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누나는 황급히 손을 뺐다.“수호 씨, 뭐 하는 거예요?”“저 때리라고요. 그래야 누나도 화가 풀릴 거잖아요. 저 누나가 화내는 거 싫어요.”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누가 화 났다고 그래요?”그 말에 나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애교 누나가 그런 일을 겪고도 나한테 화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니까.나는 흥분한 나머지 애교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애교 누나, 정말 화 안 났어요? 다행이다.”본인의 손을 꽉 잡은 수호의 힘 있는 손을 보자 애교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안 그래도 잔뜩 흥분했는데, 손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힘과 내면의 욕망이 한데 부딪히며 욕구가 다시 끓어올랐다.특히 티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은 수호의 튼실한 가슴을 보자 그대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수호 씨...”애교 누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그때까지도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애교 누나, 왜 그래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애교는 그렇게 말했지만 손을 뒤로 빼지는 않았다.사실 애교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하지만 본인이 유부녀이기에 수호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저 체온만 느꼈다.“혹, 혹시 아래 불편해요? 그러니까 바지에 그렇게까지 했는데 불편하지 않아요?”애교 누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기에 내가 지금 얼마나 괴로울지 알고 있었다.나는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누나가 저한테 화내지만 않는다면 저는 뭐든 괜찮아요.”“수호 씨도 참 바보예요? 본인이 불편하면 불편한 거지, 그게 내가 화내는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얼른 가서 샤워해요. 갈아입을 옷 챙겨 줄게요.”애교 누나가 나를 바보라고 하는 말에 내 마음은 꿀을 삼킨 듯 달콤했다.그 호칭은 나에게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내가 애교 누나의 침대에서 그런 짓을 했는데 나를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다정한 호칭으로 부르다니, 애교 누나가 나한테 점점 잘해주는 것만 같았다.때
“애교 누나, 제 몸매 어때요?”나는 과감하게 애교 누나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나를 흘긋 보더니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수호 씨 점점 간이 커지네요. 이제는 나도 다 놀리고. 계속 그러면 쫓아낼 거예요?”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안 그럴 거잖아요. 내가 가는 게 서운하잖아요.”“누가 서운하다고 그래요? 계속 그러면 망신당하게 벌거벗은 채로 쫓아내요?”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내 팔을 잡아당겼다.하지만 애교 누나의 가는 팔다리로 나를 이길 리가 없었다.나는 오히려 애교 누나를 놀리려고 팔을 살짝 당겼다. 하지만 힘을 별로 쓰지 않았는데,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화장실 문이 활짝 열리며 애교 누나가 그대로 화장실 안에 딸려 들어왔다심지어 내 품에 그대로 폭 안기고 말았다.애교 누나의 나른한 몸이 느껴지자 나는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그에 반해 애교 누나는 내 튼튼한 품 안에서 얼굴을 붉혔다.샤워하느라 켜두었던 샤워 부스에서 물이 떨어지면서, 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젖고 말았다.실크 잠옷을 입고 있던 애교 누나는 물에 젖자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그것보다 나를 더 미치게 만든 건, 애교 누나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거였다.그 덕에 숨김없이 드러난 몸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그와 동시에 나는 피가 한곳으로 쏠렸다.“애교 누나, 왜 속옷을 안 입고 있어요? 설마 일부러 저 유혹하려고 한 거예요?”나는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아랫배가 저릿했다.애교 누나는 온몸이 축축하게 젖고, 머리까지 젖어 얼굴에 들어 붙었지만 오히려 야릇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이건 유혹이 틀림없었다.애교 누나는 내 말에 얼굴을 붉히며 버둥댔다.“누, 누가 유혹했다고 그래요? 내 집에서 속옷 안 입는 것도 수호 씨 동의를 거쳐야 해요?”“아무리 그래도 이 집에 지금 우리 둘뿐인데, 이렇게 입는 게 유혹이 아니면 뭐예요?”“아니거든요. 얼른 이거 놔요.”애교 누나는 버둥거리며 내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내가 본인의 어
