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의 신비가 세 쌍둥이에게주지가: “선배, 이 신체에서 대뇌는 이미 선배의 의식이 전부 잠식했는데 선배는 여전히 약 상자를 제어할 수 있는 거 왜 인지 알아요?”원경릉은 전에 호국사에서 일을 떠올렸다. 그와 이 문제를 감히 토론할 수 없는 것이 저번에 그는 신학과 자신의 연구를 뒤섞어 얘기해서 원경릉을 놀라게 했다.“왜 그런데?” 원경릉이 물었다.잔이 서서히 원경릉의 뒤에 떨어져 원경릉은 다른 한 손으로 잡아서 탁자에 놓고 주지를 봤다.주지가: “왜냐면, 전에 선배가 살던 곳에 어떤 사람 어쩌면 선배의 의식이 있어서 서로의 의식이 통하고 있는 거예요. 선배 자신이 아직 모를 뿐이지.”원경릉이 생각해보더니, “네 말은 내 연구가 성공했다는 거지? 내가 연구개발한 약은 결국 상용화됐어?”“선배의 연구계획은 보류되면서 아무도 같은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어요,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왜냐면 인류는 이미 충분히 똑똑해 졌거든요.” 주지가 말했다.“그래서, 너는 개인적으로 연구한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주지의 눈은 여전히 과학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며, “맞아요, 23살때부터 선배의 과제를 연구하기 시작해 선배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았죠, 선배의 학술논문, 편지, 메모할 것없이 전부요.”원경릉은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으며 다급하게, “그럼 알겠네, 내가 죽은 뒤에 부모님이랑 가족은?”주지가: “부모님은 선배가 죽은 후에 수양딸을 들였어요, 선배 모습과 70~80% 닮았어요.”원경릉이 경악하며, “그거 우연이야?”“더욱 공교로운 건 그녀도 의학박사고 선배의 과제를 연구한 적이 있다는 거예요, 단지 그녀는 당신이 죽은 뒤 10년, 아무런 이유 없이 사라졌어요. 행적을 알 수 없었죠.”원경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원경릉은 천천히 이 일을 되새기며: “내 일에 대해서 얼마나 더 알고 있어?”주지가: “선배는 어느 쪽을 말하는 걸까요? 상당히 많이 제가 알고 있거든요.”주지는 더이상 소승이 어쩌고 하는 말투를 쓰지 않았
고군분투하는 원경릉과 우문호사람이 태어날 때 사용할 수 있는 뇌세포수가 정해져서 18살이 된 뒤 뇌세포는 매년 감소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원경릉 자신의 연구 시작은 뉴런 발생을 진행하는 연구로 기존 연구에 근거해 신경세포는 신경줄기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분화 재생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하지만 이런 신경 발생은 측뇌실(Lateral ventricle) 하부와 해마의 치하이랑(Dentate gyrus)에 국한되어 있다.만약 뇌세포가 분열 재생할 수 있다면 이미 그녀의 연구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다.그래서 주지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와 주지가 나눈 얘기는 비록 놀랍기 그지 없지만 이게 바로 그녀가 가장 익숙한 영역이란 걸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적통을 다투고, 알력을 행사하고 궁중 암투를 벌이는 게 아니라 말이다.학술계의 쟁론은 설사 서로 칼끝을 겨눌만큼 예리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지치게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든다.의대를 열겠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제왕의 상황은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아서 비록 날이 어두워졌지만 원경릉도 떠나기가 그랬다.오늘밤은 계속 여기서 지키는 편이 낫겠다.우문호는 돌아오지 않았고 여전히 바깥을 뛰어다니는지 서일이 가는 길에 들러 원경릉을 보더니 왕야께서 마마를 그리워하신다고 전했다.원경릉은 오직 한가지 일만 관심을 가지고, “식사는 하셨어?”서일이 탄식하며, “식사요? 물 한모금도 안 드셨어요.”원경릉이 얼른 간식을 집어서 기름종이에 싸더니 서일의 주머니에 찔러 넣고, “왕야를 보거든 전해 드려.”서일 자신도 몇개 집어서 한번에 입어 우적우적 넣고 씹으며: “아아써으”말을 마치고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갔다.새벽녘에 제왕이 열이 나기 시작했다.감염된 게 아닐까 원경릉은 걱정이 돼서 죽을 지경이다.정맥 주사, 근육 주사, 투약, 물리적 체온 강하, 네 가지를 다 했다.날이 밝을 때까지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체온이 서서히 떨어졌다.원경릉은 피곤해서 두 눈을
