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쉬고 난 고다정은 또다시 바쁜 일상이 이어졌다.그러나 이전에는 혼자서 몇 사람의 몫을 해내려 했다면 지금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데 여유가 많이 생겼다.여준재도 그녀의 발전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이제 관리가 정상화됐으니 두 번째 단계를 진행해요.”“두 번째 단계요?”고다정이 의문스레 쳐다보자 여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계약을 해지하겠다던 고객들을 잊은 건 아니죠?”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제야 그 일이 생각났지만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지금은 회사가 안정을 찾았는데, 설마 아직도 계약을 해지하려 하겠어요?”지금은 외부에서도 신우하이테크의 뒤에 YS그룹이 있고 신우하이테크와 협력하면 YS그룹과 연을 맺을 수 있다는 걸 아는데 바보가 아닌 이상 이때 협력을 중단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녀가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여준재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YS그룹은 만능이 아니고, 상인은 이익을 중시해요. 아직 적합한 기술 인력을 영입하지 못해 제품 관련 업무가 잠시 정지된 상황이잖아요.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와 협력하면 많은 이익이 따르겠지만 그렇게 되려면 전제조건이 있어요. 바로 이 기간 우리 제품에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 거죠.”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는 잠시 멈추고 고다정을 바라보며 감탄했다.“그래도 당신이 운이 좋아서 그간 엔지니어가 없는 상황에서 협력사 제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어요.”고다정은 이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운이 좋다고 칭찬한 말은 알아들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여준재를 향해 방긋 웃었다.“이전에는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 점점 운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복덩이라는 건가요?”여준재는 그녀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싱글벙글했고, 고다정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당신이 저에게 복덩이에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또다시 입꼬리가 올라갔다.두 사람은 한참 웃고 떠든
영운트레이딩 문제를 알고 있었던 구남준은 이내 지시받고 나갔다.그가 나간 후 고다정이 여준재 곁으로 다가가 궁금해하며 물었다.“왜 구 비서님한테 영운트레이딩을 조사하라고 한 거죠?”“이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터져서 구 비서한테 알아보라 한 거예요.”여준재는 대충 설명한 후 고다정에게 말했다.“영운트레이딩에 문제가 생겼으니 두 번째 계획의 첫 방문은 영운트레이딩으로 해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가봅시다.”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녀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여준재가 계획을 말하자 자연스럽게 그에 따랐다.조금 뒤, 두 사람은 구남준과 엔지니어 한 명을 대동하고 출발했다.여준재랑 같이 외출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엔지니어는 많이 긴장했다.고다정이 이를 눈치채고 먼저 말을 꺼냈다.“엔지니어들이 신우하이테크의 제품 정보를 완전히 파악했다고 들었어요. 영운트레이딩이 구매한 내부 시스템은 공격에 무너질 확률이 높은가요?”이 말을 들은 엔지니어는 무의식적으로 여준재를 힐끗 쳐다보았고, 여준재가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작은 사모님 옆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서야 천천히 질문에 대답했다.“솔직히 말하면, 작은 사모님의 이 문제는 대답이 어렵습니다.”그는 머리를 흔들더니 전문용어로 고다정에게 자세히 설명했다.아쉽게도 고다정은 절반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는 알 것 같았다.신우하이테크의 제품은 업계에서 탁월한 편이라 세계 3위권에 드는 해커가 아닌 일반인은 이를 공략하려면 하루 종일 애써야 하고, 게다가 이 과정에 제품 내부 경보기가 울리게 된다.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여준재는 새까만 눈동자가 예리해지더니 고다정에게 물었다.“아까 당신한테 보고한 직원이 영운트레이딩의 경보기가 울렸는지 얘기했어요?”“울리지 않았을 겁니다.”고다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엔지니어가 입을 열었다.업무와 관련된 얘기라 그런지 엔지니어는 여준재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쳐다보자 그는 자세히 설명했다.“시스템이 공격
