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에 여준재는 고다정을 풀어주며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화려한 불꽃은 하나씩 하늘에서 터지며 각종 모양으로 변했다.하트 모양도 있고, LOVE이니셜도 있고, 별똥별 같기도 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아름다워요.”고다정이 감탄하며 말했다.여준재는 그 말을 듣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좋아요?”고다정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이런 청혼이라면 그 어떤 여자라도 다 좋아할 것이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달콤한 웃음을 보며 눈에서는 꿀이 떨어지는 듯했다.그는 더 이상 고다정을 방해하지 않고 그녀 옆에 서서 같이 불꽃을 감상했다.거의 10분이 지나서야 불꽃놀이가 드디어 종료되었다.고다정은 얼른 시선을 거두고, 옆에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고마워요.”‘날 위해 해준 모든 게 고마워요.’여준재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그 둘은 시선을 마주하며 서로를 바라봤고, 주변의 사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사라지고 둘만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게다가 공기는 더욱더 그들을 중심으로 에워싼 것만 같았고 사랑의 달콤한 기운이 풍겼다.나머지 사람들은 그 둘 분위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눈치껏 자리를 떠났다.임은미는 강말숙을 부축하며 말했다.“할머니, 제가 부축해드릴게요.”“고마워.”강말숙은 허허 웃어 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임은미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윽고 그녀가 강말숙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육성준이 아직도 조금 전의 자리에 서 있는걸 발견했다. 그는 고다정과 여준재를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몇 분 뒤 육성준의 귓가에 갑자기 임은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아직도 다정이를 놓아줄 수 없는 거야?”“내가 다정이를 알았을 때는 이미 약혼자가 있을 때였어.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속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었고. 하여 나한테는 기회조차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정이가 파혼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 기회가 온줄 알았
정자 쪽은 정교하게 천으로 둘러싸였고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시원해 보였다.여준재는 고다정과 함께 거기에 착석했고, 곧 직원이 그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왔다.밥을 먹는 동안 고다정은 오늘 저녁 왠지 모르게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제야 그게 뭔지 떠올랐다.“준재 씨, 준이와 윤이는요? 나 오늘 저녁 아이들의 그림자조차도 본적 없는 것 같은데요?!”고다정은 걱정되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여준재는 웃으며 그녀에게 곧이곧대로 말해주었다.“우리 부모님께 맡겼어요. 오늘 같은 날에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말아야 하니까요.”고다정은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아차렸고, 그게 웃기기도 하면서 어이가 없었다.“그러다 뒤에 가서 애들이 알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또 떼쓰고 난리일 텐데?”“괜찮아요, 이미 선물도 다 준비했는걸요.”여준재는 자신 있게 답했고 이미 그 최악의 결과까지도 예상한듯했다.그의 대답에 고다정은 잠시 말문이 막혔고 여기에 대해서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오늘 여준재가 마련해준 이 서프라이즈를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밥을 먹다 여준재가 갑자기 손가락을 튕기니, 아름다운 바이올린 음악이 흘러나왔다.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천천히 고다정에게 다가갔다.“식후 운동해야죠. 아름다운 고다정 씨, 이 꽃으로 도배된 곳에서 저랑 한 곡 추실래요?”“이렇게 진심으로 초대하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나의 약혼자님.”고다정은 그 마지막 호칭을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하게 말했고, 그걸 들은 여준재의 마음도 사르르 녹는듯했다.