안왕의 음흉한 속셈우문호가 명을 받고 나가려는 때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범인이 넷째라면 이번 거사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사실이다.우문호가 다시 경조부로 복직해서 일을 처리하는 시점에 거사를 일으키면 일석삼조다.일곱째를 죽이고, 큰형에게 죄를 덮어 씌운 뒤, 마지막으로 우문호라는 경조부 부윤은 임무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다시 면직시키는 것이다.좋은 계획이야.우문호는 사실 이미 몰래 안왕을 대비하고 있었으나 선수를 쳐서 제압할 방법은 없었다.우문호는 지금 많은 인맥을 쌓았지만 원 선생의 상태가 너무 주목을 끌어서 우문호가 뭘 해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만다. 일을 조금만 허술히 해도, 초왕부에 무슨 이상한 낌새라도 생겨도, 아바마마는 바로 우문호에게 들어오라고 한다.아바마마, 아시죠, 아바마마의 관심은 사실 저에 대한 억압이죠? 제가 지금 그저 매나 맞는 형국일 수밖에 없도록 압제하는 거 말이죠.우문호가 피폐한 채로 말에 올라, 원 선생이 습격을 당한 이래 지금까지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음을 떠올렸다.원 선생은 간이 콩알만한데 이번에 놀라서 어떻게 된 건 아니겠지?우문호가 결국 눈가가 붉어졌는데 이렇게 억울했던 적이 없었다.안왕부.서재 안은 향을 태우는데, 투조로 되어 있는 귀한 향로에서 흰 연기가 서서히 뿜어져 나온다.침향의 향기가 서재 구석구석을 가득 메웠다.아라는 침향 분말을 미세하게 갈아 놓았는데 그녀의 손가락은 파뿌리처럼 하얗고, 윤이 나고 매끄러울 뿐 아니라 움직임까지 우아하다.아라가 탁자 위의 손수건에 무심코 눈이 가자, 안왕은 눈을 감고 공기 중에 퍼진 침향의 향을 맡으며 깊이 취한 얼굴이다.“이 손수건은……” 아라가 다 갈은 향 분말을 향로에 넣으며 작은 목소리로, “초왕비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데요.”“내가 훔친 거야.” 안왕이 냉소를 지었다.“어디에 쓰시게요?” 아라가 그의 곁으로 한바퀴 돌아 와서 안왕의 태양혈을 지그시 눌러 주었다.안왕이 아라의 손을 잡아 끌며, “
마차로 납치하는 안왕제왕부 별채.오후가 되자 제왕이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심박수, 혈압이 비록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전에 비해서 확실히 좋아졌다.원경릉이 초왕부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싶어하니, 희상궁이 마차를 준비시켰다.마차가 준비되자 희상궁이 원경릉을 모시고 마차에 오르게 한 뒤 다시 가서 만아를 부축해 왔다.그런데 이를 어째, 원경릉이 마차에 막 오르자 마자, 바퀴가 훌렁 날아가 버렸다.마차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꺼지더니 기울면서 호위들이 질겁을 했다.다행히 원경릉은 넘어지지 않았고, 가로로 된 버팀목에 머리를 부딪혔으나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서 내리며 고래고래: “제왕부의 아랫것들은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 마차가 고장이 나도 고치질 않다니.”“됐어요,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마차가 있는지 좀 봐요.” 원경릉이 연속적으로 일이 터지자 마음이 불안해서 얼른 초왕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호위가 들어가서 물어보더니 제왕부에는 마차가 두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미 밖에 나가 있다는 것이다.원경릉이 하는 수 없이: “그럼 우선 기다리죠.”