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왕비도 요즘따라 초왕부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날 손왕비는 정화군주가 만든 옷 3벌을 가지고 왔다. 정화군주는 예쁘게 수를 놓고 싶었지만 어린 아이들의 피부는 민감하기에 순면 그대로 깔끔하게 만들었다. “군주가 말하길 아이들은 피부가 연해서 본연 그대로 입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데는 수를 못 놓고, 옷자락에 자그마한 꽃 한 송이를 수놓았답니다.”손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은 옷을 만지작거리며 정화군주의 실력에 감탄했다. 옷감도 매우 부드러웠고, 가벼웠다.“정화군주께서 고생이 많았네요. 왕비님께서는 정화군주를 뵙고 오신 겁니까?”“예, 정화군주가 초왕비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초왕비는 참 마음 따듯한 사람입니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정화군주를 초왕비께서 보호해 주신 겁니다.”“사실, 태상황 님께서 군주에게 사람을 보내라고 하신 겁니다.”“태상황님이요? 태상황께서 그녀를 기억하십니까? 군주가 이 얘기를 들으면 분명 좋아할 겁니다.”손왕비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정화군주께서는 기력은 많이 회복했습니까?” 원경릉이 물었다.손왕비는 두루마기를 접어서 한쪽으로 놓았다.“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해요. 하지만 초왕비가 보내준 약을 먹고 나서는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약에 너무 의존을 한 탓인지 약을 먹으면 자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안 온대요.”“지금은 그럴 수 있어요.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 약을 천천히 줄이면 됩니다.”손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맞다! 셋째에게 서신이 왔어요.”라고 말했다.“서신에 뭐라고 적혀있습니까?” 원경릉은 손왕비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았다.“별 말 없었습니다. 뭐 정화군주는 어떻게 지내는지, 건강은 어떤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답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둘째는 정화군주의 일을 그에게 전하라고 했는데, 제 생각엔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원경릉은 손왕비의 말을 듣고
냉정언이 나오고 그 뒤에 원경릉이 만아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먼저 나와있던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았고, 세 사람은 초왕부의 문으로 들어오는 강녕후 내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강녕후는 마흔 살쯤으로 보였으며 키가 크고 부리부리한 눈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검은 비단옷을 입고 대나무가 수 놓인 망토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아주 정갈했다.그의 곁에는 강녕후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담해보이는 강녕후의 부인 주패가 서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이를 낳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탱탱하고 탄력이 있었다. 주패부인은 연지곤지를 바르고 머리를 하나로 단정하게 쪽을 지었다. 그녀는 옷도 장신구도 많이 하지 않았으며 그 모습이 참 검소해 보였다. 그는 흰색 치마를 입고 강녕후와 같은 검은 망토에 대나무가 수놓아져 있었다. 두 사람이 대문을 걸어오는 데 주변 분위기가 청량해질 만큼 걸음걸이가 시원시원했다.“왕비를 뵙습니다!” 강녕후 내외가 앞으로 나와 원경릉에게 인사를 했다. 원경릉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후작, 부인. 예를 거두시고 어서 들어가 앉으세요!”라고 말했다.주패부인은 원경릉의 배를 보고 웃으며 “왕비님 이제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제 아홉 달이 넘었죠?”라고 물었다.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우문호가 “아니요. 아직 그것보다 더 남았어요.”라고 말했다.“예? 아직 더 남았다고요? 어떻게……” 강녕후 내외는 줄곧 경중에 있지 않았기에 원경릉이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우문호는 놀란 주패부인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아, 배가 크지요? 이 안에 세 아이가 들어있어서 그래요.”“세 아이요? 정말 경사네요!” 주패부인이 말했다.강녕후는 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을 보았다. 그의 두 눈동자에는 부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주패부인은 빠르게 강녕후의 눈빛을 읽고 남들이 안 보는 사이에 조용히 강녕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여자들은 자연히 난각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눴다.“태후께서
