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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누가 고다정을 배신했는가

“그럴 필요 없어. 넌 그냥 재경이랑 밖에서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면 돼.”

여준재는 유라까지 와서 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게 싫었다.

그렇게 말을 마친 뒤, 여준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편, 핸드폰을 내려놓은 유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재경은 일부러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걱정스레 물었다.

“준재 형이 뭐래요? 우리더러 오래요?”

“아니요. 오지 말래요. 우리보고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라네요.”

유라는 불만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계속 불안해서 그러는데 혹시 저랑 같이 가보지 않을래요?”

그녀는 박재경도 함께 간다면, 그때 가서 여준재가 싫다고 한들 별말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재경은 유라가 자신을 끌고 가는 목적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준재 형이 올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냥 가지 말죠. 게다가 준재 형 능력도 대단하니까, 굳이 저희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유라는 박재경의 거절에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다정이 대체 왜 건물에서 떨어졌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안 갈 거면 됐어요. 그냥 저 혼자서라도 갈게요. 우리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요.”

그녀는 그 한마디만 남긴 뒤 박재경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는 부하에게 사인을 건넸다.

그러자 몇 초 안 되어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그녀 앞에 세워졌다.

유라는 박재경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넨 뒤 바로 차에 탄 채 그 자리를 떠났다.

한편, 박재경은 별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핸드폰으로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준재 형, 유라 씨가 형 찾으러 갔어. 내가 아무리 말려도 별 소용이 없었어. 그러니 이건 내 탓 아니야. 알겠지?”

“그래, 알았어. 며칠 동안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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