돌아가려는 찰나 안왕부의 마차가 입구로 서서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안왕이 마차에서 내려 바퀴가 날아간 것을 보더니 놀라서 원경릉에게: “초왕비마마 초왕부로 돌아가십니까?”안왕의 역겨운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원경릉은 이렇게 우아하고 질박한 모습의 안왕을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예.”안왕이 미소를 지으며: “이 마차는 못 움직이겠어요.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 마차를 빌려드리지요.”희상궁은 마차를 찾아낼 생각에 근심하던 차에 안왕의 얘기를 듣고 얼른 감사하는데 원경릉이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안왕이: “이틀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요, 이렇게 합시다. 제가 왕비마마께서 초왕부로 돌아가시는 걸 호송해 드리겠습니다.”“필요 없습니다, 전 다섯째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겠어요.” 원경
원경릉을 마차에서 협박하는 안왕원경릉은 두 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고 어장을 꽉 쥐었다. 마차가 일단 움직이자 원경릉이 안에서 날카롭게 소리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소리지르는 건 무기가 아니다.“왕야는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원경릉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안왕이 하하 웃더니, “뭘 그렇게 경계하고 그래? 내가 당신을 잡아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초왕부까지 데려다 준다는데.”잡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손수건의 냄새를 맡던 천박한 모습을 떠오르게 해, 원경릉은 전신에 닭살이 쫙 돋아 올라왔다.원경릉이 가장자리로 비켜서 안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마차가 넓지 않고 안왕이 덩치가 좋아서 어디로 숨든 안왕의 몸이 주는 압박감으로 원경릉은 숨 쉬기도 힘들다.원경릉은 구역질이 나는 걸 참으며, “그럼 제가 어찌 안왕 전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안왕이 원경릉 곁으로 옮기자 침향 냄새가 짙게 원경릉에게 밀려오는데, 침향은 원래 매우 좋은 냄새지만 원경릉은 지금 토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평생 다시는 이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듣자 하니,” 안왕이 천천히 원경릉을 똑바로 바라보며 멋대로에 사악한 눈빛으로, “셋을 임신하다니, 왜 그렇게 복이 넘치는 거지?”안왕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배를 만졌다.원경릉이 한 손을 꺼내 어장을 안왕의 가슴에 겨누고 노해서: “다가오지 마.”안왕이 고개를 숙이고 어장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으며, “이게 태상황께서 하사한 어장인가? 위로는 못된 임금을 때리고 아래로는 탐욕스런 신하를 때린다 던데, 게다가 이 어장으로 셋째를 때렸다면서 그것도 아주 통쾌하게?”안왕이 한손으로 어장을 빼앗아 들고 진지하게 보더니, “황조부 솜씨가 과연 대단하네, 조각이 전부 정교하기 그지없군, 황조부가 진짜 널 총애하나 봐. 아나 몰라, 너 때문에 다섯째라는 쥐구멍에 볕이 들었다는 거.”안왕이 히히 웃으며 원경릉을 보고, “넌 이 어장으로 날 때리고 싶나?”그의 몸이 다가오면서 가슴이 거의 원경릉의 배를 누른다. 안
