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취 사건의 종결과 우문호의 판단우문호는 이렇게 가만히 쳐다보고 얼굴을 굳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우문호가 비로소 작게: “네가 할아버지를 이용해 시선을 흐리게 했으나, 나도 알아챘어. 그에 대해선 이미 방비돼 있지. 너도 그가 널 위해 원경릉을 죽여 줄 수 있다는 생각 하지 마라.”주명취가 숨이 끊어지기 전에 우문호가 갑자기 다가와 주명취의 귀에 이름 하나를 소곤거렸다.주명취의 눈이 커지며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목에서 낮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전신이 경직되며 눈에는 분노와 미칠 듯한 슬픔이 가득했다.주명취는 편안히 눈을 감지 못했다.어두운 붉은색 비단 옷이 감옥 기둥을 쓸고 지나가며 우문호 얼굴의 냉담하고 쓸쓸한 빛이 사라져 갔다.오후에 형부와 합동 심리가 취소되었는데 감옥의 옥졸장의 보고 때문이었다. 옥졸장 말이 주명취가 자진하여 이미 죽었다는 것이다.주요 인물이 죽었다. 두 명의 산적의 자백도 특별히 가리키는 것이 없어 다시 심리할 필요 없이 모든 죄목은 주명취 혼자 지게 되었다.두명의 뱃사람은 살인에 참여하고 초왕비를 납치하였으므로 참수형에 처해졌다.우문호는 보좌관에게 오늘 누가 감옥에 갔고, 주명취를 만났는지 암암리에 수사를 명했다.보좌관이 조사한 후 보고하길: “손 포도대장입니다.”우문호의 담담한 표정으로, “이 일은 입 밖에 내지 마라, 넌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보좌관이 묻길: “대인, 그럼 주명취의 자백은……”“찢어버리자.” 오늘 주명취에게 자백을 받을 때 보좌관이 옆 방 감옥에서 기록하고 있었다.“하지만, 주명취가 주재상을 자백하지……” 보좌관이 다소 망설였다.“주재상이 아니다.”보좌관이 놀라며, “왕야, 무슨 생각이라도?”“기왕이다!” 우문호가 보좌관에게, “그 손 포도대장은 과거에 기왕의 은혜를 입은 적이 있지.”보좌관이 깜짝 놀라, “의외로 기왕 전하셨습니까?”우문호가 분노해서, “아깝다, 증거가 없으니 일단 한번은 용서해줄 수 밖에.”보좌관이 우문호에게, “하지만 왕야께서 오
탕양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문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책상 위에 종이가 마구 날렸다. 우문호는 무거운 물건을 종이 위에 올려놓았다. “경릉이…… 보고 싶네.”“왕비가 자금탕을 먹었다는 소문이 돌자 벌써 밖에는 뱃속에 아이가 자금탕을 먹고살 수 있을지…… 사실 넉 달이나 지났으니 평탄한 시기입니다.”우문호가 차갑게 웃었다.“넷째는 도대체……”넷째, 안왕, 우문안의 귀비의 아들로 외조는 적위명(狄魏明) 대장군으로 귀영위의 수장이다.우문안과 우무호는 어릴 적에 군에 들어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우문안 또한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웠고, 군사를 이끌고 토비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특공을 세웠다. 그는 갓 스무 살이 되어 보주를 하사한 첫 친왕이었기에 외부에서는 그를 보친왕(寶親王)이라고 불렀다.탕양이 우문호를 보았다.“줄곧 기왕을 경계해왔지만, 이렇게 은밀하게 계책을 마련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불한당들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우문호는 탕양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이미 형제간의 정은 없어.”그 말을 들은 탕양은 마음이 아팠다.“태상황께서는 적위명 대장군을 매우 신임하고 있기에 그를 귀영수의 사령탑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입니다. 귀영위는 본래 왕비님을 보호해야 합니다. 저쪽 악당들이 똘똘 뭉치면 왕비께서 위험해지실 겁니다.”우문호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괜찮다. 일단은 적위명이 감히 귀영위를 이용해 원경릉을 해칠 수는 없을 것이야. 하지만 원경릉의 일거수일투족이 그의 손아귀에 있으니…… 본왕이 이 일은 다시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 황조부께 귀영위를 해산하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위명을 지목할만한 증거도 없다. 본왕도 태상황 앞에서 그를 고발할 수는 없어. 그는 여러 해 동안 태상황의 옆에 있던 사람이다. 그저 우리가 조심할 수밖에……”“맞습니다. 아 맞다! 왕야! 왕비 곁을 지키는 사람이 더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아는 어
사식이와 만아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원경릉이 우문호를 바라보았다.우문호는 소매를 풀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만아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만아를 머무르게 하고 싶으면 그냥 둬.”그 말을 듣고 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와 목을 감싸 안고는 웃었다.“참 잘됐다!”“네가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난 죽어도 좋다!”우문호는 기뻐하는 원경릉을 보고 귀여운 듯 볼을 꼬집었다.사식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문호왕 원경릉을 보았다. “왕야께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게 됐습니까?”사식이의 말을 듣고 우문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누가 너 들으라고 한 소리 같아? 내 여자가 행복하면 난 그것으로 됐다.”