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의 음흉한 속셈우문호가 명을 받고 나가려는 때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범인이 넷째라면 이번 거사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사실이다.우문호가 다시 경조부로 복직해서 일을 처리하는 시점에 거사를 일으키면 일석삼조다.일곱째를 죽이고, 큰형에게 죄를 덮어 씌운 뒤, 마지막으로 우문호라는 경조부 부윤은 임무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다시 면직시키는 것이다.좋은 계획이야.우문호는 사실 이미 몰래 안왕을 대비하고 있었으나 선수를 쳐서 제압할 방법은 없었다.우문호는 지금 많은 인맥을 쌓았지만 원 선생의 상태가 너무 주목을 끌어서 우문호가 뭘 해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만다. 일을 조금만 허술히 해도, 초왕부에 무슨 이상한 낌새라도 생겨도, 아바마마는 바로 우문호에게 들어오라고 한다.아바마마, 아시죠, 아바마마의 관심은 사실 저에 대한 억압이죠? 제가 지금 그저 매나 맞는 형국일 수밖에 없도록 압제하는 거 말이죠.우문호가 피폐한 채로 말에 올라, 원 선생이 습격을 당한 이래 지금까지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음을 떠올렸다.원 선생은 간이 콩알만한데 이번에 놀라서 어떻게 된 건 아니겠지?우문호가 결국 눈가가 붉어졌는데 이렇게 억울했던 적이 없었다.안왕부.서재 안은 향을 태우는데, 투조로 되어 있는 귀한 향로에서 흰 연기가 서서히 뿜어져 나온다.침향의 향기가 서재 구석구석을 가득 메웠다.아라는 침향 분말을 미세하게 갈아 놓았는데 그녀의 손가락은 파뿌리처럼 하얗고, 윤이 나고 매끄러울 뿐 아니라 움직임까지 우아하다.아라가 탁자 위의 손수건에 무심코 눈이 가자, 안왕은 눈을 감고 공기 중에 퍼진 침향의 향을 맡으며 깊이 취한 얼굴이다.“이 손수건은……” 아라가 다 갈은 향 분말을 향로에 넣으며 작은 목소리로, “초왕비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데요.”“내가 훔친 거야.” 안왕이 냉소를 지었다.“어디에 쓰시게요?” 아라가 그의 곁으로 한바퀴 돌아 와서 안왕의 태양혈을 지그시 눌러 주었다.안왕이 아라의 손을 잡아 끌며, “
마차로 납치하는 안왕제왕부 별채.오후가 되자 제왕이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심박수, 혈압이 비록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전에 비해서 확실히 좋아졌다.원경릉이 초왕부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싶어하니, 희상궁이 마차를 준비시켰다.마차가 준비되자 희상궁이 원경릉을 모시고 마차에 오르게 한 뒤 다시 가서 만아를 부축해 왔다.그런데 이를 어째, 원경릉이 마차에 막 오르자 마자, 바퀴가 훌렁 날아가 버렸다.마차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꺼지더니 기울면서 호위들이 질겁을 했다.다행히 원경릉은 넘어지지 않았고, 가로로 된 버팀목에 머리를 부딪혔으나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서 내리며 고래고래: “제왕부의 아랫것들은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 마차가 고장이 나도 고치질 않다니.”“됐어요,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마차가 있는지 좀 봐요.” 원경릉이 연속적으로 일이 터지자 마음이 불안해서 얼른 초왕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호위가 들어가서 물어보더니 제왕부에는 마차가 두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미 밖에 나가 있다는 것이다.원경릉이 하는 수 없이: “그럼 우선 기다리죠.”돌아가려는 찰나 안왕부의 마차가 입구로 서서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안왕이 마차에서 내려 바퀴가 날아간 것을 보더니 놀라서 원경릉에게: “초왕비마마 초왕부로 돌아가십니까?”안왕의 역겨운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원경릉은 이렇게 우아하고 질박한 모습의 안왕을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예.”안왕이 미소를 지으며: “이 마차는 못 움직이겠어요.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 마차를 빌려드리지요.”희상궁은 마차를 찾아낼 생각에 근심하던 차에 안왕의 얘기를 듣고 얼른 감사하는데 원경릉이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안왕이: “이틀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요, 이렇게 합시다. 제가 왕비마마께서 초왕부로 돌아가시는 걸 호송해 드리겠습니다.”“필요 없습니다, 전 다섯째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겠어요.” 원경
