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한 안왕과 황제의 대응여론은 금방 무르익어 경성의 밤은 통금이지만 이른 아침 술집, 찻집은 다시 이 얘기로 흥청거렸다.그리고 얘기는 입을 오가며 점점 더 듣기 거북해 져서 안왕은 잔인하고 포악할 뿐 아니라 형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생활 역시 문란해서 안왕과 안왕부의 모사인 아라 사이에 그렇고 그런 관계가 있고, 너도나도 경험을 얘기하는데 안왕이 전에 어떤 용모가 출중한 여자가 울음을 터트릴 때까지 계속 뚫어지게 보는 걸 봤다는 둥.게다가 안왕이 특정 성향이 있다는 얘기도 돌면서, 여자의 옷과 손수건을 탐닉해 장사치가 그걸 수집해서 안왕에게 가져다 준다고 한다.안왕이 수년간 가꿔온 어질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졌다.이런 얘기는 당연히 안왕부에도 알려졌다.안왕이 어제 원경릉에게 발로 차이고 고통으로 한동안 꼼짝 못하다가 한겨울 얼음을 올려놓아 통증을 멎게 하고 눈이 매운 고통도 겨우 완화시켰는데 참으로 분하고 억울했다.오늘 이른 아침 아라가 내보낸 사람이 돌아와 바깥 소문을 보고하는데 아라가 얼른 안왕에게 보고했다.안왕이 독기어린 냉소를 지으며, “아라야, 내가 원경릉 이 여자를 얕잡아 봤어, 보기엔 유약한데 위험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더군. 어제 마차에서 여자라면 혼비백산하게 놀랐을 텐데 원경릉은 뜻밖에도 기회를 포착해 반격하고, 순조롭게 마차에서 내릴 수 있었어. 방법을 생각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줘야지.”“왕야 안심하세요, 초왕부에 맞설 방법을 생각해 낼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역시 숨어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초왕은 분명 오늘 올 텐데 지금 밖에서 도는 소문이 저렇게 거북한데 어제 계획은 안 통했어요. 초왕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걸로 그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폐하께서는 어쩌면 회의적인 시선을 안왕부에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안왕이 화도 나고 분했다.안왕은 계략의 고수로 원래는 만약 초왕부가 그에게 반격하면 반드시 계략을 쓸 거라고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다.하지만 뜻밖에 이렇게 손도 쓰지 못하다니. 천지를 뒤바
안왕부에 쳐들어 가다우문호는 오늘 서일만 데리고 집을 나가다가 나갈 때 서일에게, “네가 왕년에 좀 놀던 가락으로 안왕부에 도착하면 선봉을 맡아서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고 못 알아들으면 다바오한테 배우라고 해.”“그럼 왜 다바오는 안 데려왔어요?” 서일이 반문했다.우문호는 침묵하더니 손을 흔들며, “다바오 데려가자.”두사람과 개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안왕부로 갔다.안왕은 숨지 않았는데 사실 숨을 수도 없었다.우문호는 미친 개로 오늘은 다 물지 않고, 내일도 와서 물게 분명하고, 내일 덜 물었으니 앞으로 편안한 날은 꿈도 꾸지 말라며 걸핏하면 올 것이다.구사가 먼저 도착했다. 안왕이 구사가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더욱 어지러워진 것이 아바마마도 아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아바마마가 만약 다섯째를 막고 싶으면 바로 다섯째를 입궁하게 하면 될 것을 구사를 보낸 데다 구사는 다섯째와 사적인 교류가 돈독한 사이다.안왕의 마음은 순식간에 반쯤 차가워졌다.마음 속으로 이 때 원경릉에게 손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더욱 후회가 됐다. 안왕에게 태자자리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고 모든 일에 그의 발목을 잡을 만한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를 한 발로 밟아 죽이려고 했는데 안왕이 발을 헛디뎌 자기가 똥물을 뒤집어 쓰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안왕부에 도착하자 두말 않고 바로 문을 부쉈다.호강연이 아들들에게 선물한 것 중에 유성추(流星錘)가 있는데 우문호가 그걸 가져왔다. 이게 사람을 치기엔 좀 굼뜬 감이 있지만 문을 부수는 데는 딱 이다.구사는 저 인간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했다. 자기가 십여명의 금군을 데려 왔는데 실지로 막지 못하고, 우문호가 서일과 다바오를 데리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걸 눈 뜨고 지켜봐야했다.서일이 들어서서 다바오를 데리고 때려 부수는데 안왕이 사람을 이끌고 나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데, “다섯째야, 주제넘는 짓 하지 마라.”우문호는 눈에 불이 들어오면서 두말 안하고 달려가 두들겨 팼다.안왕은 어
