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 여준재는 차로 고다정을 데리러 왔다.차에서 여준재가 내려오는 모습을 본 임은미는 미소를 지으며 고다정을 앞으로 밀었다.“이젠 각자 헤어질 시간이니까 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말을 마친 뒤 그녀는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고다정은 떠나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터뜨렸다.이때, 그녀의 귓가에서 여준재의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자, 우리도 가요.”“네.”고다정은 머리를 끄덕이며 여준재를 따라 차에 탔다.가는 도중 여준재에게는 문자 한 통이 왔고, 그는 한번 흘깃 살피더니 말없이 메시지를 삭제한 뒤 구남준에게 지령을 보냈다.그날 저녁, 고다정은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임은미가 인스타에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임은미:「고마운 내 친구, 끝내 나도‘남편’과 집을 갈 수 있게 되었네.」그 글과 함께 임은미가 고풍스러운 남자모형 피규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고다정은 조금 웃겼다.그녀는 임은미가 연초부터 한정판 피규어가 갖고 싶다고 말한 걸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가격도 비싼지라 임은미는 결국 손에 넣지 못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그 게시물 아래에 댓글을 달았다.「결국, 가지게 된 거야?」임은미는 칼답으로 그녀에게 답했다.「응, 가지게 됐어. 이게 다 네 덕분이야. 흐흐.」「내 덕분이면 나 밥이라도 사줘야 되는 거 아니야?」고다정은 전에 자신이 임은미 더러 얼른 사라고 설득했기 때문에 그녀가 마음먹고 산 줄로만 알고 있다.이윽고 임은미가 답했다.「그래, 내가 뒤에 시간 있으면 너 밥 한번 사줄게!」그 답장을 본 고다정은 그걸 장난으로만 여겼다.이때 마침 여준재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었다.그는 고다정의 웃는 얼굴을 보고 물었다.“왜 웃어요?”“별거 아니에요. 은미가 올린 최신 게시물을 봐서요. 얘가 장난감 모형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조금 전에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그 값비싼 모형을 사게 된 거예요. 가격이 천만 원대예요.”고다정은
고다정이 한참 의심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임은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여기야!”멀지 않은 곳에서 임은미는 꽃으로 만들어진 아치 아래에 서서 고다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조명 아래 새하얀 장미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고다정은 깜짝 놀라 앞으로 걸어가며 웃어 보였다.“왜 나왔어?”“육성준이 나에게 문자를 해서 너 데리러 나오라고 했어. 여기 너무 크니까 네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말이야.”임은미는 굳이 그녀에게 설명하며 친절히 고다정의 팔을 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고다정은 별 의심 없이 그녀 따라 걸어가며 물었다.“여기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이야? 환경도 아주 로맨틱하고 예쁘다. 얼마 안 지나 바로 유명한 가계가 될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임은미는 참지 못하고 웃어 보였다.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챈 고다정이 입을 열었다.“은미야, 왜 웃어?”“아니, 아니야.”임은미는 당연히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고,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었다.하지만 고다정도 점점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이렇게나 오래 걸었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거야? 아직도 얼마나 가야 해?”“아, 거의 다 왔어.”임은미는 말하며 걸음에 속도를 가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고다정의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었다.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할머니?!”“다정아.”강말숙은 미소를 띠며 고다정을 바라봤다.그 순간 고다정은 더욱더 멍해졌다.그녀가 계속하여 이어 물으려던 찰나, 임은미가 갑자기 손을 놓으며 찬란하게 웃어 보였다.“됐다, 난 임무 완성했어. 다음은 할머니가 널 데리고 들어갈 거야. 다정아, 꼭 행복해야 해!”임은미는 두 팔을 뻗으며 고다정과 포옹한 뒤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본 고다정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할머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말을 마치고 난 뒤 그녀는 갑자기 전에 임은미에게 말했던 그 장면이 떠올랐고 살짝 짐작이 갔다.강말숙은 고다정이