사식이는 귀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어휴 닭살 돋아!”원경릉은 사식이와 우문호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우문호를 보면서 “사식이가 저렇게 말해서 기분 나빠?”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약상자를 챙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로. 아 맞다! 요 며칠 동안 왕부에서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관아엔 안 갈거야.”“왜?”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경중에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경조부윤이잖아 부황께서 당연히 나를 정직시키시겠지.”“정직? 그럼 정직기간 동안 나랑 같이 왕부에 있으면 되겠네. 나도 맨날 너 퇴근하고 왕부로 오는 것만 목 빠지게 기다리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원경릉이 우문호의 팔을 잡고 즐거운 듯 방방 뛰었다.“나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우문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임신기간 동안 자신이 원경릉에게 무심했던 것은 아닌가 마음이 아팠다. *다음날, 기왕비는 원경릉을 위해 태아를 보호하는 약을 가지고 왔다.기왕비가 여러 번 왕부에 다녀갔지만 약을 가지고 온 것은 처음이었다.“만약에 제가 독약을 가지고 왔다고 의심이 되신다면 안 드셔도 됩니다. 그냥 제 마음을 전하려고 가져온 것입니다.”“고맙습니다. 필요할 때 꼭 먹겠습니
기왕비는 원경릉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초왕비는 주명취 손에 죽을 뻔했습니다. 다섯째에게 그녀가 무슨 말을 했다면 그 말을 초왕비도 알아야죠. 죽을뻔했으면서 아직도 모르겠습니까?”원경릉은 그녀에게 주사를 놓으며 “저는 다섯째가 알아서 잘 처리했으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왕비가 코웃음을 쳤다. “남자를 믿어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 남자를 믿는 겁니다. 지금은 초왕비에게 잘해주겠지만, 나중에 가봐요. 그 마음이 한결같은지. 가만 보면 초왕비는 참 순진합니다.” 때마침 우문호가 왕부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형수님 말씀에 따르면 세상에 모든 남자들은 나쁜 놈이네요?”우문호의 등장에 당황한 기왕비가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악에 이용당하죠.”우문호는 원경릉 옆에 앉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기왕비를 보았다.“어쩔 수 없다라…… 형수님께서는 여자의 욕망과 야심도 어쩔 수 없이 남자에 의해 강압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이 말을 들은 기왕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지금 저 들으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저는 주어를 말하지 않았는데요?”기왕비는 창백한 얼굴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제가 초왕비 잘되라고 충고한 것 가지고 과민 반응하시는 건 초왕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초왕비가 걱정되어서 그런 말을 한 것뿐입니다.” “만약 걱정이 되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본왕이 초왕비를 대신해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초왕비 사이의 감정을 흔드는 말을 하는 것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기왕비가 흥분한 듯 보였다.원경릉은 두 사람이 싸우기 전에 손을 저었다. “됐습니다. 다들 그만하세요. 부부간에 마음을 열고 서로를 신뢰하는 것도 행복이잖아요”그녀는 기왕비를 힐끗 쳐다보더니 우문호를 보며 말했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초왕 내외 같지는 않죠.” 기왕비가 쓸쓸하게 말했다.“기왕비. 저는
“재상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거 잘 알아.” 우문호가 말했다.“응! 네가 복직을 하려면 재상이 부황께 말씀을 드려야 하잔하. 그러니까 지금은 재상에게 잘 보여야 할 때야. 좋게 좋게 말하고 와.” 원경릉은 까치발을 들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어이구! 언제 이렇게 애교가 느셨을까?” 우문호가 웃었다.“입에 발린 말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어. 말 몇 마디 해준다고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가 듣고 싶은 말 몇 마디 해주고 와.”“네가 말 안 해도 알아. 쪼꼬만 게!” 우문호는 정직 상태로 관아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관아 내에도 그가 경계하고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기에 복직이 필요한 상태였다. 원경릉은 문쪽에 서서 그의 망토가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날리는 눈송이를 보았다. ‘예쁘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겨울이라니……’*서재 안에는 난로가 켜져 있어서 매우 따듯했다. 재상은 입고 온 두꺼운 솜 두루마기를 나한 침상 옆에 벗어두고는 희상궁이 내온 생강차를 마시며 앉아있었다. 그가 손에 들린 생강차를 호호 불자 따듯한 김이 코 끝을 촉촉하게 적셨다. 희상궁은 원래 밖에서 시중을 들어야 했지만 바깥바람이 매서운 관계로 재상이 안에서 시중을 들라고 명했다. 우문호가 들어온 후 희상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의 잔에도 차를 따랐다. 주수보는 자신의 찻잔에 차를 다 마시고는 희상궁에게 차를 더 따르라고 했다. “늙어서 그런지 목이 더 타는 것 같네.”희상궁은 주수보의 잔을 가득 채우고 다시 문쪽으로 가서 서있었다. “재상어른께서는 오늘 사건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있으셔서 오신 겁니까?”주수보는 잔을 내려놓고 두 손을 넓은 소매 속으로 넣은 채 우문호를 보았다.“예, 주명취가 죽기 전에 초왕께 무슨 말을 했다고 하던데……”“자백을 했습니다. 그녀가 말하길 모든 것이 재상의 뜻이라고 했습니다.”우문호의 말을 들은 주수보의 얼굴이 굳었고, 희상궁은 깜짝 놀라 우문호를 쳐다보았
