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883화

작가: 유애
제왕절개에 대해 듣는 우문호

원경릉이 미소 지으며, “좋아.”

놀라서 기절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맞아, 주지스님은?” 원경릉은 요 이틀간 그를 거의 보지 못했다.

우문호가: “제천의식을 주관하러 갔어.”

원경릉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우문호의 팔을 거머쥐더니, “제천의식에 갔다고? 언제 돌아오는데?”

“일이 끝나면 오지 않을까? 오늘밤 정도?” 우문호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다독이는데, “안심해, 주지스님이 가면서 만약 네가 출산이 닥치면 자기에게 알리라고 했어, 하지만 내 생각에 제천의식에서도 주지스님이 똑같이 널 위해 복을 빌 수 있으니까.”

원경릉의 얼굴에서 침착하고 가벼운 기색이 순간 사라지고 긴장하기 시작하더니, “일찍 오라고 할 수 있어?”

우문호의 얼굴색도 약간 변해서: “왜 그래? 그건 안돼, 아바마마 문무백관 그리고 온 성안의 백성들이 전부 거기 가 있고, 주지스님은 제천의식을 주관하기 때문에 당연히 자리를 떠날 수 없지.”

원경릉의 마음이 순식간에 엉클어지며, “날 다시 돌아가게 해줘.”

“왜 그래? 못 걷겠어?” 우문호가 그녀를 안고 돌아가려 하자 원경릉이 이미 몸을 돌려, “왕야는 가서 사식이 오라고 해.”

원경릉이 방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전신이 땀범벅이다.

원경릉은 우문호, 사식이와 강녕후 부인 거기에 희상궁만 안에 남게 했다.

우문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긴장했다.

원경릉이: “초왕부에 사람이 많고 대부분 궁에서 파견한 사람들인데 자기도 알겠지만 저 금군들은 전부 아바마마께 충심을 바친 게 확실해? 다른 사람에게 매수된 사람은 없을까? 이런 일은 우리도 알 수 없으니…….”

원경릉의 심호흡을 하는 게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해 가볍게 등을 쓸어주는데, “네 말 전부 유념하고 있어, 안심해, 절대 날 믿어도 좋아, 너한테 접근할 수 없을 거야.”

“아니, 내 말 들어.” 원경릉이 우문홍의 손을 잡아 당기며 엄숙하게: “이렇게 말하는 건 내 지금 체력으로 자연분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야.”

우문호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884화

    진통이 왔어초왕비에게 진통이 왔다는 소식이 바로 태후전에 보고되었다.태후가 마음이 급해 출궁하려 하자 현비가 얼른 막으며: “고모, 가시면 안됩니다. 아직 아프시잖아요.”“내가 마음을 놓을 수가 있어야지, 직접 가서 봐야 안심이 되겠다.”현비가 위로하며: “고모, 그럼 제가 가지요, 어쨌든 제가 시어머니가 아닙니까, 만약 무슨 일이 있으면 지휘할 수도 있으니 마마는 여기 계세요. 지금 그쪽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잖아요. 만약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마마 몸이 버티실 수 있으시겠어요?”태후도 사실 허둥거렸다가 현비의 이 말을 듣고 호통을 치며, “그게 무슨 말이냐? 알아서 입 닥치거라, 이 상황에 듣기 좋은 말은 한 마디도 없이, 만약의 나쁜 상황을 바래?”현비도 자신이 말 실수한 것을 알고 스스로 따귀 두 대를 때려서 태후에게 용서를 빌고, “예, 예,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마마마, 성지를 내려서 제가 출궁해서 곁에 있게 해주세요.”태후는 매우 가고 싶었지만 현비의 그 말에 멈칫한 게 사실이다.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태후가 어찌 버틸 수 있을까?대신 성지를 내려 궁중의 호상궁을 데리고 가도록 했다.태후가 현비의 팔을 잡아당기며 신신당부하길, “잘 보고 있다가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의에게 전력을 다해 구하게 하고 제일 좋은 약을 쓰도록 해라.”“알았습니다, 안심하세요. 궁중의 약은 일찌감치 내갔습니다. 괜찮아요.” 현비가 몇 마디 다독거린 후 바로 갔다.자연 태상황 쪽에도 보고되었다.상선이 순간 긴장하고 다바오도 말을 알아듣는지 빙빙 맴을 돌았다.오히려 태상황은 태연하게 장의자에 반쯤 드러누워 담배대를 물고, “긴장할 게 뭐 있느냐? 참외가 익으면 꼭지가 저절로 떨어지는 법이거늘, 여자가 해산하는 게 뭐 특별한 일이라고.”상선이: “예, 하지만 폐하 담배대가 왜 흔들리십니까? 수전증이십니까?”태상황이 태연 작약하게 담배연기를 뿜으며 몸을 곧추세워 앉아, “그 설하정은? 과인 혀 밑에 그거 좀 넣어봐.”상선이 긴장해서: “또

