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고다정은 술에서 깼지만,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파 났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쪽팔리는 일은 어제저녁 자신이 여준재에게 한 모든 언행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할수록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여준재에게 구라쟁이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턱이 물린 후, 마치 쓰다듬어 달라고 들이대는 고양이처럼 그에게 턱도 내주었으니 말이다.“아, 술이 문제야. 다음부터는 집에서라도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네!”고다정은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진정하려고 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붉어져 있었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문밖에서는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선생님, 일어났어요?”“아니요, 그러니 문 그만 두드려요!”고다정은 자신의 답한 게 얼마나 멍청한 대답인지를 인지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어서 그녀는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그러니까 제 뜻은 저 조금 더 잘 거니까 저 신경 쓰지 말라고요.”그 말을 남긴 뒤 그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다시 침대로 돌아가 조금 전 그 멍청한 대답을 피하고만 싶은 듯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문 앞의 여준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방문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고다정의 현재 기분이 어떨지 눈치채고는 사려 깊게 답했다.“그럼 좀 더 자요. 저 사람 시켜서 해장국이랑 아침밥 데워놓으라 할게요. 일어나서 먹기만 하면 될 거에요.”그가 말을 마친 뒤에도 방안에서는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하지만 여준재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있는 두 아이와 강말숙은 그가 혼자 내려오는 모습에 의아하다는 듯 바라봤다.“아저씨, 엄마는요?”“너희 엄마 조금 더 자고 싶대. 일단 우리끼리 먼저 아침 먹자. 이따 아저씨가 학교로 데려다줄게.”여준재는 웃으며 설명해줬다.두 아이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얌전히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30분 뒤, 두 아이는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빌라를 떠났다.할머니는 눈인사로 그들을 보낸 뒤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
“어르신, 어쩐 일이세요?”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신수 노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답했다.“다른 게 아니라 내 오랜 친구가 중병에 걸렸어. 그래서 내가 한번 가서 봐줬으면 하는데 나도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이참에 너도 같이 가서 봐줬으면 하는데, 너 시간 괜찮니?”“당연하죠.”고다정은 망설임 없이 그 말에 승낙했다.잘 알아야 할 게 그녀는 신수 어르신의 보살핌 덕분에 오랫동안 운산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이어서 고다정이 되물었다.“그럼 일단은 만나서 같이 가는 거예요? 아니면 주소를 저한테 보내주시는 거예요? 주소 보내주면 제가 그 주소대로 갈게요.”그 질문에 신수 노인은 바로 대답해주지 않고 그녀에게 설명했다.“그게 내 친구가 진성 시에 있거든. 거기서 하루 자고 와야 하는데 너 괜찮니?”“네, 문제없어요.”고다정은 그런 것쯤은 아무런 문제 아니라는 듯 답했다.때마침 이 기회를 빌려 여준재와 잠시 떨어져 지내면서 할머니가 했던 그 말들도 잘 생각해보려 했다.신수 노인은 그녀의 승낙에 기뻐하며 말했다.“그럼 내가 지금 너 데리러 갈게. 그리고 둘이 같이 진성으로 가면 될 거야.”“네, 알겠어요. 근데 그 친구분 병세에 대해서 조금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필요한 약재가 있으면 준비도 해갈 겸요.”고다정은 바로 업무 상태로 빠져들었다.신수 노인도 속일 거 없이 그가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부 말해주었다.전화를 끊은 뒤, 고다정은 도우미한테 정원으로 가서 할머니를 찾아오라고 알린 뒤, 위층으로 올라가 짐과 약재를 싸기 시작했다.몇 분 후 강말숙이 고다정을 찾아왔다. 그녀는 고다정의 발 옆에 놓인 트렁크를 보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신수 어르신이 친구분을 치료하기 위해 저보고 같이 가자고 초대해주셨어요. 그 장소가 진성인지라 거기서 하룻밤 자고 올 거예요. 그러니 오늘과 내일 할머니 혼자서 집 봐줘야 할 거 같아요.”고다정은 사실대로 일의 자초지종에 관해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강말숙 또한 별문제 없이 동의했
그 질문에 고다정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여준재가 빌라에 같이 살지 않는다고 말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에게 방 하나를 남겨주었고, 만약 같이 산다고 하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나가야 할지 곤란했다.고다정은 일부러 신수 노인의 그 예리한 질문을 피해 대화 주제를 돌려보았다.“이럴 게 아니라, 저희 어르신 친구분 병세에 대해 얘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그 모습에 신수 노인은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듯 답했다.“보아하니 내가 말한 게 틀린 말은 아닌가 보네. 그럼 둘이 같이 살면서 왜 진지하게 만나지는 않는 거야?”“...”그 말에 고다정은 난처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외할머니뿐만 아니라 어르신까지 그녀와 여준재 일에 대해 이렇게나 호기심이 많다니?그녀가 하는 수 없이 대답하려던 찰나 신수 노인이 이어서 말했다.“준재 그놈이 책임을 안 진다기에는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내가 봤을 땐 네가 문제인 것 같은데.”“제 문제 맞아요. 저 아직 제대로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저와 여 대표님 사이의 일 또한 어르신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저희 사이에 또 많은 일이 엮여 있거든요.”