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님의 누명과 어의의 충격 진단노마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숙연하게: “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왜 그 사람을 고향에 보내셨습니까?”노마님이: “그 사람은 나이도 많고 정후부에서 오래 시중을 들어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만년을 즐기는 게 소원이라고 하니, 제가 은자를 좀 주어서 보냈지요. 그가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무슨 짓을 저질렀나요?”우문호가: :누군가 원 선생 전용 물 항아리에 복숭아꽃과 파초 잎을 담가 놨는데, 조사해보니 노마님께서 보내신 요리사 주계의 짓이었습니다. 주계 말이 노마님의 명령이었다고 하더군요.”노마님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더니 달려들며 묻길: “걔는 괜찮습니까?”노마님의 긴장된 얼굴을 보니 단순히 척하는 게 아니었다: “사람은 아무 일 없지만, 죄는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계 말이 노마님의 명령이었다고 하는데, 노마님의 명령을 전한 사람이 바로 권씨였습니다.”노마님이 노기충천해서, “알겠습니다. 참으로 돌다리도 두드려 봐야 하는가 봅니다. 손씨 아줌마, 권씨 고향 주소로 찾아가서 다시 데려오게, 제대로 심문해야겠어.”그리고 노마님이 우문호에게, “안심하십시오. 이 일은 제대로 처리해 왕야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먼저 돌아가셔서 걔를 잘 지켜 주세요, 저도 곧 가겠습니다.”노마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순간 우문호의 의심이 풀렸다.어떤 사람은 그저 눈빛만으로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말이 필요 없다.원경릉은 아직도 은은하게 배가 아픈 상태로 이런 고통은 질질 끌기 마련이다. 비록 예리하진 않지만 상당히 견디기 어렵다.원경릉은 원래도 입이 짧은데 지금 먹지도 못하고 위로는 토하고 아래는 설사를 몇 번이나 하니 힘이 남아 날 리가 있나?우문호도 이 사건은 덮어둔 것이 권씨를 찾지 못할 것이고 찾는다고 해도 시체를 찾을 거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런 중요한 시점에 우문호는 원경릉을 내버려 두고 범인 나부랭이를 쫓을 수는 없다.“당신, 아직도 힘들어?” 우문호가 원경릉을 천천히 앉을 수 있도록 부축해 주었는데
해산이 어렵다고?“그럼 되는 거 아니냐? 왕비가 힘이 없는데 무우산이 왕비에게 힘을 준다며.” 우문호가 말했다.조어의가 손을 내저으며, “왕야, 무우산은 신체의 잠재력을 끌어 올릴 수는 있으나 왕비마마는 지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인데 끌어 올릴 잠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억지로 끌어 올리면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소신 감히 올리는 말이 귀에 거슬리셔서 버티지도 못할 무우산을 억지로 쓰시면, 도리어 왕비마마는 힘을 다해 목숨이 위태로울까 두렵습니다.”조어의가 이 말을 하자 우문호는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 “난 모르겠으니 너희들이 방법을 찾아내라.” 소리쳤다.방법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컵이 없으면 못 마신다고. 왕비마마는 정말 힘이 없고 해산은 옆에서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다.조어의가 탄식하며: “이것도 분명 악인의 의도일 겁니다. 너무 일찍 손을 써도 안되고, 너무 늦게 손을 써도 안되고, 지켜보다가 딱 지금 손을 쓴 거지요.”조어의의 마음 속에 한마디 말을 하지 못한 게 있는데 그런 바로 독약을 쓰는 편이 차라리 깨끗하다는 말로, 왕비마마의 지금 상태는 산도가 열려도 태아가 내려오지 않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죽고 만다.이 말을 하면 왕야는 완전 미쳐버릴 것이다.사실 우문호는 지금 이미 반쯤 미쳐 있다.아바마마가 주시하고 있고, 궁에서도 지켜보고 있으니 이렇게 은밀한 수를 쓴 것이다.이런 수는 막으려 해야 막을 수가 없고, 식자재를 전부 검사해도 물까지 주의를 기울이기 어렵다.“그럼 당장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이냐? 지금 몸조리를 하면? 해산할 때 힘을 회복하지 않을까?” 우문호가 어의들을 쳐다봐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원판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왕야, 그렇게 안 됩니다. 지금 왕비마마의 위는 여전히 허약하신 상태로 담백한 미음만 약간 섭취하실 수 있습니다. 고기는 언감생심. 고기를 넣으면 다