우문호의 복수와 입궁한 원경릉이때 저쪽에서 안왕이 우문호에게 몰려 열 받은 나머지: “다섯째야, 미친 개 같은 행동 하지 마라, 도대체 뭐 때문에 미쳤어? 조리 있게 말을 해.”우문호가 주먹을 날리고 폭발하듯 소리치며: “내가 지금 돌았어? 조리 있게 말하게? 주먹으로 알려주면 돼.”안왕이 눈꼬리가 찢어지게 맞고 한발로 차자 우문호가 무릎으로 올려 찍기를 하고 다시 주먹을 찌르며, “원 선생의 배에서 내 아들을 꺼내? 어디 꺼내나 못 꺼내나 두고 봐. 형제가 한판 뜨자고. 너한테 잘못한 게 있나 자문해 봤어. 태자 자리가 가지고 싶으면 가져, 난 됐으니까. 하지만 네가 감히 원 선생과 내 아이한테 손을 데면 네 목숨으로 갚아.”“너……”안왕은 우문호가 아무런 순서 없이 출수하는데 마치 발광한 야수 같아서 막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막을 수가 없는데 아무도 나와서 돕지 않고 구사는 저기서 지켜 보기만 한다.안왕은 뒤로 물러서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구사, 아바마마께서는 수수방관하라고 널 보내셨느냐?”구사는 손에 손수건을 들고 흔들며: “안왕 전하, 황제 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셔서 소신에게 안왕부에 가서 지켜보라고 하셨는데, 소신 이게 지켜 보는 거 아닙니까?”우문호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고 거의 막는 건 불가능한 상태로 하늘로 도약해 발차기를 해서 안왕을 차서 땅에 거꾸러뜨리더니 휘파람 한번에 다바오가 달려와서 안왕의 다리를 꽉 물었다.개 이빨은 날카롭고 견고해서 이 한방에 뼈가 보였다.안왕이 비명을 지르며 다른 발로 다바오를 찼는데, 다바오는 씩씩하고 힘차게 뛰어올라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꽉 물더니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흘러 안왕은 고통으로 몸을 떨며 바닥을 굴렀다.구사가 이제서야: “초왕 전하, 너무 지나치게 하지 마십시오, 황제 폐하의 성지가 있으셨습니다.”우문호가 이번에 휘파람을 불어 다바오에게 물러나게 하더니 머리카락은 엉클어져 있고 옷은 군데군데 찢겼으나 격노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입안에 핏물을 뱉는 안왕에게: “우문안, 잘들어
뛰어내릴거야원경릉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후안무치 하게 떼를 쓰며 바닥에 드러누울 수도 없으니 안보면 안보는 대로 선선히 물러 갔다.상선이 놀라서 이렇게 선선히?상선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삼대 거두와 명원제가 술을 마시고 있는 가운데 상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명원제가 얼른 묻길: “왔어? 갔나?”상선이: “황제 폐하께 아룁니다, 왕비가 왔다가 갔습니다.”명원제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묻길: “너는 뭐라고 했느냐? 이렇게 금방 간다고 했어?”상선이: “그저 황제 폐하께서 여기 계시지 않는다고 했고, 다음엔 왕비가 태상황 폐하를 뵙겠다고 했으나 소인이 태상황 폐하께서는 술을 드셔서 아무도 만나지 않으신다고 하니 왕비는 가셨습니다.”다들 마주보더니, 이거…… 이거 원경릉 스타일이 아닌데.“정말 갔나?” 태상황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정말 갔습니다.” 상선 자신도 상당히 의아했다.태상황이 오늘 사실 원경릉을 보고 싶었고 며칠을 못 봤지만……태상황은 담담하게 황제를 흘끔 보더니 이 놈은 오면 안돼, 살풍경하다니까.주재상이 느긋하게 술을 마시다가, 갔다고? 짐작컨대 아닐 걸.과연 잠시 후 금군이 바람같이 달려오느라 멈추지 못하고 거의 돌계단에 부딪힐 듯, 허둥지둥하며: “태상황 폐하, 황제 폐하, 초왕비가 문창각(文昌閣)에 올라가셨습니다. 난간에 앉아 계신데, 더 살수가 없다고 하십니다.”명원제가 격노해서, “고약한 놈! 오냐오냐 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당긴다 더니, 짐을 위협하려 해, 신경 쓰지 마라, 네가 어디 감히 뛰어내려?”세명의 어르신이 황제를 보고 아무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다.명원제가 속이 타서: “아바마마, 초왕비가 위협을 해서 만약 원하는 대로 되면 앞으로 아주 큰일입니다.”태상황이 담배를 뻑뻑 빨며 담담한 말투로: “됐어, 뛰어내리라고 해, 다음에 다른 아들한테 증손자 셋을 낳아서 과인에게 보여 달라고 하면 되지. 과인은 이 일에 상관하지 않겠다.”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기세가 일시에 약해지