사실 여준재의 추측이 맞았다.전화를 걸어온 건 영운트레이딩 대표 조정엽이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급히 고다정에게 설명했다.“고 대표님,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은 저희 회사의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희 쪽에서 조사한 후 고 대표님께 반드시 해명해 드리겠습니다.”“전화로는 설명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귀사로 가고 있으니 잠시 후 만나서 자세히 논의하도록 해요.”고다정은 여준재가 가르쳐준 대로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조정엽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저는 고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그렇게 두 사람은 몇 마디 치렛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고다정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여준재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당신 말이 맞았어요. 영운트레이딩 대표가 저한테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이 자기들의 뜻이 아니라고 변명했어요.”“이런 건 자주 쓰는 수단이에요. 앞으로 많이 접촉하면 요령을 장악하게 될 거예요.”여준재가 그녀의 손을 잡고 낮은 소리로 설명해 주었다.고다정은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차가 어떤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여준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멀지 않은 곳에서 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요?”고다정은 남자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의문스레 물으며 주변을 살폈다.여준재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주변에 기자가 있어요.”그는 시선을 거두고 고다정을 껴안은 채 오피스 빌딩을 향해 걸어갔다.고다정이 여준재의 말을 듣고 살짝 어리둥절해졌다가 이내 알아챘다.“저를 취재하러 온 건가요?”“아마도.”여준재는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영운트레이딩을 마음속 블랙리스트에 올렸다.‘진짜 간이 부었네, 감히 내 여자를 상대로 이런 일을 꾸미다니.’그의 속마음을 모르는 고다정은 의문스레 물었다.“저를 기다리는 거라면 왜 이쪽으로 오지 않을까
조정엽의 속마음을 모르는 고다정은 방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운 좋게 기술이 뛰어난 직원 몇 명을 영입했습니다.”“그래요? 하지만 지금 시스템에 저희 회사의 중요한 자료가 들어 있어 외부인에게 점검을 맡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고 대표님께서 무슨 문제가 있으시면 저희 엔지니어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조정엽이 고다정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고다정은 이 사람이 거절하리라 생각지 못한 듯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멍해 있었다.어쨌든 이 분야 경험이 없는 그녀는 결국 여준재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와 눈이 마주친 여준재는 안심하라고 눈짓하더니 조정엽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시스템의 보안 성능만 점검하고 귀사의 자료는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걱정되시면 사람을 보내 옆에서 지켜보면 되잖아요.”“이건... 알겠습니다.”여준재를 거부할 수 없는 조정엽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옆에 있는 엔지니어에게 눈짓을 했다.엔지니어는 무슨 뜻인지 알고 일어서더니 조정엽에게 물었다.“기술팀은 어디에 있는지요? 안내를 좀 부탁드립니다.”“왕 비서, 이분을 보안팀으로 안내해.”조정엽은 옆에 있는 비서에게 분부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다시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보안팀 책임자를 불러와요.”“......”순간 말문이 막힌 조정엽은 여준재가 말한 대로 하라고 비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몇 분 후, 비서가 약간 몸이 난 남자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대표님.”남자는 공손하게 조정엽에게 인사하면서 시선은 저도 모르게 옆으로 쏠렸다.원인은 다름 아니라 두 사람의 용모가 너무 출중했기 때문이다.특히 검정 양복 차림의 남자는 귀티가 철철 흘렀다.조정엽은 그의 잔 동작을 눈치채지 못한 듯 두 사람을 가리키며 소개했다.