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구남준은 일 처리가 매우 빨랐다.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부하직원들이 보내온 정보를 정리하여 조정엽의 메일로 보내고, 계약 해지서와 조정엽이 부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정한 배상금 청구서도 같이 첨부했다.조정엽은 그 자료를 보고 노발대발했다.그는 그와 심여진이 함께 꾸민 일이 고다정한테 발각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여준재가 웬일로 시원스럽게 돌아가더라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렸다.하필 그는 뭐라 반박할 여지도 없고, 꾸역꾸역 배상금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순순히 피해 보기 싫은 그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고다정한텐 어떻게 못 하지만, 심여진이 남아있지 않은가. 어떻게서든 이 배상금을 심여진한테서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바로 그녀한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가 꾸민 계획이 고다정한테 다 들켜버렸어. 지금 그 여자가 나한테 100억의 배상금을 청구했는데, 이 돈을 반드시 네가 내야겠다.”“......그 돈을 내가 왜 내?!”심여진은 어리둥절했다가 그의 말을 알아듣고는 생각지도 않고 거절했다.100억? 그녀의 모든 사유 재산을 다 합쳐도 그만큼 안 되는데 절대로 안 될 소리다.조정엽은 그녀가 안 줄 줄 일찌감치 예상했다는 듯이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네가 날 먼저 찾아왔다는 걸 잊지 마. 나한테 네 계략에 맞춰서 고다정을 함정에 빠뜨리자 했잖아. 그리고 넌 절대 문제없을 거라고 거듭 나한테 약속도 했고. 근데 지금 문제가 생겼는데도 네 책임이 아니야?”심여진은 말문이 막혔지만, 그 돈은 주려 하지 않았다.“내가 먼저 찾아갔다고 해도 네가 거절했으면 됐을 것을. 툭 까놓고 말해, 네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내가 욕심을 내건 말건 그건 내 일이고, 이 돈은 네가 반드시 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 집 양반을 찾아갈 거야.”조정엽은 그녀의 변명을 귀담아듣지도 않고 바로 그녀의 급소를 찔렀다.심여진은 수화기 저편에서 화가 나 벌떡벌떡 뛰었지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요?”심여진은 다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고경영도 더는 숨기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말을 꺼냈다.“여준재가 저번에 우리한테 준 프로젝트를 기억해? YS그룹이랑 연을 맺진 못해도 돈만 벌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글쎄 보니까 큰 구렁텅이와 마찬가지였더라고. 돈을 벌려면 먼저 그 안에 투자해야 되고, 더 많이 투자해야 더 많이 벌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가 만만치 않게 난 모양이었다.심여진의 안색도 덩달아 나빠졌다.그녀는 원래 고경영한테서 돈을 얻어볼까 했는데, 오히려 그가 자신한테 돈 달라는 소리를 안 하는 게 더 다행인 상황이었다.사실 고경영도 이 일을 아내한테 설명하는 의도가 그녀한테서 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당신, 현재 유동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어?”“제 수중에는 한 2억 정도 있는데...아시잖아요, 제가 요 몇 년 동안 나가서 일한 적도 없고, 다 당신이 준 건데. 거기다 저번에 회사가 융통이 안 돼서 6억을 드렸잖아요. 이젠 돈이 별로 없어요.”그녀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손에 든 자금이 2억은 훨씬 넘는 돈이었다.하지만 고경영은 그걸 모르고 곧이곧대로 믿었다. 필경 심여진의 돈은 다 자기가 준 거니까, 그녀가 돈이 얼마 있는지 대략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잠깐 고민하더니 그가 말했다.“2억이라도 어쩔 수 없지. 그 돈부터 나한테 줘. 나중에 프로젝트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다시 돌려줄게. 아, 맞다. 다빈이한테도 연락해서, 진 서방네 집에서 돈 좀 빌려 달라고 해봐, 빌릴 수 있을 만큼 빌려 보라고 해.“그건 아마...안될 거 같아요.”심여진은 난처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고경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물어보지도 않고 안될 줄 어떻게 알아?!”그리하여 심여진은 고다빈이 진씨 집안에서 처한 상황을 남편한테 털어놓았다.“저번에 연합회에서 다빈이가 고다정을 건드렸잖아요. 그래서 여준재가 이후부터 연합회에
