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왕 사건을 보는 기왕비의 시각마부가 안왕이 맞는 것을 보고 노발대발했지만 원경릉은 이미 뛰어내려가 안정되게 착지하고 넘어지지도 않고 즉시 말 엉덩이를 한대 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랴!”말은 아파서 마차를 끌고 후다닥 달렸다.뒤로 호위들이 달려오다가 놀라서 원경릉을 보고, “왕비마마 어찌 된 일입니까?”원경릉은 배를 받치고 그제서야 전신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빨도 덜덜 떨렸다.이 한겨울 길거리에 찬바람이 살을 엔다. 원경릉은 얼굴이 창백하고 식은땀을 흠뻑 흘렸다.원경릉은 천천히 길가 쪽의 점포 대문에 기대서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크게 심호흡을 했다.희상궁이 쫓아왔을 때 원경릉은 희상궁의 손을 힘껏 꼭 쥐고, “가자, 우리 집에 가자.”희상궁은 원경릉의 이 모습을 보고 심하게 놀라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를 부축하며 기왕비의 마차에 올랐다.희상궁이 만아를 부축해 나왔을 때 안왕의 마차가 이미 가고 기왕비가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마차로 쫓아가라고 했다.기왕비는 마차 안에서 원경릉이 타는 것을 보고 입을 막고 옆으로 비켰다.원경릉이 힘없이: “막을 필요 없어요, 기왕비의 병은 이미 전염성이 없으니까요.”마차는 크지 않아 희상궁은 같이 앉을 수 없어 그들을 먼저 초왕부로 돌아가게 하고 희상궁과 만아는 따로 방법을 찾아 돌아가기로 했다.기왕비는 원경릉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안왕이 무슨 짓을 했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보니 갑자기 어제 기왕비가 안왕의 뒷모습을 보던 것이 생각나서 차갑고 음산하게, “안왕이 어떤 사람인가요? 기왕비가 보기엔.”“귀신이죠, 악귀!” 기왕비가 간단하게 묘사했다.원경릉은 안왕이 배속의 아이들을 꺼내는 얘기를 할 때의 표정이 떠올라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들면서, “맞아요, 안왕은 바로 악귀예요.”“안왕이 당신한테 어떻게 한 거예요?” 기왕비가, “당신을 다치게 한 건 아니죠?”원경릉이 여의방 앞에서 있었던 일과 방금 마차에서 있었던 일을 기왕비에게 얘기했다. 원경릉은 기왕비에게 뭐든 솔직하게 털어
안왕의 도발에 대응하는 자세원경릉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왕비는 모질게 마음 먹고 뼈 아픈 말을 하는데, “친왕에게 겁탈했다고 모함한 게 이번이 처음이예요?”이 말에 원경릉은 철저하게 부서져 버렸다.“전 평생 이 저주에서 벗어나 지를 못하는 군요.” 원경릉이 이를 갈며 말했다.기왕비가 작은 소리로: “참을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다섯째도 반드시 참아야 해요, 만약 내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아바마마께서 이번에 죄를 물으시겠지만 당신들은 너무 울적해 할 필요 없어요. 아바마마 아들이 하나는 중상을 입고, 하나는 지하감옥에 있는데 다섯째는 무고한 걸 폐하도 아세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반드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죠. 우선 다섯째를 보호하는 것만 생각하기로 해요. 안왕은 교활하지만 아바마마도 현명하시니까요.”원경릉은 듣기만 해도 정신이 피로해지는 것이 본인은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궁중암투 고수가 아니며, 실제로 이 안에서 일어나는 배배 꼬인 인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하겠다.할 수 없는데 억지로 하는 거엔 원경릉은 다른 사람보다 반응이 느리다.원경릉은 기왕비를 쳐다보고: “어찌 됐든 두번이나 도와줘서 고마워요.”“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거예요.” 기왕비가 느릿느릿 애기하는데 말투가 좀 교만한 것이, “지금도 그때 날 구한 걸 후회해요? 그때 당신이 결정한 게 정확한 거였어요.”원경릉이 기왕비를 째려보며, “한번 사양 좀 하면 어디 덧나요?”기왕비도 웃으며, “안심해요, 지금 나의 기대는 온통 당신과 다섯째한테 있으니까요, 난 어떻게든 당신을 보호할 거예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요.”원경릉은 머릿속으로 여전히 안왕의 의도를 생각하며 다섯째가 자객을 체포해야 하는 이때 자신의 일을 알리면, 다섯째는 반드시 자객 따위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안왕을 찾아가서 난리를 칠 것이다.안왕을 찾아가는 건 확실히 우문호에게 불리하다.하지만 만약 다섯째가 안왕을 찾아가지