불길한 소문하지만 궁이 아닌가. 결국 조금씩 소문이 흘러 나갔다.초왕부 안에서는 실 한 오라기도 샐 틈없이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수작을 부릴 수 있다는 말인가?게다가 초왕비가 중독은 아닌 것으로 보아 누군가 그녀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다.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원경릉이 문제가 생겼다는 건, 분명 박복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고 심지어 초왕도 후덕한 사람이 아니란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기 애도 못 지켜?전에 많은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초왕비가 만약 아들을 낳으면 태자의 지위는 거의 초왕으로 낙찰되는 거 아니겠냐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이 돌연 역전되어 초왕부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들이 마신 꼴이 되었다.이런 소문이 명원제의 귀에도 들어가서 명원제가 진노하며 목여태감을 시켜 소문을 전한 자를 잡아오게 했다.하지만 잡아서 또 어쩌겠나? 초왕이 박복해서 대통을 이을 인재가 아니라는 소문은 서서히 온 경성에 퍼져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황태자 선정을 너무 질질 끄는 바람에, 경성 사람들은 황제가 미적거리며 황태자 선정을 늦추고 아직 아들을 낳은 친왕이 없는 것이, 조심스럽게 우문씨 집안이 이제 하늘의 뜻을 잃은 게 아닐까? 추측했다.초왕비는 좋은 사람으로 전에 죽 배급소에서 다친 사람을 구하며 복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모자가 죽을 운명인 걸 보면 어쩌면 초왕의 박복함에 휘말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초왕은 우문씨 집안 사람이니까.민간의 유언비어는 멈출 수 없으며 심지어 제어할 수도 없고 억제하면 억제할 수록 미친듯이 퍼지기 마련이다.항간을 떠도는 소문은 결국 스스로 판본을 만들어서 만약 초왕비의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나지 못하면 천자의 집안이 어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이 났다.이건 언뜻 원경릉을 위하는 듯 보이지만 아주 사악한 이면을 가지고 있는 소문이었다.이런 얘기를 우문호는 당연히 원경릉은 알지 못하도록 했다.하지만 원경릉이 알았다고 해도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게 조금이라도 숨
삼엄한 긴장노마님은 온화하고 자애롭게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시며, 사랑이 가득한 눈빛에 일말의 근심과 초조함이 배어 있다.원경릉을 다독인 후 노마님은 우문호를 끌고 나와 권씨가 길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리며 재물을 노린 자의 범행이었다고 했다.우문호는 이미 예상했던 일로 위로하듯: “할머니, 이 일은 잠시 조사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가 손을 썼든 앞으로 전부 갚아줄 것이나 지금은 원 선생이 가장 중요합니다.”이 말에 노마님은 손자 사위가 참으로 흡족하지만, 풀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원경릉이 이 난관을 견뎌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강녕후 부인은 여전히 침으로 원경릉의 요통을 덜어주고 원경릉 자신이 식단을 짜서 기상궁에게 시켜 만들어오게 했다.기상궁은 당연히 몰래 어의에게 가져가서 물어보니 조어의가 처방을 보고 조금 대담하긴 하지만 시험해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모두 가망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원경릉은 우문호를 시켜 수술실을 다시 소독하게 하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이 수술실은 엄밀하게 봉쇄되었다.수술실 뿐 아니라 전체 초왕부에 하인이 들어가려면 심문을 받아야 하고 나가서 물건을 사오는 것도 금군이 따라 간다.명원제는 심지어 성을 순찰하는 군사까지 파견해 초왕부를 겹겹으로 지키게 하고 관계 없는 사람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손왕비, 기왕비 등도 다시 올 수 없었다.기왕비는 약을 끊을 수 없어서 원경릉이 사람을 통해 약을 보냈다.기왕비는 초왕부로 돌아가는 사람에게 평안을 비는 부적을 딸려 보내며 축복을 기원했다.그 평안을 비는 부적은 금군에게 빼앗겨 자세한 검사를 거치고 다시 어의가 무슨 약품에 적셨던 것은 아닌지 보고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원경릉의 손에 주어졌다.3월 15일이 되어 구사도 사람을 데리고 와서 폐하의 성지가 있었다며 파견한 호위병 숫자를 늘렸다.경성 모든 사람의 이목이 전부 초왕부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초왕비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