  • 명의 왕비   제 885화

    산실로 옮긴 원경릉명원제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아들을 줄줄이 낳았으나 안타깝게도 이 아들들이 승부욕이 없는데다 지금까지 자기 아들을 데려온 사람이 없다.그래서 이번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명원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전부를 건참이다.현비는 호상궁과 궁중의 호위무사 한무리를 데리고 초왕부에 도착했는데 초왕부는 이미 진지를 정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현비는 호상궁을 데리고 원경릉을 보러 들어갔는데 원경릉을 보는 그 순간 그녀는 마음이 무겁게 내려 앉는 것이,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으로 어떻게 아이를 낳는단 말인가? 눈썹에 검은 색마저 빠져나갔다.도저히 안되겠다.방 전체에 사람이 둘러서 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몇 없는 것에 화가 나서: “너희들은 어떻게 된 게냐? 사람을 물리고 산실로 옮길 준비하지 않고?”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어마마마, 소리지르지 마세요, 절 놀라게 하시는 건 괜찮지만 원 선생 놀라요,.”우문호는 놀라서 기절했다가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원경릉 말이 우문호의 혈압이 위험할 정도로 솟구쳐서 너무 놀라면 언제 다시 기절할지 모른다고 했다.현비가 이 말을 듣고 열이 뻗쳐서 우문호는 내버려두고 돌아가 희상궁에게, “산실은 어디냐? 여기서 낳을 생각은 아니겠지?”우문호가: “뭐가 문제 있어요?”현비는 우문호의 불효 막심한 얼굴을 보고 화가 치솟으며, “뭐가 문제 냐고? 아이고 맙소사, 여긴 소월각이야, 다섯째 네가 사는 곳이라고, 너 앞으로 계속 살거니 말거니? 어째서 왕비 방으로 돌려보내서 낳게 하지 않는 거야?”희상궁이 앞으로 나와: “현비마마 서두르지 마세요, 아직 낳을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산실은 진작에 바로 밖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금 준비중이니 잠시 후 바로 갈 것입니다.”우문호도 여기 더 머물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허리를 굽혀 원경릉을 안고, “좋아, 우리 가자.”현비가 놀라서 매서운 눈초리로, “다섯째야 네가 간다고? 네가 산실에 가서 뭐하게? 사람을 시켜 보

  • 명의 왕비   제 886화

    현비는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심 실망한 듯했다. 그녀는 누워서 배를 움켜잡고 있는 원경릉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그 자리에 있던 원판어의와 산파를 보았다.“태후께서 저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명이 있으셨습니다. 모두들 무릎을 꿇고 들으십시오.”우문호는 바쁜 와중에 현비가 왜 저러나하며 조금 화가 났지만, 황조모의 명이라고 하니 무릎을 꿇었다.“태후께서 말씀하시길, 초왕비가 출산 중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북당의 미래를 위해서, 황실의 자손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지켜야 하며……”현비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원경릉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모체를 희생해서라도 아이들을 꼭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자궁 수축으로 고생하고 있던 원경릉은 현비의 말을 듣고 맥이 풀렸다.우문호는 화가 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현비에게 다가갔다. “모비, 황조모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리 없습니다. 거짓을 말하시다니요. 지금 큰 죄를 지으시는 겁니다!”말을 마친 우문호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방금 현비께서 하신 말씀이 본왕은 거짓으로 의심된다! 이 말에 개의치 말거라! 훗일은 책임은 모두 본왕이 지겠다!”“……”“모비께서는 저와 함께 밖으로 좀 나가시지요.”그가 현비의 손을 잡아끌었다.“감히 네가!” 현비는 화가 났다.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비를 끌고 밖으로 나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모비께서는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현비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네가 뭐가 불쌍해? 어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야.” 라고 말했다.“어떻게 아들 마음을 그렇게 모르십니까?” 우문호는 울분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그는 현비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지만, 심호흡을 하고 그녀를 다시 보았다.“지금 모비의 며느리가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왕비와 아이들의 건강을 빌고 있고, 지금 북당의 백성들도

