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의 음흉한 속셈우문호가 명을 받고 나가려는 때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범인이 넷째라면 이번 거사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사실이다.우문호가 다시 경조부로 복직해서 일을 처리하는 시점에 거사를 일으키면 일석삼조다.일곱째를 죽이고, 큰형에게 죄를 덮어 씌운 뒤, 마지막으로 우문호라는 경조부 부윤은 임무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다시 면직시키는 것이다.좋은 계획이야.우문호는 사실 이미 몰래 안왕을 대비하고 있었으나 선수를 쳐서 제압할 방법은 없었다.우문호는 지금 많은 인맥을 쌓았지만 원 선생의 상태가 너무 주목을 끌어서 우문호가 뭘 해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만다. 일을 조금만 허술히 해도, 초왕부에 무슨 이상한 낌새라도 생겨도, 아바마마는 바로 우문호에게 들어오라고 한다.아바마마, 아시죠, 아바마마의 관심은 사실 저에 대한 억압이죠? 제가 지금 그저 매나 맞는 형국일 수밖에 없도록 압제하는 거 말이죠.우문호가 피폐한 채로 말에 올라, 원 선생이 습격을 당한 이래 지금까지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음을 떠올렸다.원 선생은 간이 콩알만한데 이번에 놀라서 어떻게 된 건 아니겠지?우문호가 결국 눈가가 붉어졌는데 이렇게 억울했던 적이 없었다.안왕부.서재 안은 향을 태우는데, 투조로 되어 있는 귀한 향로에서 흰 연기가 서서히 뿜어져 나온다.침향의 향기가 서재 구석구석을 가득 메웠다.아라는 침향 분말을 미세하게 갈아 놓았는데 그녀의 손가락은 파뿌리처럼 하얗고, 윤이 나고 매끄러울 뿐 아니라 움직임까지 우아하다.아라가 탁자 위의 손수건에 무심코 눈이 가자, 안왕은 눈을 감고 공기 중에 퍼진 침향의 향을 맡으며 깊이 취한 얼굴이다.“이 손수건은……” 아라가 다 갈은 향 분말을 향로에 넣으며 작은 목소리로, “초왕비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데요.”“내가 훔친 거야.” 안왕이 냉소를 지었다.“어디에 쓰시게요?” 아라가 그의 곁으로 한바퀴 돌아 와서 안왕의 태양혈을 지그시 눌러 주었다.안왕이 아라의 손을 잡아 끌며, “
마차로 납치하는 안왕제왕부 별채.오후가 되자 제왕이 점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심박수, 혈압이 비록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전에 비해서 확실히 좋아졌다.원경릉이 초왕부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싶어하니, 희상궁이 마차를 준비시켰다.마차가 준비되자 희상궁이 원경릉을 모시고 마차에 오르게 한 뒤 다시 가서 만아를 부축해 왔다.그런데 이를 어째, 원경릉이 마차에 막 오르자 마자, 바퀴가 훌렁 날아가 버렸다.마차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꺼지더니 기울면서 호위들이 질겁을 했다.다행히 원경릉은 넘어지지 않았고, 가로로 된 버팀목에 머리를 부딪혔으나 그렇게 아프진 않았다.희상궁이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서 내리며 고래고래: “제왕부의 아랫것들은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 마차가 고장이 나도 고치질 않다니.”“됐어요,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마차가 있는지 좀 봐요.” 원경릉이 연속적으로 일이 터지자 마음이 불안해서 얼른 초왕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호위가 들어가서 물어보더니 제왕부에는 마차가 두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미 밖에 나가 있다는 것이다.원경릉이 하는 수 없이: “그럼 우선 기다리죠.”돌아가려는 찰나 안왕부의 마차가 입구로 서서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안왕이 마차에서 내려 바퀴가 날아간 것을 보더니 놀라서 원경릉에게: “초왕비마마 초왕부로 돌아가십니까?”안왕의 역겨운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원경릉은 이렇게 우아하고 질박한 모습의 안왕을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예.”안왕이 미소를 지으며: “이 마차는 못 움직이겠어요. 이렇게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 마차를 빌려드리지요.”희상궁은 마차를 찾아낼 생각에 근심하던 차에 안왕의 얘기를 듣고 얼른 감사하는데 원경릉이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안왕이: “이틀간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요, 이렇게 합시다. 제가 왕비마마께서 초왕부로 돌아가시는 걸 호송해 드리겠습니다.”“필요 없습니다, 전 다섯째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겠어요.” 원경