현비와 담판하는 우문호현비는 침대 곁에 앉아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애가 타고 정신이 어지러워: “너도 알겠지만 네 뱃속에 초왕부 앞으로 명운이 걸려 있거든? 지금 폐하께서 하늘의 도리를 어겨 네가 출산 전에 일을 겪고 많은 생명을 잃었다고 백성들이 들썩거리고 난리다, 초왕비야, 내가 너에게 경고했었지, 어금니 꽉 깨물고 아이들을 낳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알겠지?”한쪽에서 이 말을 들은 희상궁이 얼른 차주전자를 내려놓고 하극상인 것도 잊은 채 현비를 떼어 놓으며, “마마 피곤하시지요, 우선 이리 와서 차 좀 드세요, 왕비마마는 쉬실 시간입니다.”현비가 한 손으로 희상궁을 밀쳐내고 언성을 높이며, “이 말은 원래 너희들이 왕비에게 했어야지, 자기가 얼마나 중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지 똑똑히 알게 해서 죽어도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을.”희상궁이 서둘러, “현비 마마, 됐습니다. 나가시지요.”원경릉이 파리하고 해쓱한 얼굴로: “희상궁, 어마마마께 말씀하시게 해, 어머님 말씀이 맞아, 나도 사정을 알 권리가 있지 않겠어.”현비가 침대 곁으로 돌아와서 원경릉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네 지금 상황을 내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 원래 확실히 널 좋아하진 않았지만 몇 개월간 너에 대한 시각을 점점 바꿨다, 그런데 바깥 상황이 심각하고 폐하께서 받는 압박이 상당하셔. 백성들이 네 상황을 가지고 조정에 와서 압력을 넣으니 만약 네가 출산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민심이 동요할까 두렵구나, 이해하지? 관건은 너야, 다 네 몫이다. 넌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 알겠니?”원경릉이 대답을 하지 않자 현비가 애가 타서: ‘알겠냐고?”원경릉의 두 눈이 초점을 잃고, 호흡이 약간 거칠어졌다.원경릉은 최근 계속 복식호흡을 연습해 와서, 심신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안정되기는 커녕 거의 정신적으로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다.원경릉은 정말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겠다. 그냥 일반적인 여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을 뿐인데 왜 민심이 그
원경릉의 수술 준비우문호는 뒤이어 냉정한 말투로 탕양에게: “현비 마마를 궁으로 모셔라.”“다섯째야, 어미 말을 들어 보렴, 다 너를 위해서야.” 현비가 애가 타서 손을 뻗어 우문호의 팔을 잡자, 우문호가 떨치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탕양은 현비를 돌아가게 설득할 방법이 있었다. 과연 잠시 후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현비 마마께서 가마를 타시오!” 우문호가 침대에 앉아 원경릉을 안았다.그들 부부는 이 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많은 것을 묻고 싶고 말하고 싶었다.민심의 동요와, 우문호에게 방금 현비가 얘기한 아이를 지키고 산모를 포기하라고 한 걸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원경릉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 남은 힘으론 아무것도 돌볼 여지가 없었다.원경릉은 여전히 배불뚝이 금붕어처럼 가느다랗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품고 허리를 떠받친 채 몸을 바짝 붙이니 아이의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태동이 꽤나 심했는데 마치 한시도 지체없이 나오고 싶어 안달인 느낌이다.우문호가 살짝만 건드려도 느낄 수 있었다.“시끄럽게 굴지 마, 엄마 괴롭히지 말고, 너네 엄마가 지금 너네 때문에 어떤 지 알아?” 우문호가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 여기 있으면 꿀밤 한대 씩인데.원경릉이 비록 피곤하지만 중요한 일을 기억하고, “주지스님이 나를 위해 기도하는 거 꼭 기억하고 절대 돌려보내서는 안돼. 누구도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해. 알았지?”“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리고, 강녕후 부인은 침술을 아시니 내 곁에 남아 있게 해줘. 필요할 때 나를 도와줄 수 있게.” 원경릉이 손으로 입안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끄집어 냈다. 최근 머리가 산발인 데다 심하게 지저분하다. 원경릉이 지금 거울을 본다면 자신이 싫어 질 게 분명하다.환자에겐 존엄이 없다, 임산부는 존엄이 없다. 환자이며 임산부일 경우 더더군다나 없다.“안심해, 네가 살아 있도록 모든 사람이 다 여기 있을 거고, 너를
