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긴장노마님은 온화하고 자애롭게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시며, 사랑이 가득한 눈빛에 일말의 근심과 초조함이 배어 있다.원경릉을 다독인 후 노마님은 우문호를 끌고 나와 권씨가 길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리며 재물을 노린 자의 범행이었다고 했다.우문호는 이미 예상했던 일로 위로하듯: “할머니, 이 일은 잠시 조사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가 손을 썼든 앞으로 전부 갚아줄 것이나 지금은 원 선생이 가장 중요합니다.”이 말에 노마님은 손자 사위가 참으로 흡족하지만, 풀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원경릉이 이 난관을 견뎌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강녕후 부인은 여전히 침으로 원경릉의 요통을 덜어주고 원경릉 자신이 식단을 짜서 기상궁에게 시켜 만들어오게 했다.기상궁은 당연히 몰래 어의에게 가져가서 물어보니 조어의가 처방을 보고 조금 대담하긴 하지만 시험해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다.모두 가망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원경릉은 우문호를 시켜 수술실을 다시 소독하게 하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이 수술실은 엄밀하게 봉쇄되었다.수술실 뿐 아니라 전체 초왕부에 하인이 들어가려면 심문을 받아야 하고 나가서 물건을 사오는 것도 금군이 따라 간다.명원제는 심지어 성을 순찰하는 군사까지 파견해 초왕부를 겹겹으로 지키게 하고 관계 없는 사람은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손왕비, 기왕비 등도 다시 올 수 없었다.기왕비는 약을 끊을 수 없어서 원경릉이 사람을 통해 약을 보냈다.기왕비는 초왕부로 돌아가는 사람에게 평안을 비는 부적을 딸려 보내며 축복을 기원했다.그 평안을 비는 부적은 금군에게 빼앗겨 자세한 검사를 거치고 다시 어의가 무슨 약품에 적셨던 것은 아닌지 보고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원경릉의 손에 주어졌다.3월 15일이 되어 구사도 사람을 데리고 와서 폐하의 성지가 있었다며 파견한 호위병 숫자를 늘렸다.경성 모든 사람의 이목이 전부 초왕부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초왕비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
현비와 담판하는 우문호현비는 침대 곁에 앉아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애가 타고 정신이 어지러워: “너도 알겠지만 네 뱃속에 초왕부 앞으로 명운이 걸려 있거든? 지금 폐하께서 하늘의 도리를 어겨 네가 출산 전에 일을 겪고 많은 생명을 잃었다고 백성들이 들썩거리고 난리다, 초왕비야, 내가 너에게 경고했었지, 어금니 꽉 깨물고 아이들을 낳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알겠지?”한쪽에서 이 말을 들은 희상궁이 얼른 차주전자를 내려놓고 하극상인 것도 잊은 채 현비를 떼어 놓으며, “마마 피곤하시지요, 우선 이리 와서 차 좀 드세요, 왕비마마는 쉬실 시간입니다.”현비가 한 손으로 희상궁을 밀쳐내고 언성을 높이며, “이 말은 원래 너희들이 왕비에게 했어야지, 자기가 얼마나 중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지 똑똑히 알게 해서 죽어도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을.”희상궁이 서둘러, “현비 마마, 됐습니다. 나가시지요.”원경릉이 파리하고 해쓱한 얼굴로: “희상궁, 어마마마께 말씀하시게 해, 어머님 말씀이 맞아, 나도 사정을 알 권리가 있지 않겠어.”현비가 침대 곁으로 돌아와서 원경릉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네 지금 상황을 내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 원래 확실히 널 좋아하진 않았지만 몇 개월간 너에 대한 시각을 점점 바꿨다, 그런데 바깥 상황이 심각하고 폐하께서 받는 압박이 상당하셔. 백성들이 네 상황을 가지고 조정에 와서 압력을 넣으니 만약 네가 출산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민심이 동요할까 두렵구나, 이해하지? 관건은 너야, 다 네 몫이다. 넌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 알겠니?”원경릉이 대답을 하지 않자 현비가 애가 타서: ‘알겠냐고?”원경릉의 두 눈이 초점을 잃고, 호흡이 약간 거칠어졌다.원경릉은 최근 계속 복식호흡을 연습해 와서, 심신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으나 안정되기는 커녕 거의 정신적으로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다.원경릉은 정말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하겠다. 그냥 일반적인 여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을 뿐인데 왜 민심이 그