원경릉을 마차에서 협박하는 안왕원경릉은 두 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고 어장을 꽉 쥐었다. 마차가 일단 움직이자 원경릉이 안에서 날카롭게 소리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소리지르는 건 무기가 아니다.“왕야는 절 협박하시는 겁니까?” 원경릉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안왕이 하하 웃더니, “뭘 그렇게 경계하고 그래? 내가 당신을 잡아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초왕부까지 데려다 준다는데.”잡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손수건의 냄새를 맡던 천박한 모습을 떠오르게 해, 원경릉은 전신에 닭살이 쫙 돋아 올라왔다.원경릉이 가장자리로 비켜서 안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마차가 넓지 않고 안왕이 덩치가 좋아서 어디로 숨든 안왕의 몸이 주는 압박감으로 원경릉은 숨 쉬기도 힘들다.원경릉은 구역질이 나는 걸 참으며, “그럼 제가 어찌 안왕 전하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안왕이 원경릉 곁으로 옮기자 침향 냄새가 짙게 원경릉에게 밀려오는데, 침향은 원래 매우 좋은 냄새지만 원경릉은 지금 토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평생 다시는 이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았다.“듣자 하니,” 안왕이 천천히 원경릉을 똑바로 바라보며 멋대로에 사악한 눈빛으로, “셋을 임신하다니, 왜 그렇게 복이 넘치는 거지?”안왕이 손을 뻗어 원경릉의 배를 만졌다.원경릉이 한 손을 꺼내 어장을 안왕의 가슴에 겨누고 노해서: “다가오지 마.”안왕이 고개를 숙이고 어장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으며, “이게 태상황께서 하사한 어장인가? 위로는 못된 임금을 때리고 아래로는 탐욕스런 신하를 때린다 던데, 게다가 이 어장으로 셋째를 때렸다면서 그것도 아주 통쾌하게?”안왕이 한손으로 어장을 빼앗아 들고 진지하게 보더니, “황조부 솜씨가 과연 대단하네, 조각이 전부 정교하기 그지없군, 황조부가 진짜 널 총애하나 봐. 아나 몰라, 너 때문에 다섯째라는 쥐구멍에 볕이 들었다는 거.”안왕이 히히 웃으며 원경릉을 보고, “넌 이 어장으로 날 때리고 싶나?”그의 몸이 다가오면서 가슴이 거의 원경릉의 배를 누른다. 안
안왕 사건을 보는 기왕비의 시각마부가 안왕이 맞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했지만 원경릉은 이미 뛰어내려가 안정되게 착지하고 넘어지지도 않고 즉시 말 엉덩이를 한대 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랴!”말은 아파서 마차를 끌고 후다닥 달렸다.뒤로 호위들이 달려오다가 놀라서 원경릉을 보고, “왕비마마 어찌 된 일입니까?”원경릉은 배를 받치고 그제서야 전신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빨도 덜덜 떨렸다.이 한겨울 길거리에 찬바람이 살을 엔다. 원경릉은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을 흠뻑 흘렸다.원경릉은 천천히 길가 쪽의 점포 대문에 기대서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크게 심호흡을 했다.희상궁이 쫓아왔을 때 원경릉은 희상궁의 손을 힘껏 꼭 쥐고, “가자, 우리 집에 가자.”희상궁은 원경릉의 이 모습을 보고 심하게 놀라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를 부축하며 기왕비의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이 만아를 부축해 나왔을 때 안왕의 마차가 이미 가고 기왕비가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마차로 쫓아가라고 했다.기왕비는 마차 안에서 원경릉이 타는 것을 보고 입을 막고 옆으로 비켰다.원경릉이 힘없이: “막을 필요 없어요, 기왕비의 병은 이미 전염성이 없으니까요.”마차는 크지 않아 희상궁은 같이 앉을 수 없어 그들을 먼저 초왕부로 돌아가게 하고 희상궁과 만아는 따로 방법을 찾아 돌아가기로 했다.기왕비는 원경릉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안왕이 무슨 짓을 했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보니 갑자기 어제 기왕비가 안왕의 뒷모습을 보던 것이 생각나서 차갑고 음산하게, “안왕이 어떤 사람인가요? 기왕비가 보기엔.”“귀신이죠, 악귀!” 기왕비가 간단하게 묘사했다.원경릉은 안왕이 배속의 아이들을 꺼내는 얘기를 할 때의 표정이 떠올라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들면서, “맞아요, 안왕은 바로 악귀예요.”“안왕이 당신한테 어떻게 한 거예요?” 기왕비가, “당신을 다치게 한 건 아니죠?”원경릉이 여의방 앞에서 있었던 일과 방금 마차에서 있었던 일을 기왕비에게 얘기했다. 원경릉은 기왕비에게 뭐든 솔직하게 털어
