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미는 당연히 고다정의 말뜻을 알지만 여전히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그래서 그 뒤로 며칠간 그녀는 매일 빌라에 외할머니를 뵈러 왔다.이에 대해 고다정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오히려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미 채성휘와 함께 특효약 개발 준비 단계에 진입해서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연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점점 더 바빠질 것이며 2,3일 연구실을 지켜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그때 임은미가 매일 외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한다면 그녀는 더 마음이 놓일 것이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나갔다.이날 임은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퇴근 후 회사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강말숙을 보러 가려 했다.그런데 그녀가 길가에 나오자마자 오토바이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임은미가 신경을 쓰지 않고 택시가 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순간 일이 발생했다.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팔을 뻗어오더니 그녀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낚아챘다.임은미는 몇 초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소리지르면서 쫓아갔다.“강도 잡아요. 저 앞에 오토바이를 막아주세요.”이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토바이를 쫓아갔다.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뛰어난 기술로 차가 그칠 새 없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요리조리 피하면서 이내 사람들을 따돌리고 시선에서 사라졌다.임은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중 마음씨 좋은 어떤 사람이 귀띔했다.“아가씨, 가방에 중요한 물건이 없어요? 혹시 있다면 빨리 경찰서에 신고하고 해지할 건 해지해요. 강도가 아가씨 물건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게 두지 말고.”“제 가방에는 신분증, 휴대폰, 그리고 몇 장의 은행카드가 들어 있어요. 맞네요.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해지할 건 해지해야겠어요.”임은미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씨 좋은 행인에게 감사를 드리고 제일 가까운 경찰서로 향했다.그녀가 경찰서에 들어설 때쯤 가방을 훔친 강도는 그녀의 가방
소담과 화영은 눈빛을 교환한 후 각각 고다정의 한쪽 팔을 잡고 다시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이러세요?”그러나 고다정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고 심지어 그들이 가로막는데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소담과 화영은 혹여 고다정이 다칠까 봐 억지로 막지는 못했다.하지만 앞에 더 이상 길이 없는데도 고다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두 사람은 바싹 긴장했다.게다가 오는 내내 고다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최면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거의 동시에 이 생각이 떠오른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제가 작은 사모님을 기절시킬 테니 화영 씨는 대표님께 통지하세요.”소담이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손을 쓰려고 하는 중요한 시각에 화영이 그의 행동을 제지시켰다.화영은 소담의 손을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절시키면 안 돼요. 내가 알아본 바로는 최면에 걸린 사람에게 외력을 가해 중단시키면 신경이 손상되고 심각할 경우 정신 이상이 올 수 있대요.”이 말을 들은 소담은 안색이 급변했다.“그렇게 심각해요?”“그럼요.”화영이 말하면서 소담의 손을 놓았다. 그녀는 자기들이 꽉 잡고 있는데도 계속 발버둥치며 옥상에 올라가려는 고다정을 힐끗 보고는 과감한 추측을 내놓았다.“아가씨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아가씨가 이 명령을 완수해야 최면이 풀릴 거예요.”이 말을 들은 소담은 놀라 멍해졌다.“뭐라고요?”“지금 당장 소방구조대에 연락하고 대표님께도 통지해요.”화영이 신속히 조치했다.소담도 현재 상황에서 망설일 틈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작은 사모님을 잘 지키고 있어요.”말하고 나서 그녀는 고다정을 놓고 즉시 옆에 가서 전화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먼저 119에 전화한 후 여준재에게 연락했다.“대표님, 작은 사모님이 최면에 걸려 지금 연구소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뛰어내린다고?”전화기 저편에서 깜짝 놀란 여준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여준재는 고다정에게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위로하며 인파 속에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뒤늦게 반응한 구남준도 얼굴이 창백해진 여준재를 도와 인파 속을 가르며 길을 비켜 나섰다.“자, 다들 옆으로 좀 가주세요. 저희 가족이라 저희가 들어가서 봐야 해요.”구남준은 사모님인 고다정이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얼른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났고, 그녀가 투신했다는 사실 또한 전혀 믿겨 지지 않았다.그 말에 여준재와 구남준을 알아본 일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기도 하였다.한편, 화영은 자기 집 아가씨가 매트에 떨어진 걸 보고는 바로 긴장하며 앞으로 다가가 확인했다.그녀는 일단 고다정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보고, 고다정이 호흡을 하는 상태인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옆에 있는 구조대원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고다정을 안으며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얼른 차 준비하고 병원으로 가. 선생님께 알리는 것도 잊지 말고!”말을 마친 뒤 그녀가 고다정을 안은 채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때마침 인파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준재와 구남준을 마주했다.“서방님.”여준재를 발견한 화영은 깜짝 놀라 그를 불렀다.화영에게 있어 그 순간의 여준재 모습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준재는 화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녀 품속에 안긴 고다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는 듯 빤히 응시했다.화영은 여준재의 긴장감 섞인 모습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며 얼른 해명했다.“서방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현재 혼수상태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 다친 곳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라, 병원에 가서 확인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그제야 조금은 차분해지더니, 힘겹게 고다정을 자신에게로 뺏어오며 입을 열었다.“알겠으니까 병원은 일단 제가 데려갈게요. 뒤따라 오시면서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나 말해줘요!”여준재가 말을
