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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28화

사식이는 주명취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녀가 단도를 드는 순간 사식이가 달려들었다.

“멈춰! 죽으려거든 딴 데 가서 죽……어!”

주명취 자신을 향하던 단도가 순식간에 방향을 돌려 사식이를 겨누자 사식이 급히 달려가 단도를 빼앗으려 했다. 가녀린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어찌나 세었는지 사식이는 주명취의 반항에 온 몸이 휘청였다.

그 순간 주명취가 손을 빼 단도로 사식이의 복부를 찌른 후 빠르게 도망갔다.

사식이는 그녀의 뒤를 쫓기 위해 달렸으나 몇 걸음 가지 못하고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너……”

주명취는 차갑게 웃으며 쓰러져있는 사식이를 보았다.

“사람이 절망에 다다랐을 때는 눈에 뵈는 게 없는 법이야.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든 증오하는 사람이든 다 죽여서 데리고 갈 거야.”

주명취는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가 측문을 열었다.

“들어오시게.”

사내 몇 명이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히고 빠르게 손왕부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대청 안에서 기다리던 원경릉은 바깥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갑자기 왜 이렇게 어지럽지?” 문경공주가 관자놀이를 잡고 고개를 숙였다.

“나도 머리가 아파.” 진평공주는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원경릉은 고개를 번쩍 들어 발자국 소리를 따라 귀를 쫑긋 세웠다. 발자국 소리가 몇 번 크게 울리더니 손왕부 마당에 멈춰 선 것 같았다.

원경릉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제왕부에 불을 낸 것은 함정이었어!’

원경릉은 병풍 뒤로 들어가 약상자를 안에서 날카로운 수술칼과 후추 스프레이를 꺼냈다.

약상자를 오래 사용하니 이제 약상자도 원경릉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녀가 병풍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대청에 있던 사람들은 무서워 벌벌 떨었다.

손왕비가 밖으로 나가 상황을 보니 처음 보는 사내들이 칼을 들고 부중의 하인들과 싸우고 있었다.

하인들이라고 해봤자 음식을 하는 하인, 정원을 가꾸는 하인, 목욕을 시키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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