고다정이 다소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그 모습에 신수 노인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마지막 한마디를 건넸다.“너와 준재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인생에 후회 남길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거야. 아무리 큰 문제라도 해결방법은 있을 거니까 언제나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눈앞에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거고.”그 말에 고다정은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신수 노인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눈앞에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그녀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깊게 감명받았다.그날 저녁, 여준재는 퇴근 후 빌라에 도착했다.큰 대문에 들어서 보니 아이들은 두 마리 야옹이와 마왕이를 데리고 정원
신수 어르신의 그 말에 실내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랐다. 거기에 고다정까지도 말이다.그녀는 당황한 듯 신수 노인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조수로 온 거잖아요. 같이 어떻게 치료할지 방법을 생각해보자면서요? 왜 갑자기 저 혼자 치료하는 거로 됐어요?”“그렇게 안 말하면 네가 따라오지 않을 거잖니?”신수 노인은 두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그 모습에 고다정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이때 갑자기 웬 차가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르신, 제가 어르신의 안목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이 아가씨가 일단 보기에도 너무 젊은데 저희 할아버지 병을 고칠 수나 있겠어요?”그 젊은 여성은 원경하였다.그녀는 고다정과 같은 동성이라 그녀를 배척하려는 느낌인지, 아니면 고다정이 너무 예쁘게 생겨 알 수 없는 불친절과 질투심인지 알 수 없었다.원경하의 말에 원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 뜻인즉 그들도 원경하의 말에 동의한다는 암묵적인 뜻 같았고, 고다정이 보기에도 젊어 보일 뿐만 아니라 별로 실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신수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고다정의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녀의 의술을 의심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고다정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원경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저는 할아버지 손녀로서 할아버지가 질병의 고통 속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에요. 어르신이 오시기 전에도 저희는 이미 세계 최고의 의료팀을 집에 불렀지만, 여전히 할아버지 병을 고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젊은 아가씨가 어떻게 그런 좋은 실력이 있어 저희 할아버지 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거든요.”그 말을 하면서 원경하는 오만하게 고다정을 쳐다봤다. 고다정의 체면을 그 자리에서 깎았으니 당연히 고다정이 화가 나 있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녀는 화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여기 이 아가씨가
남자의 말을 듣고도 고다정은 여전히 의혹이 가시질 않았다.하지만 남자의 태도가 나쁘지 않았던 터라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던 그녀의 기분도 조금은 풀린 듯싶었다. 그리곤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동생분이 절 의심하실 수도 있죠. 신수 노인에 비하면 제 나이가 그다지 믿음직스럽진 못하실 거예요.”Comment by 정승미: 조사 오류Comment by 정승미: 거예요, 거에요 구분 “다정 씨가 이해해 주셔서 저야 너무 고맙죠. 다정 씨가 저희 할아버지 좀 살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들어 자주 편찮으시거든요. 손주로서 할아버지께서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Comment by 정승미: 가독성을 위하여 삭제하였습니다. ‘저희 할아버지’ 중복Comment by 정승미: 어역이 너무 낮아 수정하였습니다남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절박해 보여 고다정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일부러 능청스레 물었다.“제 의술이 부족해 할아버님의 병이 더 위중해 지실 수도 있잖아요?”Comment by 정승미: 허접하다상황상 어울리지 않습니다.“신수 노인의 안목을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다정 씨는 그런 분이 아니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다른 건 신경 쓰시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해 주시면 됩니다.”Comment by 정승미: 보건대문장 상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아 중의적인 표현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Comment by 정승미: 주체, 주어를 남용하지 않도록 한국어의 자연스러움을 꼭 확인해주세요말을 끝내며 남자는 싸늘한 눈빛으로 고다정의 눈빛에 맞섰다. 고다정은 살짝 의외였다. 마침 이들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원경하가 화가 나 펄쩍 뛰었다. Comment by 정승미: ‘그러다’의 사용이 다소 어색합니다그녀는 고다정을 째려보며 급히 말을 이었다.“오빠, 진짜 이 여자한테 할아버지를 맡길 생각이야? 이 여자 말대로 진짜 할아버지 병이 더 위중해지면 어