“그럴 필요 없어. 넌 그냥 재경이랑 밖에서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면 돼.”여준재는 유라까지 와서 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게 싫었다.그렇게 말을 마친 뒤, 여준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핸드폰을 내려놓은 유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표정이 굳어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재경은 일부러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걱정스레 물었다.“준재 형이 뭐래요? 우리더러 오래요?”“아니요. 오지 말래요. 우리보고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라네요.”유라는 불만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며 그에게 말했다.“저는 계속 불안해서 그러는데 혹시 저랑 같이 가보지 않을래요?”그녀는 박재경도 함께 간다면, 그때 가서 여준재가 싫다고 한들 별말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재경은 유라가 자신을 끌고 가는 목적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준재 형이 올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냥 가지 말죠. 게다가 준재 형 능력도 대단하니까, 굳이 저희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유라는 박재경의 거절에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다정이 대체 왜 건물에서 떨어졌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안 갈 거면 됐어요. 그냥 저 혼자서라도 갈게요. 우리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요.”그녀는 그 한마디만 남긴 뒤 박재경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는 부하에게 사인을 건넸다.그러자 몇 초 안 되어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그녀 앞에 세워졌다.유라는 박재경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넨 뒤 바로 차에 탄 채 그 자리를 떠났다.한편, 박재경은 별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핸드폰으로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준재 형, 유라 씨가 형 찾으러 갔어. 내가 아무리 말려도 별 소용이 없었어. 그러니 이건 내 탓 아니야. 알겠지?”“그래, 알았어. 며칠 동안 수고 많았다.”
유라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별다른 기색 없이 여전히 차갑게 답했다.“이론적으로는 네 말이 맞지만, 나도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그 말에 유라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준재야, 너 혹시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봤지만, 사실 속으로는 엄청 떨고 있었다.그 이유는 여준재가 최근 며칠 동안 본인을 대하는 태도가 차가웠다는 걸 유라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설마 전에 폭로한 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이윽고 여준재가 차갑게 답했다.“아니, 그냥 오늘 일어난 일 때문에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그래. 그리고 너한테 대꾸할 힘도 없고. 사람 불러서 널 데려다주라고 할게.”말은 마친 뒤 그는 유라가 동의를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구남준을 불러 그녀를 데려가라고 했다.돌아가는 길, 유라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굳어있었다.그녀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여준재가 말하려 하지 않는 일에는 반드시 그 내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거 몰래 조사 좀 해줘. 고다정이 건물에서 뛰어내린 진상이 무엇인지, 일단 병원 쪽부터 착수 진행하고.”병원은 사람이 많은지라 여준재가 특별히 숨기려 해도 꼭 한두 명은 그걸 누설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물론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그날 저녁 8시쯤, 유라 쪽 부하가 그 진실을 알아냈다. “주인님, 병원 쪽 간호사들 말에 따르면 고다정 씨가 최면에 걸렸다고 합니다. 약효가 더해져서 일반 정신과 의사는 그걸 풀 수 없었고요.”“최면에 걸렸다라…”유라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어쩐지 여준재가 말해주지 않는다고 했어. 결국은 날 경계하고 있었던 거잖아?’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유라는 자신의 부하를 향해 명령했다.“계속해서 몰래 조사 해봐.”…이튿날 아침, 병실.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고다정은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나 지금 살아있는 건가?’어제 의식을 잃기 전 봤던 화면이 문득 떠오른 그녀는 자신
대략 30분이 지난 뒤, 임은미가 숨을 헐떡이며 병실에 찾아왔다.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고다정을 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어디 좀 봐봐. 진짜 괜찮은 거야?”그녀는 어제저녁 고다정이 누군가에 의해 투신 최면에 걸렸다는 소리를 듣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다정은 걱정이 가득한 임은미를 보며 재빨리 대답해 그녀를 안심시켰다.“난 괜찮아. 비록 어제 놀라긴 했어도 제때 조치를 취해서 다친 곳도 없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마.”“그래, 그럼 다행이야. 나 진짜 그 소식 듣고 깜짝 놀라 죽는 줄 알았어.”임은미는 겁에 질린 듯한 얼굴로 가슴을 내리쳤다. 그러고는 몇 초 뒤,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임은미가 고다정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난 네가 건물에서 뛰어내렸다는걸 믿을 수가 없어.”“난 당연히 건물에서 뛰어내릴 리가 없지. 그러니까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면…”고다정은 대체적인 상황을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모든 사실에 관해 이야기를 끝마친 고다정은 의문 섞인 말투로 그녀를 향해 물었다.“어제 네 핸드폰 누구한테 줬었어?”그녀는 임은미가 자신을 해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한 가지 가능성은 누군가가 임은미의 핸드폰을 빌려 갔다는 것이다.그 말을 들은 임은미는 단번에 고다정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챘다.“다른 사람한테 핸드폰 빌려준 적은 없지만,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뺏어갔어.”임은미는 어제 퇴근 후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한 일에 대해 고다정에게 설명했다. 그녀는 고다정이 행여나 믿지 않을까 봐 경찰서에 해당 기록도 있다고 알려주었다.고다정은 자기 친구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걱정스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넌 어디 다친 데 없고?”“난 괜찮아. 근데 주민등록증도 다 소매치기당해서 다시 신청해야 해.”임은미는 고개를 저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답했다.하지만 여준재는 만약의 경우까지 생각하고 옆에 있는 구남준에게 눈빛을 보냈다.