원경릉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허리를 숙여 머리를 내밀었다. 명원제는 원경릉이 뛰어내리기라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지금 왜 할아버지께서 오시지 않는 거지?’“내려와! 빨리 내려오라고!”명원제가 위를 보며 소리를 지르다가 답답한 표정으로 금군들을 보며 “뭐 하고 있느냐! 당장 올라가거라!”라고 말했다.“황상, 소신들이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초왕비께서 한 걸음이라도 다가오면 바로 뛰어내리겠다고 하십니다.”금군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새해부터 초왕비가 소란을 피우자 명원제는 몹시 화가 났다. “명을 전하거라! 초왕비에게 어서방으로 오라고 해!” 명원제가 손을 저으며 금군에게 말했다.어서방으로 향하는 명원제의 뒷모습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다. 자식 농사를 잘 못 지은 명원제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나에게 이런 아들들을 내린 겁니까!’원경릉이 어서방에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은 퉁퉁 부었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분노로 가득했던 명원제의 마음은 원경릉을 보자마자 슬픔으로 바뀌었다.‘어쩌다 이 아이가 거기까지 치닫게 되었을까.’명원제는 차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할 말이 있다면 말해보거라.” 명원제는 문창각(文昌閣)에서의 일이 떠올라 가슴이 서늘해졌다.원경릉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명원제를 바라보았다.“부황, 악한 자가 거짓을 고할 수 없도록 며느리가 진실을 고하겠습니다.”“일어서서 말하거라.”“일어설 수 없습니다!” 원경릉은 울부짖으며 명원제를 직시했다.“……” “방금 너무 놀라서 다리가 후들거립니다.”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더니 희상궁에게 원경릉을 부축하도록 했다. “이제 무서울 게 없느냐. 뱃속의 아이들을 방패로 짐에게 소리까지 지르고 말이다.”원경릉은 희상궁의 부축에도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숨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아니요. 사식이와 희상궁께서 허리띠를 뒤에서 끈으로 잡고 있습니다.”명원제는 탁자를 ‘쾅’ 내리치며 눈을 부라
원경릉의 말은 명원제를 놀라게 했다. 명원제는 빠르게 지나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제 북당의 군왕으로 왕자들의 싸움을 바라볼 때가 된 것 같았다.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자식들끼리 황태자의 자리를 두고 싸우다가 모두 죽을 것 같았다.“돌아가봐.”명원제가 말했다.원경릉은 명원제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걸을 때마다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명원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원경릉은 궁을 나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도 명원제의 슬픔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원경릉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답지 않게 무식하게 일을 해결하려고 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그녀를 문창각에서 뛰어내리게끔 만들었다.사식이는 원경릉이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원누이 걱정 마세요. 황상께서도 화가 많이 난 것 같지는 않아요.”“사식아, 황상께서는 화는 내시지 않았지만…… 크게 상심하신 거다.”“황상께서 왜 상심을 하셨습니까?” 사식이는 명원제와 원경릉 사이에서 아무런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옆에 있던 희상궁이 한숨을 내쉬며 “왜 상심하지 않겠어? 위왕부는 혼란스럽지 제왕도 생사를 넘나들지, 기왕은 감옥살이 중이지…… 게다가 우리 왕야와 안왕도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황상 마음이 편하시겠어?”라고 말했다.사식이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원경릉의 배를 보았다.“만약에 초왕께서 황태자가 돼서 나중에 북당의 황제가 된다면 원누이의 뱃속의 아이들도 황태자가 되기 위해 싸우겠지요?” 사식이가 물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의 표정이 잿빛으로 변했다.“사식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방금 네가 한 말이 큰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왕야께 큰 화를 입힐 수 있어!”희상궁이 큰소리로 꾸짖었다.“아! 제가 실언했습니다.” 사식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원경릉은 한숨을 쉬며 바깥을 보았다. 희상궁은 사식이를 노려보며 허벅지를 꼬집었다. *건곤전.