내 두 손은 더 과감하게 움직였고, 애교 누나도 더 이상 반항하는 걸 포기하고 즐기기 시작했다.나는 애교 누나의 팔이 스르르 내 허리를 감은 걸 느낄 수 있었다.애교 누나도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더 대담하게 애교 누나의 옷을 아예 찢어버렸다.그 순간, 옷 아래에 가려져 있던 새하얀 살결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자 나는 순간 흥분에 몸이 떨려 애교 누나를 벽에 밀쳤다.하지만 내가 다음 동작을 이어 나가려고 할 때, 애교 누나가 힘껏 버둥대면서 나를 밀어냈다.“수호 씨, 안 돼요. 그곳은 안 돼요.”“왜요?”“이유 없어요. 아무튼 그곳은 만지지 마요.”“그런데 우리 벌써 이렇게 됐는데 만지든 만지지 않든 그게 뭔 상관인데요?”“당연히 상관있죠. 수호 씨가 그곳 안 만지면 난 아직 바람피우지 않은 건데, 만지는 순간 난 정말 바람피운 게 되잖아요. 우리 이러는 것만 해도 나 충분히 죄책감 들어요. 더는 하고 싶지 않아요.”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미 이렇게 벗은 채로 마주하고 있고, 또 마지막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것 빼고 할 것 못할 것 다 한 사이인데, 그게 바람피우는 기준과 뭔 상관이 있다는 건지.하지만 애교 누나가 괴로워하자 나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나는 애교 누나의 몸만 탐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거니까, 결국 애교 누나의 뜻을 존중해주기로 했다.하지만 고개를 숙여 나를 보자 너무 괴로워 났다.“그럼 저는 어떡해요? 이거 봐요. 만약 해결하지 못하면 저 오늘 잠 못 자요.”애교 누나는 고개를 숙여 내 그곳을 바라보더니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애교 누나가 처음으로 내 그곳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얼굴을 붉혔다.“이 정도일 줄이야. 어쩐지 아까 바지가 그렇게 됐다 했네.”“애교 누나, 나 도와주는 게 어때요?”내가 용기 내어 말하자 애교 누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어떻게 도와줄까요?”“여기로.”나는 손가락으로 애교 누나의 빨간 입술을
“됐어요, 수호 씨. 그만 장난치고 얼른 옷 입어요.”애교 누나는 나를 막으려 했지만 나는 누나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싫어요. 옷 안 입을래요. 이렇게 누나 안고 싶어요. 누나, 저 오늘 누나랑 같이 잘 수 있어요?”내가 점점 더 심한 걸 요구하자 애교 누나는 다급히 거절했다.“당연히 안 되죠. 나랑 잤다가 수호 씨 형수가 물어보면 어쩌려고요?”“친구 만나러 갔다고 하면 형수도 모를 거예요.”“그래도 안 돼요. 그러다가 저녁에 갑자기 들이닥치면 어떡하려고요?”“그럴 리 없어요. 형수한테 그럴 여유 없어요. 애교 누나, 오늘 밤 저랑 같이 자요. 저 이렇게 누나 안고 자고 싶어요.”내가 애교 누나를 안은 채 애교 부리자 누나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안 돼요. 이거 놔요. 나갈래요.”그러다 내가 갑자기 번쩍 들어 안 자 애교 누나는 너무 놀라 다급히 소리쳤다.“수호 씨, 뭐 하는 거예요? 당장 내려줘요.”“누나, 그만 소리쳐요. 누나가 소리 낼수록 제가 더 괴로워요. 누나가 지금 모습으로 그런 소리를 내면 얼마나 사람 자극하는지 알아요?”애교 누나는 내 말에 너무 놀라 버둥대던 것도 멈췄다.이윽고 얼굴을 붉힌 채 본인의 가슴을 가렸다.“누, 누군 뭐 이러고 싶어 이래요? 그러게 누가 버릇없이 굴래요? 당장 내려줘요. 나갈래요.”나는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누나, 이제 와서 뭘 또 가려요? 이미 다 봤는데.”“계속 말할 거예요? 그만 말해요!”애교 누나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 하지만 화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분명 나를 훈계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투정 부리는 것 같았다.“됐어요. 걱정하지 마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그냥 안고 나갈게요. 됐죠?”내가 이렇게 말하자 애교 누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깐만요. 그냥 이렇게 나간다고요?”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집에 다른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요?”“그래도, 수호 씨는 내 남편도 아니잖아요. 이
나는 계속 애교 부렸다.“그냥 조금만 안고 자게 해줘요. 제가 뭘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그래도 안 돼요. 얼른 가서 옷 입어요. 안 그러면 정말 화낼 거예요.”애교 누나가 정말로 화내려고 하자 나는 더 이상 함부로 할 수 없어 누나가 방심한 틈에 얼굴에 입을 맞추고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갔다.애교 누나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화를 내려고 째려보다가 결국에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나는 화장실에 들어와 티셔츠와 애교 누나가 가져다준 새 팬티로 갈아입었다.하지만 왕정민의 바지를 보니 입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왕정민이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니 왕정민의 물건조차 싫어졌다.