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진의 엄숙한 두 눈을 본 진시목은 그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집은 절대로 파산당하지 않을 거예요.”“내가 어떻게 걱정 안 할 수가 있어? 너에게 뭐 좋은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진동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좋은 계획이라도 있으면 나에게 말해봐. 나도 알고나 있자.”잠시 말을 멈췄던 진동진이 이어 말했다.“그리고 고다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니까 반드시 찾아내서 이혼해.”“네. 말씀하신 것들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계획은 제가 잘 생각해 보고 다시 말씀 드릴게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진시목에게는 어떠한 계획도 없었다.고다빈의 돌발행동에 진시목은 미처 손쓸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진시목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대처를 했지만 진씨 가문의 명예와 사건 발전은 줄곧 그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있었다.진동진은 초조한 표정의 진시목을 보며 더 물었다가 부자지간에 싸움이 날까 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에게 계획 있으면 됐어. 이만 돌아가 보마.”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에는 다시 진시목만 남게 됐다.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이내 연결되었다. 진시목이 큰 소리로 물었다.“설마 당신이 고다빈을 숨긴 건가요?”“네. 맞아요.”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순순히 인정했다.그는 바로 손건우였다.손건우의 말을 들은 진시목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왜요?”그가 이를 악물고 묻자 손건우는 콧방귀를 끼며 비웃었다.“말을 듣지 않는 개는 필요가 없어서요.”손건우의 말을 들은 진시목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귓가에 다시 남자의 비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말 했었죠? 난 당신을 성공시킬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어요. 진시목 씨,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여준재와 말을 붙일 자격도 없었어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아요.”말을 마친 손건우가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진시목의 이를 악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다시
디카프리도의 말을 들은 유라는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안돼. 하지 마. 만약 두 아이가 여준재와 고다정의 아이라는 게 대중들에게 밝혀지면 그 둘은 운명이라고 모두에게 알리는 게 될 뿐이야.”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그녀는 고다정에게 피해를 준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보게 됐다.디카프리도도 그녀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라가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예전에 고다정에게 최면을 걸었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냈어?”“여 대표님 쪽 세력에서 일부 단서를 찾았습니다. 고다정에게 최면을 건 사람은 은둔 가문인 손씨 가문의 손건우입니다. 지난번에 주인님과 여 대표님께서 함께 이 사람을 상대하고 나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저번에 고다정에게 손을 쓴 것으로 보아 이 사람도 운산에 있는 것 같습니다.”디카프리도가 사실대로 말했다.그의 말을 듣던 유라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이 사람이 운산에 있다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여준재가 찾기 전에 먼저 찾아.”디카프리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뜻을 내비쳤다.이렇게 또 3일이 흘렀다.3일 동안 고다정과 두 아이는 평온한 일상을 보냈지만 진씨 가문과 운산에 있는 모든 상업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은 날들을 보냈다.왜냐하면 요 며칠 사이 YS 그룹에서 많은 일을 했다.YS 그룹에서는 먼저 자기들을 도발한 임씨 가문을 파산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JS 그룹과 합작하는 사람은 YS 그룹과 척을 지려 하는 사람으로서 영원히 블랙리스트에 올릴 거라고 선전포고를 했다.YS 그룹의 압력 아래에 JS 그룹과 합작하던 협력 파트너들은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진시목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JS 그룹을 압박하고 있다는 걸 여준재도 알고 있었다.이 모든 것은 여준재가 일부러 지시한 일이었다.그는 진시목이 주동적으로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진시목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유라는 속으로 엄청 질투하고 있었지만 꾹 참고 여준재가 있는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여준재에게 경고를 들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엄중하다면 위태로운 지금의 우정마저 금이 갈 수 있었다.“파티에 참여하러 가는 거예요?”유라는 다 알면서 물었다.그녀가 이 지금이 시각에 돌아온 것은 화원에서 일하는 도우미에게 여준재가 오늘 밤 고다정과 함께 파티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고다정이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한 어르신께서 저와 준재씨를 생일 파티에 초대해 줬어요.”“나도 갈 수 있어요?”유라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여준재를 바라봤다.방금 대답한 사람은 고다정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여준재가 결정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녀는 고다정이 여준재의 약혼녀 신분으로 자기 앞에서 잘난 체하는 게 싫었다.여준재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유라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며 바로 거절했다.“너 초대장 있어?”그의 물음에 유라는 멈칫했다.그녀는 금세 여준재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난 초대장이 없지만 준재 너는 있잖아. 초대장이 있으면 한두 명 더 데리고 가도 괜찮은 거로 알고 있는데 아니야?”“난 다정 씨만 데려가고 싶은데.”그의 말은 고다정이 아닌 다른 사람은 데려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그의 거절에 유라는 할 말을 잃었다. 여준재가 고다정을 편애하는 것을 보니 질투에 사로잡힌 마음이 아파 났다.'왜? 도대체 왜!''내가 여준재와 알고 지낸 시간도 더 긴데 왜 다른 사람에게 준재를 뺏긴 거지?'인정할 수 없었던 유라는 여준재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좋게 말했다.“내가 본국에 온 지도 오래됐는데 파티에 참여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러니까 나도 데려가 주라. 너를 귀찮게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장담해. 난 그냥 본국 파티와 우리 쪽 파티가 뭐가 다른지 한번 보고 싶어서 그래.”“궁금해서 참가해 보고 싶은 거라면 내가 박재경에게 전