그는 고다정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자신의 품에 안았고, 정자 밖으로 나가 꽃으로 수 놓인 곳에서 그녀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꽃들과 불빛까지 곁들여져 더욱 환상적으로 보였다.한 곡이 끝나자 고다정은 약간 숨이 찬 듯 여준재의 품에서 휴식을 취했다.그녀는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오늘 저녁 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재는 고다정을 안고 부두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에 올라탔다.배에 오른 후 잠깐 뒤에 유람선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이끌어 갑판 위로 올라갔다.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휘영청 한 달빛 아래, 바닷물은 검푸른 빛을 띠며 바람에 흔들렸다.그 시각, 고다정의 마음속은 말로 표현이 안 되는 평온함과 행복감으로 꽉 들어찼다. 여준재도 그녀를 끌어안고 이 순간의 고요함을 만끽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다급하게 울리는 벨 소리가 이곳의 정적을 깨뜨렸다.두 아이한테서 걸려 온 영상전화였다.알고 보니, 임은미가 SNS에 여준재가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사진 찍어 올리는 바람에, 아이들이 알게 되어 급급히 전화해 그들한테 따지려고 한 것이었다.“아빠 나빠, 엄마한테 프러포즈하는데 왜 저희는 안 끼워준 거예요?!”“우리 이번에 단단히 화났어요.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어요!”하윤이는 가슴 앞에 팔짱 끼고 쌀쌀한 얼굴로 투덜댔다.화가 난 두 아이를 보며 고다정은 여준재에게 혼자 해결하라는 눈짓을 했다.여준재는 빙그레 웃으며 영상 속의 두 아이를 향해 뻔뻔한 얼굴로 변명했다.“아빠는 너희들을 위해서 그랬어. 프러포즈 끝나고 엄마랑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예정인데, 그때 가서 너희들을 못 데리고 간다 그러면 너희들 얼마나 슬프겠니?”두 아이는 어리둥절해서, 말을 듣고 난 짧은 찰나에 아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준이는 곧 알아차렸다.“아빠 나빠요. 우리를 속일 생각 하지 마세요, 우린 아빠가 프러포즈할 때 왜 우릴 데려가지 않았냐고 물은 건데, 누가 엄마랑 둘이 놀러 갈 때 얘길 했어요? 아빠가 엄마랑 오붓한 시간 가지겠다는데 나랑 동생이 설마 안 된다고 그러겠어요? 흥! 아빠는 우릴 아예 생각도 안 한 거죠?!”역시 똑똑한 하준이, 그 애 말이 반쯤은 맞았다.여준재는 처음에 정말 바빠서 애들을 떠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생각났을 때는 또 고다정과 둘이 놀러 갈
“저기 저 마당 보여요? 우리가 나중에 늙으면 저기서 노후를 보내요, 앞뜰에는 꽃밭, 뒤뜰에는 약밭이 있어요. 꽃밭에는 내가 그네도 만들어놓으라고 했어요. 다정 씨가 그네를 타면 내가 뒤에서 밀어줄게요.”여준재는 그 숲속의 집을 가리키며 고다정과의 미래의 노후생활을 눈앞에 그리듯 얘기했다. 그 화면을 상상하고 난 고다정은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입가에 돌며 물었다.“나중에 날 밀수나 있겠어요? 준재 씨도 그때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 있을 텐데?”“밀 수 있어요. 내가 매일 열심히 운동할게요. 꼭 할 수 있을 거예요.”그녀를 품에 안으며 여준재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한참 웃으며 장난이 오가는데 직원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고 알렸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유람선에서 내려서 섬으로 향했다.배에서 내리자마자 고다정은 주변 공기가 한결 맑아져 머릿속이 뻥 뚫리는 거 같았다.바닷바람이 불자 도로 양쪽의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푸른 잎사귀가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를 냈다.고다정은 기분 좋게 주변을 보며 절로 감탄이 나왔다.“여기 진짜 노후에는 최고의 곳인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두 사람은 한가로이 오솔길을 거닐며 천천히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입구에서는 집사가 이미 소식을 듣고 하인들을 데리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이분은 이 집사님의 셋째 형님이자 여기를 돌보는 집사예요. 이 집사님과 한날한시에 입사했는데, 우린 상현 집사님이라고 불러요.”여준재는 집사를 가리키며 소개했다.고다정은 예의 있게 인사를 하며 그분을 불렀다.“안녕하세요, 상현 집사님.”“네, 작은 사모님, 어서 안으로 드셔서 주변 세팅이 맘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확인해 보세요, 도련님이 시켜서 인테리어를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비록 작은 사모님의 취향에 맞게 물건들을 장만했지만, 혹시 뭐가 누락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요.”