안왕 짓인 걸 아는 우문호와 원경릉동시에 원경릉은 희상궁을 불러 밖에 금군에게 초왕비가 안왕에게 납치되어 마차에 태워진 채 어마어마한 공갈과 협박으로 지나치게 놀라 정신을 잃고 태아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알렸다.희상궁이 초왕부 마당에서 안왕에 대해 쌍욕을 퍼붓는데 희상궁이 평생 싸우면서 사용했던 모든 심한 말을 다 동원해서 욕을 해댔다.희상궁은 정말 화가 복받쳐서 제어가 안될 정도였다.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경성에 소문이 쫙 퍼졌다.“제왕은 자객을 만나고, 기왕은 지하감옥에 갇히고, 초왕은 자객을 잡으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 세명의 친왕은 일 터졌고, 위왕은 북군 군영으로 갔고, 회왕은 큰 병에서 막 회복했고 남은 건 안왕 뿐이네.”“맞아, 안왕은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지. 그리고 안왕의 외조부가 또 얼마나 세도가인가, 태자의 보위를 향한 야심이 없다고 만은 할 수 없지.”“어쨌든지 모든 일에서 제일 득을 보는 건 안왕이군.”신년이라 집집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찻집, 술집에 모여 수다를 떠는데 이 화제가 한번 입에 오르기 시작하자 들불 같은 기세로 번지며, 빠른 속도로 온 경성에 자자했다.저녁 통행금지 시간에 우문호가 막 입궁해서 보고하는데 아직 자객의 행방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명원제가 격하게 꾸짖었다. 우문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출궁할 때 서일이 오늘 들은 말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순간 폭발해서,명원제가 병사를 이끌고 순찰을 계속하라는 것도 무시하고 바로 말을 달려 초왕부로 돌아갔다.원경릉이 비실비실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우문호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와 당장이라도 안왕을 찾아가 칼을 뽑을 기세다.희상궁이 들어와서, “왕비마마께서 지금 상태가 좋지 않으시니 왕야께서는 우선 하룻밤 지켜주세요. 안왕 전하는 어디 도망 안 가시니 내일 찾아가셔도 늦지 않으십니다.”원경릉도 우문호의 손을 잡고 창백한 얼굴로, “배가 아파.”우문호가 들끓는 분노를 억누르고 원경릉을 안으며, “그래, 그래, 안 갈게, 일단 안 갈게,
분한 안왕과 황제의 대응여론은 금방 무르익어 경성의 밤은 통금이지만 이른 아침 술집, 찻집은 다시 이 얘기로 흥청거렸다.그리고 얘기는 입을 오가며 점점 더 듣기 거북해 져서 안왕은 잔인하고 포악할 뿐 아니라 형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사생활 역시 문란해서 안왕과 안왕부의 모사인 아라 사이에 그렇고 그런 관계가 있고, 너도나도 경험을 얘기하는데 안왕이 전에 어떤 용모가 출중한 여자가 울음을 터트릴 때까지 계속 뚫어지게 보는 걸 봤다는 둥.게다가 안왕이 특정 성향이 있다는 얘기도 돌면서, 여자의 옷과 손수건을 탐닉해 장사치가 그걸 수집해서 안왕에게 가져다 준다고 한다.안왕이 수년간 가꿔온 어질던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졌다.이런 얘기는 당연히 안왕부에도 알려졌다.안왕이 어제 원경릉에게 발로 차이고 고통으로 한동안 꼼짝 못하다가 한겨울 얼음을 올려놓아 통증을 멎게 하고 눈이 매운 고통도 겨우 완화시켰는데 참으로 분하고 억울했다.오늘 이른 아침 아라가 내보낸 사람이 돌아와 바깥 소문을 보고하는데 아라가 얼른 안왕에게 보고했다.안왕이 독기어린 냉소를 지으며, “아라야, 내가 원경릉 이 여자를 얕잡아 봤어, 보기엔 유약한데 위험이 닥쳐도 두려워하지 않더군. 어제 마차에서 여자라면 혼비백산하게 놀랐을 텐데 원경릉은 뜻밖에도 기회를 포착해 반격하고, 순조롭게 마차에서 내릴 수 있었어. 방법을 생각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줘야지.”“왕야 안심하세요, 초왕부에 맞설 방법을 생각해 낼 겁니다. 하지만 당장은 역시 숨어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초왕은 분명 오늘 올 텐데 지금 밖에서 도는 소문이 저렇게 거북한데 어제 계획은 안 통했어요. 초왕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걸로 그에게 벌을 내리는 대신 폐하께서는 어쩌면 회의적인 시선을 안왕부에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안왕이 화도 나고 분했다.안왕은 계략의 고수로 원래는 만약 초왕부가 그에게 반격하면 반드시 계략을 쓸 거라고 준비를 단단히 해 두었다.하지만 뜻밖에 이렇게 손도 쓰지 못하다니. 천지를 뒤바