안왕의 도발에 대응하는 자세원경릉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왕비는 모질게 마음 먹고 뼈 아픈 말을 하는데, “친왕에게 겁탈했다고 모함한 게 이번이 처음이예요?”이 말에 원경릉은 철저하게 부서져 버렸다.“전 평생 이 저주에서 벗어나 지를 못하는 군요.” 원경릉이 이를 갈며 말했다.기왕비가 작은 소리로: “참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다섯째도 반드시 참아야 해요, 만약 내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아바마마께서 이번에 죄를 물으시겠지만 당신들은 너무 울적해 할 필요 없어요. 아바마마 아들이 하나는 중상을 입고, 하나는 지하감옥에 있는데 다섯째는 무고한 걸 폐하도 아세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죠. 우선 다섯째를 보호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해요. 안왕은 교활하지만 아바마마도 현명하시니까요.”원경릉은 듣기만 해도 정신이 피로해지는 것이 본인은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궁중암투 고수가 아니며, 실제로 이 안에서 일어나는 배배 꼬인 인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다.할 수 없는데 억지로 하는 거엔 원경릉은 다른 사람보다 반응이 느리다.원경릉은 기왕비를 쳐다보고: “어찌 됐든 두번이나 도와줘서 고마워요.”“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거예요.” 기왕비가 느릿느릿 애기하는데 말투가 좀 교만한 것이, “지금도 그때 날 구한 걸 후회해요? 그때 당신이 결정한 게 정확한 거였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째려보며, “한번 사양 좀 하면 어디 덧나요?”기왕비도 웃으며, “안심해요, 지금 나의 기대는 온통 당신과 다섯째한테 있으니까요, 난 어떻게든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요.”원경릉은 머릿속으로 여전히 안왕의 의도를 생각하며 다섯째가 자객을 체포해야 하는 이때 자신의 일을 알리면, 다섯째는 반드시 자객 따위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안왕을 찾아가서 난리를 칠 것이다.안왕을 찾아가는 건 확실히 우문호에게 불리하다.하지만 만약 다섯째가 안왕을 찾아가지
안왕 짓인 걸 아는 우문호와 원경릉동시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 밖에 금군에게 초왕비가 안왕에게 납치되어 마차에 태워진 채 어마어마한 공갈과 협박으로 지나치게 놀라 정신을 잃고 태아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알렸다.희상궁이 초왕부 마당에서 안왕에 대해 쌍욕을 퍼붓는데 희상궁이 평생 싸우면서 사용했던 모든 심한 말을 다 동원해서 욕을 해댔다.희상궁은 정말 화가 복받쳐서 제어가 안될 정도였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경성에 소문이 쫙 퍼졌다.“제왕은 자객을 만나고, 기왕은 지하감옥에 갇히고, 초왕은 자객을 잡으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 세명의 친왕은 일 터졌고, 위왕은 북군 군영으로 갔고, 회왕은 큰 병에서 막 회복했고 남은 건 안왕 뿐이네.”“맞아, 안왕은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지. 그리고 안왕의 외조부가 또 얼마나 세도가인가, 태자의 보위를 향한 야심이 없다고 만은 할 수 없지.”“어쨌든지 모든 일에서 제일 득을 보는 건 안왕이군.”신년이라 집집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찻집, 술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데 이 화제가 한번 입에 오르기 시작하자 들불 같은 기세로 번지며, 빠른 속도로 온 경성에 자자했다.저녁 통행금지 시간에 우문호가 막 입궁해서 보고하는데 아직 자객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명원제가 격하게 꾸짖었다. 우문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출궁할 때 서일이 오늘 들은 말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순간 폭발해서,명원제가 병사를 이끌고 순찰을 계속하라는 것도 무시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갔다.원경릉이 비실비실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우문호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당장이라도 안왕을 찾아가 칼을 뽑을 기세다.희상궁이 들어와서, “왕비마마께서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시니 왕야께서는 우선 하룻밤 지켜주세요. 안왕 전하는 어디 도망 안 가시니 내일 찾아가셔도 늦지 않으십니다.”원경릉도 우문호의 손을 잡고 창백한 얼굴로, “배가 아파.”우문호가 들끓는 분노를 억누르고 원경릉을 안으며, “그래, 그래, 안 갈게, 일단 안 갈게,