원경릉을 마차에서 협박하는 안왕원경릉은 두 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고 어장을 꽉 쥐었다. 마차가 일단 움직이자 원경릉이 안에서 날카롭게 소리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소리지르는 건 무기가 아니다.“왕야는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원경릉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안왕이 하하 웃더니, “뭘 그렇게 경계하고 그래? 내가 당신을 잡아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초왕부까지 데려다 준다는데.”잡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손수건의 냄새를 맡던 천박한 모습을 떠오르게 해, 원경릉은 전신에 닭살이 쫙 돋아 올라왔다.원경릉이 가장자리로 비켜서 안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마차가 넓지 않고 안왕이 덩치가 좋아서 어디로 숨든 안왕의 몸이 주는 압박감으로 원경릉은 숨 쉬기도 힘들다.원경릉은 구역질이 나는 걸 참으며, “그럼 제가 어찌 안왕 전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안왕이 원경릉 곁으로 옮기자 침향 냄새가 짙게 원경릉에게 밀려오는데, 침향은 원래 매우 좋은 냄새지만 원경릉은 지금 토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평생 다시는 이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듣자 하니,” 안왕이 천천히 원경릉을 똑바로 바라보며 멋대로에 사악한 눈빛으로, “셋을 임신하다니, 왜 그렇게 복이 넘치는 거지?”안왕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배를 만졌다.원경릉이 한 손을 꺼내 어장을 안왕의 가슴에 겨누고 노해서: “다가오지 마.”안왕이 고개를 숙이고 어장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으며, “이게 태상황께서 하사한 어장인가? 위로는 못된 임금을 때리고 아래로는 탐욕스런 신하를 때린다 던데, 게다가 이 어장으로 셋째를 때렸다면서 그것도 아주 통쾌하게?”안왕이 한손으로 어장을 빼앗아 들고 진지하게 보더니, “황조부 솜씨가 과연 대단하네, 조각이 전부 정교하기 그지없군, 황조부가 진짜 널 총애하나 봐. 아나 몰라, 너 때문에 다섯째라는 쥐구멍에 볕이 들었다는 거.”안왕이 히히 웃으며 원경릉을 보고, “넌 이 어장으로 날 때리고 싶나?”그의 몸이 다가오면서 가슴이 거의 원경릉의 배를 누른다. 안
안왕 사건을 보는 기왕비의 시각마부가 안왕이 맞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했지만 원경릉은 이미 뛰어내려가 안정되게 착지하고 넘어지지도 않고 즉시 말 엉덩이를 한대 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랴!”말은 아파서 마차를 끌고 후다닥 달렸다.뒤로 호위들이 달려오다가 놀라서 원경릉을 보고, “왕비마마 어찌 된 일입니까?”원경릉은 배를 받치고 그제서야 전신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빨도 덜덜 떨렸다.이 한겨울 길거리에 찬바람이 살을 엔다. 원경릉은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을 흠뻑 흘렸다.원경릉은 천천히 길가 쪽의 점포 대문에 기대서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크게 심호흡을 했다.희상궁이 쫓아왔을 때 원경릉은 희상궁의 손을 힘껏 꼭 쥐고, “가자, 우리 집에 가자.”희상궁은 원경릉의 이 모습을 보고 심하게 놀라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를 부축하며 기왕비의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이 만아를 부축해 나왔을 때 안왕의 마차가 이미 가고 기왕비가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마차로 쫓아가라고 했다.기왕비는 마차 안에서 원경릉이 타는 것을 보고 입을 막고 옆으로 비켰다.원경릉이 힘없이: “막을 필요 없어요, 기왕비의 병은 이미 전염성이 없으니까요.”마차는 크지 않아 희상궁은 같이 앉을 수 없어 그들을 먼저 초왕부로 돌아가게 하고 희상궁과 만아는 따로 방법을 찾아 돌아가기로 했다.기왕비는 원경릉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안왕이 무슨 짓을 했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보니 갑자기 어제 기왕비가 안왕의 뒷모습을 보던 것이 생각나서 차갑고 음산하게, “안왕이 어떤 사람인가요? 기왕비가 보기엔.”“귀신이죠, 악귀!” 기왕비가 간단하게 묘사했다.원경릉은 안왕이 배속의 아이들을 꺼내는 얘기를 할 때의 표정이 떠올라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들면서, “맞아요, 안왕은 바로 악귀예요.”“안왕이 당신한테 어떻게 한 거예요?” 기왕비가, “당신을 다치게 한 건 아니죠?”원경릉이 여의방 앞에서 있었던 일과 방금 마차에서 있었던 일을 기왕비에게 얘기했다. 원경릉은 기왕비에게 뭐든 솔직하게 털어
