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식이와 만아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원경릉이 우문호를 바라보았다.우문호는 소매를 풀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만아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만아를 머무르게 하고 싶으면 그냥 둬.”그 말을 듣고 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와 목을 감싸 안고는 웃었다.“참 잘됐다!”“네가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난 죽어도 좋다!”우문호는 기뻐하는 원경릉을 보고 귀여운 듯 볼을 꼬집었다.사식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문호왕 원경릉을 보았다. “왕야께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게 됐습니까?”사식이의 말을 듣고 우문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누가 너 들으라고 한 소리 같아? 내 여자가 행복하면 난 그것으로 됐다.”사식이는 귀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어휴 닭살 돋아!”원경릉은 사식이와 우문호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우문호를 보면서 “사식이가 저렇게 말해서 기분 나빠?”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약상자를 챙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별로. 아 맞다! 요 며칠 동안 왕부에서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관아엔 안 갈거야.”“왜?”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경중에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경조부윤이잖아 부황께서 당연히 나를 정직시키시겠지.”“정직? 그럼 정직기간 동안 나랑 같이 왕부에 있으면 되겠네. 나도 맨날 너 퇴근하고 왕부로 오는 것만 목 빠지게 기다리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원경릉이 우문호의 팔을 잡고 즐거운 듯 방방 뛰었다.“나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우문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임신기간 동안 자신이 원경릉에게 무심했던 것은 아닌가 마음이 아팠다. *다음날, 기왕비는 원경릉을 위해 태아를 보호하는 약을 가지고 왔다.기왕비가 여러 번 왕부에 다녀갔지만 약을 가지고 온 것은 처음이었다.“만약에 제가 독약을 가지고 왔다고 의심이 되신다면 안 드셔도 됩니다. 그냥 제 마음을 전하려고 가져온 것입니다.”“고맙습니다. 필요할 때 꼭 먹겠습니
기왕비는 원경릉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초왕비는 주명취 손에 죽을 뻔했습니다. 다섯째에게 그녀가 무슨 말을 했다면 그 말을 초왕비도 알아야죠. 죽을뻔했으면서 아직도 모르겠습니까?”원경릉은 그녀에게 주사를 놓으며 “저는 다섯째가 알아서 잘 처리했으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의 말을 듣고 기왕비가 코웃음을 쳤다. “남자를 믿어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이 남자를 믿는 겁니다. 지금은 초왕비에게 잘해주겠지만, 나중에 가봐요. 그 마음이 한결같은지. 가만 보면 초왕비는 참 순진합니다.” 때마침 우문호가 왕부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형수님 말씀에 따르면 세상에 모든 남자들은 나쁜 놈이네요?”우문호의 등장에 당황한 기왕비가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악에 이용당하죠.”우문호는 원경릉 옆에 앉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기왕비를 보았다.“어쩔 수 없다라…… 형수님께서는 여자의 욕망과 야심도 어쩔 수 없이 남자에 의해 강압적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이 말을 들은 기왕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지금 저 들으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저는 주어를 말하지 않았는데요?”기왕비는 창백한 얼굴로 우문호를 바라보았다. “제가 초왕비 잘되라고 충고한 것 가지고 과민 반응하시는 건 초왕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초왕비가 걱정되어서 그런 말을 한 것뿐입니다.” “만약 걱정이 되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본왕이 초왕비를 대신해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초왕비 사이의 감정을 흔드는 말을 하는 것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그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기왕비가 흥분한 듯 보였다.원경릉은 두 사람이 싸우기 전에 손을 저었다. “됐습니다. 다들 그만하세요. 부부간에 마음을 열고 서로를 신뢰하는 것도 행복이잖아요”그녀는 기왕비를 힐끗 쳐다보더니 우문호를 보며 말했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초왕 내외 같지는 않죠.” 기왕비가 쓸쓸하게 말했다.“기왕비. 저는