상현 집사는 반갑게 고다정을 맞으며 마당으로 안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고 다이닝룸으로 와서, 신사답게 의자를 당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고 좀 쉬어요. 오후에는 해변으로 데리고 가줄게요. 거기에 섬 원주민들도 있거든요.”“원주민이 있다고요?”고다정은 놀랍게 여준재를 쳐다봤다.그러자 여준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섬은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원시 부족들이 살고 있었대요. 나중에 정부에서 계속 사람을 보내 개화를 시키면서 나중에 이렇게 작은 마을이 형성됐어요.”그 말에 고다정은 매우 흥미진진하여 방그레 웃었다.“그럼 오후에 그리로 가요.”식사가 끝나고 둘은 정원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가, 두 시간 후 일어나 간단히 짐을 꾸려 해변으로 출발했다.관광버스 위층에 올라타니 바람결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얼굴을 시원하게 스쳐 갔다.이윽고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눈앞에는 온통 푸른 바다와 드넓은 황금빛 모래사장이었다.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 위에 서 있거나 뛰어다니며 각각의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여준재와 고다정도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두 사람의 출중한 외모와 남들과 다른 피부 빛이 뭇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섬에 새로 온 관광객인가 봐. 정말 예쁘다.”“저 언니 너무 맘에 들어. 우리랑 같이 놀자고 하면 놀아줄까?”“우리 저 언니 찾아가서 놀자고 해보자.”한 대담한 아이가 이런 제의를 꺼냈고, 곧 다른 아이들도 맞장구를 쳤다.고다정은 그런 걸 모르고 여준재의 곁에서 함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때 여준재가 먼저 아이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막지는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아이들은 이미 두 사람 앞으로 달려갔고, 부끄러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애타게 고다정을 쳐다보기만 했다.고다정은 이때에야 비로소 그들을 발견하고 뭔 일인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몇몇 아이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수줍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뒤로 며칠, 고다정은 여준재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에 함께 배구를 쳤던 에바 등 아이들이 몇 차례 더 찾아와 그들과 같이 놀았다. 그 때문에 여준재가 계획했던 둘만의 세계는 초반부터 일그러졌다.닷새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애들이 혹여나 나중에 또 찾아올까 봐 그들한테 가서 미리 알렸다.아이들은 두 사람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아쉬워하며 각자 선물을 가지고 와 두 사람을 배웅했다.“예쁜 언니, 나중에 또 올 거예요?”에바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다정을 바라봤다. 다른 아이들도 엄청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예쁜 언니, 안 가면 안 돼요?”“응, 그건 안돼. 언니가 집에 애들이 있는데 얼른 돌아가서 돌봐야 해. 직장도 다녀야 하고.”고다정도 맑고 순수한 이 아이들을 떠나는 게 아쉬워 그들한테 따뜻하게 설명을 해주었다.“그렇지만 나중에 시간 될 때마다 너희들 자주 보러 올게, 약속해.”그 말에 아이들은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이어서 가져온 선물을 고다정한테 건넸다.“예쁜 언니, 이 소라 언니 줄게요. 그리고 여기 있는 소라 두 개는 제가 동생들한테 주는 선물이에요.”“이 진주들도 언니한테 선물할게요. 우리 엄마가 말하는데, 진주는 되게 좋은 거래요.”“이 바닷물고기도 언니가 가져가서 드세요.”아이들의 넘치는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고다정은 그 선물을 모두 받았다.유람선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이들이 준 선물을 잘 챙기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준재는 얼굴색이 별로였는데, 그런 그를 보며 고다정은 말했다.“다음에는 하준이와 하윤이랑 같이 오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많아 애들이 엄청 좋아할 거 같아요.”“걔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난 별로예요.”여준재는 일부러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고다정은 그 모습을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아직도 화났어요?”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겠어요!겨우 애들을 부모님께 맡