안왕의 도발에 대응하는 자세원경릉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왕비는 모질게 마음 먹고 뼈 아픈 말을 하는데, “친왕에게 겁탈했다고 모함한 게 이번이 처음이예요?”이 말에 원경릉은 철저하게 부서져 버렸다.“전 평생 이 저주에서 벗어나 지를 못하는 군요.” 원경릉이 이를 갈며 말했다.기왕비가 작은 소리로: “참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다섯째도 반드시 참아야 해요, 만약 내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아바마마께서 이번에 죄를 물으시겠지만 당신들은 너무 울적해 할 필요 없어요. 아바마마 아들이 하나는 중상을 입고, 하나는 지하감옥에 있는데 다섯째는 무고한 걸 폐하도 아세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죠. 우선 다섯째를 보호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해요. 안왕은 교활하지만 아바마마도 현명하시니까요.”원경릉은 듣기만 해도 정신이 피로해지는 것이 본인은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궁중암투 고수가 아니며, 실제로 이 안에서 일어나는 배배 꼬인 인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다.할 수 없는데 억지로 하는 거엔 원경릉은 다른 사람보다 반응이 느리다.원경릉은 기왕비를 쳐다보고: “어찌 됐든 두번이나 도와줘서 고마워요.”“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거예요.” 기왕비가 느릿느릿 애기하는데 말투가 좀 교만한 것이, “지금도 그때 날 구한 걸 후회해요? 그때 당신이 결정한 게 정확한 거였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째려보며, “한번 사양 좀 하면 어디 덧나요?”기왕비도 웃으며, “안심해요, 지금 나의 기대는 온통 당신과 다섯째한테 있으니까요, 난 어떻게든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요.”원경릉은 머릿속으로 여전히 안왕의 의도를 생각하며 다섯째가 자객을 체포해야 하는 이때 자신의 일을 알리면, 다섯째는 반드시 자객 따위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안왕을 찾아가서 난리를 칠 것이다.안왕을 찾아가는 건 확실히 우문호에게 불리하다.하지만 만약 다섯째가 안왕을 찾아가지
안왕 짓인 걸 아는 우문호와 원경릉동시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 밖에 금군에게 초왕비가 안왕에게 납치되어 마차에 태워진 채 어마어마한 공갈과 협박으로 지나치게 놀라 정신을 잃고 태아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알렸다.희상궁이 초왕부 마당에서 안왕에 대해 쌍욕을 퍼붓는데 희상궁이 평생 싸우면서 사용했던 모든 심한 말을 다 동원해서 욕을 해댔다.희상궁은 정말 화가 복받쳐서 제어가 안될 정도였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경성에 소문이 쫙 퍼졌다.“제왕은 자객을 만나고, 기왕은 지하감옥에 갇히고, 초왕은 자객을 잡으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 세명의 친왕은 일 터졌고, 위왕은 북군 군영으로 갔고, 회왕은 큰 병에서 막 회복했고 남은 건 안왕 뿐이네.”“맞아, 안왕은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지. 그리고 안왕의 외조부가 또 얼마나 세도가인가, 태자의 보위를 향한 야심이 없다고 만은 할 수 없지.”“어쨌든지 모든 일에서 제일 득을 보는 건 안왕이군.”신년이라 집집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찻집, 술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데 이 화제가 한번 입에 오르기 시작하자 들불 같은 기세로 번지며, 빠른 속도로 온 경성에 자자했다.저녁 통행금지 시간에 우문호가 막 입궁해서 보고하는데 아직 자객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명원제가 격하게 꾸짖었다. 우문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출궁할 때 서일이 오늘 들은 말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순간 폭발해서,명원제가 병사를 이끌고 순찰을 계속하라는 것도 무시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갔다.원경릉이 비실비실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우문호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당장이라도 안왕을 찾아가 칼을 뽑을 기세다.희상궁이 들어와서, “왕비마마께서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시니 왕야께서는 우선 하룻밤 지켜주세요. 안왕 전하는 어디 도망 안 가시니 내일 찾아가셔도 늦지 않으십니다.”원경릉도 우문호의 손을 잡고 창백한 얼굴로, “배가 아파.”우문호가 들끓는 분노를 억누르고 원경릉을 안으며, “그래, 그래, 안 갈게, 일단 안 갈게,