안왕부에 쳐들어 가다우문호는 오늘 서일만 데리고 집을 나가다가 나갈 때 서일에게, “네가 왕년에 좀 놀던 가락으로 안왕부에 도착하면 선봉을 맡아서 보이는 대로 때려부수고 못 알아들으면 다바오한테 배우라고 해.”“그럼 왜 다바오는 안 데려왔어요?” 서일이 반문했다.우문호는 침묵하더니 손을 흔들며, “다바오 데려가자.”두사람과 개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안왕부로 갔다.안왕은 숨지 않았는데 사실 숨을 수도 없었다.우문호는 미친 개로 오늘은 다 물지 않고, 내일도 와서 물게 분명하고, 내일 덜 물었으니 앞으로 편안한 날은 꿈도 꾸지 말라며 걸핏하면 올 것이다.구사가 먼저 도착했다. 안왕이 구사가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더욱 어지러워진 것이 아바마마도 아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아바마마가 만약 다섯째를 막고 싶으면 바로 다섯째를 입궁하게 하면 될 것을 구사를 보낸 데다 구사는 다섯째와 사적인 교류가 돈독한 사이다.안왕의 마음은 순식간에 반쯤 차가워졌다.마음 속으로 이 때 원경릉에게 손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더욱 후회가 됐다. 안왕에게 태자자리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고 모든 일에 그의 발목을 잡을 만한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를 한 발로 밟아 죽이려고 했는데 안왕이 발을 헛디뎌 자기가 똥물을 뒤집어 쓰다니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우문호가 안왕부에 도착하자 두말 않고 바로 문을 부쉈다.호강연이 아들들에게 선물한 것 중에 유성추(流星錘)가 있는데 우문호가 그걸 가져왔다. 이게 사람을 치기엔 좀 굼뜬 감이 있지만 문을 부수는 데는 딱 이다.구사는 저 인간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했다. 자기가 십여명의 금군을 데려 왔는데 실지로 막지 못하고, 우문호가 서일과 다바오를 데리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걸 눈 뜨고 지켜봐야했다.서일이 들어서서 다바오를 데리고 때려 부수는데 안왕이 사람을 이끌고 나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데, “다섯째야, 주제넘는 짓 하지 마라.”우문호는 눈에 불이 들어오면서 두말 안하고 달려가 두들겨 팼다.안왕은 어
우문호의 복수와 입궁한 원경릉이때 저쪽에서 안왕이 우문호에게 몰려 열 받은 나머지: “다섯째야, 미친 개 같은 행동 하지 마라, 도대체 뭐 때문에 미쳤어? 조리 있게 말을 해.”우문호가 주먹을 날리고 폭발하듯 소리치며: “내가 지금 돌았어? 조리 있게 말하게? 주먹으로 알려주면 돼.”안왕이 눈꼬리가 찢어지게 맞고 한발로 차자 우문호가 무릎으로 올려 찍기를 하고 다시 주먹을 찌르며, “원 선생의 배에서 내 아들을 꺼내? 어디 꺼내나 못 꺼내나 두고 봐. 형제가 한판 뜨자고. 너한테 잘못한 게 있나 자문해 봤어. 태자 자리가 가지고 싶으면 가져, 난 됐으니까. 하지만 네가 감히 원 선생과 내 아이한테 손을 데면 네 목숨으로 갚아.”“너……”안왕은 우문호가 아무런 순서 없이 출수하는데 마치 발광한 야수 같아서 막지 않으면 안 되는데 막을 수가 없는데 아무도 나와서 돕지 않고 구사는 저기서 지켜 보기만 한다.안왕은 뒤로 물러서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구사, 아바마마께서는 수수방관하라고 널 보내셨느냐?”구사는 손에 손수건을 들고 흔들며: “안왕 전하, 황제 폐하께서 어명을 내리셔서 소신에게 안왕부에 가서 지켜보라고 하셨는데, 소신 이게 지켜 보는 거 아닙니까?”우문호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고 거의 막는 건 불가능한 상태로 하늘로 도약해 발차기를 해서 안왕을 차서 땅에 거꾸러뜨리더니 휘파람 한번에 다바오가 달려와서 안왕의 다리를 꽉 물었다.개 이빨은 날카롭고 견고해서 이 한방에 뼈가 보였다.안왕이 비명을 지르며 다른 발로 다바오를 찼는데, 다바오는 씩씩하고 힘차게 뛰어올라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꽉 물더니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흘러 안왕은 고통으로 몸을 떨며 바닥을 굴렀다.구사가 이제서야: “초왕 전하, 너무 지나치게 하지 마십시오, 황제 폐하의 성지가 있으셨습니다.”우문호가 이번에 휘파람을 불어 다바오에게 물러나게 하더니 머리카락은 엉클어져 있고 옷은 군데군데 찢겼으나 격노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입안에 핏물을 뱉는 안왕에게: “우문안, 잘들어