“이분은 YS그룹의 여 대표님, 이분은 신우하이테크 고 대표님이세요. 시스템이 공격당한 것에 대해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하네.”“여 대표님, 고 대표님, 안녕하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조정엽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응하였다.“제가 즉시 이 일을 조사하라고 시키겠습니다. 원인을 찾게 되면 인터넷에 해명 기사도 올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신우하이테크와 관련이 없다고요.”그러나 여준재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원인 조사 다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지금 바로 인터넷에 해명 글을 올리세요."“아, 네! 제가 바로 직원한테 해명하라고 시키겠습니다.”조정엽은 감히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처리결과가 맘에 든 여준재는 고다정을 잡고 일어서며 작별을 고했다.“그럼, 일이 다 해결됐으니까 바쁘신데 저희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네. 제가 두 분을 아래층까지 바래다 드리죠.”조정엽은 얼른 일어나서 그들을 배웅하고, 이번 일이 끝내 지나갔구나 생각하며 한숨을 돌렸다.그러나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구남준은 아랫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미간이 구겨지며 고개를 돌려 여준재한테 보고를 올렸다.“대표님, 전에 저한테 영운트레이딩에 대해 알아보라고 하신 것이 방금 결과를 보고받았습니다.”“아, 뭔데?”여준재는 무심하게 물었다.오히려 고다정은 매우 신경 쓰이는 얼굴로 구남준을 쳐다보았다.구남준은 사실대로 보고했다.“아까 그 조정엽은 작은 사모님의 새어머니와 대학 동창이라고 합니다. 일이 터지기 하루 전에 둘이 만났다고 하구요.”“또 그들이야?!”고다정의 얼굴색은 삽시에 가라앉았다.여준재도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고씨 집안에서 너무 할 일이 없어 적적한가 보다. 남준아, 바빠지게 일거리 좀 만들어줘.”“네.”구남준은 알겠다고 분부를 받들었고, 고다정도 막지 않았다.그녀는 고씨 집안이 시끄러워지다 못해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고, 설령 여준재가 그럴만한 능력이 된다 해도 그것 때문에 그가 자신과 고씨집안의 원한에 연루되는 것이 싫었다.그들은 여준재가 손 쓸만한 가치도 없는
한편, 구남준은 일 처리가 매우 빨랐다.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부하직원들이 보내온 정보를 정리하여 조정엽의 메일로 보내고, 계약 해지서와 조정엽이 부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정한 배상금 청구서도 같이 첨부했다.조정엽은 그 자료를 보고 노발대발했다.그는 그와 심여진이 함께 꾸민 일이 고다정한테 발각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여준재가 웬일로 시원스럽게 돌아가더라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렸다.하필 그는 뭐라 반박할 여지도 없고, 꾸역꾸역 배상금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순순히 피해 보기 싫은 그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고다정한텐 어떻게 못 하지만, 심여진이 남아있지 않은가. 어떻게서든 이 배상금을 심여진한테서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바로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꾸민 계획이 고다정한테 다 들켜버렸어. 지금 그 여자가 나한테 100억의 배상금을 청구했는데, 이 돈을 반드시 네가 내야겠다.”“......그 돈을 내가 왜 내?!”심여진은 어리둥절했다가 그의 말을 알아듣고는 생각지도 않고 거절했다.100억? 그녀의 모든 사유 재산을 다 합쳐도 그만큼 안 되는데 절대로 안 될 소리다.조정엽은 그녀가 안 줄 줄 일찌감치 예상했다는 듯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네가 날 먼저 찾아왔다는 걸 잊지 마. 나한테 네 계략에 맞춰서 고다정을 함정에 빠뜨리자 했잖아. 그리고 넌 절대 문제없을 거라고 거듭 나한테 약속도 했고. 근데 지금 문제가 생겼는데도 네 책임이 아니야?”심여진은 말문이 막혔지만, 그 돈은 주려 하지 않았다.“내가 먼저 찾아갔다고 해도 네가 거절했으면 됐을 것을. 툭 까놓고 말해, 네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내가 욕심을 내건 말건 그건 내 일이고, 이 돈은 네가 반드시 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 집 양반을 찾아갈 거야.”조정엽은 그녀의 변명을 귀담아듣지도 않고 바로 그녀의 급소를 찔렀다.심여진은 수화기 저편에서 화가 나 벌떡벌떡 뛰었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요?”심여진은 다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고경영도 더는 숨기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말을 꺼냈다.