주수보는 심증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젖혀 희상궁에게 말했다.“생강차는 많이 마시면 속 아픈 것도 모르느냐? 먹을 것도 하나도 내어오지 않고, 속 쓰려 죽겠다.”“알겠어요. 왕야와 얘기 나누세요. 가서 음식을 만들어 오겠습니다.”희상궁이 그의 말을 알아채고 바쁘게 밖으로 나왔다.“말 다 했어.” 주수보가 말했다.그는 찻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요리를 하러 가야지.”그 말을 들은 희상궁이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우문호는 주수보가 주명취에 대해서 더 많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여겼다.*희상궁과 주수보가 밖으로 나왔다.“왕야께서는 재수가 없으시네.” 주수보가 말했다.희상궁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재수가 없다고요? 무슨 재수가 없는 일인데요? 겁주지 마세요!”“겁주는 게 아니라 진짜야.”“빨리 말해요. 뭐가 재수가 없다는 건지!” 희상궁이 그를 막아섰다.“희상궁 만두 빚을 줄 압니까?”주수보가 희상궁을 보았다.“압니다!”“그럼 먼저 만두부터 빚자고요. 지금 내가 너무 배가 고프니까 말이 안 나오니까.”희상궁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만두 만들고도 말 안 해주면 다신 저를 볼 생각 마세요!”라고 말했다.그녀는 말은 한 후 성큼성큼 부엌으로 갔다.잠시후, 만두를 다 만든 희상궁에 주수보에게 만두를 들고 왔다.“어떱니까?”주수보는 젓가락으로 만두를 집어 한 입 먹더니 “음…… 좀 짜네.”라고 말했다.희상궁은 화가 난 표정으로 “빨리 왕야에 대해 얘기를 해보세요! 왕야께서 왜 재수가 없다는 겁니까?”라고 말했다.“폐하께서 왕야를 정직시키는 것 말이야.”“그건 압니다. 정직은 잠깐 일을 멈추는 거잖아요.”“안다고?” 주수보가 물었다.“안다고요! 세상 사람 다 아는 얘기를 뭘 그렇게 생색을 내면서 해요!”주수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왕부를 떠나면서 계속 초왕에게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중얼거렸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손왕부에 가서 제왕을 보았다.불에
제왕은 고개를 저으며 분노를 삼켰다.“본왕은 그저 그 여자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나를 사지에 몰아넣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너무 뻔하지 않나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원용의가 말했다.제왕이 고개를 들어 원용의를 바라보며 “그래.”라고 말했다.“그래요 이제 잊어버리세요.”“그렇게 말 안해도 다 잊었어.”원용의는 그가 말로만 잊었다고 하는 것을 알았지만 되묻지 않았다.제왕은 원용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그냥 그 여자가 나를 왜 나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게 이해가 안 된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인데 말이야.”“악몽을 꿨다고 생각해요. 살다 보면 그런 쓰레기 같은 사람들 만날 수도 있죠.” 원용의가 위로했다.제왕은 원용의에 말대로 끔찍한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그가 불속에서 도망쳐 나와 깨어났을 때 원용의가 제왕에게 주명취가 불을 질러 제왕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사이에 어떠한 원망의 마음이 있더라도 서로의 생명을 앗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밖에서 손왕비와 위왕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손왕비가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위왕비를 데려오라고 명했다. 위왕비의 몸이 좋지 않아 손왕비는 줄곧 원경릉을 불러 위왕비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다.원경릉이 위왕비를 진찰해보니 혈압이 낮고 빈혈이 있는 것 같았으며 정신 건강도 좋지 않아 보였다. 위왕비는 말을 할 힘도 없는 듯 원경릉을 보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동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하늘이 무너져도 건강이 최고입니다. 몸을 잘 돌보세요. 위왕비.”손왕비는 위왕과 그 여인의 일을 알고 위왕비를 위로했다.위왕비는 힘없이 웃으며 “알고 있습니다. 손왕비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창백한 위왕비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이 백합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웠다. 경국지색은 아니더라도 수수한 얼굴에 몽롱한 눈빛은 딱 고전미인형이었다.야리야리한 그녀가 인상을 조금만 써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뭉클하고