주지를 의심하는 안왕현비는 궁으로 돌려보내 진 후 초조하고 불안했다.태후는 초왕비 배가 불편하다는 사실에 이미 두번이나 혼절하셨는데, 만약 태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소씨 집안은 어쩌지? 지금의 소씨 집안은 오롯이 태후가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비는 다섯째의 말을 떠올리니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 원경릉이란 것이 주술이라도 하나? 어떻게 다섯째가 저렇게 홀딱 빠져서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모든 걸 버리고 원경릉을 지키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초왕은 자기 앞날이 상관없다는 말이야? 안돼, 원경릉을 초왕 곁에 더이상 둬서는 안돼. 원경릉이 곁에 있으면 다섯째는 태자 다툼을 하려는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릴 거야.현비는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눈깜짝할 사이에 4월 초가 되었으나 체력의 기초를 상한 원경릉은 몸조리를 해도 별반 차도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모두 3월 말에는 원경릉이 어떻게든 출산 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4월 초가 된 지금 별다른 낌새 없이 이미 아홉 달이 지났다.북당 황실이 올해 정말 건강운에 마가 꼈는지 태후는 병으로 쓰러지고, 뒤를 잇듯 태상황폐하가 심근경색을 앓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경릉까지 명원제의 근심이 말로 다할 수가 없다.이건 마치 정말 백성을 들쑤시는 풍문처럼 ‘황실이 하늘의 뜻을 어겨 황실에 연속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명원제는 마음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해 노심초사했다. 명원제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황제는 40이 넘었고 스스로도 알다시피 태자의 자리를 계속 비워 둘 수 없다.안왕부의 서재 안.아라가 향을 피우고 미소를 지으며: “왕야 이제 안심이시죠? 초왕비는 이것 때문에 엄청 괴롭고 아마 출산할 힘도 없을 겁니다.”안왕이 눈을 감더니 근심스러운 듯 눈을 뜨지 않았다.아라가 이 상황을 보고 다가와: “왕야, 아직 뭔가 안심이 되지 않으세요?”안왕이 눈을 뜨고 차갑게 아라를 쳐다보며, “호국사 주지가 일찌감치 초왕부에 들어와 머무는 이
안왕비가 현비에게아라가 조그맣게 한숨을 쉬며, “예, 지금 가보겠습니다.”안왕비가 서재에 오자 안왕이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온화한 목소리로: “왜 이리 옷은 얇게 입었어? 안 추워?”안왕비가 부드럽게 웃으며, “춥지 않아요, 바람도 따스한 걸요.”“어서 앉아.” 안왕이 왕비를 자리에 앉히고 왕비의 어깨를 부축하며 침울한 목소리로: “초왕비가 곧 해산할 거라 는데 알고 있지? 초왕비 일로 태상황 폐하와 태후 마마까지 연달아 앓아 누우셨으니 내가 애가 타.”안왕비도 슬픔에 탄식하며, “그러게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원. 갑자기 혼란스러워 졌어요.”“전에 나와 다섯째가 오해가 있었지, 비록 뒤에 오해를 풀었지만 여전히 악감정이 남아있어서 난 가서 안부인사를 하기가 좀 불편한데, 형인 내가 모른 척 하기도 그래.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당신이 입궁해서 현비 마마를 찾아 뵙고 마마께 안부를 여쭙는 걸로 우리 도리를 다하는 거야.”안왕비가 안왕을 보고 망설이는 얼굴로, “그날 다섯째가 사람을 데려와서 난동을 피우고 말끝마다 당신이 무슨 자기 왕비를 해쳤다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안왕비는 이 일을 오래전부터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안왕을 기분 나쁘게 할 까봐 감히 묻지 못했다.안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 일은 나도 이제껏 오리무중이야, 나중에 알아보니 큰 형수가 다섯째 면전에서 뭐라고 한 모양인데 모르기는 몰라도 큰형 계략이겠지, 그런데 다섯째는 내 변명도 듣지 않고,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다섯째도 알겠지, 내가 자기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걸.”안왕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맞아요, 왕야가 지금 다섯째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힘든 걸, 그도 알 때가 오겠죠, 골육의 정이 얼마나 깊은 데요, 풀지 못할 오해가 있겠어요.”“응, 그래, 그럼 내일 입궁해.” 안왕이 안왕비의 손을 잡고 또 눈살을 찌푸리며, “안 춥긴, 손 좀 봐, 이렇게 차가워 가지고 이렇게 맘대로 하게 두면 안되겠어, 알겠지?”안왕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알겠어요.”