분한 안왕과 황제의 대응여론은 금방 무르익어 경성의 밤은 통금이지만 이른 아침 술집, 찻집은 다시 이 얘기로 흥청거렸다.그리고 얘기는 입을 오가며 점점 더 듣기 거북해 져서 안왕은 잔인하고 포악할 뿐 아니라 형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생활 역시 문란해서 안왕과 안왕부의 모사인 아라 사이에 그렇고 그런 관계가 있고, 너도나도 경험을 얘기하는데 안왕이 전에 어떤 용모가 출중한 여자가 울음을 터트릴 때까지 계속 뚫어지게 보는 걸 봤다는 둥.게다가 안왕이 특정 성향이 있다는 얘기도 돌면서, 여자의 옷과 손수건을 탐닉해 장사치가 그걸 수집해서 안왕에게 가져다 준다고 한다.안왕이 수년간 가꿔온 어질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졌다.이런 얘기는 당연히 안왕부에도 알려졌다.안왕이 어제 원경릉에게 발로 차이고 고통으로 한동안 꼼짝 못하다가 한겨울 얼음을 올려놓아 통증을 멎게 하고 눈이 매운 고통도 겨우 완화시켰는데 참으로 분하고 억울했다.오늘 이른 아침 아라가 내보낸 사람이 돌아와 바깥 소문을 보고하는데 아라가 얼른 안왕에게 보고했다.안왕이 독기어린 냉소를 지으며, “아라야, 내가 원경릉 이 여자를 얕잡아 봤어, 보기엔 유약한데 위험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더군. 어제 마차에서 여자라면 혼비백산하게 놀랐을 텐데 원경릉은 뜻밖에도 기회를 포착해 반격하고, 순조롭게 마차에서 내릴 수 있었어. 방법을 생각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줘야지.”“왕야 안심하세요, 초왕부에 맞설 방법을 생각해 낼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역시 숨어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초왕은 분명 오늘 올 텐데 지금 밖에서 도는 소문이 저렇게 거북한데 어제 계획은 안 통했어요. 초왕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걸로 그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폐하께서는 어쩌면 회의적인 시선을 안왕부에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안왕이 화도 나고 분했다.안왕은 계략의 고수로 원래는 만약 초왕부가 그에게 반격하면 반드시 계략을 쓸 거라고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다.하지만 뜻밖에 이렇게 손도 쓰지 못하다니. 천지를 뒤바
안왕부에 쳐들어 가다우문호는 오늘 서일만 데리고 집을 나가다가 나갈 때 서일에게, “네가 왕년에 좀 놀던 가락으로 안왕부에 도착하면 선봉을 맡아서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고 못 알아들으면 다바오한테 배우라고 해.”“그럼 왜 다바오는 안 데려왔어요?” 서일이 반문했다.우문호는 침묵하더니 손을 흔들며, “다바오 데려가자.”두사람과 개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안왕부로 갔다.안왕은 숨지 않았는데 사실 숨을 수도 없었다.우문호는 미친 개로 오늘은 다 물지 않고, 내일도 와서 물게 분명하고, 내일 덜 물었으니 앞으로 편안한 날은 꿈도 꾸지 말라며 걸핏하면 올 것이다.구사가 먼저 도착했다. 안왕이 구사가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더욱 어지러워진 것이 아바마마도 아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아바마마가 만약 다섯째를 막고 싶으면 바로 다섯째를 입궁하게 하면 될 것을 구사를 보낸 데다 구사는 다섯째와 사적인 교류가 돈독한 사이다.안왕의 마음은 순식간에 반쯤 차가워졌다.마음 속으로 이 때 원경릉에게 손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더욱 후회가 됐다. 안왕에게 태자자리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고 모든 일에 그의 발목을 잡을 만한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를 한 발로 밟아 죽이려고 했는데 안왕이 발을 헛디뎌 자기가 똥물을 뒤집어 쓰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안왕부에 도착하자 두말 않고 바로 문을 부쉈다.호강연이 아들들에게 선물한 것 중에 유성추(流星錘)가 있는데 우문호가 그걸 가져왔다. 이게 사람을 치기엔 좀 굼뜬 감이 있지만 문을 부수는 데는 딱 이다.구사는 저 인간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했다. 자기가 십여명의 금군을 데려 왔는데 실지로 막지 못하고, 우문호가 서일과 다바오를 데리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걸 눈 뜨고 지켜봐야했다.서일이 들어서서 다바오를 데리고 때려 부수는데 안왕이 사람을 이끌고 나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데, “다섯째야, 주제넘는 짓 하지 마라.”우문호는 눈에 불이 들어오면서 두말 안하고 달려가 두들겨 팼다.안왕은 어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