손왕비는 창백한 위왕비의 얼굴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위왕비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겁니까? 그 늙은 여자랑 제대로 붙어보라고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어요? 셋째랑 결혼을 하겠다고 혼사도 거부했던 그 용기는 어디 갔어요? 왜 이렇게 나약해졌습니까?”손왕비는 말하다가 돌아서서 원경릉을 보았다.“초왕비 이리와서 위왕비 좀 설득해봐요. 이러다가 화병으로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사실 위왕비 손목의 상처는 원경릉이 검사를 할 때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원경릉은 위왕비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르는 체 했으며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려고 말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손왕비가 손목의 상처를 알아버렸고 일이 커졌다. “손왕비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위왕비가 설마 셋째 아주버님 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했겠습니까?”손왕비는 자살이라는 말에 화가 잔뜩 났다.“셋째 때문이 아니라면 왜겠냐고요!”원경릉이 앞으로 나와 위왕비와 손왕비를 끌어당겨 앉혔다.위왕비는 다크서클이 축 내려온 공허한 눈빛으로 생기 없이 원경릉을 보았다.“위왕비, 요즘 잠을 잘 못 잤죠?”“예. 못 잤어요.”“잠을 못 자는 것 빼고 또 불편한 게 있습니까?”“초왕비님 뭘 물으시려는 겁니까?”“빈맥, 두통, 호흡곤란, 환각 이런 증상이 있어요?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위왕비는 넋 나간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초왕비…… 어떻게 아셨어요?”손왕비는 깜짝놀란 표정으로 “설마 위왕비에게 누가 독을 쓴 게 아닙니까?”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손왕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위왕비를 보며“위왕비, 언제부터 그랬습니까?”라고 물었다.위왕비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제가 유산한 후 한 달 넘게 요양했는데, 하지만 몸이 계속 회복이 안됐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요통이 있었어요. 그 후에는 약간 환각이 보였고 눈을 감아도 귀에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손목을 그었을 때, 환각이 보였나요?”원경릉이 물었다.“맞아요. 아이가 제 앞에서
대오가 경성으로 돌아올 때 홍엽도 원숭이와 같이 돌아왔는데, 그도 풍도성에서 힘을 보탰다. 사실 홍엽이 안 가도 안풍 친왕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둬서, 안풍 친왕 능력이면 안지여 정도 상대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이리 나리 일행은 경성에 도착해, 우선 집으로 돌아가 공주와 천행이를 보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은 뒤 입궁해서 경과를 보고했다.사적인 원한은 한두 마디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은 지금 받아야 할 벌을 받고 있으며 아직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남은 건 정사를 논하는 것이었다.“어머니와 같이 풍도성에서 보름 정도 지내며 기본적인 민심을 파악했는데, 천문 세가는 백성들 사이에서 아직 명망이 높아 보입니다. 풍도성 백성들은 사실 세금이 너무 많고 경제가 번영한 성과가 전부 안지여 수중에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안지여의 통치에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 풍도성을 접수한 것에 백성들 대부분은 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천하태평이냐 하면 그럴 순 없는 것이, 일부는 성주가 자기들의 황제라 여기고, 조정이 풍도성을 접수한 것이 풍도성이 침략당했다고 여겨 나중에 약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부를 임명하실 때 신중하셔야 할 것입니다.”우문호가 말했다. “흠, 큰할아버지께서 천거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박원이라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그러자 이리 나리의 눈빛이 빛났다. “제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니 전 찬성입니다!”“아버지?” 우문호가 의아해하며 이리 나리를 쳐다봤다. ‘안풍 친왕비가 사부님이면 안풍 친왕은 사부의 남편 아닌가? 어떻게 아버지가 되지? 사부님의 배우자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흠, 안풍 친왕은 제 아버지십니다!” 이리 나리는 더 설명할 생각이 없는지 어쨌든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를 아버지라 부른 적 없지만, 마음속에서만큼은 진정한 아버지였다.“하하하!” 우문호도 그저 웃으며 더는 묻지 않았다.이리 나리가 퇴청할 때 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무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