그날 저녁, 여준재는 고다정이 퇴근할 때를 기다려 데리러 왔다.그는 내일 그녀가 JS그룹에 가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고다정은 그 일에 대해 말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아,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구 비서한테서 들었어요. 내일 JS그룹에 간다고요. 저랑 같이 갈까요?”“이제는 거래처에 혼자 가라면서요?”고다정은 조금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여준재는 그녀를 끌어안고 나지막이 말했다.“그러긴 했는데 다정 씨가 진씨 집안하고 껄끄러운 일이 좀 있잖아요. 걱정돼서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이 남자가 혹여나 진시목이 그녀를 난처하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은 얼굴로 여준재를 보며 씽긋 웃었다.“이제 당신이 제 뒷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진시목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날 난처하게 하겠어요? 그리고 남준 씨도 있고 경호원도 데리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녀의 견결한 태도를 본 여준재는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드는 걸 그녀가 원하지 않는단 걸 깨닫고 더 고집하지 않았다.그 시각에, 진시목은 비서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내일 오후 신우하이테크 고 회장님이 방문차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하는데, 대표님...만나실 건가요?”비서는 고다정과 자기 대표님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바, 머뭇거리며 말끝을 흐렸다.진시목은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사실 그는 그전부터 고다정이 신우하이테크의 고객사를 방문하며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해서 알고 있다.자기와의 원한 관계 때문에 JS그룹에는 방문을 안 할 줄 알았고, 심지어 거래를 끊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녀가 감정을 내려놓고 JS그룹에 오겠다 할 줄 몰랐다.그러고 보니 안 본 새에 그녀도 단련을 거쳐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진시목은 그제야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 발로 오겠다는데 내가 못 만날 건 또 뭐야.”말하는 도중에 고다빈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그가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진시목은 그녀를 보자
고다정은 고다빈이 노기등등해서 쳐들어온 걸 모르고 있었다.비서의 안내하에 고다정 일행은 곧 사무실에서 진시목을 만나게 되었다.멀지 않은 곳 책상에 차분하게 앉아 있는 그 남자를 보며 고다정은 아무런 감정변화도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진시목은 활기가 차 넘치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모습에 이상야릇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오랜만이야.”그는 일어서며 고다정한테 먼저 인사를 건넸다.그리고는 고다정의 뒤편에 서 있는 비서한테 눈짓을 보냈다.비서는 그 뜻을 읽고 구남준과 기타 사람들한테 정중하게 얘기했다.“저희 대표님께서 고 회장님과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 여러분은 잠시 저를 따라서 접견실로 가시죠.”“아니에요. 이들은 저랑 같이 있을 거예요.”구남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고다정은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구남준도 잇따라 말했다.“저희 대표님이 분부하셨습니다. 작은 사모님 곁을 반드시 지키라고요.”그의 말은 얼핏 보면 비서를 향했지만, 사실은 진시목을 경고하는 의미였다.진시목도 당연히 그걸 알아들었고, 검은 눈동자로 고다정 뒤에 서 있는 그녀의 일행을 훑어보고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여준재가 널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나 봐? 곁에 유능한 사람들은 다 너한테 붙여줬네.”“준재 씨가 저한테 잘해주는 건 맞아요.”고다정은 눈썹을 치켜올려 그를 보고는, 말머리를 돌려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대표님께서도 저희가 온 용건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텐데, 직원한테 저희 기술자들을 데리고 시스템 유지보수 작업에 들어가도록 해주시죠.”그녀의 딱딱한 말투와 쌀쌀맞은 표정을 보니 진시목은 더 씁쓸해졌다.뭐라 말하려고 입을 연 그때, 고다빈이 밖에서 뛰쳐들어오며 날카롭게 욕을 퍼부었다.“고다정! 네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누가 널 오빠 만나랬어?”고다빈은 들어오자마자 사무실 한가운데 서 있는 고다정을 보았다. 워낙에 돋보이는 기질과 외모에다 이젠 커리어우먼의 매력까지 한층 더 가미된 고다정을 보니 질투에 불이 붙어 눈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올