안왕 사건을 보는 기왕비의 시각마부가 안왕이 맞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했지만 원경릉은 이미 뛰어내려가 안정되게 착지하고 넘어지지도 않고 즉시 말 엉덩이를 한대 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랴!”말은 아파서 마차를 끌고 후다닥 달렸다.뒤로 호위들이 달려오다가 놀라서 원경릉을 보고, “왕비마마 어찌 된 일입니까?”원경릉은 배를 받치고 그제서야 전신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빨도 덜덜 떨렸다.이 한겨울 길거리에 찬바람이 살을 엔다. 원경릉은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을 흠뻑 흘렸다.원경릉은 천천히 길가 쪽의 점포 대문에 기대서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크게 심호흡을 했다.희상궁이 쫓아왔을 때 원경릉은 희상궁의 손을 힘껏 꼭 쥐고, “가자, 우리 집에 가자.”희상궁은 원경릉의 이 모습을 보고 심하게 놀라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를 부축하며 기왕비의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이 만아를 부축해 나왔을 때 안왕의 마차가 이미 가고 기왕비가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마차로 쫓아가라고 했다.기왕비는 마차 안에서 원경릉이 타는 것을 보고 입을 막고 옆으로 비켰다.원경릉이 힘없이: “막을 필요 없어요, 기왕비의 병은 이미 전염성이 없으니까요.”마차는 크지 않아 희상궁은 같이 앉을 수 없어 그들을 먼저 초왕부로 돌아가게 하고 희상궁과 만아는 따로 방법을 찾아 돌아가기로 했다.기왕비는 원경릉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안왕이 무슨 짓을 했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보니 갑자기 어제 기왕비가 안왕의 뒷모습을 보던 것이 생각나서 차갑고 음산하게, “안왕이 어떤 사람인가요? 기왕비가 보기엔.”“귀신이죠, 악귀!” 기왕비가 간단하게 묘사했다.원경릉은 안왕이 배속의 아이들을 꺼내는 얘기를 할 때의 표정이 떠올라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들면서, “맞아요, 안왕은 바로 악귀예요.”“안왕이 당신한테 어떻게 한 거예요?” 기왕비가, “당신을 다치게 한 건 아니죠?”원경릉이 여의방 앞에서 있었던 일과 방금 마차에서 있었던 일을 기왕비에게 얘기했다. 원경릉은 기왕비에게 뭐든 솔직하게 털어
안왕의 도발에 대응하는 자세원경릉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왕비는 모질게 마음 먹고 뼈 아픈 말을 하는데, “친왕에게 겁탈했다고 모함한 게 이번이 처음이예요?”이 말에 원경릉은 철저하게 부서져 버렸다.“전 평생 이 저주에서 벗어나 지를 못하는 군요.” 원경릉이 이를 갈며 말했다.기왕비가 작은 소리로: “참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다섯째도 반드시 참아야 해요, 만약 내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아바마마께서 이번에 죄를 물으시겠지만 당신들은 너무 울적해 할 필요 없어요. 아바마마 아들이 하나는 중상을 입고, 하나는 지하감옥에 있는데 다섯째는 무고한 걸 폐하도 아세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죠. 우선 다섯째를 보호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해요. 안왕은 교활하지만 아바마마도 현명하시니까요.”원경릉은 듣기만 해도 정신이 피로해지는 것이 본인은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궁중암투 고수가 아니며, 실제로 이 안에서 일어나는 배배 꼬인 인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다.할 수 없는데 억지로 하는 거엔 원경릉은 다른 사람보다 반응이 느리다.원경릉은 기왕비를 쳐다보고: “어찌 됐든 두번이나 도와줘서 고마워요.”“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거예요.” 기왕비가 느릿느릿 애기하는데 말투가 좀 교만한 것이, “지금도 그때 날 구한 걸 후회해요? 그때 당신이 결정한 게 정확한 거였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째려보며, “한번 사양 좀 하면 어디 덧나요?”기왕비도 웃으며, “안심해요, 지금 나의 기대는 온통 당신과 다섯째한테 있으니까요, 난 어떻게든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요.”원경릉은 머릿속으로 여전히 안왕의 의도를 생각하며 다섯째가 자객을 체포해야 하는 이때 자신의 일을 알리면, 다섯째는 반드시 자객 따위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안왕을 찾아가서 난리를 칠 것이다.안왕을 찾아가는 건 확실히 우문호에게 불리하다.하지만 만약 다섯째가 안왕을 찾아가지