“여준재가 저번에 우리한테 준 프로젝트를 기억해? YS그룹이랑 연을 맺진 못해도 돈만 벌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글쎄 보니까 큰 구렁텅이와 마찬가지였더라고. 돈을 벌려면 먼저 그 안에 투자해야 되고, 더 많이 투자해야 더 많이 벌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가 만만치 않게 난 모양이었다.심여진의 안색도 덩달아 나빠졌다.그녀는 원래 고경영한테서 돈을 얻어볼까 했는데, 오히려 그가 자신한테 돈 달라는 소리를 안 하는 게 더 다행인 상황이었다.사실 고경영도 이 일을 아내한테 설명하는 의도가 그녀한테서 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당신, 현재 유동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어?”“제 수중에는 한 2억 정도 있는데...아시잖아요, 제가 요 몇 년 동안 나가서 일한 적도 없고, 다 당신이 준 건데. 거기다 저번에 회사가 융통이 안 돼서 6억을 드렸잖아요. 이젠 돈이 별로 없어요.”그녀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손에 든 자금이 2억은 훨씬 넘는 돈이었다.하지만 고경영은 그걸 모르고 곧이곧대로 믿었다. 필경 심여진의 돈은 다 자기가 준 거니까, 그녀가 돈이 얼마 있는지 대략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잠깐 고민하더니 그가 말했다.“2억이라도 어쩔 수 없지. 그 돈부터 나한테 줘. 나중에 프로젝트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다시 돌려줄게. 아, 맞다. 다빈이한테도 연락해서, 진 서방네 집에서 돈 좀 빌려 달라고 해봐, 빌릴 수 있을 만큼 빌려 보라고 해.“그건 아마...안될 거 같아요.”심여진은 난처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고경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물어보지도 않고 안될 줄 어떻게 알아?!”그리하여 심여진은 고다빈이 진씨 집안에서 처한 상황을 남편한테 털어놓았다.“저번에 연합회에서 다빈이가 고다정을 건드렸잖아요. 그래서 여준재가 이후부터 연합회에
그날 저녁, 여준재는 고다정이 퇴근할 때를 기다려 데리러 왔다.그는 내일 그녀가 JS그룹에 가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고다정은 그 일에 대해 말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아,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구 비서한테서 들었어요. 내일 JS그룹에 간다고요. 저랑 같이 갈까요?”“이제는 거래처에 혼자 가라면서요?”고다정은 조금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여준재는 그녀를 끌어안고 나지막이 말했다.“그러긴 했는데 다정 씨가 진씨 집안하고 껄끄러운 일이 좀 있잖아요. 걱정돼서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이 남자가 혹여나 진시목이 그녀를 난처하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은 얼굴로 여준재를 보며 씽긋 웃었다.“이제 당신이 제 뒷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진시목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날 난처하게 하겠어요? 그리고 남준 씨도 있고 경호원도 데리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녀의 견결한 태도를 본 여준재는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드는 걸 그녀가 원하지 않는단 걸 깨닫고 더 고집하지 않았다.그 시각에, 진시목은 비서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내일 오후 신우하이테크 고 회장님이 방문차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하는데, 대표님...만나실 건가요?”비서는 고다정과 자기 대표님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바, 머뭇거리며 말끝을 흐렸다.진시목은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사실 그는 그전부터 고다정이 신우하이테크의 고객사를 방문하며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해서 알고 있다.자기와의 원한 관계 때문에 JS그룹에는 방문을 안 할 줄 알았고, 심지어 거래를 끊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녀가 감정을 내려놓고 JS그룹에 오겠다 할 줄 몰랐다.그러고 보니 안 본 새에 그녀도 단련을 거쳐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진시목은 그제야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 발로 오겠다는데 내가 못 만날 건 또 뭐야.”말하는 도중에 고다빈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그가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진시목은 그녀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