결국 나는 다시 침실에 들어가 애교 누나에게 말했다.“누나, 내 반바지 좀 빨아줘요.”이미 잠옷으로 갈아입은 애교 누나는 내가 또 귀찮게 하자 나를 째려봤다.“혼자서도 씻을 수 있잖아요.”“그래도, 누나가 씻어줬으면 좋겠어요. 누나가 씻어준 걸 입으면 느낌도 다를 것 같아서요.”애교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로 향했다.“어? 그런데 팬티는 없어요?”“네.”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여기 올 때 형수가 기어코 팬티는 입지 말라고 했으니까 없는 게 당연했다.그 말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었다.“속옷 입기 싫어하는 여자는 봤어도 팬티 입기 싫어하는 남자는 처음 보네요. 그런데 남자들은 팬티 안 입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그곳 쓸리거나 걸을 때 불편하지 않아요?”애교 누나도 말문이 한번 트이니 말이 은근히 많은 것 같았다.예전에는 무슨 말만 하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는데 말이다.나는 화장실 문틀에 기대 웃는 얼굴로 내 팬티를 빨아주는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애교 누나가 보고 싶다면 보여드릴 수 있는데.”“누가 보고 싶댔어요? 보기 싫거든요. 그게 뭐 볼 게 있다고.”애교 누나의 얼굴은 또 붉어졌다.나는 애교 누나의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누나는 정말 누구의 아내가 엄청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우리 이러고 있는 거
“누나, 저 올해 고작 23이에요. 마침 혈기 왕성할 때라고요.”나는 웃으며 애교 누나에게 귀띔했다.“그래도 그렇지. 우리 남편이 수호 씨만 할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애교 누나가 왕정민 얘기를 하자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그런데 애교 누나는 남편이랑 어떻게 만난 거예요?”“우리 대학 동기예요. 그것도 같은 반.”“누나가 이렇게 예쁜데, 그때 남편이 누나 쫓아다닌 거죠?”애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처음에 나도 정민 씨한테 아무 느낌 없었는데, 정민 씨가 나 2년 동안 꼬박 쫓아다녔거든요. 결국 그 정성에 감동해서 사귀게 되었죠.”역시나 내가 생각한 대로다.왕정민은 생긴 게 평범해 수트 차림이 아니라면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도 않는 유형이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서른이 넘는 나이인데도 여전히 이렇게 예쁘니 젊었을 때는 적어도 여신급은 되었을 거다.그러니 왕정민은 애교 누나한테 한참 못 미친다.보통 그런 남자가 여자를 성공적으로 사귀는 방법은 바로 끈질기게 밀어붙여 상대를 감동시키는 거다.애교 누나는 워낙 단순한 성격이니 왕정민이 2년 동안 끈질기게 쫓아다니니 결국 감동했을 거고.나는 생각을 멈추고 또 물었다.“그럼 결혼한 지는 몇 년 돼요?”애교 누나는 내 옷을 씻으며 말했다.“대학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했으니 올해로 7년 됐어요.”“형수 말로는 두 사람 결혼할 때 별로 안 좋았다면서요. 무슨 일 있었어요?”“그때 우리 집에서 반대가 심했거든요. 내 남편이 갓 졸업하고 일자리도 못 구해서. 아빠는 정민 씨가 본인 먹여 살리기도 바쁜데 나는 절대 먹여 살리지 못할 거라고 반대했거든요.”“그런데 나는 두 사람이 사랑하기만 하면 아무리 곤란이 닥쳐도 꼭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서 가족과 다툼이 있었어요. 내 고집 때문에 아빠가 화병 나기까지 했고.”이건 너무 의외였다.“애교 누나처럼 얌전한 사람이 그런 짓도 했다니 놀랍네요.”“나도 생긴 건 얌전해도 사실 고집 엄청 세요. 한번 결정한 일은 소 열 마리가 와
“수호 씨, 왜 또 이래요?”내 말에 애교 누나의 표정이 확 굳었다.“왜 자꾸 내 앞에서 내 남편 헐뜯으려고 해요? 대체 의도가 뭐예요? 우리 둘이 이혼하면 기회를 엿보려고 그래요?”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애교 누나,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됐어요,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서 이런 말 하지 마요.”애교 누나는 내 말을 잘랐지만 꾸짖는 대신 인내심 있게 타일렀다.물론 내가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애교 누나가 나를 신경 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잘 기억하고 다음부터 다시는 이런 말 안 할게요.”애교 누나는 나를 도와 반바지를 빨아 베란다에 널어 주었다.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나도 수호 씨 반바지 빨아줬는데, 수호 씨도 내 팬티 빨아야 하지 않아요?”“얼마든지요.”나는 당연히 애교 누나가 방금 더럽힌 팬티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방금 더럽혀 놓은 그 팬티를 말하는 거였다.그 팬티는 내가 혼자 해결할 때 사용한 거라 섬유 유연제 냄새만 날 뿐 애교 누나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왠지 조금 실망스러웠다.하지만 그런 실망은 지금의 좋은 기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애교 누나가 나더러 자기 팬티를 씻으라고 한 건 장족의 발전이니까.