안왕 짓인 걸 아는 우문호와 원경릉동시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 밖에 금군에게 초왕비가 안왕에게 납치되어 마차에 태워진 채 어마어마한 공갈과 협박으로 지나치게 놀라 정신을 잃고 태아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알렸다.희상궁이 초왕부 마당에서 안왕에 대해 쌍욕을 퍼붓는데 희상궁이 평생 싸우면서 사용했던 모든 심한 말을 다 동원해서 욕을 해댔다.희상궁은 정말 화가 복받쳐서 제어가 안될 정도였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경성에 소문이 쫙 퍼졌다.“제왕은 자객을 만나고, 기왕은 지하감옥에 갇히고, 초왕은 자객을 잡으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 세명의 친왕은 일 터졌고, 위왕은 북군 군영으로 갔고, 회왕은 큰 병에서 막 회복했고 남은 건 안왕 뿐이네.”“맞아, 안왕은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지. 그리고 안왕의 외조부가 또 얼마나 세도가인가, 태자의 보위를 향한 야심이 없다고 만은 할 수 없지.”“어쨌든지 모든 일에서 제일 득을 보는 건 안왕이군.”신년이라 집집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찻집, 술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데 이 화제가 한번 입에 오르기 시작하자 들불 같은 기세로 번지며, 빠른 속도로 온 경성에 자자했다.저녁 통행금지 시간에 우문호가 막 입궁해서 보고하는데 아직 자객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명원제가 격하게 꾸짖었다. 우문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출궁할 때 서일이 오늘 들은 말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순간 폭발해서,명원제가 병사를 이끌고 순찰을 계속하라는 것도 무시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갔다.원경릉이 비실비실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우문호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당장이라도 안왕을 찾아가 칼을 뽑을 기세다.희상궁이 들어와서, “왕비마마께서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시니 왕야께서는 우선 하룻밤 지켜주세요. 안왕 전하는 어디 도망 안 가시니 내일 찾아가셔도 늦지 않으십니다.”원경릉도 우문호의 손을 잡고 창백한 얼굴로, “배가 아파.”우문호가 들끓는 분노를 억누르고 원경릉을 안으며, “그래, 그래, 안 갈게, 일단 안 갈게,
아이들이 없는 황궁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해졌다. 계란이마저 울적해 보이는 게, 전에는 매일 오빠들이 와서 서로 안아주려고 난리였는데, 이제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보이지 않으니 종일 시무룩해져 있었다.아빠가 안아주는 게 좋긴 했지만 그는 종일 조정 일로 바쁜탓에 자기 전에 겨우 와서 안고 놀아주는 거라 이전과 비교가 됐다. 계란이 뿐 아니라 눈 늑대와 호랑이도 심심해서 꼬마 주인들 방 복도에 엎드려 이리 뒹굴 저리 뒹굴하며 나가 놀지도 않는 게, 계속 이런 식이면 다들 기분이 축 처져 안 되겠다 싶었다.원경릉은 친목 이벤트를 기획해 각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궁으로 놀러 오라고 하자, 친왕들이 알았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입궐해 궁중은 다시 시끌벅적해졌으나 우문호는 오히려 전부 다른 사람 아이란 생각에 거의 울 뻔했다.하지만 계란이는 이렇게 많은 아이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고, 늙은 아빠 우문호도 따라서 즐거워했다. 우문호는 계란이가 종일 시무룩하게 있을까 봐 걱정이 들었다.딸이 좋으면 우문호도 뭐든 다 좋았다.천행이의 백일이 되자 보상의 의미로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천행이는 이제 할머니도 있는 몸이니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게 도리다.잔치는 굉장히 성대했다. 이리 나리는 은자를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천금으로 아내와 엄마를 즐겁게 할 수 있다면야.