“진 대표님께서 화장실까지 따라와 일 얘기를 꺼내는 취미가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네요.”여준재가 비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비웃음을 당한 진시목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자신은 그와 일 얘기를 하러 온 거라고 한번 또 한 번 속으로 되뇌었다. 끊임없이 되뇌인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진시목은 크게 숨을 들이쉰 후 고개를 들어 여준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여 대표님께서도 우리 회사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했는지 궁금하시죠?”질문 같아 보이는 진시목의 말은 질문이 아닌 확신이었다.여준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시목도 그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다.“전 대표님께서 우리 가문에게 살길을 남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대표님을 찾아왔습니다. 거래하시죠. 대표님께서 궁금해하시는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그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그에게 질문했다.“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구예요?”“나도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람 목적은 대표님과 고다정 씨입니다. 그리고 나도 고다빈을 통해 그 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그 사람은 고다빈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진시목이 자신이 알고 있는 상황을 빠짐없이 말했다.별거 없는 내용에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불만을 드러냈다.그의 표정을 본 진시목은 다급한 기색 없이 자신이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을 계속 이어 말했다.“그 사람과 대표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봤을 때 그 사람은 대표님과 고다정을 가만두려 하지 않습니다. 대표님께서 우리 가문에게 살길만 내어 주신다면 제가 미끼가 되어 대표님을 도와 그 사람을 유인하겠습니다.”여준재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진시목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그가 입을 열고 말을 하려 할 때 진시목이 다시 입을 열었다.“전 여기에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그 사람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표님과 제가 오랫동안 함께 자리를 비운다면 그 사람이 눈치를 챌 수도 있습
“당신 말이 맞네요. 당신이 한 짓이 있는데 여준재가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다행이겠네요.”손건우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진시목은 멈칫했다. 그는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지만 손건우는 그가 침묵할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화제를 돌려 말했다.“며칠 전에 생각해 보라고 했던 일은 생각해 봤어요? 서둘러 결정하지 않으면 진씨 가문은 파산당할 거예요.”그의 말을 들은 진시목은 그제서야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그의 얼굴이 음흉하게 변했다.익명의 브로커는 그를 시험하고 있었다.만약 진시목이 조금이라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면 그의 계획은 바로 들통이 났을 거다.‘다행이다. 다행이야...'“전 동의 못 해요. 그러니까 당신도 그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하지 마세요. 전 제가 투자자 한 명도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진시목은 연기를 하며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고는 전화를 끊었다.그가 손건우의 제안에 바로 동의하지 않은 것은 지금은 때가 아니기 때문이었다.특히 그가 오늘 여준재와 동시에 연화장에서 사라진 일로 의심하고 있었다.두 날 동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여준재는 계속 진씨 가문을 압박했고 진시목은 힘겹게 버티며 투자자들을 찾아다녔지만 YS 그룹과 척을 지기 싫었던 사람들은 누구도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손건우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지켜봤다. 고다빈도 함께 이 상황을 지켜봤다.그녀는 인터넷으로 진시목이 사방팔방 빌러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속으로 깨 고소해했다.“진시목, 네게 이런 날이 올 줄 난 진작 알고 있었지. 진씨 가문을 손에 넣은 뒤 널 가만두지 않겠어.”그녀는 자신이 진씨 가문을 손에 넣은 뒤 진시목이 자기 발밑에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을 상상했다.이렇게 또 일주일이 흘러갔다.일주일 사이에 많은 일이 발생했다.JS 그룹이 막다른 골목에 다 다른것을 본 진동진은 심근경색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유이단은 매일 병원에서 그를 간호하면서 진시목만