신수 노인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고다정은 이미 진맥을 하고 있었다. 신수 노인은 방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어떠냐? 뭐 좀 알아냈느냐?”Comment by 만든 이: 진단해내다어색한 표현말소리를 들은 원가 노인과 원진혁은 신수 노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고다정은 석상처럼 움직이지 않고 수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노인의 맥박에만 신경을 쏟았다. 고다정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신수 노인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Comment by 만든 이: 입을 닫았다더는 열지 않았다따페이 잘 맞춰주세요막 입을 떼려 하는 원가 노인에게도 조용히 하라고 사인을 보냈다.Comment by 만든 이: 에게도, 한테도 적절히 잘 섞어서 사용해야 합니다. 상황마다 어울리는 것으로요이렇게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고다정의 진단 결과만을 기다렸다.불빛 아래 고다정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 찼다. 진중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 그녀에게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우라가 흐르는 듯싶었다.원진혁은 고다정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약간의 설렘이 그를 감쌌다. 3, 4분쯤 흘렀을 때 고다정은 진맥을 멈추고 원가 노인의 팔목에서 손을 뗐다.“어떠냐?”신수 노인이 급히 물었다.원가 노인과 원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급함이 표정에 다 드러났다.Comment by 만든 이: 어색한 문장. 수정했습니다고다정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Comment by 만든 이: 진맥을 마치고 처음 입을 연 거니까 ‘말을 이었다’는 적절하지 않습니다“오는 길에 말씀하셨던 것보다 더 심각하네요. 간의 염증이 이미 곪기 시작했고 벌써 폐까지 영향을 줘서 상황이 조금은 골치 아프게 됐어요.”Comment by 만든 이: 맞춤법Comment by 만든 이: 조사 누락“고칠 수는 있어요?”원진혁이 급히 물었다.고다정도 솔직히 대답했다.“고칠 수 있긴 하죠. 하지만 3일 내내 치료해야 해요. 침구와 한약 처방을 함께 진행해 어르신의 간에 있는 곪은 물을 체외로 배출해야
핸드폰을 받아 든 하윤이가 급히 물었다.“엄마, 분명히 하루만 지나면 온다고 해놓고 왜 갑자기 며칠이나 더 있어야 하는 거야? 하윤이가 엄마 보고 싶으면 어떡해?”“할아버지가 생각보다 더 아프셔서 며칠 더 있어야 해. 엄마가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하면 되지.”고다정의 자상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하윤이는 속상했지만 더 떼쓰지 않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여준재는 고다정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하윤이가 너무 신나 하는 것 같아 조용히 기다렸다.하준이가 여준재의 표정을 보고는 뭔가 눈치챘는지 동생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어른스레 말했다.“됐어, 하윤아. 이미 얘기할 만큼 했잖아? 이제 아저씨 바꿔줘. 엄마는 아저씨가 보고 싶으실 거야.”“...”‘아니, 하나도 안 보고 싶어.’고다정이 속으로 부정했다.그러나 고다정은 여준재가 이미 핸드폰을 들고 있음을 눈치 챘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침묵이 흘렀다.핸드폰 너머로 이따금 들려오는 숨소리가 아니었다면 전화가 끊겼다고 오해할 수도 있을 적막이었다.장시간 침묵을 유지하던 고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 여 대표님, 별일 없으시면 이만 끊습니다.”“누가 별일 없대요?”여준재의 특유의 저음이 들려왔다.‘볼 일 있는 사람이 말도 안 하고... 이 사람 괜찮은 거 맞아?’“대표님, 무슨 일이실까요?”“몸 잘 챙겨요. 누가 다정 씨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나한테 얘기하고요.”여준재가 짧게 당부했다.짧은 한마디였지만 심장이 울렁거렸다. 그녀는 어색한 말투로 우물거렸다.“내가 뭐 애도 아니고.”여준재는 대답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뭐 아무튼 몸 잘 챙겨요. 집안일은 걱정하지 말고요. 애들이랑 할머니는 나한테 맡겨요.”“알겠어요.”부자연스럽게 대답한 고다정은 누가 찾는다며 거짓말을 하고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정말로 밖에서 고다정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가의 하인이었다.“선생님, 도련님이 내려와서 식사하시
신수 노인은 생각지도 못한 고다정의 말에 그만 물 마시다 사레 들릴 뻔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다정 쪽을 보았는데 여전히 태연한 얼굴에 아직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원 씨 집안의 사람들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먼저 눈치챈 건 원 씨네 부부였는데 그들의 낯빛도 그리 밝지는 않았다.원경하가 참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원진혁이 눈빛으로 경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원진혁은 조금은 진정된 원경하의 모습에 고다정쪽으로 고개를 돌려 살짝 웃으며 말했다.“고다정 씨도 참, 유머가 넘치네요.”“아니에요.”고다정은 무심하게 대답했다.원진혁도 개의치 않고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부딪치는 시늉을 하며 다시 인사를 건넸다. “고다정 씨, 그럼 남은 며칠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제가 치료해 드리는 동안만큼은 불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저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저도 성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계실 테니까요.”고다정은 어떤 기억이 떠오른 듯 그에게 말했다.원진혁도 그녀의 말뜻을 알아채고는 순간 뜨끔했는지 고개를 돌려 고다정을 빤히 보았다.그는 고다정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사촌 여동생에 대한 불쾌함을 토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다정은 여태껏 만나왔던 여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오히려 이는 원진혁으로 하여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미를 더욱 돋게 했다.반대로 원경하는 이런 상황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하필 사촌오빠의 경고까지 받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다정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신수 노인은 고다정이 말로 전혀 지지 않는 모습에 그저 바라만 보다가 원 씨네 내외와 나누던 대화를 이어갔다.원 여사도 모르는 체 했다.그들이 보기에도 고다정은 가만히 있는데 계속 본인의 딸이 시비를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렇게 한 끼 식사 자리가 원만하게 끝났다.나이 많은 신수 노인은 하루 종일 차를 탄 데다가 중간에 사소한 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