백일 잔치에 모두가 아주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마지막에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간 뒤 같이 둘러앉아 술을 홀짝일 때 약간의 에피소드가 터지며 다들 웃기며 슬픈 상황에 부닥치고 말았다. 숙왕부 어르신이 그릇을 가져와서 음식을 싸서 온 것이었다. 사실 지금 숙왕부는 전혀 궁색해 보이지 않았지만, 수십 년간 몸에 밴 습관이 무서운 게 음식 낭비를 두고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전에 원경릉은 이리 나리 일이 해결된 뒤 안풍 친왕 부부가 떠날 줄 알았는데, 백일 잔치까지 가지 않고 있길래 개인적으로 안풍 친왕비에게 물었다. 그러자, “전엔 돌아가고 싶었지, 꿈에라도 간절히 돌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돌아간
게다가 엄마, 아빠, 휘종제 일행이 모두 여기 있어 안심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제일 큰 문제는 바로 떼어놓지 못하는 아쉬움이었다.특히 우문호는 계란이를 손바닥 위에 보석처럼 대해서 하루도 떨어져 있지를 못하는데 몇 년씩이나 떨어져야 있으면, 가끔 올 수 있다고 해도 곁에 두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으니, 원경릉이 돌아가서 얘기하면 우문호가 울부짖을 게 불 보듯 훤했다.원경릉은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북당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밟았다.서일은 경호에서 며칠을 기다리다가 황후가 물건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원경릉이 트렁크를 서일에게 주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필요하다고 한 건 다 사 왔으니까. 가져가서 처자식이나 기쁘게 해 줘.”“황후 마마는 역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분이세요!” 서일은 사람을 칭찬하는 어휘가 한정적이지만 최대한의 감사와 감격을 담아 표현했다.“사식이랑 아이를 이렇게 끔찍하게 챙기다니 의왼데.” 원경릉이 엷은 미소를 띠고 농담했다. 이 멍청이는 정말이지 사람 마음을 잘 아는 좋은 남자다.궁으로 돌아오니 이미 밤이 되었다. 우문호는 아마 오늘쯤 원경릉이 돌아올 거라고 예상해서 서둘러 일을 끝내고 소월궁으로 돌아와서 그녀를 기다렸다. 저녁 수라를 들고 나자, 짧은 이별은 신혼보다 짜릿해서 격렬한 사랑을 나눈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우문호가 뒤에서 원경릉을 끌어안고 침대에서 아이들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자, 원경릉이 뭔가 감추면서 아이들이 엄마와 헤어지며 아주 아쉬워했고 특히 아빠랑 헤어지기 아쉬워해서 방학하면 바로 아빠 보러 돌아온다 말했다고만 전해주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해 우문호를 기쁘게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역시 아낀 보람이 있네!”“애들이…. 철 들었어.” 원경릉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머릿속으로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간섭에서 벗어나 맘대로 난장판을 치는 영상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양심이라고는 없는 녀석들.우문호가 말했다. “눈앞에 닥친 일을 마치면… 얼추 며칠은 갈
현대로 돌아가 가족과 한자리에 모이니 모두 즐거워 보였다. 원경릉은 집안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을 데리고 휘종제와 건종 태자를 알현하러 갔다.휘종제와 건종 태자도 매우 기뻐했는데, 특히 아이들이 유학하러 와서 앞으로 여기서 산다는 얘기에, 휘종제는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며 앞으로 아이들에게 드는 모든 비용은 전부 자기들이 대고 방학에 북당으로 보내고, 개학 때 맞이하는 것도 자기들이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외갓집엔 모두 출근하는 분들 뿐이라 불편할 거라는 것이었다.