진시목의 출현은 클럽 안에서 그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이때, 검은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사내 한 명이 어두운 곳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위아래로 진시목을 훑어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이 진시목이예요?”“네.”진시목이 크게 대답했다.작게 대답하면 클럽 안의 노랫소리가 크다 보니 그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었다.건장한 사내는 입을 삐죽거리며 짜증 난다는 듯이 진시목을 향해 소리쳤다.“소리는 왜 질러요! 따라와요.”진시목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건장한 사내 뒤를 따라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클럽 안에 있는 사람 중에 여준재의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봤다.한 바퀴를 쭉 둘러봤지만 그는 아쉽게도 여준재의 사람을 보지 못했다.얼마 안 되어 그는 건장한 사내를 따라 긴 복도에 들어섰다.이곳 방음효과는 정말 좋았다. 고막이 터질듯한 음악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그들은 이내 계단 앞에 도착했다. 계단 앞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건장한 사내와 진시목을 막아서며 물었다.“검사 진행하겠습니다.”건장한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들고 그 사람이 몸을 수색하도록 내버려 뒀다.다른 한 명도 진시목을 수색하려고 그에게 다가갔지만 거절을 당했다.“지금 뭐하시는 거예요?”“진 대표님 수색 좀 하겠습니다.”그 사람은 건들건들 웃으며 말했다.“우리 대표님께서 말씀이 있었습니다. 수색하는 게 싫으시면 댁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진시목은 불편한 얼굴로 마지못해 그들의 수색을 받아들였다.그가 오늘 이곳에 온 건 단지 거래를 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사람들은 진시목의 몸에서 총 한 자루와 칼을 발견했다.“이렇게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잠시 제가 보관하고 있겠습니다. 우리 대표님과 얘기가 끝나면 물건들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수색하던 사내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물건을 자기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그걸 본 진시목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한 번 또 한 번 속으로 위
고다빈은 진시목의 눈빛이 무서웠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를 노려봤다.“보긴 뭘 봐요. 봐도 소용없어요. 이게 현실이에요.”“이 여자 말이 사실이에요?”진시목은 고다빈을 무시한 채 손건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두 사람의 대치하는 모습을 보며 손건우는 너털웃음을 지었다.“JS 그룹은 표면적으로는 확실히 고다빈에게 관리를 맡겼어요.”그의 말을 들은 고다빈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들었죠? 빨리 이 손 놔요.”그녀는 힘껏 서류를 잡아당기며 진시목을 노려봤다.진시목은 서류를 건네주지 않고 오히려 고다빈의 손에서 서류를 뺏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성의가 없는 것 같으니까 우리 사이의 거래는 없었던 거로 하죠.”말을 마친 그는 서류 가방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하지만 문을 나서자마자 문 앞에서 지키고 있던 사내들에게 가로막혔다.진시목이 물어보기도 전에 뒤에서 손건우의 차가운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거래는 진 대표님이 취소하고 싶으면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어떻게 하고 싶은 거예요?”진시목이 뒤돌아서서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봤다.손건우는 소파에 앉은 채 머리를 들고 유유히 말했다.“간단해요. 가져온 서류에 사인해요.”“그건 안돼요.”진시목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거절했다.손건우도 예외가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안되면 되게 해요. 안 그러면 오늘 여기를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손건우의 협박에 진시목이 웃으며 말했다.“나갈 수 없을 거라고요? 그건 두고 보면 알겠죠.”말을 마친 그는 손건우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받으며 입술을 치켜세우고 옷깃에 달린 단추를 누르고 말했다.“구경 아직 안 끝났어요? 빨리 손 써줘요.”이내 옷깃에 달린 단추에서 구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요. 술을 마시다가 까먹었지 뭐예요.”구남준의 말을 들은 진시목은 그의 말 속에 담긴 고의성을 들었다.그는 가볍게 콧방귀를 끼며 손건우와 사내가 미처 반응이 없는 틈을 타서 사내를 세게 때렸다.이렇게 진시목은 손건
아니나 다를까 고다빈은 진시목에게 맞아 죽기 직전이었다.구남준이 도착했을 때, 진시목은 고다빈의 머리를 움켜쥐고 벽에 들이박으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나쁜 년, 아까는 우쭐대지 않았어? 왜 지금 와서 용서를 비는 거야?”진시목은 애걸복걸하는 여인을 서슬 퍼런 눈으로 노려보았다.고다빈에게서 조금 전의 거만함은 볼 수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몰골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퍼렇게 멍든 이마에서는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진시목의 팔목을 꽉 잡고 눈물범벅이 되어 애원했다.“오빠,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정말 잘못했어요.”조금전 그 순간 그녀는 진시목에게 죽임을 당하는 줄 알았다.“입 닥쳐. X발 년이 뭘 잘했다고 살려달라고 해? 내가 머리 좋았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 가문이 네 손에 망했어.”진시목은 고래고래 소리 지르더니 또다시 고다빈을 자기 앞으로 힘껏 끌어당겼다.서로 눈이 마주치자 고다빈은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제 죽었구나.’그녀가 체념할 때쯤 싸늘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그만해요. 이 여자가 미치면 저는 대표님께 뭐라고 해요?”구남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벽에 묻은 빨간 핏자국을 힐끗 보았다. 진시목이 더욱 아니꼽게 느껴졌다.진시목은 고다빈을 이렇게 그냥 놓아주기 싫었지만 결국 그녀의 몸에서 손을 뗐다.자유를 얻은 고다빈은 뒤로 두 발짝 물러서더니 저승사자를 보듯 잔뜩 경계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진시목을 바라보았다.진시목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코웃음을 치더니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 놓아준다고 무사하리라 생각하지 마. 여준재의 심문이 끝나면 넌 다시 내 손에 들어와. 나를 배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될 거야.”이 말을 남기고 그는 옆에 있는 구남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30분 후 구남준이 고다빈과 진시목을 끌고 왔다.이곳은 그들이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는 거점이다.여준재는 벌써 응접실에서 기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