원경릉의 수술 준비우문호는 뒤이어 냉정한 말투로 탕양에게: “현비 마마를 궁으로 모셔라.”“다섯째야, 어미 말을 들어 보렴, 다 너를 위해서야.” 현비가 애가 타서 손을 뻗어 우문호의 팔을 잡자, 우문호가 떨치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탕양은 현비를 돌아가게 설득할 방법이 있었다. 과연 잠시 후 밖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현비 마마께서 가마를 타시오!” 우문호가 침대에 앉아 원경릉을 안았다.그들 부부는 이 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많은 것을 묻고 싶고 말하고 싶었다.민심의 동요와, 우문호에게 방금 현비가 얘기한 아이를 지키고 산모를 포기하라고 한 걸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원경릉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 남은 힘으론 아무것도 돌볼 여지가 없었다.원경릉은 여전히 배불뚝이 금붕어처럼 가느다랗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가슴에 품고 허리를 떠받친 채 몸을 바짝 붙이니 아이의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태동이 꽤나 심했는데 마치 한시도 지체없이 나오고 싶어 안달인 느낌이다.우문호가 살짝만 건드려도 느낄 수 있었다.“시끄럽게 굴지 마, 엄마 괴롭히지 말고, 너네 엄마가 지금 너네 때문에 어떤 지 알아?” 우문호가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 여기 있으면 꿀밤 한대 씩인데.원경릉이 비록 피곤하지만 중요한 일을 기억하고, “주지스님이 나를 위해 기도하는 거 꼭 기억하고 절대 돌려보내서는 안돼. 누구도 그를 돌아가지 못하게 해. 알았지?”“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리고, 강녕후 부인은 침술을 아시니 내 곁에 남아 있게 해줘. 필요할 때 나를 도와줄 수 있게.” 원경릉이 손으로 입안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끄집어 냈다. 최근 머리가 산발인 데다 심하게 지저분하다. 원경릉이 지금 거울을 본다면 자신이 싫어 질 게 분명하다.환자에겐 존엄이 없다, 임산부는 존엄이 없다. 환자이며 임산부일 경우 더더군다나 없다.“안심해, 네가 살아 있도록 모든 사람이 다 여기 있을 거고, 너를
주지를 의심하는 안왕현비는 궁으로 돌려보내 진 후 초조하고 불안했다.태후는 초왕비 배가 불편하다는 사실에 이미 두번이나 혼절하셨는데, 만약 태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소씨 집안은 어쩌지? 지금의 소씨 집안은 오롯이 태후가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비는 다섯째의 말을 떠올리니 두려운 마음이 들면서, 원경릉이란 것이 주술이라도 하나? 어떻게 다섯째가 저렇게 홀딱 빠져서 위험한 순간이 닥치면 모든 걸 버리고 원경릉을 지키겠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초왕은 자기 앞날이 상관없다는 말이야? 안돼, 원경릉을 초왕 곁에 더이상 둬서는 안돼. 원경릉이 곁에 있으면 다섯째는 태자 다툼을 하려는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릴 거야.현비는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눈깜짝할 사이에 4월 초가 되었으나 체력의 기초를 상한 원경릉은 몸조리를 해도 별반 차도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다.모두 3월 말에는 원경릉이 어떻게든 출산 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4월 초가 된 지금 별다른 낌새 없이 이미 아홉 달이 지났다.북당 황실이 올해 정말 건강운에 마가 꼈는지 태후는 병으로 쓰러지고, 뒤를 잇듯 태상황폐하가 심근경색을 앓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경릉까지 명원제의 근심이 말로 다할 수가 없다.이건 마치 정말 백성을 들쑤시는 풍문처럼 ‘황실이 하늘의 뜻을 어겨 황실에 연속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명원제는 마음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해 노심초사했다. 명원제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황제는 40이 넘었고 스스로도 알다시피 태자의 자리를 계속 비워 둘 수 없다.안왕부의 서재 안.아라가 향을 피우고 미소를 지으며: “왕야 이제 안심이시죠? 초왕비는 이것 때문에 엄청 괴롭고 아마 출산할 힘도 없을 겁니다.”안왕이 눈을 감더니 근심스러운 듯 눈을 뜨지 않았다.아라가 이 상황을 보고 다가와: “왕야, 아직 뭔가 안심이 되지 않으세요?”안왕이 눈을 뜨고 차갑게 아라를 쳐다보며, “호국사 주지가 일찌감치 초왕부에 들어와 머무는 이