“재상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는 거 잘 알아.” 우문호가 말했다.“응! 네가 복직을 하려면 재상이 부황께 말씀을 드려야 하잔하. 그러니까 지금은 재상에게 잘 보여야 할 때야. 좋게 좋게 말하고 와.” 원경릉은 까치발을 들어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어이구! 언제 이렇게 애교가 느셨을까?” 우문호가 웃었다.“입에 발린 말을 하기 싫어도 해야 할 때가 있어. 말 몇 마디 해준다고 손해 볼 건 없으니까. 그가 듣고 싶은 말 몇 마디 해주고 와.”“네가 말 안 해도 알아. 쪼꼬만 게!” 우문호는 정직 상태로 관아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관아 내에도 그가 경계하고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기에 복직이 필요한 상태였다. 원경릉은 문쪽에 서서 그의 망토가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 날리는 눈송이를 보았다. ‘예쁘네…… 시간 참 빠르다. 벌써 겨울이라니……’*서재 안에는 난로가 켜져 있어서 매우 따듯했다. 재상은 입고 온 두꺼운 솜 두루마기를 나한 침상 옆에 벗어두고는 희상궁이 내온 생강차를 마시며 앉아있었다. 그가 손에 들린 생강차를 호호 불자 따듯한 김이 코 끝을 촉촉하게 적셨다. 희상궁은 원래 밖에서 시중을 들어야 했지만 바깥바람이 매서운 관계로 재상이 안에서 시중을 들라고 명했다. 우문호가 들어온 후 희상궁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의 잔에도 차를 따랐다. 주수보는 자신의 찻잔에 차를 다 마시고는 희상궁에게 차를 더 따르라고 했다. “늙어서 그런지 목이 더 타는 것 같네.”희상궁은 주수보의 잔을 가득 채우고 다시 문쪽으로 가서 서있었다. “재상어른께서는 오늘 사건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있으셔서 오신 겁니까?”주수보는 잔을 내려놓고 두 손을 넓은 소매 속으로 넣은 채 우문호를 보았다.“예, 주명취가 죽기 전에 초왕께 무슨 말을 했다고 하던데……”“자백을 했습니다. 그녀가 말하길 모든 것이 재상의 뜻이라고 했습니다.”우문호의 말을 들은 주수보의 얼굴이 굳었고, 희상궁은 깜짝 놀라 우문호를 쳐다보았
주수보는 심증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젖혀 희상궁에게 말했다.“생강차는 많이 마시면 속 아픈 것도 모르느냐? 먹을 것도 하나도 내어오지 않고, 속 쓰려 죽겠다.”“알겠어요. 왕야와 얘기 나누세요. 가서 음식을 만들어 오겠습니다.”희상궁이 그의 말을 알아채고 바쁘게 밖으로 나왔다.“말 다 했어.” 주수보가 말했다.그는 찻잔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요리를 하러 가야지.”그 말을 들은 희상궁이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우문호는 주수보가 주명취에 대해서 더 많은 질문을 할 것이라고 여겼다.*희상궁과 주수보가 밖으로 나왔다.“왕야께서는 재수가 없으시네.” 주수보가 말했다.희상궁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재수가 없다고요? 무슨 재수가 없는 일인데요? 겁주지 마세요!”“겁주는 게 아니라 진짜야.”“빨리 말해요. 뭐가 재수가 없다는 건지!” 희상궁이 그를 막아섰다.“희상궁 만두 빚을 줄 압니까?”주수보가 희상궁을 보았다.“압니다!”“그럼 먼저 만두부터 빚자고요. 지금 내가 너무 배가 고프니까 말이 안 나오니까.”희상궁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만두 만들고도 말 안 해주면 다신 저를 볼 생각 마세요!”라고 말했다.그녀는 말은 한 후 성큼성큼 부엌으로 갔다.잠시후, 만두를 다 만든 희상궁에 주수보에게 만두를 들고 왔다.“어떱니까?”주수보는 젓가락으로 만두를 집어 한 입 먹더니 “음…… 좀 짜네.”라고 말했다.희상궁은 화가 난 표정으로 “빨리 왕야에 대해 얘기를 해보세요! 왕야께서 왜 재수가 없다는 겁니까?”라고 말했다.“폐하께서 왕야를 정직시키는 것 말이야.”“그건 압니다. 정직은 잠깐 일을 멈추는 거잖아요.”“안다고?” 주수보가 물었다.“안다고요! 세상 사람 다 아는 얘기를 뭘 그렇게 생색을 내면서 해요!”주수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왕부를 떠나면서 계속 초왕에게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중얼거렸다.우문호와 원경릉은 손왕부에 가서 제왕을 보았다.불에
