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는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심 실망한 듯했다. 그녀는 누워서 배를 움켜잡고 있는 원경릉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그 자리에 있던 원판어의와 산파를 보았다.“태후께서 저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명이 있으셨습니다. 모두들 무릎을 꿇고 들으십시오.”우문호는 바쁜 와중에 현비가 왜 저러나하며 조금 화가 났지만, 황조모의 명이라고 하니 무릎을 꿇었다.“태후께서 말씀하시길, 초왕비가 출산 중에 위험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북당의 미래를 위해서, 황실의 자손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지켜야 하며……”현비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원경릉을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모체를 희생해서라도 아이들을 꼭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자궁 수축으로 고생하고 있던 원경릉은 현비의 말을 듣고 맥이 풀렸다.우문호는 화가 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현비에게 다가갔다. “모비, 황조모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리 없습니다. 거짓을 말하시다니요. 지금 큰 죄를 지으시는 겁니다!”말을 마친 우문호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방금 현비께서 하신 말씀이 본왕은 거짓으로 의심된다! 이 말에 개의치 말거라! 훗일은 책임은 모두 본왕이 지겠다!”“……”“모비께서는 저와 함께 밖으로 좀 나가시지요.”그가 현비의 손을 잡아끌었다.“감히 네가!” 현비는 화가 났다.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비를 끌고 밖으로 나와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모비께서는 아들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현비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네가 뭐가 불쌍해? 어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야.” 라고 말했다.“어떻게 아들 마음을 그렇게 모르십니까?” 우문호는 울분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그는 현비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지만, 심호흡을 하고 그녀를 다시 보았다.“지금 모비의 며느리가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왕비와 아이들의 건강을 빌고 있고, 지금 북당의 백성들도
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 “알겠어. 제천대전이 끝나면 바로 주지스님을 모시고 와줘.”“걱정마. 구사가 이미 그곳으로 갔어.” 우문호는 천천히 손을 놓고는 그녀의 머리를 쓸며 “많이 아파?”라고 물었다.“지금은 괜찮아. 수축도 심하지 않아서 참을 수 있는 정도야.”우문호는 원경릉의 쉰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대신 아파주고 싶어.”원경릉은 살이 많이 빠져 핼쑥해진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요즘 너도 나못지 않게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잖아. 너를 혼자 두고 가지 않을 테니 걱정 마.”그 말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정확히 찔렀다. 그는 아홉 달 동안 아이와 함께 지내지도 못하고 외부의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 원경릉보다 깊지 않았다.그는 아이들은 둘째고 오직 그녀가 살아있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녀만 있으면 자식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그는 원경릉과 눈이 마주치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나랑 100살까지 살기로 한 거 잊지 마.”우문호가 말했다.“알겠어. 100살까지 같이 살자.” 원경릉은 우문호를 봐도 봐도 보고 싶고, 그의 손을 잡고 있어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박사의 삶을 살았다. 그 당시에는 사랑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인생에 장식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인생은 우문호를 빼놓고는 완성이 되지 않는 퍼즐이 되었다. 왠지 모르게 원경릉은 이전의 인생보다 지금이 더 완벽하고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희상궁과 다른 이들도 그녀의 옆에서 격려하고 힘을 내라고 응원했다. 원경릉은 그들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진심에 눈물이 글썽였다. 잠시 후 현비가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우문호가 원경릉의 옆에 붙어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우문호를 보며 다정다감하다고 칭찬을 하기도 하고, 그
현비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뒤돌아 호상궁을 불렀다.호상궁은 안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방금 소월각을 지나다가 초왕비를 보았다.“마마, 분부하십시오.” 현비는 잠시 망설이더니 호상궁을 보고 말했다.“상궁도 초왕비를 봤지 않는가? 상궁이 보기엔 초왕비가 순산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현비의 물음에 호상궁이 잠시 망설였다.“음…… 마마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지금 여기엔 당대 최고의 어의들이 있지 않습니까? 왕비는 분명 괜찮으실 겁니다.”현비는 호상궁을 노려보았다.“걔가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상관없고, 본궁은 내 손자들의 안위가 걱정된다네. 본궁이 미리 말하겠지만, 오늘 산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을 먼저 지켜야 하고 그다음이 초왕비일세. 본궁은 그게 맞다고 여기는데 다섯째는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어. 쯧쯧……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모양이야. 호상궁이 보고 있다가 진짜 안 될 거 같으면 방법을 생각해 내서 초왕을 밖으로 빼내게 본궁은 그가 산실까지 따라 들어올까 걱정이야.”“그건…… 마마님께서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아이들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상궁, 궁에 수년간 있으면서 세 아이를 낳는 것을 본 적 있나? 애를 하나만 낳아도 죽을 수 있는데 셋을 어떻게 낳겠어?”“하지만, 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뱃속의 아이들에게도 분명 악영향이 갈 텐데…… 어떻게 아이들만 지켜낼 수 있겠습니까?”호상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예전에 내가 공주를 낳을 때, 공주는 머리가 아닌 발이 먼저 나왔어. 그때 공주의 다리를 잡고 산파가 끌어내렸거든? 그런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산모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네.”“그거랑 이건 다른 일인데요? 아이의 다리가 나왔으니 빼낼 수 있었던 것이고 지금 초왕비는 배 안에 아이들이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근데 억지로 빼낸다면 모체가 죽을 것 아닙니까?”호상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마마님, 다시 생각해 보세요. 그건 옳지 않습
