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영은 물론 가만히 서서 얻어맞을 사람이 아니다.그는 빗자루를 덥석 잡은 후 힘껏 밀치며 호통쳤다.“꺼져. 나는 이 집 바깥주인이야. 당신이 끼어들 데가 아니니까 잘리고 싶지 않으면 저리 비켜!”아쉽게도 청각 장애가 있는 가사 직원은 전혀 듣지 못하니 밀쳐내도 다시 빗자루를 들고 달려들었다. 고경영을 반드시 쫓아 버리려고 작정한 것만 같았다.고경영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녀를 제압한 후 거실로 끌고 갔다.거실 소파에 심여진의 몸을 묶은 헝겊과 같은 타입의 흰색 헝겊 오라기가 놓여 있었다.고경영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끌고 가서 헝겊 오라기로 손과 발을 묶었다.“아! 아! 아!”그녀는 계속 소리 지르면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힘을 써도 남자와 여자의 선천적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결국 고경영은 그녀를 꽁꽁 묶은 후, 입에 헝겊 뭉치를 밀어 넣어 가장 기본적인 소리도 내지 못하게 했다.그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정원으로 향했다.방금 꽤 큰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반드시 속전속결로 심여진이 숨겨놓은 재물을 손에 넣어야 한다.정원에 남겨진 심여진은 이미 조금 전의 심한 고통에서 벗어났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오는 고경영을 바라보며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욕설을 퍼부었다.“강수지, 재간 있으면 날 죽여 봐.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내 손에 죽게 될 거야.”“너 귀신이 됐다고 무서운 줄 알아? 내가 귀신이 되면 너보다 더 무서울 거야.”“강수지, 천한 년! 돈이 좀 있다고 나를 업신여겼잖아. 하지만 무슨 소용이야? 너는 내 손에 죽었고, 네 딸은 내 꾀에 넘어가 순결을 잃고 친부한테 미움까지 받았지. 하하. 네가 내 남자를 넘봐서 네 딸이 그렇게 된 거야.”이 말을 들은 고경영은 이 시각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심여진이 그를 알아본 줄 알았는데, 강수지로 착각한 것이었다니.게다가 심여진 이 여자가 강수지를 이토록 사무치게 미워할 줄은 몰랐다.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잡념을
고경영은 처음에 심여진이 넘어진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는 심여진의 머리 뒤쪽에서 흘러나온 피와 아무 반응도 없는 그녀를 보고, 그제야 잘못됐음을 감지했다.“나쁜 년, 일어나 봐. 죽은 척하면 내가 놓아줄 줄 알아?”고경영은 심여진의 옆으로 다가가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하지만 여인은 아무 반응도 없었고 심지어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무서워지기 시작한 고경영은 웅크리고 앉아 떨리는 손을 심여진의 코 밑에 갖다 댔다. 여인은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아!”그는 놀라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머릿속에는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경영은 상황을 파악한 후 네 발로 걸어 방에서 나온 후, 그 길로 별장에서 뛰쳐나갔다.얼마나 오래 뛰었을까? 그는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에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가에 멈춰 섰다.이 시각 그는 방금의 당황한 상태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안 돼. 출국할 방법을 찾아야 해.”심여진이 죽었으니 고다빈 그 계집애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것이고, 경찰이 수사하면 틀림없이 그를 잡아낼 것이다.아까는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기 바빴기 때문에 현장 증거를 없앨 틈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지금 돌아갈 담력도 없다.특히 심여진이 죽을 때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곤두섰다.결국 고경영은 고다정을 찾아가기로 했다.어쨌든 심여진을 죽인 것이 강수지를 위한 복수이기도 하니까.그리고 그가 그래도 아버지인데 고다정이 나 몰라라 하겠는가.아쉽게도 생각은 좋았지만 고다정은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다정이 또 손건우에게 최면을 당할까 봐 소담이 그녀의 휴대폰을 감시하고 있었다.게다가 낯선 번호로는 고다정의 휴대폰에 아예 연결이 되지 않았다.결국 고경영은 어쩔 수 없이 고다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심여진과 연관된 아주 중요한 할 얘기가 있다고.소담은 이 메시지를 보고 고다정에게 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작은 사모님, 낯선 번호에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버님이라며 심여진에 관