고다정의 말이 떨어지자 진시목은 울그락불그락 하다못해 말로 표현이 힘든 낯빛으로 변해버렸다.하필 자기 아내가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벙어리가 돼 버린 것 같았다.말을 못 하는 그를 보자, 고다정은 받아들인 걸로 간주하고, 그를 향한 시선을 거두어 바닥에서 일어나는 고다빈을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옛날에 눈이 멀었다고 지금도 그런 줄 알아? 확실히 기억해. 네 눈에나 보석이지, 내 눈엔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짱돌이야!”폄훼의 의도가 다분한 그녀의 말에, 진시목과 고다빈의 얼굴은 당장 소나기라도 내릴 것처럼 음침했다.고다빈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고다정!”그러나 고다정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눈을 들어 진시묵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오후 퇴근 전까지, 진 대표님이 보낸 계약 해지서와 위약금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가요, 우리.”마지막 말은 구남준한테 한 말이다.고다정은 아무 미련 없이 먼저 사무실을 나섰고, 구남준은 차가운 곁눈질로 진시목을 흘겨보고는 비웃는 듯한 눈초리가 비껴가며 고다정을 뒤따랐다.이내 사무실에는 진시목과 고다빈만 남겨졌다.단단히 화가 난 진시목의 잘생긴 얼굴에는 어두컴컴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고다빈!”“오빠... 내가 잘못했어요. 자기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고다빈은 그가 당장 와서 자신의 목이라도 조를 것 같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때야 그녀도 자신이 무슨 사고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고다정이 그들을 만나기 싫으면서도 굳이 찾아온 이유가, 두 회사의 계약을 해지시켜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받아내려는 심산이었다.진시목은 혐오에 찬 눈길로 고다빈을 보다가 눈빛이 흐려지며 말했다.“내가 별일 없이 회사에 자꾸 들락거리지 말랬잖아. 네가 방금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쳤는지 알기나 해?”그의 그런 지긋지긋하다는 눈빛이 비수처럼 날아와 고다빈의 마음을 찔렀다. 그에 대한 원망이 솟구쳐 오른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보며 진시목을 향해 외쳤다.“맨날 손실, 손실
“그건 그냥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이죠. 준재 씨 힘을 빌렸을 뿐이에요.”고다정은 깜찍한 눈매로 여준재를 보았다.여준재는 그녀의 이런 장난스러운 모습이 좋아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내 것은 바로 다정 씨 거예요. 빌린다고 하지 마요. 듣기 별로니까.”그러고는 또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아프진 않지만 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마를 가리며 그를 향해 코를 찡그리며 대답했다.“넵!”그렇게 둘은 재밌게 떠들면서 빌라에 도착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집사가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나오는 걸 보았다.고다정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이 집사님, 이건 어떻게 된 거예요?”“도련님, 작은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짐은 이미 다 정리되었습니다. 30분 뒤에 헬리콥터가 도착할 겁니다.”이 집사는 말하면서 그들의 짐을 두 사람 앞에 갖다 놓았다.고다정은 더 얼떨떨해 옆에 있는 남자한테 의문을 던지며 바라봤다.“뭐에요?”“내일 주말이잖아요. 당신이랑 애들이랑 같이 가령에 있는 별장에 가서 휴식 좀 취하려고요.”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눈매를 접으며 빙그레 웃었다.고다정은 이렇게 멋진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거절하기 싫었다. 그의 이런 다정함이 그녀를 꿀단지 속에 푹 빠진 것처럼 달콤함이 온몸에 스며들게 한다.“준재 씨가 있어 너무 좋아.”그녀는 저도 몰래 머리를 갸웃하여 여준재의 넓은 어깨에 기댔다.마침 이때 두 아이가 조그만 가방을 하나씩 메고 위층에서 내려왔고, 강 할머니도 뒤를 따라 내려오며 두 애들한테 당부했다.“천천히 내려가, 뛰지 말고. 넘어질라.”“알겠어요. 증조 외할머니.”말은 그렇게 하면서 두 아이는 점점 발길을 재촉했다.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거실에 서 있는 여준재와 고다정을 보고 활짝 웃으며 뛰어왔다.“엄마, 아빠. 오셨어요. 저희 다 준비됐는데 언제 출발해요?”“이 집사 할아버지가 거기에 가면 과일나무가 엄청 많다고 그랬어요. 과일도 엄청 많이 달렸다고. 우리 거기 가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준재의 가슴을 행복감으로 벅차오르게 했다.그의 아이와 그의 아내... 원만하고 아름다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그리고 4시간 후, 헬기는 드디어 큰 잔디밭에 멈추었다.