어의와 산파가 원경릉에게 말하길 한두 시간 내에 출산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경릉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왜냐하면 오기로 한 주지스님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순산을 시도하기에는 현비가 밖에 지키고 있기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방금도 어의와 산파를 불러서 뭐라고 한 것 같고, 원경릉은 그들에게 자신과 아이들을 맡길 수 없었다. 게다가 강녕후 부인도 아이를 받은 경험이 많지 않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원경릉이 얘기를 해줘야 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섯째와 강녕후 부인 그리고 사식이에게 옷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우문호는 온몸의 근육이 팽팽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차례대로 병풍 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희상궁은 최대인의 소개로 온 산파를 잡아당겼다. “경험이 많으신 분이시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대처를 부탁드립니다.” 원경릉은 계속되는 자궁 수축에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문호는 그녀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아픈 와중에도 원판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말을 했다.“그동안 저를 보살펴주셔서 고마워요. 다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 몸상태가 좋지 않아 출산의 고통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왕절개라는 선택을 하게 됐고요. 여러분들은 제왕절개가 무엇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고 다시 배를 꿰매는 겁니다.”사람들은 원경릉의 말을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원경릉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전 괜찮은데, 다들 표정이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다섯째가 책임을 질 것이니 걱정 말고 임해주십시오.”원판어의는 손을 저으며 “왕비님, 지금 이 고통도 견디지 못하시면서 어떻게 배를 가릅니까?” 라고 물었다.원경릉은 마취약까지 설명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렇게 하면 아이도 저도 무사할 겁니다.”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았지만 원경릉
우문호는 현비의 몸에 묻은 세균이 그의 옷에 묻을까 봐 현비를 피해 걸었고, 그녀와 말을 섞지도 않았다. 그리고 문 쪽으로 오지 못하게 원경릉의 후추스프레이를 뿌리고는 즉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구사와 탕양은 문밖을 지키고, 본왕의 허락 없이는 천황이 와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구사와 탕양은 금군과 부병을 동원해 수술실 전체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탕양과 구사는 바깥방과 안방 문 앞에 서서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도록 했는데 마치 그 모습이 천하대장군을 연상케 했다.현비는 그런 우문호의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그래! 너 마음대로 하거라! 모비가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건데, 내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니 어쩔 수 없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모비에게 부탁할 생각하지 마라!”호상궁이 현비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 “마마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왕야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세 쌍둥이 때문에 예민해지신 겁니다.”현비는 호상궁의 말에도 화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다섯째 혼자 저런 생각을 할 리가 없어. 분명 초왕비가 다섯째를 조종하고 있는 거야.’현비는 그곳에 있는 모두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억울하고 서러웠다. 태후는 소씨 가문의 사람으로 현비가 태후를 이해 황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 아래에 귀비가 한 명 더 있다. 그 때문에 당연히 제 차지였던 자리가 어쩌면 남에게 뺏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수술실 안은 조용했다. 수술대 위에서 만아는 청동거울을 들어 올렸다. 이 거울은 특수제작된 것으로 크고 반짝였다. 이를 수술대 위에 거는 이유는 원경릉이 누워서도 수술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궁, 제가 점심을 먹는 시간이 몇 시인가요?” 원경릉이 물었다. “왕비, 오시(午時:11시~13시)입니다. 지금은 유시(酉時:17시~19시)입니다.”원경릉은 진통이 시작된 지 6시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강녕후 부인을