아이들이 없는 황궁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졌다. 계란이마저 울적해 보이는 게, 전에는 매일 오빠들이 와서 서로 안아주려고 난리였는데, 이제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보이지 않으니 종일 시무룩해져 있었다.아빠가 안아주는 게 좋긴 했지만 그는 종일 조정 일로 바쁜탓에 자기 전에 겨우 와서 안고 놀아주는 거라 이전과 비교가 됐다. 계란이 뿐 아니라 눈 늑대와 호랑이도 심심해서 꼬마 주인들 방 복도에 엎드려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며 나가 놀지도 않는 게, 계속 이런 식이면 다들 기분이 축 처져 안 되겠다 싶었다.원경릉은 친목 이벤트를 기획해 각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궁으로 놀러 오라고 하자, 친왕들이 알았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입궐해 궁중은 다시 시끌벅적해졌으나 우문호는 오히려 전부 다른 사람 아이란 생각에 거의 울 뻔했다.하지만 계란이는 이렇게 많은 아이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고, 늙은 아빠 우문호도 따라서 즐거워했다. 우문호는 계란이가 종일 시무룩하게 있을까 봐 걱정이 들었다.딸이 좋으면 우문호도 뭐든 다 좋았다.천행이의 백일이 되자 보상의 의미로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천행이는 이제 할머니도 있는 몸이니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게 도리다.잔치는 굉장히 성대했다. 이리 나리는 은자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천금으로 아내와 엄마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야.백일 잔치에 모두가 아주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마지막에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간 뒤 같이 둘러앉아 술을 홀짝일 때 약간의 에피소드가 터지며 다들 웃기며 슬픈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숙왕부 어르신이 그릇을 가져와서 음식을 싸서 온 것이었다. 사실 지금 숙왕부는 전혀 궁색해 보이지 않았지만, 수십 년간 몸에 밴 습관이 무서운 게 음식 낭비를 두고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전에 원경릉은 이리 나리 일이 해결된 뒤 안풍 친왕 부부가 떠날 줄 알았는데, 백일 잔치까지 가지 않고 있길래 개인적으로 안풍 친왕비에게 물었다. 그러자, “전엔 돌아가고 싶었지, 꿈에라도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돌아간
게다가 엄마, 아빠, 휘종제 일행이 모두 여기 있어 안심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떼어놓지 못하는 아쉬움이었다.특히 우문호는 계란이를 손바닥 위에 보석처럼 대해서 하루도 떨어져 있지를 못하는데 몇 년씩이나 떨어져야 있으면, 가끔 올 수 있다고 해도 곁에 두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으니, 원경릉이 돌아가서 얘기하면 우문호가 울부짖을 게 불 보듯 훤했다.원경릉은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북당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밟았다.서일은 경호에서 며칠을 기다리다가 황후가 물건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원경릉이 트렁크를 서일에게 주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필요하다고 한 건 다 사 왔으니까. 가져가서 처자식이나 기쁘게 해 줘.”“황후 마마는 역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분이세요!” 서일은 사람을 칭찬하는 어휘가 한정적이지만 최대한의 감사와 감격을 담아 표현했다.“사식이랑 아이를 이렇게 끔찍하게 챙기다니 의왼데.” 원경릉이 엷은 미소를 띠고 농담했다. 이 멍청이는 정말이지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좋은 남자다.궁으로 돌아오니 이미 밤이 되었다. 우문호는 아마 오늘쯤 원경릉이 돌아올 거라고 예상해서 서둘러 일을 끝내고 소월궁으로 돌아와서 그녀를 기다렸다. 저녁 수라를 들고 나자, 짧은 이별은 신혼보다 짜릿해서 격렬한 사랑을 나눈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우문호가 뒤에서 원경릉을 끌어안고 침대에서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자, 원경릉이 뭔가 감추면서 아이들이 엄마와 헤어지며 아주 아쉬워했고 특히 아빠랑 헤어지기 아쉬워해서 방학하면 바로 아빠 보러 돌아온다 말했다고만 전해주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해 우문호를 기쁘게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역시 아낀 보람이 있네!”“애들이…. 철 들었어.” 원경릉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머릿속으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간섭에서 벗어나 맘대로 난장판을 치는 영상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양심이라고는 없는 녀석들.우문호가 말했다. “눈앞에 닥친 일을 마치면… 얼추 며칠은 갈