“조금 전 다정 씨가 자리에 없었을 때 제가 전달받은 소식이 있거든요. 수년 전 다정 씨 어머님을 치료한 의사 선생님을 찾았대요.”여준재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고다정은 격동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여준재가 미안하다는 듯 이어서 말했다.“근데 일단 기뻐하긴 일러요.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니까요.”“조금 전에 사람 찾았다면서요?”고다정은 그 말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여준재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윽고 고다정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설마 그 사람 죽은 건가요?”그 말에 여준재는 부인하지 않았다.“세 달 전 그 의사 집에 화재가 일어났대요. 그분 가족들까지도 전부 그 화재로 집에서 숨졌고요.”여준재의 말에 고다정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세 달 전이면 내가 준재 씨더러 그 사람을 조사해보라고 한 시간이잖아?!’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여준재를 바라봤다.“설마 심여진 쪽에서 저희가 증거를 찾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미리 그 사람 가족들까지 다 죽인 거 아닐까요?”“그건 아닌 것 같아요. 세 달 전 심여진과 고다빈은 다들 자기 자신을 챙기기에 바빴어요. 그러니 해외로 사람을 보내 살인을 저지르라고 시킬 정신 같은 건 없었을 거예요.”여준재가 고개를 저으며 부인하자 고다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만약 그 사람들이 아닌 거면, 설마 그 의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밉보이기라도 한 걸까요?”고다정은 이렇게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그 이유는 그 의사가 수년 전 돈을 위해 심여진 모녀의 진실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했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가 뭐라고 하든 해외 생활은 그렇게 생각처럼 쉬운 것도 아니니 말이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말을 들은 뒤 바로 반박하지 않고 찬성한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겠네요.”그 대답을 들은 고다정은 삽시간에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어떻
그날 저녁, 고다정은 여준재와 함께 별장에 돌아왔고 카주로 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아빠, 엄마. 우리도 갈래요.”두 아이가 기대 섞인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지만, 고다정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안돼, 너희 학교도 가야 하잖아. 그리고 우리는 해외로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엄청 중요한 일 보러 가는거거든. 그래서 너희들과 같이 갈 수 없어.”사실 그녀는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걸 원치 않았다. 게다가 손 씨네 가문 일이 제대로 해결된 것도 아니고, 해외라는 환경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사고도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었다.하지만 그녀의 거절을 들은 하준이와 하윤이는 삐진 듯 입술을 삐죽거리며 여준재를 바라봤다.“아빠~”하윤이는 여준재더러 자기들 대신 고다정에게 말 좀 해달라고 애교를 부렸다.너무도 쉽게 아이들 속셈을 눈치챈 고다정은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아빠 불러도 소용없어. 아빠도 엄마 편이야. 내가 안 된다고 했으니까, 이건 누가 뭐래도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친 뒤 그녀는 경고 섞인 눈빛으로 여준재도 한번 바라봤다.그 모습을 본 여준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엄마 말이 맞아. 아빠도 엄마 말은 들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너희들도 엄마 말 들어, 알겠지?”“휴, 아빠 점점 멋없어. 예전에는 엄청 강하고 멋졌었는데. ”두 아이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며 여준재는 어이가 없는 듯 웃어 보였다.‘이 귀여운 것들. 본인들 생각대로 안 되니까 이제는 나를 자극까지 하네.’“날 자극해도 소용없어. 아빠는 엄마의 말에 절대 반박하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너희들도 얌전히 집에 있어. 그리고 엄마 대신 할머니도 잘 보살피고, 알겠지? 엄마 아빠가 갔다 온 뒤에 우리 같이 나가서 놀자. 그때는 가고 싶은데 다 가도 돼.”여준재는 다시금 아이들을 거절한 뒤 그들에게 당근을 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그의 당근에 두 아이는 순순히 넘어갔다.이때 그 모습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