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차 대기시켜.”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다시 그를 설득하려 했다.하지만 말도 꺼내기 전에 여준재는 날카롭게 그를 쏘아보며 또 다시 외쳤다.“빨리!” 결국 구남준은 가서 차를 준비시킬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 때, 박재경은 여준재의 전화를 받고 술집에서 나왔다.그리고 차에 오른 뒤 여준재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며 물었다.“형, 어디 아파요?”“난 괜찮아. 물어볼 게 있어. 그동안 유라를 데리고 나가 놀면서 뭔가 이상한 점을 못 발견했어?”여준재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재빨리 넘기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박재경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상한 점이요?”그리고 몇 초간 생각해 보더니 다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저는 잘 모르겠던데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별일 아니야, 그럼 여태껏 네가 유라를 데리고 가서 놀았던 곳에 대한 리스트를 나한테 줘.”여준재는 담담하게 말했다.박재경은 그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래도 동의했다.하지만 여준재는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러다가 구남준에게 눈빛을 한번 보내더니 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곧바로 노트와 펜을 가져와 박재경에게 넘겨줬다.“도련님, 죄송하지만 빨리 적어주세요. 저희 대표님께서 돌아가서 쉬어야 하거든요.”박재경은 건네받은 노트와 펜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지금 쓰라고요?”살짝 놀란 듯한 얼굴로 그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여준재는 비록 대답하지 않았으나 뜻이 분명했다.뒤늦게 박재경은 노트에 수많은 내용을 적은 뒤 다시 여준재에게 건네줬다.“대략 이 정도에요. 근데 형, 이걸로 뭘 하려는 거예요?”“쓸 일이 있어. 됐다, 들어가서 마저 놀아.”여준재는 가볍게 답한 뒤 박재경더러 이만 가도 된다고 했다.박재경이 자리를 뜬 뒤 여준재는 손에 들고 있던 노트를 구남준에게 주면서 당부했다.“이곳들을 모두 조사해 봐. 유라가 갔던 모든 곳을 샅샅이 조사해 봐야겠어.”구남준은 그를
여준재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하여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고다정 씨를 찾기 전까지 회사 일은 계속 신경 좀 써주세요. 그리고 결혼 날짜가 연기되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이제 그와 고다정의 결혼 날짜가 열흘도 남지 않았다.이 열흘 안에 고다정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으니 예정일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심해영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여준재의 시선이 강말숙한테로 옮겨지다가 울상을 하고 있는 두 아이한테서 멈춰졌다.두 아이는 그를 올려다보더니 울먹이면서 물었다.“아빠, 엄마가 너무 걱정돼요. 빨리 찾아주세요.”“아빠가 가능한 빨리 엄마를 찾아올게. 그동안 말 잘 듣고 있어야 해?”여준재는 두 아이에게 약속했다.그러자 그들은 훌쩍이면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오히려 옆에 있던 강말숙이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너도 몸조심 해,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나서지 말고 아랫사람들을 시켜. 네가 쓰러지면 다정이가 돌아온다고 해도 자책만 할 거야.”“그럴게요. 제 몸은 제가 잘 관리하겠습니다.”여준재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그렇게 이틀 동안 여씨 가문의 행적은 매우 조용했다.이 조용함은 유라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여 자기 심복한테 연락해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여준재 쪽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우리가 심어놓은 스파이말로는 여준재 씨가 지금 몸이 편치 않아 성시원 어르신이 집에서 치료해 주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의 부하들이 지금 아가씨랑 박재경 씨가 다녀갔던 곳마다 조사하고 있대요. 보아하니 아직도 아가씨가 고다정 씨를 데려갔다는 증거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디카프리도는 자신이 알아낸 정황을 그녀에게 말해줬다.그의 말에 유라는 코웃음을 쳤다.“마음껏 찾아보라 해, 단서 하나라도 찾아내면 내가 진 걸로 할 테니까!”그러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되물었다.“방금 여준재가 아프다고?”문득, 그저께 밤에 여준재한테서 쫓겨났을 때 그가 휠체어에 앉아있던
