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은 솔직하게 여준재에게 알려주었다.“채 선생님이 사모님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지금 식사하고 계십니다.”“밥이요? 둘뿐인가요?”여준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소담이 머리를 끄덕였다.“네.”“알겠어요. 사모님 잘 보호해요.”여준재는 차갑게 한마디 한 뒤 전화를 끊었다.전에 그는 소담이 고다정과 해주로 가길 바랐지만, 고다정은 경호원과 함께하면 괜히 이상할 거라면서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하여 여준재는 어쩔 수 없이 소담더러 몰래 고다정을 보호하게 하였다.전화를 끊은 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늦은 시각, 거의 한 시간이 지난 뒤 채성휘는 고다정을 호텔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문 앞까지 데려주어서 고맙습니다.”고다정은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넨 뒤 호텔로 들어가려 하였다.하지만 이때 그녀는 호텔 문 앞에 서 있는 여준재를 발견하였고, 깜짝 놀란 나머지 눈이 동그래졌다.여준재는 멀지 않은 곳에서 멍하니 서 있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웃긴 듯 앞으로 걸어갔다.“멍하니 서서 뭐 해요?”그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언제 온 거에요?”“오늘 오후에요. 서프라이즈 해주고 싶어서 연락 안 했어요.”여준재는 말하면서 시선을 채성휘에게 옮겼다.채성휘도 여준재를 바라보며, 둘 사이의 눈빛에는 불꽃이 튀는 듯 했다.남자의 심리는 남자가 잘 안다고, 채성휘와 여준재는 보자마자 상대방이 고다정에 대한 마음을 눈치챈 듯 했다.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채성휘도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며 걸어오더니 고다정옆에서 멈춰서서는 조용히 물었다.“이분은?”“제 성은 여씨 입니다. 다정 씨의 약혼자이고, 다정 씨 또한 제 아이의 엄마입니다.”여준재는 고다정이 입을 열기도전에 먼저 악수를 건네며 명확히 그의 신분에 대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채성휘는 깜짝 놀란 듯 보였다. 이윽고 그는 실망한 듯 입을 열었다.“고 선생님께 이미 약혼자가 있었네요.”그 말을 하는 채성휘 얼굴의 실망한 표정에 고
그렇게 고다정은 여준재와 함께 또 한 번의 저녁 식사를 했다.물론 그녀는 여준재가 먹는 걸 보기만 했고, 자신은 물만 마셨다.어쨌든 조금 전 이미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으니 말이다.밥을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하얀 불빛 아래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뒷모습은 여전히 따뜻해 보였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아름다운 화면이 깨져버렸다.운성에 있는 두 아이가 고다정에게 일러바치려고 전화를 한 것이다.“엄마, 아빠 나빠요. 엄마 보러 우리는 안 데리고 가고!”“그리고 차에서도 우리 내쫓고!”두 아이는 여준재가 한 행동에 대해 빠짐없이 고다정에게 일러바쳤다.그 말에 고다정은 옆에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웃으며 물었다.“이봐요, 애 아빠님. 두 아이의 고발에 변명할 거라도 있나요?”“오지 못하게 한 건 사실이에요. 전에 개학 때 선생님이 명확히 말했거든요. 올해는 애들 진학하는 중요한 시기라 평소에 휴가 맡지 말라고요.”여준재가 차분하게 답해줬다.그 말을 듣고 있던 두 아이는 더욱더 난리였다.“아니거든요. 아빠가 둘 사이 방해받기 싫으니까 우리 안 데려간거면서.”고다정은 그들 사이에 서로 헐뜯는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결국에는 여준재가 적지 않은 선물을 준다는 말에 두 아이의 화가 조금 사그라들었다.전화를 끊은 뒤 여준재는 고다정을 끌어안은 채 침대에 앉아 내일 배정에 대해 말했다.“우리 모레 가죠. 내일 채 선생님과 새로 알게 된 친구까지 초대해서 밥이나 먹고요.”“좋아요. 때마침 요 며칠 동안 여기서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고다정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속심말을 나누며 둘은 꿈나라로 빠졌다.……이튿날, 연구소에 갈 필요가 없는 고다정은 늦잠을 잤다.그녀가 일어났을 때쯤 여준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문서를 처리하는 듯 했다.“일어났어요?”여준재는 침대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그 모습에 고다정도 달콤하게