분한 안왕과 황제의 대응여론은 금방 무르익어 경성의 밤은 통금이지만 이른 아침 술집, 찻집은 다시 이 얘기로 흥청거렸다.그리고 얘기는 입을 오가며 점점 더 듣기 거북해 져서 안왕은 잔인하고 포악할 뿐 아니라 형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생활 역시 문란해서 안왕과 안왕부의 모사인 아라 사이에 그렇고 그런 관계가 있고, 너도나도 경험을 얘기하는데 안왕이 전에 어떤 용모가 출중한 여자가 울음을 터트릴 때까지 계속 뚫어지게 보는 걸 봤다는 둥.게다가 안왕이 특정 성향이 있다는 얘기도 돌면서, 여자의 옷과 손수건을 탐닉해 장사치가 그걸 수집해서 안왕에게 가져다 준다고 한다.안왕이 수년간 가꿔온 어질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졌다.이런 얘기는 당연히 안왕부에도 알려졌다.안왕이 어제 원경릉에게 발로 차이고 고통으로 한동안 꼼짝 못하다가 한겨울 얼음을 올려놓아 통증을 멎게 하고 눈이 매운 고통도 겨우 완화시켰는데 참으로 분하고 억울했다.오늘 이른 아침 아라가 내보낸 사람이 돌아와 바깥 소문을 보고하는데 아라가 얼른 안왕에게 보고했다.안왕이 독기어린 냉소를 지으며, “아라야, 내가 원경릉 이 여자를 얕잡아 봤어, 보기엔 유약한데 위험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더군. 어제 마차에서 여자라면 혼비백산하게 놀랐을 텐데 원경릉은 뜻밖에도 기회를 포착해 반격하고, 순조롭게 마차에서 내릴 수 있었어. 방법을 생각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줘야지.”“왕야 안심하세요, 초왕부에 맞설 방법을 생각해 낼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역시 숨어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초왕은 분명 오늘 올 텐데 지금 밖에서 도는 소문이 저렇게 거북한데 어제 계획은 안 통했어요. 초왕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걸로 그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폐하께서는 어쩌면 회의적인 시선을 안왕부에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안왕이 화도 나고 분했다.안왕은 계략의 고수로 원래는 만약 초왕부가 그에게 반격하면 반드시 계략을 쓸 거라고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다.하지만 뜻밖에 이렇게 손도 쓰지 못하다니. 천지를 뒤바
안왕부에 쳐들어 가다우문호는 오늘 서일만 데리고 집을 나가다가 나갈 때 서일에게, “네가 왕년에 좀 놀던 가락으로 안왕부에 도착하면 선봉을 맡아서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고 못 알아들으면 다바오한테 배우라고 해.”“그럼 왜 다바오는 안 데려왔어요?” 서일이 반문했다.우문호는 침묵하더니 손을 흔들며, “다바오 데려가자.”두사람과 개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안왕부로 갔다.안왕은 숨지 않았는데 사실 숨을 수도 없었다.우문호는 미친 개로 오늘은 다 물지 않고, 내일도 와서 물게 분명하고, 내일 덜 물었으니 앞으로 편안한 날은 꿈도 꾸지 말라며 걸핏하면 올 것이다.구사가 먼저 도착했다. 안왕이 구사가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더욱 어지러워진 것이 아바마마도 아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아바마마가 만약 다섯째를 막고 싶으면 바로 다섯째를 입궁하게 하면 될 것을 구사를 보낸 데다 구사는 다섯째와 사적인 교류가 돈독한 사이다.안왕의 마음은 순식간에 반쯤 차가워졌다.마음 속으로 이 때 원경릉에게 손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더욱 후회가 됐다. 안왕에게 태자자리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고 모든 일에 그의 발목을 잡을 만한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를 한 발로 밟아 죽이려고 했는데 안왕이 발을 헛디뎌 자기가 똥물을 뒤집어 쓰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안왕부에 도착하자 두말 않고 바로 문을 부쉈다.호강연이 아들들에게 선물한 것 중에 유성추(流星錘)가 있는데 우문호가 그걸 가져왔다. 이게 사람을 치기엔 좀 굼뜬 감이 있지만 문을 부수는 데는 딱 이다.구사는 저 인간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했다. 자기가 십여명의 금군을 데려 왔는데 실지로 막지 못하고, 우문호가 서일과 다바오를 데리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걸 눈 뜨고 지켜봐야했다.서일이 들어서서 다바오를 데리고 때려 부수는데 안왕이 사람을 이끌고 나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데, “다섯째야, 주제넘는 짓 하지 마라.”우문호는 눈에 불이 들어오면서 두말 안하고 달려가 두들겨 팼다.안왕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