‘오늘은 팬티를 씻었으니 내일은 같이 샤워할 수 있지 않을까?’이럴 가능성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나는 이내 애교 누나의 팬티를 씻고 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애교 누나, 또 마사지 필요해요?”“필요 없어요. 이제 허리도 안 아파요. 수호 씨도 온 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 돌아가요.”“아직 반바지도 채 안 말랐는데 어떻게 돌아가요?”“아까 우리 남편 바지 줬잖아요.”“싫어요. 저는 제 거 입을래요.”“뭐예요? 또 애처럼 떼쓰는 거예요?”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주동적으로 담요를 들어 올렸다.“그럼 우선 잠깐 올라와서 몸 좀 녹여요. 이
“애교 누나 옷 사이 두고 보면 혈 자리가 안 보이는데 옷 좀 벗을 수 없어요?”왠지 애교 누나의 몸을 본 뒤로 이렇게 옷을 사이 두고 만지니 자꾸만 뭔가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애교 누나를 속였다.그제야 애교 누나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투덜댔다.“뭐예요?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 지금 나를 속였어요?”나는 하하 웃으며 애교 누나의 품에 파고들었다.애교 누나도 그런 내 모습이 재밌었는지 한참 동안 소리 내어 웃었다.하지만 우리가 한참 시시덕거릴 때, 애교 누나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고, 애교 누나는 얼른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쉿, 목소리 낮춰요. 우리 남편이에요.”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기분이 언짢았다.심지어 이 순간 왕정민이 우리의 관계를 방해한 제삼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마음 같아서는 왕정민이 영원히 애교 누나의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왕정민의 전화에 무척 기뻐했다.“여보, 투자자 쪽은 어때? 화내지 않으셨어?”애교 누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애교 누나를 보니 내 마음은 더 불편해져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 베란다에서 내 반바지를 챙겨 입었다.애교 누나는 그런 나를 보자 손가락으로 옷도 안 말랐는데 어디 가냐고 물었다.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바지를 입었다.그러자 애교 누나도 더 이상 마를 관계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왕정민이 전화에서 오늘 밤 돌아온다고 했으니까.사실 애교는 이 말에 기뻐해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왕정민이 돌아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여보, 왜 그래? 지금 내 말 듣고 있어?”“아, 듣고 있어. 나 지금 빨래 널고 있느라 핸즈프리 모두로 하고 있거든. 방금 뭐라고 했어? 오늘 저녁 돌아온다고? 진짜야?”왕정민은 헤실 웃었다.“당연히 진짜지. 낮에 원래 자기랑 호텔에서 진하게 한판 하려고 했는데 공급업체 전화 때문에 방해받는 바람에 못 했잖아. 오늘 저녁 돌아가서 내가 보상해 줄게.”왕
전승빈은 왕정민이 그동안 환심을 사려고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왕정민은 자기가 그동안 한 짓을 장인어른이 이미 눈치챘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이러고 보니 애교 누나가 왕정민과 이혼하고, 쓰레기한테서 빨리 벗어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지금 상처받은 사람은 오히려 애교 누나였을 테니.내가 왕정민 회사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 회사 규모가 의외로 꽤 컸다.사실 회사 직원은 고작 2, 30 명 정도가 끝인데 왕정민이 회사를 너무 으리으리하게 장식한 탓이었다.나는 외진 곳에 차를 세워 두고 회사 방향을 계속 관찰했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왕정민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왕정민의 현 아내 전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전소희는 확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꽤 예쁘장했다. 전소희가 불룩한 배를 감쌈 회사에서 나오자 나는 얼른 그녀의 뒤를 밟았다.물론 왕정민의 행방을 아는 건 아니지만 전소희를 따라가다 보면 왕정민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그렇게 한참 미행하다가 도착한 곳은 병원 산부인과였다. 그렇다는 건 내가 헛걸음을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하지만 내가 떠나려고 할 때, 왕정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품에 미녀 간호사를 안은 채.그 간호사는 늘씬하고 훤칠했으며 얼굴은 전소희를 압살했다.그 순간 왕정민이 전에 동성 형과 여자를 서로 바꿔서 놀자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왕정민 품에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동성 형의 바람상대 진소민이었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연거푸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조용히 왕정민 뒤를 밟았다.