약 20분 후, 고다정은 끝내 교외의 한 폐건물에서 고경영을 만났다.고경영은 그녀를 보더니 알랑거리는 웃음을 지었다.“왔어? 내가 부탁한 물건은?”“물건은 안 가져왔어요.”고다정이 몇 글자를 내뱉자 고경영이 다급히 말을 가로챘다.“괜찮아. 돈만 충분히 갖고 오면 돼. 돈을 얼마나 마련했어?”그는 말하면서 고다정을 향해 구걸하듯 손을 내밀었다.고다정은 차가운 눈길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이에 고경영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너 뭐야? 돈도 준비하지 않은 건 아니지?”“돈은 당연히 있지만 이렇게 줄 수는 없어요.”고다정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 말을 들은 고경영은 알랑거리는 웃음을 거두고 캐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아무 뜻도 없어요. 그냥 당신이 정말 심여진을 죽였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려고요.”고다정이 캐묻자, 고경영은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경계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할 말은 전화에서 다 했는데, 지금 와서 왜 또 묻는 거야?”“이렇게 큰일인데 아무래도 확인은 해야죠. 당신이 거짓말로 돈을 뜯어낼지도 모르니까.”고다정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고경영이 자기가 한 짓을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고경영은 정말 경계를 늦추고 자백했다.“내가 정말 심여진을 죽였어. 믿지 못하겠으면 지금 별장으로 사람을 보내 확인해 봐. 시신이 아직 있을 거야.”이 말이 끝나자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경찰관님, 다 들으셨죠? 자기 입으로 인정했어요.”“고다정, 너 경찰에 신고했어?”고경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입구에 나타난 경찰을 보고 당황한 나머지 머릿속에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잡히면 안 된다. 난 아직 젊은데 죽고 싶지 않다.’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어떻게 훈련이 잘 되어있는 경찰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3분도 되지 않아 그는 체포되었다.경찰은 그를 제압한 후 고다정에게 찬사를 보냈다.“고다정 씨는 정말 우리 운산시의 모범 시민입니다. 고다정 씨
“심여진이 죽었어요.”“심여진이 죽었다고?”강말숙이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럴 리가? 무슨 일이 있었어?”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고경영이 죽였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도 몰라요. 고경영이 저한테 연락해 외국에 보내달라고 해서 제가 직접 경찰에 신고했어요.”“잘했어. 이런 일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해.”강말숙은 동감을 표시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다정과 똑같이 마음이 복잡해졌다.이건 뭐지? 죄지은 만큼 죗값을 치르는 건가? 인과응보인가?그들이 심여진을 찾아가 결판내기 전에 그녀 스스로 죽을 짓을 해서 목숨을 잃었다.고경영도 감옥에 들어갔고 엄중하면 사형, 가볍게 처벌해도 수십 년 옥살이다.한편, 고다빈도 경찰의 전화를 받고 심여진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믿지 않았다.“경찰관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제가 몇 시간 전까지도 엄마랑 같이 있었는데요.”“고다빈 씨가 떠나간 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지만 심여진 여사가 사망한 건 사실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시신을 확인하고 인수하길 바랍니다.”경찰이 인내심 있게 설명하자, 고다빈은 정말 당황했다.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가장 빠른 속도로 경찰서에 달려갔고, 자기에게 전화한 경찰관을 찾아 거듭 캐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왜 죽었죠?”“어머님을 잃은 심정을 이해하지만 진정하세요.”경찰은 그녀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발견하고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고 위로부터 했다.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는가.“엄마가 죽었는데 어떻게 진정하란 말입니까?”그녀는 한 번 울부짖고 재차 캐물었다.“범인이 누구예요?”“범인은 당신도 아는 사람, 바로 당신 아버지 고경영 씨이고 이미 체포됐습니다.”계속 사건 얘기를 하지 않다가는 이 여자가 초조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경찰은 고경영을 취조해 얻은 사건 경과를 말해주었다.다 듣고 나서 고다빈은 한참 동안