그 소리에 여준재는 고다정을 풀어주며 같이 하늘을 바라보았다.화려한 불꽃은 하나씩 하늘에서 터지며 각종 모양으로 변했다.하트 모양도 있고, LOVE이니셜도 있고, 별똥별 같기도 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아름다워요.”고다정이 감탄하며 말했다.여준재는 그 말을 듣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채 부드럽게 말했다.“좋아요?”고다정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이런 청혼이라면 그 어떤 여자라도 다 좋아할 것이다.여준재는 고다정의 달콤한 웃음을 보며 눈에서는 꿀이 떨어지는 듯했다.그는 더 이상 고다정을 방해하지 않고 그녀 옆에 서서 같이 불꽃을 감상했다.거의 10분이 지나서야 불꽃놀이가 드디어 종료되었다.고다정은 얼른 시선을 거두고, 옆에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고마워요.”‘날 위해 해준 모든 게 고마워요.’여준재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며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그 둘은 시선을 마주하며 서로를 바라봤고, 주변의 사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사라지고 둘만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게다가 공기는 더욱더 그들을 중심으로 에워싼 것만 같았고 사랑의 달콤한 기운이 풍겼다.나머지 사람들은 그 둘 분위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눈치껏 자리를 떠났다.임은미는 강말숙을 부축하며 말했다.“할머니, 제가 부축해드릴게요.”“고마워.”강말숙은 허허 웃어 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임은미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윽고 그녀가 강말숙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육성준이 아직도 조금 전의 자리에 서 있는걸 발견했다. 그는 고다정과 여준재를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몇 분 뒤 육성준의 귓가에 갑자기 임은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아직도 다정이를 놓아줄 수 없는 거야?”“내가 다정이를 알았을 때는 이미 약혼자가 있을 때였어.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속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었고. 하여 나한테는 기회조차 없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정이가 파혼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 기회가 온줄 알았
정자 쪽은 정교하게 천으로 둘러싸였고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시원해 보였다.여준재는 고다정과 함께 거기에 착석했고, 곧 직원이 그들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왔다.밥을 먹는 동안 고다정은 오늘 저녁 왠지 모르게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제야 그게 뭔지 떠올랐다.“준재 씨, 준이와 윤이는요? 나 오늘 저녁 아이들의 그림자조차도 본적 없는 것 같은데요?!”고다정은 걱정되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여준재는 웃으며 그녀에게 곧이곧대로 말해주었다.“우리 부모님께 맡겼어요. 오늘 같은 날에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말아야 하니까요.”고다정은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아차렸고, 그게 웃기기도 하면서 어이가 없었다.“그러다 뒤에 가서 애들이 알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또 떼쓰고 난리일 텐데?”“괜찮아요, 이미 선물도 다 준비했는걸요.”여준재는 자신 있게 답했고 이미 그 최악의 결과까지도 예상한듯했다.그의 대답에 고다정은 잠시 말문이 막혔고 여기에 대해서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오늘 여준재가 마련해준 이 서프라이즈를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밥을 먹다 여준재가 갑자기 손가락을 튕기니, 아름다운 바이올린 음악이 흘러나왔다.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천천히 고다정에게 다가갔다.“식후 운동해야죠. 아름다운 고다정 씨, 이 꽃으로 도배된 곳에서 저랑 한 곡 추실래요?”“이렇게 진심으로 초대하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나의 약혼자님.”고다정은 그 마지막 호칭을 더할 나위 없이 온화하게 말했고, 그걸 들은 여준재의 마음도 사르르 녹는듯했다.그는 고다정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자신의 품에 안았고, 정자 밖으로 나가 꽃으로 수 놓인 곳에서 그녀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꽃들과 불빛까지 곁들여져 더욱 환상적으로 보였다.