왕정민은 그 간호사와 함께 근처 호텔로 향했다.나는 두 사람이 들어간 방 번호를 확인한 뒤 곧장 병원 산부인과로 돌아갔다.나는 이 사실을 진소희한테 알려줘, 그녀더러 왕정민을 상대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진소희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호텔로 돌아가 문 밖에서 지켰다.아까 두 사람이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거실로 나왔을 때 주선영도 마침 방에서 나왔다.심지어 거실 불은 이미 환하게 켜져 있었다.나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벌거벗은 채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주선영도 내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는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그 표정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다만 주선영의 시선은 내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흠칫 놀란 나는 얼른 손으로 그곳을 가리며 사과했다.“미안해. 자는 줄 알고...”이 순간 내가 등신처럼 느껴졌다.나는 말을 하다 말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너무 쪽팔리고 난처해 미칠 것만 같았다.아까는 실수로 상대 몸을 다 봐 버리고, 이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상대 앞에 나타나다니.‘주선영이 설마 나를 변태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나는 생가 할 수록 화가 나, 스스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왜 팬티 한 장 걸치지 않았어? 이제 쪽팔려서 어떡해?’내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주선영은 이미 방으로 돌아갔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내 방으로 숨어 들었다.어찌 됐든, 지금 상황에 서로 얼굴을 마주치기 어색하니까.나는 숨을 죽이고 주선영 방 쪽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 기척이 없는 걸 봐서는 주선영도 겁을 먹고 잠든 모양이다.결국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그날 너무 피곤했는지, 나는 해가 중천에 뜬 뒤에 깨어났다.오늘 임무가 있기에 나는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집 아래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어제처럼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나는 꽁꽁 가리고 나왔다.내가 나왔을 때 주선영은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었다.주선영은 깜찍한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내 각도에서 보니 그렇게 사랑스럽고 앳되 보일 수가 없었다.순간 나는 또 마음이 흔들려 얼른 시선을 돌렸다.‘내가 왜 자꾸 이러지? 왜 자꾸 어린 여자애 몸을 떠올리는 거야?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나는 스스로 나를 꼬집으며 헛된 생각을 하지 말라고
“방금 전 일은 너랑 나만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몰라. 걱정하지 마. 무조건 남자 친구 사귈 수 있을 거야.”주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만 더 난처해졌다.“저기, 너 먼저 씻어. 난 먼저 방에 가 있을게. 이따가 다 씻으면 말해 줘.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말을 마친 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혼자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화장실 가는 것도 기다려 줘야 한다니.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주선영의 풋풋하면서도 예쁜 몸이 떠올랐다.‘어린 여자는 또 이런 매력이 있구나.’‘젊어서 그런지 생기가 넘치고 피부도 유독 좋았었지...’‘이래서 나이든 남자들이 그렇게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거구나.’온몸을 꽉 채운 콜라겐은 나이 든 여자들이 따라올 수 없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아랫도리가 괴로웠다.나는 얼른 헛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썼다.주선영은 누나들처럼 내가 괴로워한다고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상대는 아직 어린 소녀라 연애 경험도 없다. 그런데 이 난감한 아랫도리 상황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보기 흉할까?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밖에서 문이 활짝 열렸다.나는 얼른 담요를 당겨 내 아래를 덮었다.