30분 후 고다빈은 음침한 표정으로 JS그룹을 떠났다.그녀는 진동진이 방금 사무실에서 했던 모욕적인 말들을 생각하면 진씨 가문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진씨 가문이 예전과 다르다고? JS그룹이 GS그룹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내가 귀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진씨 가문이 어떻게 오늘 같은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겠는가.’‘지금 진씨 가문이 잘됐지만 다 고씨 가문과 나 고다빈을 짓밟고 그렇게 된 게 아닌가?’‘나를 이용해 먹고 입 싹 닦겠다고? 내가 동의할 것 같아?’이쪽에서 일어난 일을 고다정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외할머니와 잠깐 얘기를 나눈 후, 쌍둥이 하교 시간이 다 된 것을 보고 차를 운전해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여준재가 허탕을 칠까 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학교 수업이 끝난 뒤였다.비주얼이 장난 아닌 아빠와 두 아이가 학교 정문에 서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엄마!”쌍둥이도 고다정을 발견하고 흥분해서 달음박질했다.여준재는 뒤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두 아이가 말을 주고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엄마, 바쁜 일이 다 끝난 거예요?”“엄마, 오늘은 집에서 주무시나요?”쌍둥이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고다정에게 질문했다.고다정은 다소 미안해하며 말했다.“바쁜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오늘은 임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온 거야.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왔어.”“아, 바쁜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쌍둥이는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고다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몽실몽실한 두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렇게 네 식구는 웃고 떠들며 빌라에 돌아왔다.식사가 끝난 후 고다정은 쌍둥이가 숙제하는 것을 봐주고 잠깐 놀아준 후에야 방으로 돌아왔다.여준재가 샤워한 후 하반신에 목욕 타월을 두르고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옷을 입지 않은 상반신은 선이 뚜렷했고, 닦지 않은 물방울이 그 선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시각적 황홀감을 주었다.
“당신이 별로 힘쓰지 않았는데 이루어져서 그렇겠죠. 하지만 어찌 됐든 어머님을 위한 복수를 절반 끝낸 셈이에요.”여준재의 위로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추슬렀다.“이제 진정한 살인자 고다빈이 남았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증거가 없어도 괜찮아요. 고다빈의 성격에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우리는 때를 기다리면 돼요.”여준재는 급해하지 말라고 고다정을 타일렀다.사실상 확실히 그렇다.어제 JS그룹에서 나온 후 고다빈은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단지 어떤 계기가 필요할 뿐이다.그 시각 고다빈은 심여진의 빈소를 지키며 무표정한 얼굴로 향을 피우고 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문밖에서 끝내 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남녀노소가 두루 섞인 무리가 걸어 들어왔다.맨 앞에 선 할머니가 빈소의 영정 사진을 보고 갑자기 무너져 통곡하기 시작했다.“여진아, 너 이렇게 젊은 나이에 가버리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상심에 빠진 할머니는 다름 아니라 심여진의 모친이자 고다빈의 외할머니인 장신영이었다.사람들은 그녀가 슬프게 울자 저마다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건넸다.“숙모님, 기운 내세요. 여진이 없어도 외손녀가 있잖아요. 다빈이 숙모님을 챙길 거예요.”“다빈아, 외할머니가 너무 상심하지 않도록 빨리 위로해 드려.”“할머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고모님이 안 계시면 사촌 언니가 있잖아요. 언니는 진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이니까 돈이 얼마든지 있고 할머니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 거예요.”고다빈은 혼란스러운 이 광경이 시끄럽게 느껴질 뿐이었다.특히 사람들이 말끝마다 그녀가 부자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속이 답답했다.그녀는 이제껏 외가 쪽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없다. 그쪽 일은 보통 심여진이 처리했다.“그만해요. 평소에 엄마가 자주 당신들 얘기를 하길래 불렀어요. 엄마가 당신들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해 문상 오라고 한 거지, 이렇게 떠들라고 부른 것이 아니에요.”이어서 그녀는 길쭉한 탁자에 놓여 있는 향로를 가리키며 차