고다정은 두 아이를 품에 안고 물었다.“너희들 언제 돌아온 거야?”“얼마 안 됐어요. 엄마, 밖에서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하준이가 뒤로 목을 젖히고 쳐다보며 호기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고다정은 그들의 손을 잡고 소파 옆으로 가며 미소를 띠고 말했다.“어, 잘 놀고 왔어. 그것보다, 거기서 엄마가 너희들 대신해서 어린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거든. 다음에 너희들이랑 같이 가면 엄마가 소개해 줄게. 아, 맞다. 걔들이 너희들 주라고 선물도 줬는데, 봤어?”“봤어요. 돌아오자마자 아빠가 주셨어요.”두 아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고다정을 계속해 말을 이었다.“선물을 받았으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너희들도 답례해야 하지 않겠니?”그 말에 두 아이는 눈길을 서로 주고받더니 앙증맞은 소리로 대답했다.“엄마 말이 맞아요. 우리도 선물을 준비해서 다음에 만날 때 그들한테 줄 거예요.”고다정은 듣고 흐뭇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다음 날은 역시 조용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낮에 출근하는 사람은 출근하고, 등교할 사람은 등교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한 가족이 다시 모여 식사하고, 식사 후엔 게임을 즐겼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또 보름이 지나갔다.이날 고다정은 회사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스승님, 성시원한테서 전화가 왔다.“선생님, 돌아오신 거예요?”뜻밖의 전화를 받은 고다정은 매우 반갑게 물었다.“아니, 난 아직 돌아가지 않았어. 네가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 너한테 연락 한 거야.”성시원은 미안해하며 말했다.“무슨 일인데요? 사양하지 말고 말씀하세요.”고다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성시원도 솔직히 얘기했다.“내가 지금 외국에 연구소 몇 개를 설립했는데 성과가 매우 좋아. 그래서 국내에도 하나 더 설립하고 싶구나.”“그거 괜찮네요,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고다정은 그의 사업에 매우 찬성하며 물었다.성시원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날 도울 수 있는 건 아주 많지. 일단 내가 해외에서
그날 밤, 여준재는 회사로 고다정을 데리러 왔다. 집에 돌아가며 그는 물었다.“지선우한테 부지를 구해오라 했다면서요? 연구소 짓는다고.”“네, 맞아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준재는 다그쳐 물었다.“왜 연구소 지을 생각을 했어요? 회사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긴 거예요?”그제서야 고다정은 사실을 말했다.“회사 일이 아니고요, 오늘 선생님이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국내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싶으신데 모든 일을 저한테 일임할 거라고요. 나중에 연구소 관리와 신약 개발하는 것까지 전부 다요.”“그렇군요. 저도 적당한 부지나 기성 연구소가 있는지 알아봐 줄게요.”여준재는 자진해서 돕겠다고 했고 고다정도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여준재의 인맥이나 정보가 자신보다 훨씬 더 넓고 빠르니 말이다. 문득 그녀는 스승님이 배치해 주신 또 다른 연구개발원이 생각나, 잠깐 고민 끝에 말을 꺼냈다.“저, 그게...선생님께서 저 말고도 실험실에 조수 한 명이랑 연구개발원을 한 명 더 구해 주셨거든요.”그녀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그녀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챘다.“혹시 그 연구개발원이 저번 해주시 그 사람 맞나요?”“네, 맞아요. 절대 다른 생각 하면 안 돼요.”전에 해주시에서 돌아오고 나서 여준재한테 한바탕 괴롭힘을 당했던 생각이 떠올라, 고다정은 서둘러 해명하느라 바빴다. 누군가의 질투심이 불타올라 또 험하게 시달려 침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다.여준재는 자신한테 쌩긋쌩긋 웃으며 살살 비위를 맞추는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건 다정 씨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렸죠.”“무조건 잘할게요.”고다정은 또다시 활짝 웃으며 그를 보았다.그 모습에 여준재는 웃으며 말머리를 돌려 물었다.“그 사람 언제 오는데요? 도착하면 제가 호스트로서 단단히 접대를 해드려야겠는데.”말은 그럴싸하게 해도 그가 무슨 꿍꿍인지 훤히 꿰뚫고 있는 고다정은 웃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여준재를 곁눈질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