“급한 일이 아니면 일단 잠시 미뤄 두게. 짐이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으니…”“정말 급한 일입니다.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탕양은 말을 마치자마자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치듯 달려갔다.우문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녀석, 정말 재빠르게 도망치는군. 누가 잡아먹겠다고 했나, 그저 속마음을 좀 털어놓으려 했을 뿐인데. 저 이기적인 놈, 내 또 누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겠나?” 목여 태감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폐하, 탕 대인께서는 폐하께서 잔소리하실까 봐 그러시는 겁니다!” “짐이 언제 잔소리를 했단 말이냐? 몇 번…아니 열몇 번, 많아야 백 번 정도 말했을 뿐이지 않나?” 우문호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네 그럼요, 폐하께서는 잔소리하지 않으십니다!” 목여 태감이 웃으며 말했다. 황제가 탕 대인을 매우 아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가 홀로 밖에서 고생하는 것을 안쓰러워하며, 집에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 줄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짐이 그를 설득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고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다면 내버려두는 수밖에. 다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네. 사람의 일생이란, 정말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꼭 붙잡아야 하는 법 일세.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가 되어 한평생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겠나?”“짐도 잔소리가 좀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저 이 일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야. 감정적인 일은 억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 급하구나.”목여 태감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었다. 이전 사례로 보아 황제는 또 한동안 탕 대인 일로 잔소리를 늘어놓을 터였다. 탕 대인 일이라면 황제가 탕 대인보다 더 안달복달이었다.정말이지, 태감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황제만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우문호는 소월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원경릉은 책을 보면
탕양은 손을 뻗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을 살짝 눌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안내인도 있고, 지도도 있으니, 독산 어디든 원하시는 곳에 가실 수 있습니다. 사람을 써서 사전에 모든 위험을 제거해 드릴 겁니다. 아시겠지만 독산에 위험이 제거되면 관광지로 개발해 입장료를 받고 사람들을 들일 수 있습니다. 어떠십니까?”“관광지로 개발한다고요? 그거 참 기발한 생각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독산을 저 혼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일곱째 아가씨는 냉소했다.“15년 동안은 아가씨께서 독점하시고, 그 후에는 수익의 3할을 가져가시는 겁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개발, 물론 좋은 일이다. 좋은 곳, 좋은 경치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가 말한 것처럼 입장료를 받고 조정의 협력까지 더해진다면 꽤 많은 관광객들이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쨌든 조정은 다섯 곳의 성지를 발전시키려 할 테니,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을 그곳으로 불러들이려 할 것이다.