한 곡이 끝나자 고다정은 약간 숨이 찬 듯 여준재의 품에서 휴식을 취했다.그녀는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오늘 저녁 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재는 고다정을 안고 부두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에 올라탔다.배에 오른 후 잠깐 뒤에 유람선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이끌어 갑판 위로 올라갔다.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들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휘영청 한 달빛 아래, 바닷물은 검푸른 빛을 띠며 바람에 흔들렸다.그 시각, 고다정의 마음속은 말로 표현이 안 되는 평온함과 행복감으로 꽉 들어찼다. 여준재도 그녀를 끌어안고 이 순간의 고요함을 만끽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다급하게 울리는 벨 소리가 이곳의 정적을 깨뜨렸다.두 아이한테서 걸려 온 영상전화였다.알고 보니, 임은미가 SNS에 여준재가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사진 찍어 올리는 바람에, 아이들이 알게 되어 급급히 전화해 그들한테 따지려고 한 것이었다.“아빠 나빠, 엄마한테 프러포즈하는데 왜 저희는 안 끼워준 거예요?!”“우리 이번에 단단히 화났어요.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어요!”하윤이는 가슴 앞에 팔짱 끼고 쌀쌀한 얼굴로 투덜댔다.화가 난 두 아이를 보며 고다정은 여준재에게 혼자 해결하라는 눈짓을 했다.여준재는 빙그레 웃으며 영상 속의 두 아이를 향해 뻔뻔한 얼굴로 변명했다.“아빠는 너희들을 위해서 그랬어. 프러포즈 끝나고 엄마랑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예정인데, 그때 가서 너희들을 못 데리고 간다 그러면 너희들 얼마나 슬프겠니?”두 아이는 어리둥절해서, 말을 듣고 난 짧은 찰나에 아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준이는 곧 알아차렸다.“아빠 나빠요. 우리를 속일 생각 하지 마세요, 우린 아빠가 프러포즈할 때 왜 우릴 데려가지 않았냐고 물은 건데, 누가 엄마랑 둘이 놀러 갈 때 얘길 했어요? 아빠가 엄마랑 오붓한 시간 가지겠다는데 나랑 동생이 설마 안 된다고 그러겠어요? 흥! 아빠는 우릴 아예 생각도 안 한 거죠?!”역시 똑똑한 하준이, 그 애 말이 반쯤은 맞았다.여준재는 처음에 정말 바빠서 애들을 떠올리지 못했다. 나중에 생각났을 때는 또 고다정과 둘이 놀러 갈
“저기 저 마당 보여요? 우리가 나중에 늙으면 저기서 노후를 보내요, 앞뜰에는 꽃밭, 뒤뜰에는 약밭이 있어요. 꽃밭에는 내가 그네도 만들어놓으라고 했어요. 다정 씨가 그네를 타면 내가 뒤에서 밀어줄게요.”여준재는 그 숲속의 집을 가리키며 고다정과의 미래의 노후생활을 눈앞에 그리듯 얘기했다. 그 화면을 상상하고 난 고다정은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입가에 돌며 물었다.“나중에 날 밀수나 있겠어요? 준재 씨도 그때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 있을 텐데?”“밀 수 있어요. 내가 매일 열심히 운동할게요. 꼭 할 수 있을 거예요.”그녀를 품에 안으며 여준재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한참 웃으며 장난이 오가는데 직원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고 알렸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유람선에서 내려서 섬으로 향했다.배에서 내리자마자 고다정은 주변 공기가 한결 맑아져 머릿속이 뻥 뚫리는 거 같았다.바닷바람이 불자 도로 양쪽의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푸른 잎사귀가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를 냈다.고다정은 기분 좋게 주변을 보며 절로 감탄이 나왔다.“여기 진짜 노후에는 최고의 곳인 것 같아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두 사람은 한가로이 오솔길을 거닐며 천천히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입구에서는 집사가 이미 소식을 듣고 하인들을 데리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이분은 이 집사님의 셋째 형님이자 여기를 돌보는 집사예요. 이 집사님과 한날한시에 입사했는데, 우린 상현 집사님이라고 불러요.”여준재는 집사를 가리키며 소개했다.고다정은 예의 있게 인사를 하며 그분을 불렀다.“안녕하세요, 상현 집사님.”“네, 작은 사모님, 어서 안으로 드셔서 주변 세팅이 맘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확인해 보세요, 도련님이 시켜서 인테리어를 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비록 작은 사모님의 취향에 맞게 물건들을 장만했지만, 혹시 뭐가 누락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돼서요.”