제왕은 고개를 저으며 분노를 삼켰다.“본왕은 그저 그 여자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나를 사지에 몰아넣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너무 뻔하지 않나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원용의가 말했다.제왕이 고개를 들어 원용의를 바라보며 “그래.”라고 말했다.“그래요 이제 잊어버리세요.”“그렇게 말 안해도 다 잊었어.”원용의는 그가 말로만 잊었다고 하는 것을 알았지만 되묻지 않았다.제왕은 원용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그냥 그 여자가 나를 왜 나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게 이해가 안 된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인데 말이야.”“악몽을 꿨다고 생각해요. 살다 보면 그런 쓰레기 같은 사람들 만날 수도 있죠.” 원용의가 위로했다.제왕은 원용의에 말대로 끔찍한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기로 했다.그가 불속에서 도망쳐 나와 깨어났을 때 원용의가 제왕에게 주명취가 불을 질러 제왕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사이에 어떠한 원망의 마음이 있더라도 서로의 생명을 앗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은 밖에서 손왕비와 위왕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손왕비가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위왕비를 데려오라고 명했다. 위왕비의 몸이 좋지 않아 손왕비는 줄곧 원경릉을 불러 위왕비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다.원경릉이 위왕비를 진찰해보니 혈압이 낮고 빈혈이 있는 것 같았으며 정신 건강도 좋지 않아 보였다. 위왕비는 말을 할 힘도 없는 듯 원경릉을 보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동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하늘이 무너져도 건강이 최고입니다. 몸을 잘 돌보세요. 위왕비.”손왕비는 위왕과 그 여인의 일을 알고 위왕비를 위로했다.위왕비는 힘없이 웃으며 “알고 있습니다. 손왕비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창백한 위왕비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이 백합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웠다. 경국지색은 아니더라도 수수한 얼굴에 몽롱한 눈빛은 딱 고전미인형이었다.야리야리한 그녀가 인상을 조금만 써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뭉클하고
손왕비는 창백한 위왕비의 얼굴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위왕비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겁니까? 그 늙은 여자랑 제대로 붙어보라고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니겠어요? 셋째랑 결혼을 하겠다고 혼사도 거부했던 그 용기는 어디 갔어요? 왜 이렇게 나약해졌습니까?”손왕비는 말하다가 돌아서서 원경릉을 보았다.“초왕비 이리와서 위왕비 좀 설득해봐요. 이러다가 화병으로 내가 죽을 것 같으니까!”사실 위왕비 손목의 상처는 원경릉이 검사를 할 때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원경릉은 위왕비가 사연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르는 체 했으며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려고 말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손왕비가 손목의 상처를 알아버렸고 일이 커졌다. “손왕비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위왕비가 설마 셋째 아주버님 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했겠습니까?”손왕비는 자살이라는 말에 화가 잔뜩 났다.“셋째 때문이 아니라면 왜겠냐고요!”원경릉이 앞으로 나와 위왕비와 손왕비를 끌어당겨 앉혔다.위왕비는 다크서클이 축 내려온 공허한 눈빛으로 생기 없이 원경릉을 보았다.“위왕비, 요즘 잠을 잘 못 잤죠?”“예. 못 잤어요.”“잠을 못 자는 것 빼고 또 불편한 게 있습니까?”“초왕비님 뭘 물으시려는 겁니까?”“빈맥, 두통, 호흡곤란, 환각 이런 증상이 있어요?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위왕비는 넋 나간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초왕비…… 어떻게 아셨어요?”손왕비는 깜짝놀란 표정으로 “설마 위왕비에게 누가 독을 쓴 게 아닙니까?”라고 물었다.원경릉은 손왕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위왕비를 보며“위왕비, 언제부터 그랬습니까?”라고 물었다.위왕비는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글쎄요…… 제가 유산한 후 한 달 넘게 요양했는데, 하지만 몸이 계속 회복이 안됐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요통이 있었어요. 그 후에는 약간 환각이 보였고 눈을 감아도 귀에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손목을 그었을 때, 환각이 보였나요?”원경릉이 물었다.“맞아요. 아이가 제 앞에서