굉음 속에서도 두 아이는 쌔근쌔근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고다정과 여준재는 각 하나씩 안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착지하고 나서, 고다정은 여기 기온이 운산보다 높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준이를 안은 그녀가 여준재를 따라 별장까지 들어가니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그녀는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고 더는 못 참고 겉옷을 벗었다.여준재도 코트를 벗어버리고 낮은 소리로 고다정한테 말했다.“여기는 겨울을 나기에 딱 좋은 거 같아요. 사계절이 다 봄 같아서 나중에 애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 오면 좋겠어요.”“괜찮은 아이디어네요.”동감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다정은 갑자기 하품이 나왔다.낮에 출근하고 밤에는 4시간씩이나 헬기를 탔으니 몸이 피곤할 만도 했다.그녀의 피곤한 기색을 놓칠 리 없는 여준재는 마음이 아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도 어서 쉴까요? 나머지는 내일 정리해요.”고다정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다 씻고 난 후, 고다정은 침대에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세수하면서 잠기를 씻어버린 건지, 아니면 낯선 곳에 온 탓인지,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였다.그러나, 그녀가 뒤척거릴 때마다 여준재는 심장이 간질거렸다.“졸린다면서요, 왜 잠이 안 와요?”고다정이 또 한 번 돌아눕자 여준재는 대뜸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고는 진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그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빛과 마주치게 된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움직였다.그와 같이 있은 지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녀는 이 눈빛이 뭘 말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저기, 그게...오늘은 좀 피곤해요... 안 돼요. 그리고 내일 애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로 했잖아요. 내가 못 일어나기라
“내가 아니에요.”하윤은 저도 모르게 부인했다가 말실수 한 걸 깨닫고 변명하기 시작했다.“엄마 흉본 거 아니고 칭찬한 거예요.”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옆에 있던 오빠가 배신을 때렸다.“엄마, 하윤이가 엄마 흉본 거 맞아요. 늦잠꾸러기라고 했어요. 아빠도 들었어요.”“아빠, 난 그런 말 하지 않았어요. 맞죠?”하윤이가 여준재의 팔을 잡고 흔들며 자기를 도와주길 바라며 애교를 부렸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아빠는 엄마 편이었다.여준재는 싱글벙글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윤이의 이마에 꿀밤을 튕겼다.“아빠가 자기가 한 일은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었잖아.”“아빠는 하윤이 안 좋아해.”하윤이는 바로 입을 삐죽거리며 뾰로통해서 두 볼이 빵빵해졌다.하윤이의 반응이 재밌는 고다정은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부러 말했다.“아빠는 당연히 하윤이를 안 좋아하지, 아빠가 좋아하는 건 난데, 그렇죠?”그녀는 마지막에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여준재는 그녀의 장난기에 합을 맞춰 미소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맞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당신이죠.”나지막하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여준재는 그녀한테 고백했다.고다정은 그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두 아이는 너무 오글거린다는 듯 팔을 비비며 소리를 질렀다.그렇게 한바탕 웃고 떠들다 그들은 다이닝룸으로 가 식사를 했다.정성껏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고다정은 매우 맛있다고 느꼈다.“음식 맛이 왠지 원래 먹던 거랑 달라요. 느낌이... 어째 준재 씨 본가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요.”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맛을 잘 음미해 보았다.모두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는 요리들이었기 때문에 맛이 조금만 달라도 느낄 수 있었다.여준재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가리키며 부드럽게 말했다.“그건 아마 이 재료들이 다 여기 별장 농장에서 직접 심은 거라서 그럴 거예요.”“직접 심어요?”고다정은 의문스러워 그를 쳐다봤다.여준재는 머리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농장에서 유기농 채소랑 과일을 좀 재배했는데 수량이 얼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