게다가 황제는 현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되고 북당이 점점 부유해지니 돈을 좀 들여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아주 많았고, 이는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그녀도 이제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해 봐야 했다. 독산은 정말 좋은 곳이고, 그녀의 꿈이 깃든 곳이다. 독산에서 여생을 보낸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 가문의 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계약하죠!”이렇게 성급하게 5백만 냥짜리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평소 신중했던 일곱째 아가씨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부자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번쯤 돈을 쓰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일곱째 아가씨께서는 역시 호탕하시군요! 과연 여장부십니다!” 탕양이 웃으며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아첨은 그만 하시고, 말씀하시지요. 제 안내인은 어디 있나요? 제가 직접 한번 가 보고, 정말 독산 전체를 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에요?”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공부에서 오는 길입니다. 복지 시설 건립 건에 작은 문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다 처리했습니다.” “탕대인께서 나서셨으니, 안 될 일이 없겠죠.” 일곱째 아가씨는 탕양의 일 처리 능력을 인정하였다.그녀는 차 재료를 넣고 잠시 끓인 후, 탕 대인에게 따라 주며 말했다. “입술이 바싹 말라 다 트셨네요. 어서 드세요.” “그럼 잘 마시겠습니다!” 탕양은 차를 받아 들고 몇 번 불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차가 뜨거웠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 몹시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그가 두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 “저를 찾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탕양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단에서는 혹시 약도성 재건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해 보셨는지요? 안심하십시오, 손해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저는 민간 상단입니다. 어떻게 성 재건에 참여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 폐하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문제없을 겁니다.” 탕양이 말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탕 대인, 이런 좋은 일을 어쩌다 저희 상단이 맡게 된 것입니까? 혹시 대인께서 뒤에서 저희를 위해 힘써 주신 건 아니신지요? 어쨌든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은혜가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민간 상단이 약도성의 재건에 참여하려면 막대한 은화를 지출해야 하는데, 재건 이후 그녀의 상단에 돌아갈 이익은 아마 봉토 정도 일 것이다.약도성은 택란 공주의 영지이고, 철광이 많으며, 정세도 이미 안정되었으니 채굴은 시간문제이다.하지만 광산은 예로부터 조정의 소유였으니, 민간 상단에 봉해 줄 리가 없다. 그러니 설령 봉토를 내린다 해도 쓸모없는 산지나 몇 개 주어질 뿐일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 일을 엄청난 호재라고 말한 것은 탕양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함일 뿐, 사실 그녀는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탕양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홍엽이 조용하고도 냉정한 말투로 물었다. “공무를 보러 가는 것이냐?”“저는 원래 공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무를 보러 가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죠.”냉정언이 온화한 눈빛으로 냉명여를 바라보았다. “손자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데리고 나가 바깥세상을 경험해 볼 때가 되었지.”냉명여가 고개를 들었다. 냉정한의 눈빛은 다시 싸늘하게 변했다.