“여준재 씨, 약혼자에 대해 혹시 얼마나 알고 계세요?”채성휘는 진지한 얼굴로 여준재에게 물었고, 그 모습에 여준재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채성휘 씨가 말하고 싶은 게 뭔데요?”“고다정 씨는 제가 본 사람 중에서 연구원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약을 제조하기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고요. 하지만 외부 요소 때문에 다정 씨가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것 같은데, 혹세 제 뜻 알아들으셨을까요?”말을 마친 채성휘는 여준재와 눈을 마주 보았다.그 순간 그 둘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게다가 여준재는 더욱 차가워진 얼굴이었다.원인은 채성휘가 감히 자기 면전에서 약점을 끄집어내며 그를 힘들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여준재는 조롱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채 선생님은 제가 제 약혼자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그대로 말씀드릴게요. 이 세상에서 저만큼 다정 씨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만약 다정 씨가 연구하고 싶다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기계과 연구소를 제공해서 언제든지 연구할 수 있게 만들어줄 거고요.”“…”그 말에 채성휘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의 난처한 표정을 본 여준재는 차가웠던 얼굴에서 금세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이윽고 그는 곁눈질로 고다정이 새우를 짚은 걸 보더니 얼른 막아 나서며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대신 까줄 테니까 일단 다른 거 먹고 있어요.”말을 마친 뒤 여준재는 큰 새우를 그릇에 집어서는 새우를 까기 시작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은진은 부러움이 가득 찬 말투로 입을 열었다.“여준재 씨가 진짜 잘해주네요.”고다정은 여준재의 그 친절한 모습에 행복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채성휘는 마음속으로 여간 좋은 게 아니었다.그렇게 그 식사 자리는 채성휘와 여준재를 제외한 고다정과 서은진만 즐거운 자리였다.서로 작별인사를 할때 고다정이 서은진을 향해 말했다.“시간 나면 운산으로 놀러 와요.”비록 서은진과 긴
여준재는 고다정을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그냥 다정 씨를 집에만 가두고 싶어요. 그 누구도 다정 씨가 이렇게 좋은 사람인 걸 발견 못하게요. 그렇게 하면 그 누구도 저랑 뺏으려고 하지도 않을 거잖아요.”고다정은 눈을 깜빡이며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누가 준재 씨랑 절 뺏으려 해요?”“굳이 그걸 왜 물어요?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그래요?”여준재는 고다정을 안았던 팔을 풀며 고개를 숙인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질투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그 모습을 본 고다정은 더욱 어리둥절해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내가 언제 화나게 했어요?”“…”그 말에 여준재는 갑자기 마음이 힘들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설마 눈치채지 못한 거예요? 그 채씨 성을 가진 사람이 다정 씨에게 다른 감정 품고 있는 거 몰랐어요?”“아, 혹시 뭐 오해한 거 아닌가요?”고다정은 자신이 미녀도 아니고, 게다가 채성휘와 안지도 고작 4일 정도라 그가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게다가 채성휘는 서은진 같은 미녀도 차버리는데 자기 같은 여자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로 생각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가볍게 콧방귀를 끼었다.“오해 같은 거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남자는 남자가 가장 잘 아니까요. 그 사람이 다정 씨를 보는 눈빛이 전에 내 눈빛과 똑같았다고요. 게다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정 씨 데려다주는데 진짜 별 감정이 없으면 그렇게 부지런하겠냐고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대로 멍해졌다.여준재가 조금 전 말한 자신을 보는 눈빛에 대해서는 진짜 신경 쓰지 못했었다.하지만 일단 이 일에 대해 해명은 해야겠다 싶었다.“채 선생님이 매일 절 데려다주고 한 건 제 사부님과 절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에요.”“잘 돌보는 게 매일 데려다주고 아침까지도 사줘요?”여준재는 점점 더 질투가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녀는 그런 여준재를 바라보며 일부러 손을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어
