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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불분명하다

이튿날 아침, 고다정은 술에서 깼지만,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파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쪽팔리는 일은 어제저녁 자신이 여준재에게 한 모든 언행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할수록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여준재에게 구라쟁이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턱이 물린 후, 마치 쓰다듬어 달라고 들이대는 고양이처럼 그에게 턱도 내주었으니 말이다.

“아, 술이 문제야. 다음부터는 집에서라도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네!”

고다정은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진정하려고 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붉어져 있었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문밖에서는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선생님, 일어났어요?”

“아니요, 그러니 문 그만 두드려요!”

고다정은 자신의 답한 게 얼마나 멍청한 대답인지를 인지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어서 그녀는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

“그러니까 제 뜻은 저 조금 더 잘 거니까 저 신경 쓰지 말라고요.”

그 말을 남긴 뒤 그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다시 침대로 돌아가 조금 전 그 멍청한 대답을 피하고만 싶은 듯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

문 앞의 여준재는 잠시 멈칫하더니 방문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고다정의 현재 기분이 어떨지 눈치채고는 사려 깊게 답했다.

“그럼 좀 더 자요. 저 사람 시켜서 해장국이랑 아침밥 데워놓으라 할게요. 일어나서 먹기만 하면 될 거에요.”

그가 말을 마친 뒤에도 방안에서는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하지만 여준재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 있는 두 아이와 강말숙은 그가 혼자 내려오는 모습에 의아하다는 듯 바라봤다.

“아저씨, 엄마는요?”

“너희 엄마 조금 더 자고 싶대. 일단 우리끼리 먼저 아침 먹자. 이따 아저씨가 학교로 데려다줄게.”

여준재는 웃으며 설명해줬다.

두 아이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얌전히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30분 뒤, 두 아이는 할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고 빌라를 떠났다.

할머니는 눈인사로 그들을 보낸 뒤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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