사식이가 원경릉과 주패부인의 말을 듣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혼인하자마자요? 조모님께서 말씀하시길 강녕후 나으리는 이미 두 아들과 하나의 딸이 있다고 했는데요? 그중 아들 하나는 의붓아들로 대주의 명장인 진전정 장궁이라고…… 그럼 어떻게 두 분이 결혼을 하신 거죠?”‘아 사식이 저 녀석이……’원경릉은 인상을 쓰고 사식이에게 그런 걸 왜 묻느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사식이는 원경릉의 표정을 읽고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어머, 실언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주패부인은 너그럽게 웃으며 “괜찮아요. 그건 숨길 일이 아니니까요. 예 맞습니다. 아들 하나와 딸 하나는 제가 낳은 게 아닙니다. 전 강녕후의 후처입니다.”라고 말했다.“그렇군요!” 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패부인은 머쓱한 표정으로 “원누이, 제가 나가서 차를 좀 끓여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같이 가시죠.” 원경릉은 배를 짚고 일어났다. 순간 허리에 무리가 갔는지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뒤로 넣어 허리뼈를 주물러 보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부위라 불가능했다.놀란 주패부인이 일어나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배가 이렇게 크니 그렇게 급히 일어나시면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게 당연하죠.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것도 고통스러우시죠? 제가 한 번 문질러 드릴 테니 한 번 맡겨보세요. 혈은 건드리지 않고 뱃속의 아이들도 다치지 않을 겁니다.”“너무…… 너무 실례를 범하는 것 같아서요. 이를 어쩌죠?” 원경릉이 말했다.“괜찮습니다. 장차 황제를 낳으실 몸인데 그런 말씀 마세요.”부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원경릉 뒤에 다른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천천히 벌려 원경릉 등에 대고 열 손가락을 이용해 천천히 문질렀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원경릉의 등에 닿자 시원하면서도 허리가 편안해졌다.주패부인이 한참을 주무르자 원경릉의 허리가 많이 좋아졌다. 원경릉은 잠을 푹 잔 것처럼 온몸이 개운했다.“제가 침을 안 가져
복통으로 고생하는 원경릉원경릉이 날짜를 따져보더니 배도 좀 처진 게 8,9일 안에 낳을 것이 틀림없다.하지만 원경릉은 갈수록 힘들어서 밤새 잠도 못 자고, 숨이 차서 어떨 때는 젖 먹던 힘까지 용을 써야 겨우 숨이 쉬어질 정도다.궁에서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 어의가 4조로 교대 근무하며 원경릉의 곁을 지켰다.주지스님도 초왕부에 머무르지만 때때로 입궁해서 태상황의 말벗이 되곤 했다.강녕후 부인(江寧侯夫人)도 초왕부에 머무르면서 초왕비의 허리와 부종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는 안마에 주력했다.현비와 태후도 매일 사람을 보내 상황을 물어보고 나중엔 아예 자기 심복 상궁을 초왕부에 머무르게 하며 도왔다.온 초왕부가 궁 안 사람으로 가득해,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그래도 결국 오늘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3월 날씨가 원래 좀 눅눅하고 꽃샘추위라고는 하지만, 원경릉이 먹고 마시는 건 반드시 신선해야 하므로 기상궁이 직접 엄밀하게 점검한 뒤 다시 녹주와 만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원경릉에게 건네 지고 이를 희상궁과 사식이가 은침으로 독을 검사하는 것이 마지막 절차다.만약 우문호가 곁에 있으면 기미상궁 역할을 맡고 먹어본 뒤 문제 없으면 원경릉이 그제서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전체적인 섭식 환경이 물 한 방울 샐 틈이 없다.하지만 이날 원경릉은 갑자기 배탈이 났다.하루에 열 번도 넘게 여의방을 들락날락 거리고 숨 쉴 힘도 없을 만큼 설사를 했다.하지만 어의도 약을 처방을 못하고 오히려 원경릉 본인이 약을 처방해서 먹었다.저녁이 되자 창자가 배배 꼬이는 아픔이 오기 시작하는데 이 통증은 출산 할 때의 산통과 달리 위장염 증상과 비슷했다.고통으로 침대 위를 구르며 못 견디겠는지 식은땀이 줄줄 나고 구토를 했다.우문호도 속이 타서 미칠 지경으로 어의가 하나씩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보고 소리치며: “너희들은 방법을 찾지 않고 뭘 하느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중독이냐 배탈이냐?”중독 일리는 만무한 것이 식재료와 음식은 철저히 검사했고, 임신 후