고다정은 많은 사람이 자기 몰래 이렇게 큰일을 벌이는 걸 알지 못했다. 그녀는 간만에 한가한지라 일찍 퇴근해서 두 아이도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다.하지만 퇴근하려고 하던 찰나 임은미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다정아 뭐해?”“그냥 있어. 퇴근하고 아이들 데리러 가려고. 넌 갑자기 웬일이야? 뭔 일 있어?”고다정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어쨌든 오늘은 출근일이고, 임은미의 평소 생활패턴대로라면, 이 시간에 그녀는 야근하고 있었을 것이다.이때 임은미가 장난스레 답했다.“별일 아니고 그냥 우리 나가 논지도 오래된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너랑 나가 놀려고.”“나가 논다고? 내 기억이 맞다면 오늘 너 출근하는 날이잖아?”고다정이 이상하다는 듯 묻자, 임은미가 답했다.“출근하면 왜? 출근한다고 나가놀지 말라는 법 있냐? 아무튼 나와 놀아줄 거지?”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게다가 친구의 갑작스러운 이상에 그녀는 다소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그렇게 그 둘은 약속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고다정은 전화를 끊은 뒤 바로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뭔 일이에요?”“은미가 오늘저녁 저랑 밥 먹자고 해서요. 같이 나가서 놀아야 하니까 조금 늦을 거예요. 만약 예외가 있다면 아마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고다정이 솔직하게 여준재에게 상황에 대해 말하자 여준재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잠깐만요, 예외가 뭐죠? 안 들어온다고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이 바로 해명했다.“은미의 말투를 들어보니 뭔 일이 있는 것 같아서요. 만약 심각하면 그냥 은미랑 같이 있어 주려고요.”지난 몇 년 동안 고다정이 가장 힘들 때 언제나 임은미가 그녀 옆을 지켜주었으며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 만약 임은미에게도 무슨 일이 생긴 거면, 그녀도 임은미 옆에서 지켜줄 참이었다.여준재는 몇초간 멈칫하더니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때 가서 만약 못 들어오면 나한테 말해요.”“그래요, 고마워요. 내
고다정의 말을 들은 임은미는 속으로 불만을 금치 못했다.여준재가 아직 청혼하지도 않았으니 도울 수 없다는 거 당연히 알고 있다.이윽고 임은미는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에이, 설마. 여 대표님이 아직 너한테 청혼하지 않은 거야?”“응… 청혼하진 않았지만 이게 뭘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나랑 그 사람 사이에 그런 것 따위는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든.”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여준재를 생각해 말했다.그녀는 여준재같은 상남자가 적극적으로 자신한테 고백한 것도 이미 대단한거라고 생각했다다. 거기에 로맨틱한 청혼을 한다는 건 그를 난처하게 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임은미는 고다정의 마음속 생각을 모른 채 눈빛을 반짝이며 그 말에 찬성했다.“네 말이 맞아. 너랑 여 대표 사이에 아이도 있고 곧 결혼도 할 텐데 청혼은 그냥 겉치레일 뿐이지. 그럼 난 어떡해? 내일 방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나 또 매니저님한테 욕먹을 것 같아.”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자기 친구를 걱정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귓가에는 또다시 임은미의 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아니면 네가 청혼 기획에 대해 나 좀 도와줘.”“나도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경험을 해본 적이 없잖아.”고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떻게 친구를 도와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이때 임은미가 말했다.“경험해 보지 못해도 괜찮아. 그냥 만약 여대표가 너한테 청혼한다면 어떻게 해줬으면 좋을지만 얘기해 봐. 어쨌든 넌 연애도 해봤으니까 그런 로맨틱한 세포도 남아있을 거잖아? 우리 매니저님이 말했어. 로맨틱하면 할수록 좋다고.”그러면서 그녀는 핸드백에서 종이와 연필을 꺼내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본 고다정도 거절할 수 없어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만약 여준재가 나에게 청혼한다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만약 내 스타일대로 라면 나는 너무 복잡한 건 싫어. 그냥 간단하게 서프라이즈로 가장 친한 사람들만 모아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말하면서 고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저녁 늦게 여준재는 차로 고다정을 데리러 왔다.차에서 여준재가 내려오는 모습을 본 임은미는 미소를 지으며 고다정을 앞으로 밀었다.