그런데 목까지 빨개진 주선영 얼굴을 보니, 그녀가 이미 모든 걸 봐 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순간 화가 났다.“왜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와?”주선영은 다급히 뒤로 물러나더니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아, 아까 다 씻으면 화장실 가겠다고 알려달라면서요.”“그래, 알았어. 넌 이만 가 봐.”왜 그런지 주선영 앞에서는 상냥해질 수가 없다. 다정함보다는 카리스마 있고 남자다운 모습을 자꾸만 보여주고 싶다.주선영은 홍당무가 된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쪼르르 도망쳤다. 아마 난처하고 부끄럽겠지.나는 마음을 추슬렀다. 어찌 됐든 간에 화장실은 가야 하니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심지어 눈시울이 뜨뜻해지더니 촉촉히 젖어 들었다.나는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애교 누나에게 답장했다.[누나, 그런 말 하지 마요. 저 아직 노력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 아직 우리 사랑을 위해 분투해보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쉽게 포기하겠다니요? 안 돼요!]내가 사랑에 목매는 스타일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애교 누나를 이미 선택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 애교 누나한테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난 누나 아버지가 가해오는 압력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누나가 그만두자는 말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그러면 모든 동력을 잃게 될 테니까.그때 애교 누나가 답장을 보내왔다.[그런데 난 수호 씨가 고생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아버지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떡해요? 내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수호 씨도 이런 압력 견딜 필요 없는데, 우리 아버지 신분이 워낙 특수하잖아요.]나는 얼른 문자를 적었다.[전 무섭지 않아요. 제가 꼭 노력해서 아버님 동의 받아낼게요. 누나, 앞으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러면 저 진짜 노력할 동력도 잃어요.]애교 누나는 나에게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다.[바보.]그 두 글자를 보니 왠지 마음이 달콤해졌다.나는 애교 누나가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게 좋다. 그런데 지금 이런 말투를 다시 들으니 누나가 마치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그 뒤로 한참 더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누나가 갑자기 어머니가 식사하자고 부른다며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다녀와 잘 준비를 하려고 했다.방에서 나와 보니 거실은 어두컴컴했고 주선영도 없었다. 보아하니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나는 곧장 화장실로 걸어갔다.밖에서 볼 때 화장실도 어두컴컴했기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화장실 불을 켰다.그런데 다음 순간, 뽀얀 나체가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젊고도 활력이 넘치는 몸은 누나들
어쩐지, 방 2개에 거실 하나 딸리고 이렇게 깨끗한 집이 한달에 22만 원일 리가 있나?“젠장.”나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붓고는 당장 집주인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주선영은 전전긍긍하며 나를 봤다.“선배, 나랑 같이 사는 게 싫으면 내가 나갈게요. 그런데 오늘 밤만 우선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주선영의 불쌍한 모습을 보니 도저히 쫓아낼 수 없었다.이건 집주인 잘못이지 주선영 잘못이 아니었으니.게다가 주선영은 애교 누나 사촌동생이고, 단순하고 여린 아이인데, 혼자 밖에서 지내다가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런 게 바로 인연인가 보다.“됐어. 그냥 여기서 지내. 마침 방도 2개니까 하나씩 나눠 쓰면 되지. 넌 낮에 학교 가고 나는 출근해야 하니까 밤에만 지낼 거잖아.”말을 마친 나는 소파에 앉아 물 한 잔을 들이켰다.주선영은 약간 쭈뼛하게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어?”주선영은 입을 오므리고 약간 겁먹은 듯 물었다.“선배, 우리 언니랑... 정말 결혼할 거예요?”“꼬맹이는 어른 일에 신경 꺼.”나는 마치 인생 대선배라도 되는 듯 나이를 내세워 위세를 부렸다.“그리고, 우리도 서로 아는 사이인데 내 앞에서 그렇게 눈치 볼 거 없어. 너도 돈 내고 이 집 구한 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선영이 어색하게 구니 나도 덩달아 어색해졌다.마치 나 때문에 주선영이 긴장한 것 같아서.나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결국 물 한잔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거실에 없으면 주선영이 그나마 편히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얼마 뒤, 밖에서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남자를 무서워하기라도 하나?’나는 별 생가 없이 계속 자료를 훑었다.그렇게 한참 훑어 보다 보니 갑자기 애교 누나가 보고 싶어졌다.‘누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한참 생각하던 나는 결국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런데 의외로 애교 누나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수호 씨,