현대로 돌아가 가족과 한자리에 모이니 모두 즐거워 보였다. 원경릉은 집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을 데리고 휘종제와 건종 태자를 알현하러 갔다.휘종제와 건종 태자도 매우 기뻐했는데, 특히 아이들이 유학하러 와서 앞으로 여기서 산다는 얘기에, 휘종제는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앞으로 아이들에게 드는 모든 비용은 전부 자기들이 대고 방학에 북당으로 보내고, 개학 때 맞이하는 것도 자기들이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외갓집엔 모두 출근하는 분들 뿐이라 불편할 거라는 것이었다.원경릉은 일단 감사드리고 북당에서 가져온 술과 검, 궁에서 가져온 흙 한 줌과 돌 하나를 꺼내놓았다. 이건 우문호가 준비한 것으로 고향을 오래 떠나 있는 사람은 고향의 흙과 돌이 그리운 법이라고 했다.휘종제와 건종 태자가 흙과 돌을 보더니 손에 들곤 통곡하기 시작했다.원경릉이 두 사람을 위로한 뒤, 그들은 슬퍼하며 ‘언제 한 번 가볼까, 딱 한 번 보더라도, 아무도 만날 수 없어도 좋을 텐데.’라고 한탄했다.“긴 세월 고향 강산을 꿈에도 잊지 못했으나 돌아갈 수는 없었네..”원경릉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이 시큰해졌다. 휘종제와 건종 태자의 슬픔을 원경릉은 아주 잘 아는 것이 자신도 전에 이방인이었기 때문이었다.단지 그들이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원경릉도 뭐라고 단정내리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건 안풍 친왕이 진행한 일로 정말 돌아가고 싶으면 아마도 안풍 친왕이 준비해 줄 수 있었다. 북당으로 돌아가면 안풍 친왕에게 상황을 봐서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입학 준비를 마친 뒤, 원경릉은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과 떨어지기 싫었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충만했기에 그녀와 헤어지는 걸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그 점이 씁쓸했다.아이들이 크면 놔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얘들은 아직 다 안 컸잖아.돌아가기 전에 원경릉은 양여혜에게 만나자고 했는데 양여혜가 기화를 데리고 올 줄 몰랐다.원경릉은 기화를 보자 머리가 아픈 게, 기화는 또
‘이제 어머니가 계시니 술 먹으면 몸 상한다고 말해? 예전에는 왜 말 안 했어?’다행히 누군가 같이 마셔주는 사람이 있었다. 회왕은 벼슬에 오른 뒤로 술을 조금 하기 시작했는데, 많이는 안 마시고 한두 잔만 마실뿐, 석 잔째면 아내를 보러 집에 갔다.즐겁게 박원과 소홍천을 보낸 우문호와 원경릉은 만두와 아이들을 유학 보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비록 환타와 칠성이는 아직 어려서 2년 정도 더 남아있었지만, 유치원 다니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며,형들이랑 꼭 같이 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 원경릉과 우문호는 골치가 아파졌다.그나마 우문호에게 약간 위로가 된 건 딸만큼은 곁에 있다는 사실로, 칠성이와 환타가 하도 졸라대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가가, 다 가.”아이들은 기뻐했으나 눈 늑대와 호랑이도 여전히 성깔을 부리며 따라가겠다며 소란을 피웠다.현대에서 어떻게 호랑이와 눈 늑대를 키울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였다. 게다가 이 동물들은 아주 영민해서 사람 일을 이해해, 꼬마 주인들이 이번에 가면 열흘 보름이 아니라 몇 년 있다가 온다는 걸 알고 아무리 혼을 내도 말을 안 들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만두가 이리저리 구슬려서, 동물들에게 자기들에겐 여름방학, 겨울 방학이 있고 학기 중에도 쉬는 날이 있어서 1년에 합치면 적어도 4개월은 이쪽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적어도 1년에 절반 가까이는 같이 있는 거라고 위로하자 겨우 잠잠해졌다. 비록 시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자라기를 원할 것이다. 유학을 가는 일이기 때문에 원경릉이 직접 따라가서 진학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이 일은 전에 현대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 로양이 아이들에게 호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려면 원경릉 부부도 호적에 올려야 하는 것이, 아이들을 오빠 이름 아래 입적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이 일은 로양이 원만하게 처리해 원경릉 가족 모두 호적을 가지게 되었다.게다가 원래 집을 사뒀기 때문에, 부근 학군에 진학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원경릉은 다섯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