“태상황님께서는 내심 초왕비 뱃속의 아이들이 사내이길 바라시죠?”주수보가 물었다.“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들이든 딸이든 마찬가지야.” 태상황이 말했다.“거짓말을 하시는군요. 전에는 꿈에 초왕비가 아들을 낳았다고 하셨으면서!” 소요공이 코웃음을 쳤다.“꿈은 꿈이고! 꿈이 내 마음을 완벽히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그래도 조금이라도 손자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그런 꿈을 꾸는 게 아닙니까?” 주수보가 말을 하며 옆에서 소요공을 힐끗 보았다.“그래? 짐이 어젯밤에 너희 둘이 비렁뱅이가 된 꿈을 꿨는데 말이야.”태상황이 반격했다.“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소요공과 주수보의 미간이 좁아졌다.태상황은 두 사람의 반응이 웃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초왕비가 편안하게 출산을 하는 것이다. 그다음이 아이들의 성별이지.”“전에 유명한 고승(高僧)이 말하길,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소요공이 말했다.“넌 그런 말을 믿느냐? 그렇게 해서 만사가 손바닥 뒤집히듯 뒤집히면 이 세상이 잘 돌아가겠느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어!” 태상황이 코웃음을 쳤다.그 말을 들은 소요공은 조금 부끄러워졌다. 주수보와 소요공은 마저 술잔을 비우고는 늦었다며 건곤전 밖으로 나갔다.태상황은 취한 눈빛으로 상선을 바라보며 물었다.“초왕비는 왕부로 돌아갔느냐?”“예, 갔다고 합니다. 이제 태상황님께서도 쉬시지요.”상선이 말했다. “아니다. 오늘 날씨가 아주 좋으니 태후 쪽으로 걸어가 봐야겠다.”태상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더니 취기가 올라오는지 약간 비틀거리며 태후가 있는 곳으로 갔다.“괜찮다. 짐이 언제 술 마시고 쓰러지는 걸 본 적이 있느냐? 만약 초왕비가 지금 짐을 봤다며 아주 야단법석을 떨었겠지 말이다.”“초왕비께서는 태상황님을 걱정하는 마음에 그러시는 거죠.”상선이 말했다.“지금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 짐의 나이가 되면 그런 말이 하나도 소용이
“그럼 짐이 바라는 모든 게 이뤄진다는 말이냐.”태상황이 물었다.“예,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부처님께서도 아시고, 들어주지 않으십니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태후가 대답했다.“사람이 욕심이 있으니 법당에 와서 기도를 하는 게 아니겠느냐? 참 모순적이구나.”태상황은 입을 삐죽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상선은 그를 대신해 향을 올리고 그를 바라보았다.“태상황, 간절히 원하시는 것을 큰 소리로 말씀하십시오.”태후가 말했다.“묵념을 하면 안 되겠느냐?”“태상황, 무슨 일을 하든 먼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잖아요. 원하는 것을 큰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바쁘신 부처님께서 어찌 들으시겠습니까?”태후의 말에 태상황이 한참을 망설였다. “그럼, 딱 한 가지만 말하면 되는가?”“예, 일단 한 가지만 말씀하세요.”태상황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일단 초왕비가 순조롭게 출산하는 것, 부처님께서 초왕비를 잘 돌봐주십시오.”태상황의 말을 듣고 상선이 조용히 태상황에게 다가갔다.“태상황님, 아들을 낳아달라고 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태상황은 인상을 쓰고 기침을 하더니 상선을 보았다. “초왕비의 안위가 최우선이고 그건 다음에 부탁할 것이다.”‘차갑게만 보이던 태상황도 사람이었구나.’ 태후는 태상황을 보며 웃었다. 태후의 법당에서 돌아온 태상황은 침전으로 가서 잠을 청했고, 상선을 왕부로 보냈다.* 원경릉도 우문호도 모두 왕부에 일찍 돌아왔다. 서일은 우문호에게 약주를 발라주고 있었다.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 걔가 나보다 더 많이 다쳤다고!”원경릉이 웃으며 우문호에게 약주를 발라주려고 하자 서일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왕비께서는 약주를 만지면 안 됩니다. 이 약주는 피를 맑게 하고 어혈을 없애주지만, 뱃속에 태아가 있을 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누가 그랬죠?” 원경릉이 물었다.“조어의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약주는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약물로 절대로 왕비께서는 만지셔서는 안 됩니다. 이미 희상궁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