“어? 이 사람...”왕정민의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윤미화가 눈웃음 치며 물었다.“왜? 아는 사람이야?”“그렇다고 할 수 있죠.”“마침 잘 됐네. 그럼 이번 일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이건 수호 씨가 탐정 사무소에 들어와서 처음 맡는 임무니까 잘해 봐. 만약 결과가 좋으면 보너스도 두둑히 챙겨줄게.”“됐거든요. 저를 함정에 빠뜨리지만 않으면 땡큐예요.”나는 지난번 계약서에 사인하던 날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이게 웬 횡재냐 하고 사인했더니 인신매매 계약서였다.그때 단번에 1000만 원을 주지 않고, 평소에 팁을 줄 때 관대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면 나는 진작 그만뒀을 거다.“이 자료들은 돌아가서 잘 연구해 봐. 사흘 내로 고객이 원하는 자료를 손에 넣으면 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윤미화는 갑자기 테이블에 엎드려 가슴을 쭉 내밀었다.“한동안 나 못 봤는데, 보고 싶지 않았어?”“...”“사장님, 좀 진지해지면 안 돼요?”나는 너무 어이없었다.윤미화는 테이블 밑에서 하이힐로 나를 걷어찼다.“내가 언제는 뭐 안 진지했어? 누나도 아직 매력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잖아.”“네, 매력 있어요. 됐죠?”말을 마친 나는 얼른 자료를 챙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윤미화가 나를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무서웠다. 정말 윤미화의 유혹에 넘어가 아랫도리가 반응하면 나만 고생 아닌가?나는 커피숍에서 나온 뒤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원래는 유미 사모님께 연락이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바쁠 것 같아 문자를 남겼다.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그 문자를 보낸 뒤 나는 얼른 집으로 향했다.시간이 늦어 나는 집에서 대충 허기를 채우고 자료를 살펴봤다.솔직히 나는 왕정민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그 인간이 얼마나 계략적이고 간사하고 악랄한지만 알뿐.자료에 나온 내용은 한정적이어서 철저히 조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내가 자료를
정태곤은 그제야 우뚝 멈춰섰다.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은 그냥 넘어갈게. 운 좋은 줄 알아. 하지만 다음번에 만나면 이렇게 운 좋지 않을 거야.”정태곤은 말을 마친 뒤 뒤돌아 다시 병실 문 앞을 지켰다.나는 그 틈에 얼른 병실 문 앞을 떠났다. 심지어는 아예 병원에서 나왔다.정태곤과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불편했으니까.병원을 나온 뒤에야 나는 비로소 긴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문뜩 내가 너무 겁쟁이처럼 행동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일만 있으면 도망치기나 하고. 양동준의 기세를 따라배우기는커녕 반대로만 하고 있었다.문제는 기세와 배짱은 하루아침에 단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오랫동안 쌓아야 하고 실력이 받쳐줘야 한다.나는 아직 충분한 경험이 없고 능력도 부족하다. 그러니 기세가 있는 게 이상하지.“하!”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릴 때 왜 무술을 배워두지 않았는지 후회됐다.내가 만약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면 정태곤을 무서워할 리 없었을 텐데.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익숙한 차 한 대가 내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이윽고 윤미화가 차에서 내렸다.윤미화는 윤미 사모님의 사촌 언니다. 때문에 사장님을 뵈러 온 것 같았다.“윤 사모님...”“사모님은 무슨. 사장님이라고 불러.”윤미화는 내 말을 잘라버렸다.그러고 보니 윤미화에게 속아 얼떨결에 탐정 사무소에 들어가 지금은 윤미화 부하가 됐다는 게 떠올랐다.나는 얼른 호칭을 바꿨다.“윤 사장님. 사장님도 정 사장님 보러 오셨어요?”“응.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어. 호섭 씨는 지금 어때?”“잠시는 안정됐지만 의사 선생님 말로는 재발할 가능성이 있대요.”“그래, 알았어. 나 잠깐 들어가 볼테니까 먼저 가지 마. 여기서 기다려. 할 말 있으니까.”윤미화는 말을 마친 뒤 급히 병원으로 들어갔다.그러다 약 10분 뒤, 윤미화는 다시 병원을 나왔다.“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네. 유미랑 두
