 카주에 도착했다.그 시각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비행기에서 내린 그들은 한 개인 별장에 도착했다.그 현장에서는 여러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한 검은색 슈트를 입은 키가 크고 근육도 탄탄한 남자가 고다정과 여준재를 보더니 정중히 앞으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대표님.”“그동안 수고 많았어.”여준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고다정에게 소개했다.“이쪽은 태산이라고 해요. 제 부하 중 가장 미행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다정 씨 어머님 일도 제가 태산이한테 전부 조사해보라고 한 거예요.”고다정은 태산을 향해 살짝 미소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사모님.”태산도 정중하게 그녀의 인사에 답했다.여준재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마친 뒤 고다정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여기는 이야기 할 곳이 아니니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말하죠. ”3분 뒤, 그들 셋은 별장의 거실로 들어갔다.자리에 착석 후, 여준재가 고다정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뭐 묻고 싶은 거 있으면 이젠 물어봐도 돼요.”여준재의 말에 고다정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태산 씨, 혹시 여기서 조사한 모든 정보에 대해 저한테 말해주실 수 있어요?”
고다정은 일어나는 남자를 보며 사과했다.“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요.”“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더욱 중요한 건 전 다정 씨가 그 일로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해요.”여준재는 부인하지 않고 그저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다정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길을 닦지 않은 곳도 있고 시간도 너무 늦어서 운전하기에는 위험해요. 그러니 내일 가는 거로 하고 오늘 밤은 푹 쉬도록 해요.”“다정 씨도 푹 쉴 건가요?”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말문이 막힌 고다정은 헛기침하며 얼버무렸다.“노력할게요. 얼른 자요.”그녀는 이내 이불을 덮고 잘 것처럼 흉내를 냈다.여준재의 시선에는 그녀를 향한 사랑과 편애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누워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여준재의 말이 효과가 있어서일까, 고다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얼마 되지 않아 이내 잠들었다....이튿날 아침,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 고다정은 날이 밝아오자마자 잠에서 깼다.그녀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는 여준재를 보더니 허리에 둘러있는 그의 손을 살며시 내려놓고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금방 깬듯한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어디 가요?”“일어나서 세수하려고요. 나 때문에 깼어요?”고다정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여준재는 고개를 젓더니 미간을 어루만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잠자리를 바꾼 탓인지 잠을 설친 것 같아요. 깨어난 김에 아침 먹고 마을에 가보도록 하죠.”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두 사람은 가령에서 출발했다.블랙 승용차가 도로에서 달리고 있었다. 차창 밖 풍경도 점차 현대적인 도심을 벗어나 외딴 교외로 변했고 나중에는 논밭으로 변했다. 하늘도 아주 푸르렀는데 보기만 해도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이런 풍경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너무 아름다워요.”고다정은 차창 너머 풍경을 보며 감탄했다.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방에는 벽 외에 다 타버리고 틀만 남은 가구들뿐이었다.고다정은 포기하지 않고 한참 뒤적였다. 그러나 태산이 말했던 것과 같았다. 아무런 단서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녀는 핑크빛 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는데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지하실도 있다고 들었는데, 지하실도 한 번 가봐요.”여준재는 그녀가 이런 결과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태산에게 눈짓했다.태산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다정에게 공손하게 말했다.“이쪽으로 따라오시죠.”태산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고다정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2분 후, 세 사람은 지하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표정이 시무룩해진 고다정을 본 여준재는 그녀를 품에 안고 달랬다.“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다른 방법 생각해 보면 되죠.”“다른 방법이 더는 없어요. 이 의사가 마지막 증인이에요. 다른 증거가 있었더라면 나도 이 의사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는 않았을 거예요.”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여준재는 침착한 그녀의 모습을 더는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세 사람은 침묵 속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방으로 들어간 후 풀이 죽은 고다정은 소파에 앉아 자신이 너무 무능한 건 아닌지 하고 의심했다.‘몇 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스승님과 준재 씨의 도움도 있는데 어머니를 위해 복수할 수 없다니.’여준재는 안쓰러운 눈길로 상심해 하는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이 이 일로 속상해하는 걸 원치 않는 여준재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사실 유일한 증인이 사라졌다고 해도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잡아 벌을 받게 할 수 있어요.”“정말이에요?”고다정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당연하죠. 제가 왜 다정 씨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방금전까지만 해도 속상해하던 고다정은 여준재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흥분해 하면서 물었다.“심여진이 우리 엄마를 죽였다는 걸 어떻게
심여진은 GS그룹을 진시목에게 팔아넘긴 후, 작은 별장을 하나를 구매하고는 진씨 저택에서 나왔다. 그 별장에서 노후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그녀가 금방 샤워하고 쉬려고 할 때, 별장 전체가 갑자기 어두컴컴해졌다.“아!”깜짝 놀란 심여진은 비명을 지르더니 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얼마 후, 그녀는 진정하고 창문을 통해 비춰 들어오는 달빛을 타고 벽을 더듬으며 방에서 나와 소리쳤다.“누구 없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갑자기 정전되고 난리야?”그녀가 여러 번 소리 쳤지만 그녀의 말에 답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주변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아주 고요했다.“젠장, 다 어디 간 거야?”누구도 그녀의 말에 답해주지 않자 그녀는 점차 화가 치밀어 올랐다.두어 번 더 소리쳐보았지만 여전히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욕설을 퍼부으며 방으로 돌아가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경비실에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방에 들어선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 유리가 갑자기 산산조각이 나면서 거센 바람이 몰아쳐 들어왔다.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 사이로 빨간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나타났다. 이윽고 소름 돋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여진, 내 목숨 내놔.”“귀신이야!”경황실색한 심여진은 비명을 지르더니 너무 놀란 탓에 정신을 잃고 꼬꾸라졌다.