강말숙은 예전에도 이런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자기 딸을 잃게 되었다.아찔한 생각이 든 강말숙은 얼굴이 창백해 진 채 비틀거리며 여준재의 서재로 달려갔다.“준재야.”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준재 앞으로 다가갔다.그 모습을 본 여준재는 아픈 심장을 부여잡고 한켠으로는 그녀에게 티슈를 뽑아주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러세요?”“다정이 행적은 찾아냈어?”강말숙은 울먹거리면서 겨우 말을 내뱉었는데 지금 온몸을 감싸는 두려움 때문에 곧 숨이 멎을 것 같았다.여준재는 그녀의 안색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껴 재빨리 휠체어를 밀고 그녀에게 다가갔다.“괜찮으세요?”그러자 강말숙이 그의 팔을 붙잡고 울면서 말했다.“준재야, 하루빨리 우리 다정이를 찾아줘. 내가 안 좋은 느낌이 자꾸 드는데 다정이한테 일이 생긴 것 같아. 예전에 다정이 엄마가 사고 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랑 지금이 똑같아. 다정이 지금 분명 위험에 처한 것 같은데 빨리 사람들 시켜서 구해줘.”말을 마치고 또 다시 한참을 울었다.여준재도 지금 상황이 몹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할머니도 그런걸 느끼나요?”그는 도리어 할머니의 손을 꽉 쥐고 되물었다.하지만 강말숙은 흐느끼면서 그저 고개만 끄덕이더니 다시 여준재에게 간곡히 부탁했다.“빨리 사람 시켜서 다정이 좀 찾아봐. 더 늦었다가는 그 애 엄마처럼 큰일이 날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그녀의 말에 여준재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할머니, 제가 지금 당장 유라한테 가볼게요.”말을 마친 뒤 급히 휠체어를 밀고 서재 밖으로 나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집사님, 차 대기시켜요!”이상철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여준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재빨리 차를 대기시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재는 사람들을 데리고 빌라를 빠져나왔다.성시원도 인기척을 듣고 찾아왔는데 강말숙이 상체를 숙인 채 한쪽 손으로는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고 있었다.“다정이 할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준재 그
여준재는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유라의 모습을 보고는 다시 차갑게 경고했다.“네 발빠른 대처로 내가 증거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난 내 기억력을 믿어. 내가 분명 좋은 말로 해도 네 귀에는 들어가지 않으니 이렇게 직접 손을 쓸 수밖에. 널 잡아가면 네 부하가 너를 위해서라도 고다정 씨를 내놓겠지.”말을 마친 뒤 그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줬다.그러고 자신은 휠체어를 밀고 뒤로 물러났다.그 모습에 유라의 얼굴은 삽시에 어두워졌다.그녀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보디가드들을 보며 불같은 화를 냈다.“여준재, 정말 이런 터무니없는 일로 나랑 사이가 벌어져도 괜찮겠어?”“터무니가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여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고집불통인 여준재의 태도에 유라는 더 이상 변명하는 건 소용이 없다는 걸 느꼈다.그녀는 보디가드의 공격을 피하면서 한편으로는 재빨리 침대 머리맡의 베개 아래에 감췄던 호신 무기를 꺼냈다.전세 역전이다.총을 소유한 유라는 더 이상 보디가드들의 억압을 받지 않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준비했다.같은 시각, 그녀의 부하도 문밖에 도착했다.구남준은 돌진해 오는 그녀의 부하들을 보고 제일 먼저 여준재의 신변부터 보호하면서 한쪽으로 피했다.보디가드들도 여준재가 위험하면 안 되기에 냉큼 달려와서 그를 보호했다.하지만 유라는 어수선한 기회를 틈타 그녀 부하의 곁으로 몸을 피했다.여준재는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오해한 게 아니었군.”유라는 이제 와서 부정하기에는 많이 늦은 것 같았다.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분노의 눈길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난 못 알아듣겠어. 보아하니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네. 네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줄게. 이만 E 국으로 돌아가야겠다. 네가 만약 나에게 사과한다면 우리의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할 수도 있어.”“사과? 착각하지 마.”여준재가 그녀