윤지은은 두 어르신을 훈계하고는 바로 병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벽에 기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요?”‘이까는 그렇게 위풍당당하더니 왜 갑자기 이러지?’윤지은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유미가 걱정돼서. 만약 호섭 씨가 정말 없으면 유미는 어떡해?”윤지은은 항상 이렇다. 말은 사납게 하면서 마음은 누구보다 약하고, 겉으로는 차갑게 굴면서 모둔 누구보다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나는 이런 윤지은을 뭐라 해야 할지 몰라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왜 그렇게 봐요? 내 얼굴에 뭐 있어요?”윤지은은 싸늘하게 나를 노려봤다.“경고하는데, 호섭 씨가 어떻게 되든 유미는 넘보지 마. 만약 유미마저 넘보면 내가 너 죽일 거야!”“헉,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한 거예요? 정호섭 씨는 내 사장님이에요. 나한테 평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내가 어떻게 그분 아내를 넘보겠어요?”나는 윤지은이 나를 이렇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게 화가 났다.‘이 여자 마음속에 나는 항상 이렇게 비열한 사람이었나?’윤지은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었다.“안 그렇다면 다행이고! 만약 정말로 그런다면, 내가 너 아주 처참하게 죽여줄 거야.”나는 화가 치밀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윤지은 눈에 나는 항상 짐승인가 보다. 잠시 뒤, 백연우도 도착했다.백연우와 윤지은은 계속 윤미 사모님 곁에 같이 있어줬다. 사모님도 두 친구의 위로 덕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병실에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들어가도 있을 곳에 없어, 나는 아예 문 밖에 앉아 있었다.그러다가 오후 4, 5시쯤 되니 소여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에 정태곤도 있었다.소여정은 나를 아는 체할 새도 없이 병실에 들어가 친구들을 찾았다.정태곤은 밖에서 말없이 지켰다.나 역시 밖에 있었다.우리는 시선이 서로 맞물렸다. 정태곤의 싸늘한 눈빛을 보니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이 사람과 한 공간에 있기만 하면 나는 온몸이 불편하다. 나는 결국 떠
두 사람은 내 말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제야 분위기도 약간 풀어졌다.“그래. 그만 울자고. 다 큰 어른이 울기나 하고 쪽팔리지도 않나?”이 선생님이 먼저 웃음을 터뜨리며 정 사장님 눈물을 닦아주었다.이 선생님은 정 사장님을 마치 아들 대하듯 대했다.우리가 한창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두 줄기의 그림자가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두 사람은 화려한 옷차림에 약 50대 정도 돼 보였는데,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정 사장님 침대 쪽으로 달려갔다.“호섭아, 어때? 많이 아파?”먼저 말을 꺼낸 여성분은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이윽고 뒤에서 유미 사모님이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아빠, 엄마...”유미 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두 사람은 유미 사모님 부모님이었다. 동시에 정 사장님 장인 장모이자 양부모이기도 했다.두 분은 정 사장님을 친아들 대하듯 아꼈다.솔직히 정 사장님도 그렇게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나는 이렇게 다정한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가족을 대할 때도, 주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리고 낯선 사람을 대할 때도.정 사장님은 따뜻한 햇살 같은 분이라 함께 있는 사람이 아무리 차가운 사람이라도 결국에는 사르르 녹아버린다.하지만 그렇게 좋은 사람이 하필 간암에 걸렸다니. 유미 사모님의 어머니는 펑펑 울었고, 아버지 역시 정 사장님이 걱정되는 듯 어디 아픈지 계속 물어봤다.정호섭은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다.병실 안 분위기는 점차 침울해졌다. 이러다가 모든 사람이 너무 울어 눈이 팅팅 부을지도 몰랐다.나도 그런 감정에 물 들어 점차 자신감이 사라졌다. 결국 나는 바람 쐬러 병실에서 나왔다.예전에는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항상 내가 젊다고 자부했고 아직 살 날이 많다고 거만하게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짧은 몇 시간 동안 나는 죽음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특히 내 주변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그 감각은 배가 되어 다가왔다.나는 가슴이 뭉클해 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