원경릉은 일단 감사드리고 북당에서 가져온 술과 검, 궁에서 가져온 흙 한 줌과 돌 하나를 꺼내놓았다. 이건 우문호가 준비한 것으로 고향을 오래 떠나 있는 사람은 고향의 흙과 돌이 그리운 법이라고 했다.휘종제와 건종 태자가 흙과 돌을 보더니 손에 들곤 통곡하기 시작했다.원경릉이 두 사람을 위로한 뒤, 그들은 슬퍼하며 ‘언제 한 번 가볼까, 딱 한 번 보더라도, 아무도 만날 수 없어도 좋을 텐데.’라고 한탄했다.“긴 세월 고향 강산을 꿈에도 잊지 못했으나 돌아갈 수는 없었네..”원경릉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가슴이 시큰해졌다. 휘종제와 건종 태자의 슬픔을 원경릉은 아주 잘 아는 것이 자신도 전에 이방인이었기 때문이었다.단지 그들이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원경릉도 뭐라고 단정내리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건 안풍 친왕이 진행한 일로 정말 돌아가고 싶으면 아마도 안풍 친왕이 준비해 줄 수 있었다. 북당으로 돌아가면 안풍 친왕에게 상황을 봐서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입학 준비를 마친 뒤, 원경릉은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과 떨어지기 싫었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충만했기에 그녀와 헤어지는 걸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원경릉은 그 점이 씁쓸했다.아이들이 크면 놔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얘들은 아직 다 안 컸잖아.돌아가기 전에 원경릉은 양여혜에게 만나자고 했는데 양여혜가 기화를 데리고 올 줄 몰랐다.원경릉은 기화를 보자 머리가 아픈 게, 기화는 또
‘이제 어머니가 계시니 술 먹으면 몸 상한다고 말해? 예전에는 왜 말 안 했어?’다행히 누군가 같이 마셔주는 사람이 있었다. 회왕은 벼슬에 오른 뒤로 술을 조금 하기 시작했는데, 많이는 안 마시고 한두 잔만 마실뿐, 석 잔째면 아내를 보러 집에 갔다.즐겁게 박원과 소홍천을 보낸 우문호와 원경릉은 만두와 아이들을 유학 보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비록 환타와 칠성이는 아직 어려서 2년 정도 더 남아있었지만, 유치원 다니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며,형들이랑 꼭 같이 가겠다고 하도 고집을 부려 원경릉과 우문호는 골치가 아파졌다.그나마 우문호에게 약간 위로가 된 건 딸만큼은 곁에 있다는 사실로, 칠성이와 환타가 하도 졸라대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가가, 다 가.”아이들은 기뻐했으나 눈 늑대와 호랑이도 여전히 성깔을 부리며 따라가겠다며 소란을 피웠다.현대에서 어떻게 호랑이와 눈 늑대를 키울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였다. 게다가 이 동물들은 아주 영민해서 사람 일을 이해해, 꼬마 주인들이 이번에 가면 열흘 보름이 아니라 몇 년 있다가 온다는 걸 알고 아무리 혼을 내도 말을 안 들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만두가 이리저리 구슬려서, 동물들에게 자기들에겐 여름방학, 겨울 방학이 있고 학기 중에도 쉬는 날이 있어서 1년에 합치면 적어도 4개월은 이쪽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적어도 1년에 절반 가까이는 같이 있는 거라고 위로하자 겨우 잠잠해졌다. 비록 시공간은 떨어져 있어도 같이 자라기를 원할 것이다. 유학을 가는 일이기 때문에 원경릉이 직접 따라가서 진학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이 일은 전에 현대에서 언급한 적이 있어, 로양이 아이들에게 호적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려면 원경릉 부부도 호적에 올려야 하는 것이, 아이들을 오빠 이름 아래 입적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이 일은 로양이 원만하게 처리해 원경릉 가족 모두 호적을 가지게 되었다.게다가 원래 집을 사뒀기 때문에, 부근 학군에 진학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원경릉은 다섯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