이번 제천대전에는 당대의 모든 문무백관들이 참석했고 이전보다 규모도 커졌다. 제단 아래에는 사람들의 머리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안왕의 예리한 눈동자가 군중 속에 서있는 서일에게 멈추었다. 서일의 눈은 줄곧 주지스님을 향해 있었다.안왕은 차갑게 웃었다. ‘과연, 주지가 핵심인물이었군.’그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서일이 주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명원제는 제사를 지낸 뒤 마차를 타고 궁으로 돌아가 우문가(宇文家)의 선조에게 제사를 지내려고 했다.서일은 가까스로 안왕의 부하들을 따돌렸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명원제가 탄 마차를 쫓기는 역부족이었다.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마차 뒤꽁무니를 쫓았으나 금군의 호위와 수많은 군중들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서일이 큰 소리로 ‘주지스님!’이라고 외쳐도 주지는 듣지 못했다. 그는 우문호에게 명원제가 타고 있는 마차를 멈춰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왕부로 돌아왔다.산실 안에 있던 우문호는 원경릉의 뱃가죽이 찢어지는 것을 보았다. 배를 가르는 모습은 마치 괴물의 입처럼 길게 벌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원경릉이 그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이었다. “다섯째, 내 심장 뛰는 것 좀 봐줘. 그리고 배는 보지 말고 나를 봐.” 원경릉이 말했다. 우문호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청진기를 귀에 대고 그녀의 심박을 확인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원경릉의 심장소리는 들리지 않고 귀에서 자신의 심장소리만 들렸다. 희상궁과 만아는 겁에 질린 얼굴로 서있었고, 사식이는 원경릉의 지시에 맞게 물건을 강녕후 부인에게 건넸다. 강녕후 부인 옆에 산파는 아이가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자궁을 절개할 겁니다.” 원경릉은 청동거울로 자궁의 위치를 보며 지휘했다. “강녕후 부인, 긴장 푸세요. 손이 떨리시는 건 같습니다. 괜찮으니 심호흡하고 천천히 칼을 대세요.”“사식아 너는 솜으로 피를 막거라. 그래, 잘하고 있어.” 원경릉의 목소
탕양의 말을 들은 구사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폈다.“다바오 소리는 안 들리는데?”잠시 후, 수술실 밖으로 사식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원경릉이 배를 가를 때부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수술을 돕던 사식이는 안전하게 두 아이가 나오자 마음속의 짐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사식이는 침상에 누워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사식, 여기 한 명 더!” 강녕후 부인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끌며 “울지 말고 빨리 도와줘.”라고 말했다.원경릉도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고 위에 붙은 청동거울을 보았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아, 안 돼!” 원경릉은 눈물이 쏟아졌다. 산파는 아이의 손을 만져도 보고 등을 두드려도 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강녕후 부인은 곧장 아이에게 다가가 심장을 살살 누르며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힘없이 머리를 옆으로 돌린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았다. “안 돼! 다섯째 빨리 구해줘! 내 새끼를 구해줘!” 원경릉은 아이를 보며 심장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문호가 창백한 얼굴로 아이에게 다가가는 찰나에 “으앙!”하는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는 깜짝 놀라 그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축하드립니다! 왕비, 왕야!” 산파가 말했다.우문호는 한 솜으로 침상 가장자리를 잡고 힘겹게 일어나더니 원경릉을 껴안았다.“수고했어!”원경릉은 힘없이 웃으며 우문호를 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세상에! 피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사식아 여기 빨리 지혈 좀 부탁해!”강녕후 부인이 비명을 질렀다.우문호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원경릉의 얼굴을 감싸 안고 다독였다.“경릉아, 제발 일어나. 정신 차려.”“지혈, 수혈, 빨리 주지를 찾아……” 원경릉이 어렵게 몇 마디를 뱉어냈다.“그래, 주
현비의 마음속에는 몇 가지가 떠올랐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아이는 모두 살고 원경릉이 죽는 것이다. “본궁이 들어가야겠다. 고생한 왕비를 위로하고 옆에 있어줘야겠어.” 현비가 구사에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현비마마 왕야의 분부가 있어서 절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구사가 고개를 저었다.“다섯째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어.” 현비가 분노하며 구사를 위아래로 흘겨보았다.“왕야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들었습니다!”“비켜!”“죄송합니다. 소신은 왕야의 신하로 그의 뜻을 따라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현비마마께서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네가 나를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 보자고! 네가 누구든 본궁의 손끝하나 건드리는 사람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현비가 고개를 쳐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황제의 여인이기에 구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뒷짐을 지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을 본 현비는 가슴을 쭉 펴고 구사 앞으로 다가왔다.“막아보거라! 본궁을 막아보란 말이야!”그 모습을 본 희상궁이 달려와서는 현비 앞을 막았다.“구사, 비키세요. 제가 하겠습니다!”현비는 희상궁의 뺨을 내리치며 “물러서거라!”라고 소리쳤다.희상궁을 이를 악물며 “현비마마께서 쇤네를 죽이셔도 좋습니다. 쇤네를 물러서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현비는 콧방귀를 뀌며 “이목아! 사람을 데리고 오너라! 본궁을 못 들어가게 막는 이 자들을 모두 데리고 태후께 가거라!”라고 말했다.이목이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구사가 그들을 향해 “꼼짝 마라!”라고 말했다.이목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현비를 보았다.희상궁은 현비를 막으며 옆에 시녀에게 눈짓으로 혈액이 맞는 사람들을 안으로 들이라고 했다.현비는 팔황자가 다쳤을 때를 생각했다. 팔황자가 죽을 고비에 있을 때 수혈로 목숨을 구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현비는 초왕비와 혈액이 맞는 사람들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초왕비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목아! 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