창문에 매달려 있던 여자는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방에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조심스레 심여진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진정으로 쓰러졌는지 확인했다.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는 걸 확인한 여자는 입을 삐죽거리며 무선기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정신 잃고 쓰러졌어요. 오늘 저녁 미션은 끝내도 될 것 같아요.”“너무 조급해하지 마. 대표님이 원하는 단서나 범죄 증거가 없는지 찾아봐.”무선기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자는 명을 받고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여자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고다정!”심여진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고다빈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다정 외에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할 사람이 더는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녀는 고다정이 이런 일을 벌인 목적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강수지를 위해 복수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하려는 게 분명했다.고다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심여진을 보며 잔머리를 굴렸다.“이번 일은 신고해도 될 것 같아요.”“그래도 되는 거야?”심여진은 바로 수긍하지 않고 의심스러운 눈길로 고다빈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저 추측일 뿐,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고다빈은 망설이는 심여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증거가 없으면 증거를 만들면 되죠. 게다가 저랑 고다정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어제 그렇게 소란스러웠는데도 경비실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잖아요. 우리가 책임을 물으면 그들 명성만 나빠질 뿐, 과연 그들이 가만있을까요? 분명히 고다정을 까발리려 할 거예요.”고다빈은 어젯밤 경비실 사람들이 제때 나타나지 않은 게 다 고다정이 그들을 포섭한 탓이라고 의심했다.심여진도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신고하자.”그녀는 이내 무언갈 떠올렸는지 말을 보태었다.“참, 어제 현장은 아직 그대로지?”고다빈은 머리를 저었다.“그대로예요. 특별히 청소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처음부터 이미 다 계획해두었구나.”심여진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고다빈을 바라보았다.고다빈도 부인하지 않았다.“고다정 그 천박한 년도 다른 사람에게 심문받는 기분을 맛보게 해줘야죠.”사실 그녀는 이보다 고다정을 구치소로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여준재가 고다정의 곁에 있는 탓에 일이 쉽게 성사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다정이 잡혀들어가기만 해도 그 두 사람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녀 또한 이 일로 진시목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다정과 여준재가 꿈나라로 갔을 때, 국내에 있던 심여진도 조사결과를 알게 되었다.“심여진 씨, 집에서 고다정 씨를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창문 유리 조각 외에는 아무런 지문도 심지어 발자국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경찰은 공식적인 어투로 조사결과를 그녀에게 알려줬다.심여진과 고다빈은 다 멍해졌다.“그럴 리가요.”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고다빈이 이내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감시 카메라는요? 그리고 경비실 사람들은 왜 제때 나타나지 않은 거죠?”“일이 발생할 때 정전하는 바람에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경비실은 통제실도 정전하고 또 당직을 서는 사람이 모자란 탓에 그런 일이 발생한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네요. 그리고 주변 이웃과도 물어봤는데 다 깊이 자고 있었던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답니다. 대부분 이튿날 아침에 어머니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셨어요.”경찰은 조사결과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병상에 있는 심여진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벽에 있는 글자도 조사해보았는데 여전히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어요. 당연히 귀신이 한 짓이 아니라 사람이 한 짓은 분명한데 현장 처리 능력이 아주 숙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범인을 빠른 시간내에 잡고 싶거든 누굴 건드렸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경찰의 말을 듣자마자 심여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최근에 건드린 사람은 전남편과 전남편 딸 고다정밖에 없다니까요. 내가 고씨 집안이 제일 힘든 시기에 이혼하고 떠났다고 앙갚음하는 게 분명해요. 그리고 전에 고다정이 제가 자신의 엄마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의심했었는데 그 일로 경찰서까지 갔었어요. 나중에는 증거가 없어서 그냥 마무리 지었어요.”심여진은 끝까지 고다정이 한 짓이라고 고집부렸다.경찰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럼 두 사람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고다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반짝였다.“경찰서로 데려가서 심문하는 건가요?”“아
고다정의 말을 들은 경찰은 그녀의 뜻을 깨달았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저희도 고다정 씨의 인품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다정 씨가 성본이 낮은 약을 개발한 덕분에 약을 사지 못하던 사람들도 다 약을 쓸 수 있게 되었죠. 저희 윗선에서도 국가에 중대한 공헌을 하신 고다정 씨가 누명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부르신 것도 규정대로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괜찮습니다. 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게 당연한 일인걸요.”고다정은 생긋 웃으며 답했다.그녀는 기분이 유난히 좋았다.아마 사람들이 자신의 공헌을 알아줘서일 것이다.담화가 끝난 후 두 명의 경찰은 두 사람을 경찰서 문 앞까지 배웅해줬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기자들에게 포위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다정과 여준재가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소식을 전해 들은 고다빈이 기자들에게 소식을 퍼뜨린 것이다.두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 해서든 고다정을 불쾌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기자들은 흥분해 하며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하려고 했다.“여 대표님, 고다정 씨, 이번엔 무슨 이유로 경찰서를 방문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반년 동안 경찰서에 여러 번 드나드는 것 같은데, 고다정 씨, 운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형사님, 사건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든 걸 본 여준재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고다정의 표정도 굳었다.두 사람은 누군가가 일부러 기자들을 부른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 누군가가 고다빈과 심여진이라는 것도 뻔했다.상황을 파악한 경찰 측은 신속히 나와 질서를 유지했다.특히 이번 사건을 책임진 경찰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넘어가버리면 기자들이 이상한 기사를 퍼뜨릴 것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는 고다정의 동의를 받고 경찰 측을 대표해 발언했다.“오늘 고다정 씨와 여준재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