뛰어내릴거야원경릉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후안무치 하게 떼를 쓰며 바닥에 드러누울 수도 없으니 안보면 안보는 대로 선선히 물러 갔다.상선이 놀라서 이렇게 선선히?상선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삼대 거두와 명원제가 술을 마시고 있는 가운데 상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명원제가 얼른 묻길: “왔어? 갔나?”상선이: “황제 폐하께 아룁니다, 왕비가 왔다가 갔습니다.”명원제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묻길: “너는 뭐라고 했느냐? 이렇게 금방 간다고 했어?”상선이: “그저 황제 폐하께서 여기 계시지 않는다고 했고, 다음엔 왕비가 태상황 폐하를 뵙겠다고 했으나 소인이 태상황 폐하께서는 술을 드셔서 아무도 만나지 않으신다고 하니 왕비는 가셨습니다.”다들 마주보더니, 이거…… 이거 원경릉 스타일이 아닌데.“정말 갔나?” 태상황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정말 갔습니다.” 상선 자신도 상당히 의아했다.태상황이 오늘 사실 원경릉을 보고 싶었고 며칠을 못 봤지만……태상황은 담담하게 황제를 흘끔 보더니 이 놈은 오면 안돼, 살풍경하다니까.주재상이 느긋하게 술을 마시다가, 갔다고? 짐작컨대 아닐 걸.과연 잠시 후 금군이 바람같이 달려오느라 멈추지 못하고 거의 돌계단에 부딪힐 듯, 허둥지둥하며: “태상황 폐하, 황제 폐하, 초왕비가 문창각(文昌閣)에 올라가셨습니다. 난간에 앉아 계신데, 더 살수가 없다고 하십니다.”명원제가 격노해서, “고약한 놈! 오냐오냐 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당긴다 더니, 짐을 위협하려 해, 신경 쓰지 마라, 네가 어디 감히 뛰어내려?”세명의 어르신이 황제를 보고 아무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다.명원제가 속이 타서: “아바마마, 초왕비가 위협을 해서 만약 원하는 대로 되면 앞으로 아주 큰일입니다.”태상황이 담배를 뻑뻑 빨며 담담한 말투로: “됐어, 뛰어내리라고 해, 다음에 다른 아들한테 증손자 셋을 낳아서 과인에게 보여 달라고 하면 되지. 과인은 이 일에 상관하지 않겠다.”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기세가 일시에 약해지
원경릉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허리를 숙여 머리를 내밀었다. 명원제는 원경릉이 뛰어내리기라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지금 왜 할아버지께서 오시지 않는 거지?’“내려와! 빨리 내려오라고!”명원제가 위를 보며 소리를 지르다가 답답한 표정으로 금군들을 보며 “뭐 하고 있느냐! 당장 올라가거라!”라고 말했다.“황상, 소신들이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초왕비께서 한 걸음이라도 다가오면 바로 뛰어내리겠다고 하십니다.”금군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새해부터 초왕비가 소란을 피우자 명원제는 몹시 화가 났다. “명을 전하거라! 초왕비에게 어서방으로 오라고 해!” 명원제가 손을 저으며 금군에게 말했다.어서방으로 향하는 명원제의 뒷모습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다. 자식 농사를 잘 못 지은 명원제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나에게 이런 아들들을 내린 겁니까!’원경릉이 어서방에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은 퉁퉁 부었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분노로 가득했던 명원제의 마음은 원경릉을 보자마자 슬픔으로 바뀌었다.‘어쩌다 이 아이가 거기까지 치닫게 되었을까.’명원제는 차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할 말이 있다면 말해보거라.” 명원제는 문창각(文昌閣)에서의 일이 떠올라 가슴이 서늘해졌다.원경릉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명원제를 바라보았다.“부황, 악한 자가 거짓을 고할 수 없도록 며느리가 진실을 고하겠습니다.”“일어서서 말하거라.”“일어설 수 없습니다!” 원경릉은 울부짖으며 명원제를 직시했다.“……” “방금 너무 놀라서 다리가 후들거립니다.”명원제는 한숨을 내쉬더니 희상궁에게 원경릉을 부축하도록 했다. “이제 무서울 게 없느냐. 뱃속의 아이들을 방패로 짐에게 소리까지 지르고 말이다.”원경릉은 희상궁의 부축에도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숨을 가다듬으려 노력했다.“아니요. 사식이와 희상궁께서 허리띠를 뒤에서 끈으로 잡고 있습니다.”명원제는 탁자를 ‘쾅’ 내리치며 눈을 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