배앓이의 원인은?우문호가 초조한 마음에 입술에 물집이 잡혀 음식도 못 넘겼다. 원경릉이 그나마 덜 아파해서 우문호는 탕양과 서일을 데리고 추적 조사를 하러 나갔다.이렇게 엄중하게 지키고 있는데 여전히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다니 뚜껑이 열리지 않을 수 있나?경조부 부윤을 역임한 노하우로 비록 재직 기간은 짧았지만 사건 처리 프로세스는 ‘빠삭’했다.원경릉이 먹은 음식은 모두 검사를 마친 것으로 여전히 원인을 찾지 못했다.초왕부에서 사용하는 매일의 식재료는 대부분 조정에서 보내준다.매일 돼지고기 30근, 양고기 20근 기타 쌀, 과일, 채소 등 우선 궁중의 식재료부터 검사했으나 아무 문제가 없었다.다음으로 밖에서 구매한 것에 원인이 있는지 직접 물어봤으나 수량이 부족한 건 있지만 대충이라도 독을 타는 건 절대 할 수 없었다.그리고 어의가 말하길 원경릉은 결코 중독이 아니라고 했다.다 조사하고도 아무 소득 없자, 우문호는 맥이 빠져 초왕부로 돌아와 탕양이 내준 차를 두 모금 마시더니 푸르른 차 물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아직 조사하지 않은 게 하나 있어, 물이야.”초왕부엔 전부 2개의 우물이 있고, 하나는 조리하는데 쓰는 음용수, 다른 하나는 빨래 같은 일상 용도로 사용한다.하지만 주방 한 켠 항아리에 미리 물을 길어뒀다가 필요할 때 바로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사용하므로 약간의 물은 우물에 길러 갈 필요가 없다.원경릉은 사적인 항아리가 있다. 왜냐면 그녀의 음식은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다른 항아리는 자주 뚜껑을 벗겨서 오염되기 쉽기때문에 원경릉 혼자 쓸 수 있는 항아리를 따로 둔 것이다.서일이 원경릉의 물 항아리를 열고 자세히 보니 과연 물 항아리 바닥에 수많은 파초 잎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항아리 색이 구릿빛 황색이라 물에 절여진 파초 잎이 청록색에서 연한 황색으로 퇴색해서 구별이 잘 안되고, 기상궁 눈이 침침해서 물을 뜰 때 제대로 보지 못한 나머지 안에 파초 잎이 있는지 몰랐다.서일이 손을 뻗어 물을 휘젓자
노마님이 설마?원경릉은 임신 초기에 주계의 음식을 좋아했다. 고작 두어 입이었지만 말이다. 어차피 초기인 입덧이 죽도록 심했다.고문할 필요도 없이 주계는 바로 정후부 노마님이 지시했다고 자백했다.이 말이 우문호의 귀에도 들어가서 우문호는 믿을 수 없었다. 직접 심문할 때 험한 형틀을 사용했으나 주계는 노마님의 분부였다고 우기며 노마님이 왜 그런 분부를 내리셨냐는 말엔 모르겠다며 자신은 노마님의 명령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하지만 확실한 건 노마님이 초왕부에 오신 적이 없으므로, 결국 누군가를 통해 전해야만 한다.정후부에 와서 노마님의 말을 전한 사람을 누군지 찾아보니, 바로 노마님의 방에서 시중을 드는 늙은 하인 전씨였다.공교롭게도 전씨가 며칠 전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전씨가 나이가 많으므로 노마님이 은혜를 베푸신 것이다.우문호가 사람을 보내 물어보니 확실히 노마님이 직접 전씨를 고향을 돌려보낸 것이 확인되어, 우문호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우문호는 노마님이 아니길 간절히 바랬다.왜냐면 원선생의 친정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이 바로 노마님이었다.원경릉의 부모는 모두 양심이 없는 것들이다.게다가 원선생도 노마님에게 효심이 지극하다. 그런데 만약 노마님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걸 알면 간신히 지탱해온 한 가닥 목숨을 어찌 부지한단 말인가.우문호는 보안을 유지할 것을 명하고 자신이 직접 노마님을 찾아가 묻기로 했다.우문호가 노마님 댁 마당에 들어서자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우문호가 원 선생을 데리고 노마님을 보러 왔을 때, 그렇게 자상하고 위엄이 넘치던 분이 자신의 친손녀를 해치려 하다니 정말 믿기 어렵다. 노마님의 마당 한 켠에 파초가 몇 그루 심겨져 있고, 3월 초라 막 물이 오른 파초 잎의 초록빛이 우문호의 눈을 자극했다.“왕야 오셨습니까?” 손씨 아주머니가 나오면서 우문호가 마당에 서서 꼼짝 하지 않고 파초를 보는 것을 보고 얼른 예를 취하며, “쇤네 왕야를 뵙습니다. 왕야께서 이렇게 납실 줄이야, 쇤네가
노마님의 누명과 어의의 충격 진단노마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하게: “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왜 그 사람을 고향에 보내셨습니까?”노마님이: “그 사람은 나이도 많고 정후부에서 오래 시중을 들어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만년을 즐기는 게 소원이라고 하니, 제가 은자를 좀 주어서 보냈지요. 그가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무슨 짓을 저질렀나요?”우문호가: :누군가 원 선생 전용 물 항아리에 복숭아꽃과 파초 잎을 담가 놨는데, 조사해보니 노마님께서 보내신 요리사 주계의 짓이었습니다. 주계 말이 노마님의 명령이었다고 하더군요.”노마님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달려들며 묻길: “걔는 괜찮습니까?”노마님의 긴장된 얼굴을 보니 단순히 척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은 아무 일 없지만, 죄는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계 말이 노마님의 명령이었다고 하는데, 노마님의 명령을 전한 사람이 바로 권씨였습니다.”노마님이 노기충천해서, “알겠습니다. 참으로 돌다리도 두드려 봐야 하는가 봅니다. 손씨 아줌마, 권씨 고향 주소로 찾아가서 다시 데려오게, 제대로 심문해야겠어.”그리고 노마님이 우문호에게, “안심하십시오. 이 일은 제대로 처리해 왕야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먼저 돌아가셔서 걔를 잘 지켜 주세요, 저도 곧 가겠습니다.”노마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순간 우문호의 의심이 풀렸다.어떤 사람은 그저 눈빛만으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말이 필요 없다.원경릉은 아직도 은은하게 배가 아픈 상태로 이런 고통은 질질 끌기 마련이다. 비록 예리하진 않지만 상당히 견디기 어렵다.원경릉은 원래도 입이 짧은데 지금 먹지도 못하고 위로는 토하고 아래는 설사를 몇 번이나 하니 힘이 남아 날 리가 있나?우문호도 이 사건은 덮어둔 것이 권씨를 찾지 못할 것이고 찾는다고 해도 시체를 찾을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런 중요한 시점에 우문호는 원경릉을 내버려 두고 범인 나부랭이를 쫓을 수는 없다.“당신, 아직도 힘들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천천히 앉을 수 있도록 부축해 주었는데