그 후 이틀간 고다정은 줄곧 연구소에서 특효약을 연구 개발했다.고다빈은 심여진의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모든 것이 조용해 보였지만 사실은 폭풍 전야였다.심여진의 하관식이 있던 사흗날, 고다빈은 휴대폰을 꺼내 마지막으로 진시목에게 연락했다.아쉽게도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그녀는 눈에서 독기를 내뿜으며 전화를 끊었다.옆에서 보던 장신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됐어. 진씨 가문 사람들이 오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출발하자. 네 엄마 하관식 길시를 놓치면 안 되잖아.”고다빈은 머리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진씨 가문이 먼저 몰인정하게 나왔으니 망가져도 내 탓이 아니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옆에 있는 외할머니에게 말했다.“장례식이 끝나면 다들 돌아가세요.”“이렇게 빨리 돌아가라고? 온 지 며칠밖에 안 돼서 아직 밖에 나가 보지도 못했어.”친척들은 고다빈의 말에 찬성하지 않았다.고다빈은 이 사람들이 자기한테서 뭔가를 얻어내지 못하면 흔쾌히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한 사람당 600만 원씩 줄 테니 내일 외할머니를 모시고 돌아가세요.”그녀는 이 사람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돈을 줘서 보내버리려 했다.그들은 600만 원을 준다는 소리에 만족하며 내일 바로 떠나겠다고 대답했다.장례식이 끝나자 고다빈은 직접 그들에게 돈을 입금해 줬다. 그런 다음 더 이상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떠나버렸다.진씨 가문과 고다정을 공격하기로 한 이상, 제대로 준비해서 이 두 사람의 껍질을 한층 벗겨내야 한다.이날 오후 고다빈은 대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손건우에게 연락했다.“진씨 가문과 고다정에 대해 손쓸 생각입니다.”“뭐 하려고?”고다빈의 말에 손건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경영이 심여진을 죽였는데, 그가 아는 고다빈은 이를 반드시 고다정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그리고 진씨 가문의 최근 행보가 고다빈을 무너뜨린 최후의 결정타였다.손건우는 의외로 그녀를 막지 않고 오히려 계획을 물었다.그녀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부하의 말을 듣고 보니 나름 괜찮은 방법 같았다.하여 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에게 명령했다.“일단 고다빈의 계획대로 처리해. 일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좋으니까!”“네.”부하는 그녀의 말에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이튿날 아침, 심여진의 별장.고다빈은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거실에는 많은 기자들로 꽉 차 있었다.“고다빈 씨가 기자회견에서 대체 뭘 발표하려는 걸까요?”“그러게요. 소문에 의하면 고다빈 씨 어머니가 금방 돌아가셨는데 진 씨 집안에서 누구도 애도하러 오지 않았대요. 혹시 이혼 발표라도 하려는 거 아닐까요?”“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이미 오래전부터 고다빈 씨와 진 사장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긴 했거든요.”기자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고다빈은 위층에서 충분히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손에 서류봉투를 든 채 무표정으로 아래층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그 서류봉투는 그녀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쓸 중요한 증거들이었다. “고다빈 씨, 이젠 시간도 다 된 것 같은데 내려가시죠.”한 노련해 보이는 남자가 고다빈의 뒤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그 남성은 손건우쪽에서 고다빈을 도우라고 보낸 조수였다.비록 말은 조수지만 사실은 그도 감시자였고 제2의 진시목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도 있었다.하지만 고다빈은 이 모든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웬 신비로운 사람이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라고만 생각했다.이윽고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군거리던 기자들은 고다빈의 등장과 함께 전부 그녀한테로 시선을 돌렸다.“엇, 저기 주인공 왔어요.”“오늘 고다빈 씨 상태가 많이 초췌해 보이는데요?”“어머니가 금방 돌아가셨다는데 당연히 초췌할 수밖에 없죠. ”“자, 다 조용히 합시다. 고다빈 씨가 발표하겠대요.”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자 조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기자들이 삽시간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이윽고 고다빈의 힘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