성시원은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와?”말을 마친 뒤 잠시 머뭇거리면서 두 사람 뒤를 바라보았지만 그가 보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여준재는 그의 모습을 보더니 단번에 알아챘다.“고다정 씨는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유라가 도망갔어요.”“도망?”성시원이 아연실색하면서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 있었어?”여준재는 오늘의 일을 숨김없이 그에게 말했다. 말끝에 그는 다짐했다.“비록 풀어준 건 맞지만 다시 잡아 올 수 있어요.”“잡아 오는 건 둘째치고 오늘 일로 다정이를 영원히 못 볼 것 같아서 그래!”성시원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는 여준재가 유라를 풀어준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은혜는 이렇게 갚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여준재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유라는 고다정 씨에게 감히 손을 못 댈 겁니다. 미련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유라도 고다정 씨가 살면 자기도 살고 만약 고다정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게 된다면 내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는 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그의 말에 성시원은 묻고 싶었다. ‘만약 아니면?’옛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성시원은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창백해진 여준재의 안색을 보고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면 안될 것 같아 참고 손사래를 쳤다.“됐어, 하루 종일 뛰어다녔을 것 같은데 이만 방에 가서 쉬어. 나머지는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하지만 여준재는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있었다.그리고 성시원을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오늘 제가 간 뒤 외할머니랑 두 꼬마의 기분은 어땠나요?”“다정이 할머니는 많이 흥분해서 오후에 한 번 기절했었어. 그래서 내가 침을 놔드려서 잠시 안정을 되찾았지만 내일 깨어나시면 또 흥분하실까봐 걱정이야. 두 꼬맹이들은...”성시원은 말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한번 길게 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두 아이는 다정이 할머니로부터
유라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말한 대로 세상에는 그 사람 말고도 다른 훌륭한 남자가 많아.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는 오직 그 사람뿐이야. 근데 왜 꼭 그 남자여야 하냐고?”디카프리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묵묵히 약을 발라줬다.순간 거실에 정적이 흘렀다.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으나 이 정적을 깬 건 누군가의 핸드폰 벨소리였다.바로 디카프리도의 전화였다.그가 꺼내서 보니 임초연이라는 이름이 보였다.“안 받고 뭐 해?”유라는 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상해서 물었다.디카프리도는 울리는 전화를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임초연한테서 온 전화입니다.”“임초연!”유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간을 계산해 봤다.“지금 시간으로 보면 아마 M 국에 도착했을 거야.”디카프리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전화 안에서 임초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다정이 도망갔어.”“뭐라고요?”디카프리도는 임초연의 말에 놀랐다가 불같은 화를 냈다.“바보예요?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 여자 하나를 잡지도 못해요!”옆에서 듣고 있던 유라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비록 임초연의 말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디카프리도의 말에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임초연은 디카프리도한테서 욕설을 듣고 나니 왠지 더 겁을 먹고 다시 어렵게 말을 이었다.“사실 도망갔다기보다 행방불명이 더 정확해.”그녀의 말에 디카프리도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지면서 다시 험악한 목소리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사실은...”임초연은 고다정이 도망쳤던 과정에 대해 말해줬다.그리고 끝으로 한마디를 더 붙였다.“그래서 내가 사람을 시켜서 바다 위를 지켜보라고 했거든. 근데 여태껏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었대. 또 근처 뭍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에도 사람을 보냈지만 찾을 수 없었어.”