상현 집사는 반갑게 고다정을 맞으며 마당으로 안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점심 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고 다이닝룸으로 와서, 신사답게 의자를 당겨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고 좀 쉬어요. 오후에는 해변으로 데리고 가줄게요. 거기에 섬 원주민들도 있거든요.”“원주민이 있다고요?”고다정은 놀랍게 여준재를 쳐다봤다.그러자 여준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섬은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원시 부족들이 살고 있었대요. 나중에 정부에서 계속 사람을 보내 개화를 시키면서 나중에 이렇게 작은 마을이 형성됐어요.”그 말에 고다정은 매우 흥미진진하여 방그레 웃었다.“그럼 오후에 그리로 가요.”식사가 끝나고 둘은 정원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가, 두 시간 후 일어나 간단히 짐을 꾸려 해변으로 출발했다.관광버스 위층에 올라타니 바람결이 살랑살랑 불어오며 얼굴을 시원하게 스쳐 갔다.이윽고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눈앞에는 온통 푸른 바다와 드넓은 황금빛 모래사장이었다.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 위에 서 있거나 뛰어다니며 각각의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여준재와 고다정도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갔다.두 사람의 출중한 외모와 남들과 다른 피부 빛이 뭇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섬에 새로 온 관광객인가 봐. 정말 예쁘다.”“저 언니 너무 맘에 들어. 우리랑 같이 놀자고 하면 놀아줄까?”“우리 저 언니 찾아가서 놀자고 해보자.”한 대담한 아이가 이런 제의를 꺼냈고, 곧 다른 아이들도 맞장구를 쳤다.고다정은 그런 걸 모르고 여준재의 곁에서 함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때 여준재가 먼저 아이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막지는 않았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아이들은 이미 두 사람 앞으로 달려갔고, 부끄러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애타게 고다정을 쳐다보기만 했다.고다정은 이때에야 비로소 그들을 발견하고 뭔 일인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몇몇 아이들은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수줍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 뒤로 며칠, 고다정은 여준재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에 함께 배구를 쳤던 에바 등 아이들이 몇 차례 더 찾아와 그들과 같이 놀았다. 그 때문에 여준재가 계획했던 둘만의 세계는 초반부터 일그러졌다.닷새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애들이 혹여나 나중에 또 찾아올까 봐 그들한테 가서 미리 알렸다.아이들은 두 사람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아쉬워하며 각자 선물을 가지고 와 두 사람을 배웅했다.“예쁜 언니, 나중에 또 올 거예요?”에바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다정을 바라봤다. 다른 아이들도 엄청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예쁜 언니, 안 가면 안 돼요?”“응, 그건 안돼. 언니가 집에 애들이 있는데 얼른 돌아가서 돌봐야 해. 직장도 다녀야 하고.”고다정도 맑고 순수한 이 아이들을 떠나는 게 아쉬워 그들한테 따뜻하게 설명을 해주었다.“그렇지만 나중에 시간 될 때마다 너희들 자주 보러 올게, 약속해.”그 말에 아이들은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이어서 가져온 선물을 고다정한테 건넸다.“예쁜 언니, 이 소라 언니 줄게요. 그리고 여기 있는 소라 두 개는 제가 동생들한테 주는 선물이에요.”“이 진주들도 언니한테 선물할게요. 우리 엄마가 말하는데, 진주는 되게 좋은 거래요.”“이 바닷물고기도 언니가 가져가서 드세요.”아이들의 넘치는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고다정은 그 선물을 모두 받았다.유람선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이들이 준 선물을 잘 챙기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준재는 얼굴색이 별로였는데, 그런 그를 보며 고다정은 말했다.“다음에는 하준이와 하윤이랑 같이 오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많아 애들이 엄청 좋아할 거 같아요.”“걔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난 별로예요.”여준재는 일부러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고다정은 그 모습을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아직도 화났어요?”어떻게 화를 안 낼 수 있겠어요!겨우 애들을 부모님께 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