“어우 머리 아파.” 손왕비가 말했다.“왜 아픕니까? 전에 어의에게 약을 처방받았잖아요. 다 나은 거 아닙니까?”위왕비가 물었다.손왕비는 자리에 앉아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초왕비가 납치되어 간 이틀 후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어디가 어떻게 아픕니까?” 원경릉이 물었다.“엉덩이 쪽이 아픕니다.”손왕비의 얼굴이 빨개졌다.“좌골신경? 앉아 있으면 아픈가요? 혹시 여기가 아픕니까?” 원경릉이 손을 뻗어 그녀의 좌골신경을 눌렀다.“아뇨. 거긴 아닙니다. 근데 이따금 통증이 느껴져서 온몸이 떨리고 가슴이 벌렁거립니다.”원경릉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찌하여 가슴이 벌렁거리죠? 정확히 어디가 아픈가요?”라고 물었다.손왕비는 안팎에 있는 하녀들을 다 내보내고는 얼굴을 붉히며 멋쩍은 표정으로 원경릉을 보았다.“그…… 그곳이 아픕니다.”“어디요?” 원경릉이 되물었다.“바로 그……”원경릉이 번뜩 깨닫고 웃으며 물었다. “아, 혹시 혈변을 보셨어요?”“이틀 정도 혈변을 봤습니다. 이것 때문에 제가 어의도 봤는데, 화독약 처방을 받고 오래 앉지 말라고 했습니다.” 손왕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은 조용히 약상자를 떠올리며 치질 연고를 생각했다. ‘오늘은 치질 연고를 쓸 수 있겠군. 약상자에 치질 연고가 있던 이유가 바로 손왕비 때문이었구나.’임신 당시에 그녀는 임산부가 치질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에 약상자가 미리 알고 치질 연고를 준비해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치질은 생기지 않았고, 아직 아이를 낳은 것도 아니다. 그녀는 약상자에 있는 치질 연고를 보면서 이건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저에게 종기에 특효가 있는 약이 있습니다. 꺼내드리겠습니다.” 원경릉은 위왕비를 검사할 때 꺼내 둔 약상자를 넣지 않았기에 그 안에서 바로 약을 꺼낼 수 있었다.그녀는 치질 연고를 찾아 손왕비의 손에 쥐어주었다.“안으로 꾹 눌러 넣으세요. 5일 동안 꾸준히 쓰면 괜찮아지실
위왕비는 강단 있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지해줄 사람이 없고, 가장 가까운 배우자마저 그녀에게 등을 돌린 상황이다. 그녀의 우울증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외유내강인 위왕비같은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큰 충격을 받으면 갑자기 없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위왕비는 자신의 병이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애를 썼고 그녀의 노력을 원경릉이 느꼈다.“내일 왕부에서 눈놀이 연회를 열 텐데, 그때 와주세요.”갑작스러운 초왕비의 초대에 당황한 위왕비가 손왕비를 쳐다보자 손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겠다고 했다.위왕비가 은은하게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꼭 갈게요.”라고 말했다.원경릉이 떠난 후 사람을 사람을 시켜 손왕비에게 편지를 전했다. [손왕비, 내일 말고 다음에 왕부에 와주세요. 내일은 제가 개인적으로 위왕비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게 있습니다.]손왕비는 눈치가 있는 사람이기에 이 편지를 보고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셋째 위왕부의 일에 참견하는 것이 못마땅했다.“남의 집안일에 관여하는 거 아니다. 물론 본왕이 위왕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위왕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뭐 어쩌겠어.”“난 그 집안일에 관여하겠다는 게 아니야. 그저 위왕비랑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야.”“약속을 잡았으니 어쩔 수 없지. 셋째와 넷째는 왕래가 잦고 사이가 좋으니 앞으로는 최대한 엮이지 마.”“셋째랑 넷째가 친하게 지내는 게 뭐 어때서?” 원경릉이 의아했다.우문호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셋째와 넷째가 많이 가까워졌어. 우리가 그들과 가까워진다면 부황께서는 형제끼리 작당모의를 한다고 생각하실 거야.”라고 말했다.원경릉은 그의 말에 수긍하고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오후에 태상황제가 초왕부로 유산 방지약을 보내왔다. 원경릉이 보니 그중 많은 처방이 기왕비가 보내온 것과 겹쳤다. 우문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