“이미 다른 사람한테 구조된 게 아닐까요?”디카프리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여준재가 다급하게 방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어르신, 빨리 나오세요. 준이랑 윤이가 아파요!”몇 번을 외친 끝에 드디어 안쪽에서 방문이 열리며 신발도 옷도 엉뚱하게 착용한 성시원이 보였다.하지만 성시원은 더 이상 이런 세세한 부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누가 아프다고?”성시원은 초조하게 여준재를 바라보며 캐물었다.여준재는 여유롭게 대답할 겨를도 없다는 듯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성시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준이랑 윤이요. 이마를 만져봤는데 열이 나요.”이 말을 들은 성시원은 여준재가 끌어당길 필요도 없이 잔달음으로 뛰어갔다.2분도 채 되지 않아 두 사람은 아이들 방에 도착했다.성시원은 곧바로 두 아이를 확인했고, 여준재는 옆에 서서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용히 기다렸다.얼마 후 굳어졌던 성시원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큰 문제는 아니야. 요즘 아이들이 감정 기복도 심하고 많이 놀라서 몸이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거야. 약은 안 먹어도 되니까 가서 따뜻한 물 한 대야 떠와. 그걸로 아이들 열 좀 내려주게.”“알겠습니다.”여준재는 대답을 마치고 뒤돌아 화장실로 향했다.30분이 지나자 두 아이의 체온이 확실히 떨어졌고 그제야 아이들도 깨어났다.“아빠, 할아버지, 왜 여기 있어요?”하준이 쉰 목소리로 말하면서 침대를 누르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에 힘이 거의 없었다.하윤이도 옆에서 작은 얼굴을 찌푸리며 괴로운 듯 여준재에게 투정을 부렸다.“아빠, 윤이 너무 아파요. 왜 이런 거예요?”“너희들 아까 열 나면서 아팠어. 이제 막 열이 내려서 몸에 힘이 없을 수 있어. 괜찮아.”이렇게 말하던 여준재는 하윤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더 다정한 목소리로 달랬다.“아프면 조금만 더 누워 있어. 준이도 더 누워 있어. 조금 있으면 아빠가 아침 차려줄게.”두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바닥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아빠도 몸 다 나았어요?”여준재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뒤늦게 팔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여준재는 구남준으로부터 고다정의 최근 소식을 들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다정 씨를 데려간 사람이 임초연이라고?”“네.”‘어쩌면 애꿎은 유라만 잡은 건지도 모릅니다.’구남준이 뒷말을 하진 않았지만 여준재는 알 수 있었다.그는 눈빛이 가라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고다정을 데려간 사람이 임초연이라면 임씨 가문의 능력으로는 그렇게까지 조용히 흔적도 없이 일을 처리할 수가 없다. 그러니 임초연의 뒤에는 반드시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그 조력자는 유라일 가능성이 높았다.유라의 성격으로 봤을 때 임초연은 단지 책임을 떠넘기고 여준재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패인 것 같았다.그 생각에 여준재는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반나절 안에 임초연의 행방을 알아내,”“그럼 유라 쪽은 계속 밀어붙입니까?”구남준의 질문에 여준재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에 잠겼다.“여명호에게 잠시 멈추라고 하고, 어르신 쪽에도 알려드려.”“네.”구남준은 명령을 받고 자리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성시원도 이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달려왔다.서재에 들어선 그는 여준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방금 구남준한테 들었어. 유라 일가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던데, 이유가 뭐지?”“잠깐일 뿐입니다. 그 여자가 방심했을 때 어떻게 꼬리를 드러낼지 지켜보려고요. 그리고 저희 쪽에서 정보를 입수한 결과, 다정 씨는 임초연에게 잡힌 거랍니다.”“임초연?”성시원은 의아한 눈빛이었다. ‘왜 갑자기 다른 사람이 튀어나오는 걸까.’하지만 왠지 익숙한 이름이었다.여준재 역시 그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설명했다.“임초연의 집안은 YS그룹과 각별한 사이였는데, 작년에 어떤 일로 두 집안이 인연을 끊고 운산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간단한 설명에도 곧바로 임씨 가문이 어느 집안인지 생각해 낸 성시원은 불만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또 네놈 때문이야?”“...”여준재는 당황한 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