“이젠 각자 헤어질 시간이니까 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말을 마친 뒤 그녀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고다정은 떠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이때, 그녀의 귓가에서 여준재의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자, 우리도 가요.”“네.”고다정은 머리를 끄덕이며 여준재를 따라 차에 탔다.가는 도중 여준재에게는 문자 한 통이 왔고, 그는 한번 흘깃 살피더니 말없이 메시지를 삭제한 뒤 구남준에게 지령을 보냈다.그날 저녁, 고다정은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임은미가 인스타에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임은미:「고마운 내 친구, 끝내 나도‘남편’과 집을 갈 수 있게 되었네.」그 글과 함께 임은미가 고풍스러운 남자모형 피규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고다정은 조금 웃겼다.그녀는 임은미가 연초부터 한정판 피규어가 갖고 싶다고 말한 걸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가격도 비싼지라 임은미는 결국 손에 넣지 못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그 게시물 아래에 댓글을 달았다.「결국, 가지게 된 거야?」임은미는 칼답으로 그녀에게 답했다.「응, 가지게 됐어. 이게 다 네 덕분이야. 흐흐.」「내 덕분이면 나 밥이라도 사줘야 되는 거 아니야?」고다정은 전에 자신이 임은미 더러 얼른 사라고 설득했기 때문에 그녀가 마음먹고 산 줄로만 알고 있다.이윽고 임은미가 답했다.「그래, 내가 뒤에 시간 있으면 너 밥 한번 사줄게!」그 답장을 본 고다정은 그걸 장난으로만 여겼다.이때 마침 여준재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었다.그는 고다정의 웃는 얼굴을 보고 물었다.“왜 웃어요?”“별거 아니에요. 은미가 올린 최신 게시물을 봐서요. 얘가 장난감 모형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조금 전에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그 값비싼 모형을 사게 된 거예요. 가격이 천만 원대예요.”고다정은
고다정이 한참 의심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임은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여기야!”멀지 않은 곳에서 임은미는 꽃으로 만들어진 아치 아래에 서서 고다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조명 아래 새하얀 장미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고다정은 깜짝 놀라 앞으로 걸어가며 웃어 보였다.“왜 나왔어?”“육성준이 나에게 문자를 해서 너 데리러 나오라고 했어. 여기 너무 크니까 네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말이야.”임은미는 굳이 그녀에게 설명하며 친절히 고다정의 팔을 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고다정은 별 의심 없이 그녀 따라 걸어가며 물었다.“여기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이야? 환경도 아주 로맨틱하고 예쁘다. 얼마 안 지나 바로 유명한 가계가 될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임은미는 참지 못하고 웃어 보였다.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챈 고다정이 입을 열었다.“은미야, 왜 웃어?”“아니, 아니야.”임은미는 당연히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고,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었다.하지만 고다정도 점점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이렇게나 오래 걸었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거야? 아직도 얼마나 가야 해?”“아, 거의 다 왔어.”임은미는 말하며 걸음에 속도를 가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고다정의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었다.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할머니?!”“다정아.”강말숙은 미소를 띠며 고다정을 바라봤다.그 순간 고다정은 더욱더 멍해졌다.그녀가 계속하여 이어 물으려던 찰나, 임은미가 갑자기 손을 놓으며 찬란하게 웃어 보였다.“됐다, 난 임무 완성했어. 다음은 할머니가 널 데리고 들어갈 거야. 다정아, 꼭 행복해야 해!”임은미는 두 팔을 뻗으며 고다정과 포옹한 뒤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본 고다정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할머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말을 마치고 난 뒤 그녀는 갑자기 전에 임은미에게 말했던 그 장면이 떠올랐고 살짝 짐작이 갔다.강말숙은 고다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