해산이 어렵다고?“그럼 되는 거 아니냐? 왕비가 힘이 없는데 무우산이 왕비에게 힘을 준다며.” 우문호가 말했다.조어의가 손을 내저으며, “왕야, 무우산은 신체의 잠재력을 끌어 올릴 수는 있으나 왕비마마는 지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인데 끌어 올릴 잠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억지로 끌어 올리면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소신 감히 올리는 말이 귀에 거슬리셔서 버티지도 못할 무우산을 억지로 쓰시면, 도리어 왕비마마는 힘을 다해 목숨이 위태로울까 두렵습니다.”조어의가 이 말을 하자 우문호는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 “난 모르겠으니 너희들이 방법을 찾아내라.” 소리쳤다.방법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컵이 없으면 못 마신다고. 왕비마마는 정말 힘이 없고 해산은 옆에서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다.조어의가 탄식하며: “이것도 분명 악인의 의도일 겁니다. 너무 일찍 손을 써도 안되고, 너무 늦게 손을 써도 안되고, 지켜보다가 딱 지금 손을 쓴 거지요.”조어의의 마음 속에 한마디 말을 하지 못한 게 있는데 그런 바로 독약을 쓰는 편이 차라리 깨끗하다는 말로, 왕비마마의 지금 상태는 산도가 열려도 태아가 내려오지 않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죽고 만다.이 말을 하면 왕야는 완전 미쳐버릴 것이다.사실 우문호는 지금 이미 반쯤 미쳐 있다.아바마마가 주시하고 있고, 궁에서도 지켜보고 있으니 이렇게 은밀한 수를 쓴 것이다.이런 수는 막으려 해야 막을 수가 없고, 식자재를 전부 검사해도 물까지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그럼 당장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냐? 지금 몸조리를 하면? 해산할 때 힘을 회복하지 않을까?” 우문호가 어의들을 쳐다봐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원판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왕야, 그렇게 안 됩니다. 지금 왕비마마의 위는 여전히 허약하신 상태로 담백한 미음만 약간 섭취하실 수 있습니다. 고기는 언감생심. 고기를 넣으면 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
택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도 아닐 것이오. 아마 금나라 어린 황제가 보낸 사람일 것이오.”“그가 어찌 마마를 찾는 것입니까?”주 아가씨는 몹시 놀랐다. 금나라는 늘 진국왕이 주도하고 있어, 그 어린 황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그 어린 황제가 왜 갑자기 자신을 찾는 것인지 택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알아본 바로는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어빙술을 사용해 진국왕을 공격했다고 했기에, 택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들이 다섯째를 어찌 찾는 것인지 알아보시오.”“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이제 막 돌아오셨으니, 먼저 들어가서 쉬시지요. 오시느라 고되었을 것입니다.”주 아가씨는 밖에 서 있는 키 큰 남자를 힐끗 보더니 바로 알아차리곤 말했다.“저분이 바로 서 대인입니까? 그가 마마를 호위한 것입니까?”“맞소. 서일 삼촌이네. 거처를 마련하여 머물게 해주시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하오. 이틀 후, 이곳을 떠나게 할 것이오.”서일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가 금나라 어린 황제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북당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금나라의 어린 황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가 이를 알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주 아가씨가 호명에게 가서 서일을 잘 안배하라는 공주의 명을 전하자, 호명이 웃으며 말했다.“서 대인께서 오셨군요. 제가 술을 준비하여 잘 대접해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을 보내 약도성에서 가장 좋은 술을 사 오게 하고는, 일단 서일을 취하게 하기로 계획했다.서일은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강북부에 도착해 황자들과 헤어지자마자 특별히 택란을 약도성까지 데려다주었다. 택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약도성의 상황을 살폈다.처음에 그는 거처에 정착한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