이 집안에서 냉정한은 엄격했으며, 홍엽은 편애를 받았다. 그렇기에 둘은 서로 보완이 되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짐부터 싸야겠네요. 얼마나 가 있는 겁니까?”홍엽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면 되니 일수는 생각할 필요 없다. 어쨌든 우문호는 항상 나에게 짐을 지우고 있었으니, 우리도 즐길 때가 되었지.”냉정언이 복수하듯 말했다.홍엽이 웃었다. “정말 그럴 만도 합니다.”그의 수양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무척이나 기뻤다.홍엽이 우문호에게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자신과 수양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 자신의 수양딸임에도 우문호가 독점하고 있으니,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다.황제가 된 사람들의 성격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세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원숭이가 조용히 성을 빠져나갔다. 흠차라고는 하지만 어떠한 허례허식도 없었다.그들이 떠난 뒤, 탕양도 약도성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탕양은 최근 몇 년 동안 바쁘게 일하며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흰머리가 수북했다.그는 이전에 우문호의 최측근 신하였으며 지금은 우문호의 전반적인 심부름꾼이었다. 관직이 내려져 고용된 것이 아닌, 그저 유용한 사람으로써 투입된 것이었다. 그는 우문호에게 직접 보고를 올렸으며, 어떤 관청에서도 그를 관리할 수 없었다.근래 몇 년 동안 그는 병부에서 군사를 정리하고 호부에서 전국의 땅과 세금을 다루며 새로운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이부에서 심사에 참여하고 형부에서 중대 사건을 옆에서 다루었다.황후는 탕대인이 벽돌과도 같아 필요한 곳 어디에서든 쓰일 수
“좋은 생각이십니다.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정의 은혜를 이어 갈 수도 있습니다.”냉정언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그리고 잠시 멈칫하고는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그리고 공주님을 보살 피라는 말씀이시지요?”“역시 지혜로운 수보구나. 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꿰뚫어 보고 있어.”우문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 공주님을 아끼시는 건 궁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인이 궁에 들어오기 전에 폐하께서 갔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짐이 생각 해보았지. 지금 때에 약도성에 들리면 이득이야. 조정을 향한 백성의 믿음도 생기고, 결코 짐이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조정을 떠나면 나에게 반심을 가진 자들이 모여서 내란을 일으킬 수 있어. 자네를 수보의 신분으로 보내는 게 제일 안전한 방법이네.”냉정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옳으신 말씀입니다. 사실 소인은 폐하께서 직접 가실 것 같아 설득을 해볼 생각이었습니다.”우문호는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짐이 자식들 때문에 나랏일을 뒤로 미루는 사람으로 보이는가.”“공주님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요.”냉정언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인이 폐하를 너무 얕보았나 봅니다.”“짐도 구분은 할 줄 아네. 쉽게 위험 속에 몸을 던지는 사람이 아니야.”게다가 그는 집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아닌가. 냉정언이 답했다.“네, 알겠습니다. 홍엽 공자에게 일러 두겠습니다. 내일 출발 할 수 있게 말입니다.”“홍엽 공자도 가는 것인가?”우문호가 눈을 크게 떴다.“소인이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 입니다. 제 아들도 바깥 세상 한번 구경 시켜줘야 하지 않겠습니까.”우문호가 의미심장한 태도로 답했다.“그래, 명여도 데려가게. 사내 아이는 많이 둘러 보는 게 좋지.”“명어 그 아이는 홍엽 공자를 잘 따릅니다.”냉정언이 말했다.“그래, 네가 누굴 데려가든 상관없다.네가 가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우문호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말을 끝나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