  • 명의 왕비   제 887화

    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알겠어. 제천대전이 끝나면 바로 주지스님을 모시고 와줘.”“걱정마. 구사가 이미 그곳으로 갔어.” 우문호는 천천히 손을 놓고는 그녀의 머리를 쓸며 “많이 아파?”라고 물었다.“지금은 괜찮아. 수축도 심하지 않아서 참을 수 있는 정도야.”우문호는 원경릉의 쉰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대신 아파주고 싶어.”원경릉은 살이 많이 빠져 핼쑥해진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요즘 너도 나못지 않게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잖아. 너를 혼자 두고 가지 않을 테니 걱정 마.”그 말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정확히 찔렀다. 그는 아홉 달 동안 아이와 함께 지내지도 못하고 외부의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 원경릉보다 깊지 않았다.그는 아이들은 둘째고 오직 그녀가 살아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녀만 있으면 자식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그는 원경릉과 눈이 마주치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나랑 100살까지 살기로 한 거 잊지 마.”우문호가 말했다.“알겠어. 100살까지 같이 살자.” 원경릉은 우문호를 봐도 봐도 보고 싶고, 그의 손을 잡고 있어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박사의 삶을 살았다. 그 당시에는 사랑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인생에 장식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인생은 우문호를 빼놓고는 완성이 되지 않는 퍼즐이 되었다. 왠지 모르게 원경릉은 이전의 인생보다 지금이 더 완벽하고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희상궁과 다른 이들도 그녀의 옆에서 격려하고 힘을 내라고 응원했다. 원경릉은 그들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진심에 눈물이 글썽였다. 잠시 후 현비가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옆에 붙어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문호를 보며 다정다감하다고 칭찬을 하기도 하고, 그

  • 명의 왕비   제 888화

    현비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뒤돌아 호상궁을 불렀다.호상궁은 안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방금 소월각을 지나다가 초왕비를 보았다.“마마, 분부하십시오.” 현비는 잠시 망설이더니 호상궁을 보고 말했다.“상궁도 초왕비를 봤지 않는가? 상궁이 보기엔 초왕비가 순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현비의 물음에 호상궁이 잠시 망설였다.“음…… 마마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지금 여기엔 당대 최고의 어의들이 있지 않습니까? 왕비는 분명 괜찮으실 겁니다.”현비는 호상궁을 노려보았다.“걔가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상관없고, 본궁은 내 손자들의 안위가 걱정된다네. 본궁이 미리 말하겠지만, 오늘 산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을 먼저 지켜야 하고 그다음이 초왕비일세. 본궁은 그게 맞다고 여기는데 다섯째는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어. 쯧쯧……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모양이야. 호상궁이 보고 있다가 진짜 안 될 거 같으면 방법을 생각해 내서 초왕을 밖으로 빼내게 본궁은 그가 산실까지 따라 들어올까 걱정이야.”“그건…… 마마님께서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아이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상궁, 궁에 수년간 있으면서 세 아이를 낳는 것을 본 적 있나? 애를 하나만 낳아도 죽을 수 있는데 셋을 어떻게 낳겠어?”“하지만, 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뱃속의 아이들에게도 분명 악영향이 갈 텐데…… 어떻게 아이들만 지켜낼 수 있겠습니까?”호상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전에 내가 공주를 낳을 때, 공주는 머리가 아닌 발이 먼저 나왔어. 그때 공주의 다리를 잡고 산파가 끌어내렸거든? 그런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산모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네.”“그거랑 이건 다른 일인데요? 아이의 다리가 나왔으니 빼낼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 초왕비는 배 안에 아이들이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근데 억지로 빼낸다면 모체가 죽을 것 아닙니까?”호상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마마님, 다시 생각해 보세요. 그건 옳지 않습

