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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27화

사식이는 주명취를 발견하고 그녀의 뒤에 조용히 서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주명취는 차갑게 웃으며 “사식, 너는 내가 정말 불을 지를까 무섭니?”라고 물었다.

“당신은 불 못 지를걸요?”

“그럼 여기까지 나를 따라온 이유가 뭐야?”

주명취는 고개를 돌려 사식이를 보았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광기가 서려있었다.

“당신을 따라온 게 아니라 여기 경치가 좋아서 온 겁니다.”

지금 손왕부의 모든 출입문이 닫혀있기에 손왕부 내에 위험인물은 주명취 뿐이었다.

주명취는 정원 한 귀퉁이에 노랗게 시든 나무를 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나무가 시들어서 좋아. 다 시들어서 없어졌으면 좋겠어.”

주명취는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사식이를 보았다.

“여기 앉아. 서있으면 얼마나 힘드니?”

사식이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주명취는 차갑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사식이를 보았다.

“너는 사람이 절망의 끝에 다다르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

사식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명취를 보았다.

주명취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귀 옆으로 흘러나온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내가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1년 전만 해도 난 주씨 집안에서 가장 총명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였지. 내가 초왕비가 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적자인 제왕을 택하는 바람에 일이 꼬였지 뭐야.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제왕이 태자가 될 줄 알았어. 난 그럼 태자비가 되었을 것이고, 그럼 난 이 나라에 국모가 되었을 텐데……”

“그럴 그릇이 안 되는데 야심만 커서 뭐 합니까?” 사식이가 차갑게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야심만 컸지.” 주명취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식이를 보았다.

“근데 이건 사실 야심의 문제가 아니야. 누구나 마음속에 원하는 게 있어. 사식이 너는 야심이 없니? 원하는 게 없어? 원경릉이라고 부처일 것 같아? 걔도 야심이 없을까? 사람이라면 모두 마음속에 야심 하나쯤 다 있단 말이야. 어쩌겠니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을……”

“그것 또한 당신의 선택이니 누굴 탓할 수 없죠.”

주명취는 사식이의 말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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