안왕비가 현비에게아라가 조그맣게 한숨을 쉬며, “예, 지금 가보겠습니다.”안왕비가 서재에 오자 안왕이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온화한 목소리로: “왜 이리 옷은 얇게 입었어? 안 추워?”안왕비가 부드럽게 웃으며, “춥지 않아요, 바람도 따스한 걸요.”“어서 앉아.” 안왕이 왕비를 자리에 앉히고 왕비의 어깨를 부축하며 침울한 목소리로: “초왕비가 곧 해산할 거라 는데 알고 있지? 초왕비 일로 태상황 폐하와 태후 마마까지 연달아 앓아 누우셨으니 내가 애가 타.”안왕비도 슬픔에 탄식하며, “그러게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원. 갑자기 혼란스러워 졌어요.”“전에 나와 다섯째가 오해가 있었지, 비록 뒤에 오해를 풀었지만 여전히 악감정이 남아있어서 난 가서 안부인사를 하기가 좀 불편한데, 형인 내가 모른 척 하기도 그래.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당신이 입궁해서 현비 마마를 찾아 뵙고 마마께 안부를 여쭙는 걸로 우리 도리를 다하는 거야.”안왕비가 안왕을 보고 망설이는 얼굴로, “그날 다섯째가 사람을 데려와서 난동을 피우고 말끝마다 당신이 무슨 자기 왕비를 해쳤다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소리예요?”안왕비는 이 일을 오래전부터 묻고 싶었다. 하지만 안왕을 기분 나쁘게 할 까봐 감히 묻지 못했다.안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 일은 나도 이제껏 오리무중이야, 나중에 알아보니 큰 형수가 다섯째 면전에서 뭐라고 한 모양인데 모르기는 몰라도 큰형 계략이겠지, 그런데 다섯째는 내 변명도 듣지 않고,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다섯째도 알겠지, 내가 자기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는 걸.”안왕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맞아요, 왕야가 지금 다섯째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힘든 걸, 그도 알 때가 오겠죠, 골육의 정이 얼마나 깊은 데요, 풀지 못할 오해가 있겠어요.”“응, 그래, 그럼 내일 입궁해.” 안왕이 안왕비의 손을 잡고 또 눈살을 찌푸리며, “안 춥긴, 손 좀 봐, 이렇게 차가워 가지고 이렇게 맘대로 하게 두면 안되겠어, 알겠지?”안왕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알겠어요.”
진통이 온다!와병중인 태후가 현비의 제안을 듣고 힘을 내 명원제에게 제천의식을 청했다.명원제가 제천의식을 할 마음이 들기나 할까? 하지만 늙으신 어머니가 작년에 제천의식을 성대하게 거행하지 않아 하늘에서 재앙을 내렸다고 생각하시니 원.명원제는 어머니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몸을 상하지 않게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제천의식은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태후가 주지스님에게 입궁하라고 전하고 예부와 상의해 제천의식관련 각종 절차를 상의했다.주지스님이 입궁 전에 만약 왕비에게 출산 기미가 보이면 반드시 자신에게 통지해 달라고 천만번 신신당부했다.원경릉이 주지스님을 반드시 붙들어 놓으라고 했지만 제천의식을 거행해야 한다는데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초왕부에서 경을 읊는 것보다 제천의식을 거행하는 편이 드높은 명성에 부합하고 어쩌면 효과가 더 있을 지도 모른다고 우문호는 생각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제천의식이 거행되는데 거기서 원경릉을 위해 복을 빈다는 얘기만 하고 주지가 간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경성의 백성들은 제천의식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사실 경성의 민심이 궁의 제일 큰 걱정거리인데 하늘의 비호를 청해 북당이 과거의 태평성대를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제천의식은 4월 초파일에 거행되는데 4월 초파일은 마침 부처님 오신날로 아미타불의 탄신일이다. 며칠째 계속 비가 왔는데 이 날은 갑자기 날이 맑고 봄볕이 빛나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고 사람들의 마음도 한껏 흥분되었다.4얼 초파일 오전 원경릉은 배에 미세한 통증을 느끼고 요통은 눈에 띄게 심해졌다.원경릉은 오늘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한동안 몸조리를 해서 몸은 약간 호전되었지만 기초가 너무 허한 나머지 조어의 말이 출산할 때 힘이 모자랄 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자기야!” 원경릉이 허리를 받치고 천천히 돌아누워 우문호를 보고, “배가 좀 아파, 아마 오늘 낳을 거 같아.”우문호의 안색이 창백해 지며 손이 떨리더니 힘껏 원경릉의 손을 쥐고, “낳을 것 같아? 어쩌지? 낳