  • 명의 왕비   제 889화

    어의와 산파가 원경릉에게 말하길 한두 시간 내에 출산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경릉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왜냐하면 오기로 한 주지스님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순산을 시도하기에는 현비가 밖에 지키고 있기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방금도 어의와 산파를 불러서 뭐라고 한 것 같고, 원경릉은 그들에게 자신과 아이들을 맡길 수 없었다. 게다가 강녕후 부인도 아이를 받은 경험이 많지 않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원경릉이 얘기를 해줘야 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섯째와 강녕후 부인 그리고 사식이에게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우문호는 온몸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차례대로 병풍 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희상궁은 최대인의 소개로 온 산파를 잡아당겼다. “경험이 많으신 분이시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대처를 부탁드립니다.” 원경릉은 계속되는 자궁 수축에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문호는 그녀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아픈 와중에도 원판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을 했다.“그동안 저를 보살펴주셔서 고마워요. 다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 몸상태가 좋지 않아 출산의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왕절개라는 선택을 하게 됐고요. 여러분들은 제왕절개가 무엇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고 다시 배를 꿰매는 겁니다.”사람들은 원경릉의 말을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원경릉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전 괜찮은데, 다들 표정이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다섯째가 책임을 질 것이니 걱정 말고 임해주십시오.”원판어의는 손을 저으며 “왕비님, 지금 이 고통도 견디지 못하시면서 어떻게 배를 가릅니까?” 라고 물었다.원경릉은 마취약까지 설명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렇게 하면 아이도 저도 무사할 겁니다.”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았지만 원경릉

  • 명의 왕비   제 890화

    우문호는 현비의 몸에 묻은 세균이 그의 옷에 묻을까 봐 현비를 피해 걸었고, 그녀와 말을 섞지도 않았다. 그리고 문 쪽으로 오지 못하게 원경릉의 후추스프레이를 뿌리고는 즉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구사와 탕양은 문밖을 지키고, 본왕의 허락 없이는 천황이 와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구사와 탕양은 금군과 부병을 동원해 수술실 전체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탕양과 구사는 바깥방과 안방 문 앞에 서서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도록 했는데 마치 그 모습이 천하대장군을 연상케 했다.현비는 그런 우문호의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그래! 너 마음대로 하거라! 모비가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건데, 내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모비에게 부탁할 생각하지 마라!”호상궁이 현비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 “마마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왕야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세 쌍둥이 때문에 예민해지신 겁니다.”현비는 호상궁의 말에도 화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다섯째 혼자 저런 생각을 할 리가 없어. 분명 초왕비가 다섯째를 조종하고 있는 거야.’현비는 그곳에 있는 모두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억울하고 서러웠다. 태후는 소씨 가문의 사람으로 현비가 태후를 이해 황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 아래에 귀비가 한 명 더 있다. 그 때문에 당연히 제 차지였던 자리가 어쩌면 남에게 뺏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수술실 안은 조용했다. 수술대 위에서 만아는 청동거울을 들어 올렸다. 이 거울은 특수제작된 것으로 크고 반짝였다. 이를 수술대 위에 거는 이유는 원경릉이 누워서도 수술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궁, 제가 점심을 먹는 시간이 몇 시인가요?” 원경릉이 물었다. “왕비, 오시(午時:11시~13시)입니다. 지금은 유시(酉時:17시~19시)입니다.”원경릉은 진통이 시작된 지 6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강녕후 부인을

  • 명의 왕비   제 891화

    이번 제천대전에는 당대의 모든 문무백관들이 참석했고 이전보다 규모도 커졌다. 제단 아래에는 사람들의 머리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안왕의 예리한 눈동자가 군중 속에 서있는 서일에게 멈추었다. 서일의 눈은 줄곧 주지스님을 향해 있었다.안왕은 차갑게 웃었다. ‘과연, 주지가 핵심인물이었군.’그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서일이 주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명원제는 제사를 지낸 뒤 마차를 타고 궁으로 돌아가 우문가(宇文家)의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했다.서일은 가까스로 안왕의 부하들을 따돌렸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명원제가 탄 마차를 쫓기는 역부족이었다.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마차 뒤꽁무니를 쫓았으나 금군의 호위와 수많은 군중들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서일이 큰 소리로 ‘주지스님!’이라고 외쳐도 주지는 듣지 못했다. 그는 우문호에게 명원제가 타고 있는 마차를 멈춰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왕부로 돌아왔다.산실 안에 있던 우문호는 원경릉의 뱃가죽이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배를 가르는 모습은 마치 괴물의 입처럼 길게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원경릉이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이었다. “다섯째, 내 심장 뛰는 것 좀 봐줘. 그리고 배는 보지 말고 나를 봐.” 원경릉이 말했다. 우문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청진기를 귀에 대고 그녀의 심박을 확인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원경릉의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고 귀에서 자신의 심장소리만 들렸다. 희상궁과 만아는 겁에 질린 얼굴로 서있었고, 사식이는 원경릉의 지시에 맞게 물건을 강녕후 부인에게 건넸다. 강녕후 부인 옆에 산파는 아이가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자궁을 절개할 겁니다.” 원경릉은 청동거울로 자궁의 위치를 보며 지휘했다. “강녕후 부인, 긴장 푸세요. 손이 떨리시는 건 같습니다. 괜찮으니 심호흡하고 천천히 칼을 대세요.”“사식아 너는 솜으로 피를 막거라. 그래, 잘하고 있어.” 원경릉의 목소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63화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 명의 왕비   제3162화

    그녀는 탕양을 힐긋 바라보는데, 예전의 담담하고 온화한 모습 없이 뜨겁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그렇게 죽을 때까지 버틴다 해도, 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을 것이었다."탕 대인, 지금 어디를 보는 것이오?"그때, 냉정언이 물었다."예? 무슨 말이십니까?"탕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냉정언을 바라보자, 냉정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께서 계속 일곱째 아가씨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소.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술렁이며 이상한 시선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주 아가씨가 급히 택란의 귀를 막으며 말했다."보지도, 듣지도 마십시오!"탕양은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마구흔들었다."아닙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냉 대인께서 잘못 보신 겁니다.""아니오. 분명 아가씨의 옷깃과 가슴을 보고 있었소!"말을 마치자마자 냉 대인은 숭이를 안고 단호하게 밖으로 나갔고, 탕양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일곱째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곱째 아가씨는 기침을 하며 옷깃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흥. 변태!"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도 돌아서 나가버렸다.탕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한 얼굴로 주 아가씨와 홍엽을 보며 말했다."다들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라는..."홍엽이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눈이 자네 얼굴에 달려 있는데, 자네가 누굴 보고 어디를 보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주 아가씨는 택란의 손을 잡고 나가며 말했다."마마, 이제 탕 대인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마십시오. 인품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탕양은 여전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냉정언의 한마디에 그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져 버렸다.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명여야..."냉명여 또한 귀를 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탕 대인께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십니다!"탕양은 그만 머리를 감싼

  • 명의 왕비   제3161화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 명의 왕비   제3160화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 명의 왕비   제3159화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 명의 왕비   제3158화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 명의 왕비   제3157화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

  • 명의 왕비   제3156화

    택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도 아닐 것이오. 아마 금나라 어린 황제가 보낸 사람일 것이오.”“그가 어찌 마마를 찾는 것입니까?”주 아가씨는 몹시 놀랐다. 금나라는 늘 진국왕이 주도하고 있어, 그 어린 황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그 어린 황제가 왜 갑자기 자신을 찾는 것인지 택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알아본 바로는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어빙술을 사용해 진국왕을 공격했다고 했기에, 택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들이 다섯째를 어찌 찾는 것인지 알아보시오.”“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이제 막 돌아오셨으니, 먼저 들어가서 쉬시지요. 오시느라 고되었을 것입니다.”주 아가씨는 밖에 서 있는 키 큰 남자를 힐끗 보더니 바로 알아차리곤 말했다.“저분이 바로 서 대인입니까? 그가 마마를 호위한 것입니까?”“맞소. 서일 삼촌이네. 거처를 마련하여 머물게 해주시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하오. 이틀 후, 이곳을 떠나게 할 것이오.”서일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가 금나라 어린 황제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북당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금나라의 어린 황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가 이를 알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주 아가씨가 호명에게 가서 서일을 잘 안배하라는 공주의 명을 전하자, 호명이 웃으며 말했다.“서 대인께서 오셨군요. 제가 술을 준비하여 잘 대접해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을 보내 약도성에서 가장 좋은 술을 사 오게 하고는, 일단 서일을 취하게 하기로 계획했다.서일은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강북부에 도착해 황자들과 헤어지자마자 특별히 택란을 약도성까지 데려다주었다. 택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약도성의 상황을 살폈다.처음에 그는 거처에 정착한

  • 명의 왕비   제3155화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