제왕절개에 대해 듣는 우문호원경릉이 미소 지으며, “좋아.”놀라서 기절하지 않으면 다행이지.“맞아, 주지스님은?” 원경릉은 요 이틀간 그를 거의 보지 못했다.우문호가: “제천의식을 주관하러 갔어.”원경릉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우문호의 팔을 거머쥐더니, “제천의식에 갔다고? 언제 돌아오는데?”“일이 끝나면 오지 않을까? 오늘밤 정도?” 우문호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다독이는데, “안심해, 주지스님이 가면서 만약 네가 출산이 닥치면 자기에게 알리라고 했어, 하지만 내 생각에 제천의식에서도 주지스님이 똑같이 널 위해 복을 빌 수 있으니까.”원경릉의 얼굴에서 침착하고 가벼운 기색이 순간 사라지고 긴장하기 시작하더니, “일찍 오라고 할 수 있어?”우문호의 얼굴색도 약간 변해서: “왜 그래? 그건 안돼, 아바마마 문무백관 그리고 온 성안의 백성들이 전부 거기 가 있고, 주지스님은 제천의식을 주관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리를 떠날 수 없지.”원경릉의 마음이 순식간에 엉클어지며, “날 다시 돌아가게 해줘.”“왜 그래? 못 걷겠어?” 우문호가 그녀를 안고 돌아가려 하자 원경릉이 이미 몸을 돌려, “왕야는 가서 사식이 오라고 해.”원경릉이 방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전신이 땀범벅이다.원경릉은 우문호, 사식이와 강녕후 부인 거기에 희상궁만 안에 남게 했다.우문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긴장했다.원경릉이: “초왕부에 사람이 많고 대부분 궁에서 파견한 사람들인데 자기도 알겠지만 저 금군들은 전부 아바마마께 충심을 바친 게 확실해? 다른 사람에게 매수된 사람은 없을까? 이런 일은 우리도 알 수 없으니…….”원경릉의 심호흡을 하는 게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해 가볍게 등을 쓸어주는데, “네 말 전부 유념하고 있어, 안심해, 절대 날 믿어도 좋아, 너한테 접근할 수 없을 거야.”“아니, 내 말 들어.” 원경릉이 우문홍의 손을 잡아 당기며 엄숙하게: “이렇게 말하는 건 내 지금 체력으로 자연분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야.”우문호는
진통이 왔어초왕비에게 진통이 왔다는 소식이 바로 태후전에 보고되었다.태후가 마음이 급해 출궁하려 하자 현비가 얼른 막으며: “고모, 가시면 안됩니다. 아직 아프시잖아요.”“내가 마음을 놓을 수가 있어야지, 직접 가서 봐야 안심이 되겠다.”현비가 위로하며: “고모, 그럼 제가 가지요, 어쨌든 제가 시어머니가 아닙니까,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지휘할 수도 있으니 마마는 여기 계세요. 지금 그쪽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잖아요. 만약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마마 몸이 버티실 수 있으시겠어요?”태후도 사실 허둥거렸다가 현비의 이 말을 듣고 호통을 치며, “그게 무슨 말이냐? 알아서 입 닥치거라, 이 상황에 듣기 좋은 말은 한 마디도 없이, 만약의 나쁜 상황을 바래?”현비도 자신이 말 실수한 것을 알고 스스로 따귀 두 대를 때려서 태후에게 용서를 빌고, “예, 예,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마마마, 성지를 내려서 제가 출궁해서 곁에 있게 해주세요.”태후는 매우 가고 싶었지만 현비의 그 말에 멈칫한 게 사실이다.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태후가 어찌 버틸 수 있을까?대신 성지를 내려 궁중의 호상궁을 데리고 가도록 했다.태후가 현비의 팔을 잡아당기며 신신당부하길, “잘 보고 있다가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의에게 전력을 다해 구하게 하고 제일 좋은 약을 쓰도록 해라.”“알았습니다, 안심하세요. 궁중의 약은 일찌감치 내갔습니다. 괜찮아요.” 현비가 몇 마디 다독거린 후 바로 갔다.자연 태상황 쪽에도 보고되었다.상선이 순간 긴장하고 다바오도 말을 알아듣는지 빙빙 맴을 돌았다.오히려 태상황은 태연하게 장의자에 반쯤 드러누워 담배대를 물고, “긴장할 게 뭐 있느냐? 참외가 익으면 꼭지가 저절로 떨어지는 법이거늘, 여자가 해산하는 게 뭐 특별한 일이라고.”상선이: “예, 하지만 폐하 담배대가 왜 흔들리십니까? 수전증이십니까?”태상황이 태연 작약하게 담배연기를 뿜으며 몸을 곧추세워 앉아, “그 설하정은? 과인 혀 밑에 그거 좀 넣어봐.”상선이 긴장해서: “또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